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어두컴컴한 내 방 안.


빛을 내고있는건 오로지 작업용 컴퓨터 한 대뿐.


"좀더... 이 부분을 살리면서... 아니야, 세밀한 


느낌으로..." "K." 난 갑자기 들려온 말소리에 깜짝 놀라 뒤쪽으로 쓰러졌다. "으악!" 먹다 남은 차가운 컵라면 국물과, 여기저기 흩뿌려진 아이디어 노트들이 내가 입고있던 운동복에 닿았다. "아... 아직도 작업중이었어?"


 나이트코드의 Amia였다."응." "슬슬 자... 너 벌써 이게 며칠째야?" "글쎄. 세본적은 없는데." "내가 세어봤거든? 너 밤새서 작업한게 오늘로 5일째야." "벌써 그렇게 됐나?" 난 담담하게 대답했다. 누군가를 구원할 곡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정도 노력은 필요했다. 내가 이대로 지쳐서 더이상 살수 없게 된다고 해도, 내 목숨을 바쳐서,많은 사람들을 구원한다면... 그걸로 족할것 같았다."뮤직비디오 작업은?" "네, 네. 에나랑 내가 어련히 알아서 잘할게. 신경쓰지 말고 잠이나 자." 미즈키의 장난에 유난히 날카로워진 내 신경은 미즈키의 말에 반항이라도 하듯, 음악 작업을 계속했다. 


그렇게 밤을 새서 완성한 신곡은,


에나의 SNS를 거쳐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 반응은, 혹평이 많았다.


"곡을 만들려고 스스로를 쥐어짠것 같다..."


"예전엔 곡에 편안한 측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답답하다, 라..." 나이트 코드에 당분간 침묵이 흘렀다.


 "K, 혹시 말이야." 에나낭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응?""생각이 드는건데, 번아웃 아니야?"


번아웃. 


한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는 증상.


"아닐거야. 내가 뭘 그렇게 몰두했다고..."


"그래도 의심해볼만 하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한번쯤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할수도 있지. 그럼 난 데모 만들러 가볼게." "K, 잠깐--" "띠릭"스피커 끄기 모드가 켜졌고, 난 다시 작업에 열중했다. "이건 어때?" "너무 이번곡 느낌과 비슷해." "그것보다 좀 쉬는게 어때, K?" 유키의 피드백만 메모를 해둔 후, 스피커는 다시 꺼졌다."번아웃... 맞는걸까?" 아무리 작업을 하고 고쳐도 이전곡의 느낌을 벗어날수가 없었다. '좀 쉬는게 어때?' '번아웃 아니야?' Amia와 에나낭의 말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쉬고 싶었다. 침대에 잠시 눕자, 옆에 두었던 아빠의 사진과 마후유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본능적으로 난 다시 벌떡 일어나 작업을 계속했다.


"난 계속 만들어야해... 누군가를 구원할 곡을.


구원할 사람들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시간에게 그 사람들을 뺏길수 없어. 


아빠도,마후유도..."


"다시 시도해보자. 어느게 문제지...?"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다음날 낮, 


집의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이시간에 올사람이..."


문을 열자 모치즈키 씨가 와있었다. "아, 모치..."


"요,요이사키 씨? 으아악!" 모치즈키 씨는 장바구니


 한가득 담겨있던 재료들을 쏟으면서 뒤로 넘어졌다.


"무슨... 일이야?" "요, 요이사키 씨 얼굴이...!" 잠시 후, 난 모치즈키 씨가 만든 반찬들을 냉장고에 넣었다.


 "반찬들이 다 남았네... 무슨일이 있었던 거예요? 


다크서클 봤을때 정말 놀랐어요..."


"알 필요 없어, 모치즈키 씨. 그냥... 밤샘 작업 좀 했어." 모치즈키 씨는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요이사키 씨, 좀 변한것 같아서요." "변해?" "네. 그래도 예전엔 따뜻한분이셨는데... 지금은 지쳐보인달까...""주변에서 번아웃이니 뭐니 말하긴 하던데...""음, 좀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가끔씩은 인생이란이름의 긴 길은, 좀 쉬어가면서 가도 될것 같단생각을 하긴 해요." "쉬어가면서, 라..."요이사키 씨는, 충분히 쉬어도 될 만큼 열심히 남들을 구원하면서 살아오셨으니까요." "그런... 말을, 내가 들을 자격이 있을까?""그럼요. 앗, 말이 길었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모치즈키 씨가 나간 이후 방에 들어오자, 갑자기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열심히 남들을 구원하면서..."내 목소리는 어느새 떨려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막상 구원하고 싶은 사람은, 구원하지 못했잖아, 카나데.... 마후유도... 아빠도... 구하지 못했잖아."분명 그 지긋지긋할 정도로 만나왔던 비참함 때문에, 실패했을때 느끼는 분함 같은 감정은 버리고, 누군가를 구원할 곡을 만드는데 집중해 왔을텐데. 그렇지만 그 분함이, 지금 나를 향하고 있는걸. 벌벌 떨리는 손으로 켠 컴퓨터에는 신곡의 데모일부와, 여태까지 올라온 곡들이 있었다. 댓글에는, 구원받는 느낌을 받은듯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차라리, 차라리 저런 사람들도 없었더라면, 


더 편했을텐데..." 언제나 생각해왔다.


이렇게 노력을 계속하면,


 분명히 아빠와 마후유도 구원할수 있을거라고.


"이제 그런 말들은... 믿을수 없다고."


오늘도 나, 요이사키 카나데는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


그 헛된 희망에 매달려서, 그 헛된 노력을 하기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