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는 속담이 있다. 몇몇 역사학자들은 이 속담에 “아주 적절하다” 라는 평가를 내렸다. 처음으로 젖소의 젖을 짜먹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마 젖소의 유두에 혀를 낼름거리다가 육중한 발에 치여 죽었을테니까.



21세기가 되어도 이 속담은 여전히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일반 알코올과 술의 차이를 알아내기 위해 손소독제 통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마셔댄 사람도, 단지 성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성기 옆에 있는 암세포를 자극하다가 성불구자가 된 사람도 있다. 호기심은, 무언가를 알고자 하는 욕구는 이따금 돌이킬 수 없는 폭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저기, 섹스라는게 뭐야?”



그런 의미에서, 피닉스 원더랜드에서 오오토리 에무가 던진 한 마디는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거대한 폭력이었다.



천진난만한 얼굴에서 나온 천박하기 짝에 없는 단어에 쿠사나기 네네는 굳어버렸다. 굳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뭘 들은거지? 섹스? 성? 교미? 아이 만들기? 플라톤이 말했듯 육체의 아름다움을 아는 것으로 철학을 시작하기 위한 도구? 남성끼리면 비역질, 여성끼리면 밴대질, 남녀끼리면 빠구리라고 부르는 음탕하기 짝이 없는 행위? 섹스. 에무. 에무? 놀라울 정도로 사춘기스러운 상상이 머리를 스쳐지나가고 나서야 네네는 정신을 차렸다.


“무, 무……”


얼굴을 붉히며 옆을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열을 올리며 목소리를 낼 남자 - 텐마 츠카사도 마찬가지로 얼굴을 붉힌 채 바보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세상이 미쳐버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텐마가 웃으면서 태연하게 대답했다면 비명을 질렀을지도 모른다.


침착해질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이 에무에게 이런 끔찍한 지식을 불어넣었을까? 혀를 슉슉거리며 이브에게 사과를 먹기를 종용한 뱀같은 존재는 누구란 말인가? 네네는 의구심을 담아 말을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 그런 말은 대체 누가…”


“아사히나 선배가 지나가다가, ‘카나데랑 섹스하고 싶다-’ 라고 엄청 작게 중얼거리더라고! 빨라서 못 들을 뻔 했지만…”


여학교에서 그런 말을 중얼거리다니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적어도 제정신은 아닐 것이다. 네네는 마음 속에서 아사히나라는 사람이 정말로 미워졌다. 


“그, 루이는?”


“루이 군은 여기 오기 전에, ‘나로서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유감이야. 나보다도 두 사람이 더 잘 알 지 않을까?’ 하고 잠시 가버려서!“


아, 도망갔구나. 네네는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소리를 냈다. 보라 머리 남자가 내는 약간 느끼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했다. 이제 남은 희망은 츠카사 뿐이다. 네네는 나 대신 조금만 말을 얼버무려주면 된다는 요청을 담아 츠카사를 바라보았다. 양 옆으로 움직이던 눈이 네네와 마주쳤다.


“아- 그-”


‘그래. 그런 말은 하면 안 된다고 타일러 줘. 남자니까 그 이상 안 해도 이해할 게. 일단 먼저 그렇게 말만 해주면 내가 어찌저찌 할테니까.’ 하고 생각한 순간, 츠카사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아니라 네네가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잠시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그럼…”


“아, 잠-”


그리고 츠카사는 붙잡을 틈도 없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아, 가버렸다.”


에무가 중얼거렸다.


네네는 츠카사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저기, 네네 쨩은 알고 있지?”


“어……나도, 그…”


네네는 얼버무리려던 입을 멈췄다. 지금 입을 닫아버리면 에무가 다른 사람에게도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네네가 아는 사람이거나, 그 아사히나 선배라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다가 나중에 에무가 섹스라는 단어의 뜻을 알게 된다면 큰일이다. 



“응?”


“세, 섹스라는 건… 있지? 그러니까…”



숨을 들이켰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성교가 어떤 행위인지 설명해야만 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옷을 전부 벗고 서로 성기를 맞대는 행위야. 후훗, 마치 안달난 길고양이처럼 허리를 팡팡 흔드는거지.’ 라고 태연하게 말할 수는 없잖는가. 


“저어기, 알려줘.”


고민하던 네네에게로 에무가 다가왔다. 에무는 손을 뻗어 네네의 양손을 잡고, 눈을 치켜떴다. 혈관이 빠르게 뛰었다.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스킨십이 오늘따라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왜 에무는 이렇게나 부드러운 걸까.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건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가하면 후드 안쪽에 슬쩍 들어난 쇄골에서는 달콤한 냄새가 나서, 무심코 그 너머를 상상하게 된다. 이런 몸으로 딱 달라붙으니 싫어도 욕구를 느끼게 된다. 특히 - 지금처럼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는.


네네 쨩, 하는 목소리가 귀에서 울렸다.


“키스보다 훨씬 더 부끄러운거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를 냈다.


에무는 굳었다. 네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아이를…만들기 위해서…그…연인이, 옷을 다 벗고……서로를 안으면서……”


깍지 낀 손이 부들거렸다.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하반신을…… 서로……”


에무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니까! 그렇게 막 말하면 안 돼! 알았지?”


“으, 응.”


알았으면 됐다. 하고 생각한 네네가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이 이상 피부에 닿고 있으면 이상한 생각이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떼어놓을 수 없었다.


“저기.”


에무는 손깍지를 더욱 강하게 쥐며 속삭였다.


“하고 싶어? 네네 쨩도.”


“…나는, 그러니까……”


“네네 쨩.”


침묵.



떨리는 눈이 서로 마주쳤다.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입술 끝에서 세어나온 두 사람의 숨이 무대 위를 멤돌다가 끈끈히 얽혔다. 네네는 에무의 의향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여러 가설을 떠올렸지만 전부 한 가지로 귀결됐다.


“나는-”


“돌아왔다!”


쾅, 하고 문을 여는 소리가 나, 두 사람은 얼굴을 돌렸다. 문을 연 사람은 츠카사였다. 츠카사는 자신의 몸통만한 하츠네 미쿠 인형을 한 팔로 껴안은 채 헉헉 거친 숨을 뱉고 있었다. 인형은 미쿠다요, 미쿠다요 하면서 양팔을 휘휘 휘저었다.


“오는 길에 경품으로 뽑았다! 자!”


“와아!”


에무는 눈을 빛내며 인형을 받아들었다. 츠카사는 인형을 건네고, 네네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미안.”


“……아니, 괜찮아.”


네네는 눈을 피하며 답했다.


어떤 의미로는 츠카사에게 감사해야만 했다. 멈추지 않았더라면 어디까지 갔을지 모른다. 지금쯤 입술을 맞추고 허리에 손을 올렸을 수도 있다. 아마 에무가 싫어하더라도 멈추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자신을 제어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 남은 원망은 어쩔 수 없다. 네네는 그 원망을 쓸어내리기 위해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그 탓에 에무가 자신에게 슬쩍, 어딘가 굳은 미소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당분간 딱히 글이나 팬픽을 적을 생각은 없었는데


왠지 적고 싶어져서 적음


얘네는 잘 몰라서 스토리 몇 번 보고 인상대로 적었다


그래서 에무는 좀 여러모로 바뀐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원래는 야스를 시킬 생각이었는데


둘 다 치킨인 면이 있어서 거기까지는 안 가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한다면 네네가 덮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