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야마, 왜 학교에서까지 그런 옷을 입는거야?"
하아... 이 질문만 벌써 372번째인가. 이젠 대답하기도
지치지만 겨우겨우 귀찮음을 이겨내고서 답했다.
"제가 원하니까요~ 이제 집 갈 시간이니, 이만."
내 이름은 아키야마 미즈키. 귀여운걸 좋아하는,
카미야마 고등학교 2학년 B반이다.
학교 보충수업을 마치고 뒤늦게 계단을 내려가던중,
2학년 C반에서 아이들이 모여있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살짝 들여다보니 작년 1학년 A반이었던 친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 이 액세서리 뭐야?
아키야마가 딱 좋아하겠는데?" "아키야마? 그 별종?"
"별종...? 그냥 귀여운걸 좋아하는 여자애 아냐?"
"무슨 소리야? 남자잖아." "그럼 왜 그렇게 입고다녀?"
"몰라. 자기가 좋다나. 그냥 좀 학교에서만은 남들이랑
맞춰서 입으면 안되나?"
그 말을 듣고, 난 교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조용히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무도 들리지 않게끔.
옥상 문을 열자 언제나처럼 드론이 날 향해 날아왔다. "...조심 좀 하라니까." "오야, 미안해. 미즈키."
커다란 키에 가지색 머리카락, 그리고 그 사이에서 돋보이는 파란 머리카락 몇가닥. 언제나 옥상에서 자신의 연출을 시험하고있는, 중학교때부터 친했던 끈끈한 친구,
카미시로 루이다. 같이 말하고 싶을때가 있으면
그저 옥상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게 좋았다. 언제나 만날수 있는, 날 이해해주는
친구가 있다는게. 난 익숙한듯 난간에 기대,
카미야마 고등학교 옥상의 푸른 하늘과,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루이와 함께 아무 말도 없이 옥상에 있을때면,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은, 그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출출하네." 루이가 툭 던진 그 말에 내 기억 속에서 학교 근처의 카페가 되살아났다. "여기 근처에 인테리어 완전 귀여운 카페 있는데." "완전 귀여운 카페라..." "거기 인형들도 그렇고 벽지도 그렇고, 진짜 귀엽다니까!" "뭐, 미즈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가봐야겠지." 루이는 자신의 연출용 로봇들을 가방에 조심히 넣었다. "가자." 계단을 타고 밖으로 나가자, 가는 길에는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그리고 마침 불고있는 바람에 휩쓸렸는지 수많은 꽃잎들이 공중에서 휘날리고 있었다. 손을 휘적거리면서
꽃잎들을 잡으려는 날 보고, 루이가 궁금하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흠... 미즈키. 왜 아까부터 공중에서 손을
허우적대는거야?" "응? 루이는 그 얘기 몰라? 날아가는 벚꽃을 손으로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얘기."
내 말을 들은 루이는 어딘가 어이없다는듯 벚나무 가지쪽으로 손을 뻗었다. 가지 끝자락에 피어있던 꽃의 꽃잎이 루이의 손에 톡, 하는 소리와 함께 따였다. "이렇게 할수 있는데, 굳이 날아가는 벚꽃이어야 하나?" "에에~? 그건 재미없잖아! 이렇게...앗!"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려던 난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차도 쪽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그때, 손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턱" 하는 소리와 함께, 루이가 쓰러지기 직전인 내 손을 잡은것이다. 그대로 굳어버린 내 몸을 끌어올린 루이는 잡은 손을 놓지 않은채로, "조심해." 그 말과 함께 남은 골목을 따라서 걷는 루이의 손에, 꽃잎 하나가 손바닥에 붙어있었다.
"엇, 루이! 손바닥에 꽃잎이 붙었어!" "그럼, 내 사랑이 이뤄진다는건가?" "오오~ 루이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오야, 미즈키. 말해주면 재미없잖아?
길은, 어느쪽이야?" "에~ 재미없게. 길은 왼쪽이야."
카페에 들어서자 수많은 귀엽고
폭신한 인형들이 깔려있는 자리가 우릴 반겼다.
여러 인형들 사이에 앉아있는 루이를 보고 있으니,
이 카페에 조금이라도 더 있고싶었다. "난 커피로 할게." 루이의 말은 그랬다.
하지만 난 은근슬쩍 파르페를 주문했다.
몇시간 같았던 몇분의 대기시간이 지나자,
직원이 파르페 두개를 들고 다가왔다.
자신이 시키지도 않은 파르페를 받아든 루이는
조금 당황한듯한 모습이었다.
"난... 커피 시켰는데?" "에이~ 보니까 주문이 좀
꼬인것 같던데 음식 버리면 아깝잖아. 먹자!"
"음, 그렇다면." 조심히 파르페의 아이스크림을 떠서
먹으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이, 어떻게 보자면,
귀여웠다. "잠깐! 이건 사진 찍어야지!"
사진을 찍으려는 내 손은 나 자신도 모르게
파르페가 아닌 점점 위쪽을 향하고 있었다.
루이는 파르페를 먹으면서 흥미롭다는듯이 말했다.
"어떻게 보면, 쇼와 파르페는 비슷하지 않을까?"
"응?" "여러가지가 모여서 이런 작품을 만들잖아."
"후후, 루이다운 생각이네." 나는 그 말을 듣고
파르페를 먹으며 생각했다. 우리 둘은 파르페에서
어우러지지 못하는 재료가 아닐까. 그래서 둘만이라도
어우러지는 맛을 내고싶은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품고서 카페를 나서니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해져
하늘을 노을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루이와 헤어지고 난 후, 약간의 시간이 비었던 나는
근처의 쇼핑몰에서 시간을 조금 떼우려 했다.
"흐음~ 이게 나을려나? 아니야. 귀여운건 이게 나은데."
여러 리본 앞에서 고민하던 도중 교복 차림의
사람들이 보였다. "아~ 도저히 못 고르겠어!
누구 잘 아는 사람 없나?" 같은 반 아이들이였다.
딱히 친하진 않았지만. "아키야마라면 잘 알것같은데." "저기 아냐?" "어, 너 알고서 말하는거지? 아키야마는..."
"조용히 해, 들리겠어!"

그 아이들이 빠져나간 후, 난 한숨을 내쉬며
리본을 집고 계산대로 향했다.
"하아... 이런건 이제 다 익숙해졌으니까."
분명, 익숙해졌을텐데. 이유는 알수 없지만 익숙해진
말들이 계속 머릿속에 떠돌았다.
"아키야마는..." "알고서 말하는거지?..."
"저, 손님? 영수증..." "아! 죄송해요."

그날 이후에도, 난 계속 옥상에 올라갔다. 다음날도,
그 다음 날도. 그러던 어느날, 푸른 하늘을 쳐다보던
내 뒤로 옥상 문이 덜컥거렸다. "응?"
열린 문 앞에는... 잠깐, 루이의 동료들?
"오오, 아키야마인가! 루이가 어디있는지 아나?"
"네? 루이라면... 저쪽에 드론들이랑..."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자 서있던 셋이 그쪽으로
달려 나갔다. "루이군~! 전국 투어 일정이 정해졌어!"
"에? 오오토리, 전국 투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옆에 있던 쿠사나기가 대신 설명해주었다.
"원더랜즈×쇼타임이 이번에 전국 순회공연을
하기로 했거든. 그래서 아마 일주일 뒤에 출발할거야."
루이가 뒤쪽에서 가방을 들고 다가왔다.
"...미즈키, 미안해. 미리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
"아, 아니야. 그나저나 얼마나 있을 예정이야?"
"아마... 앞으로의 일주일이, 카미야마 고등학교에
있게될 마지막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