키루야는 아르바이트로 지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집에 돌아가요.


배꼽시계가 울리네요.


근래 3일간 먹은 건 어제 저녁에 먹은 80엔짜리 편의점 삼각김밥이 전부긴 하지만...

키루야는 그거 하나도 벌벌 떨면서 사야 하거든요. 어쩔 수 없어요.


부모님은 키루야를 때리고, 밥도 주지 않아서 집엔 정말 들어가기 싫어요.


하지만 지금은 겨울이에요.


키루야는 얼어죽기 싫어요.


낡은 아파트* 문을 열면 소름끼치는 끼이익소리가 나요.


난방도 별로 되지 않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데다 바퀴벌레도 기어다니지만,


바깥보다는 조금 더 따뜻해요. 바람도 안 불고요.



그런데 좀 이상해요.



집에 아무도 없어요.


오늘은 사이비 종교의 예배날짜도 아닌데, 왜 아무도 없죠?


가구도 얼마 없지만, 원래 별 거 없었어요.


이런 집에 있어봤자 뭐가 있겠어요.




키루야는 문득 식탁을 바라봐요.


종이가 하나 있네요.



이게 뭐죠?




키루야의 부모님이 엄청난 빛을 졌대요.

그리고 그걸 키루야한테 갚으라네요.



이번 달 내로 갚지 않으면 이자가 60% 더 붙는대요.

오늘은 28일이고요.


3일 안에 3백만 엔을 어디서 구하죠?



키루야가 지금까지 모은 알바비 통장은 부모님이 집을 나가면서 가져갔어요.

도망치면서 3개월 밀린 집세도 안 냈네요.


전기랑 수도세도요.

가스도.






키루야는 배가 고파요.





많이.







(*일본의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맨션이다. 짱구의 와르르맨션이 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