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게 추운 날씨.

얼어붙을 정도로 춥지는 않지만 잠기운 정도는 가볍게 날려버릴 정도의 추위.


그런 날씨를 맞으며 한 소녀가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하아...하아..."


카나데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가볍게 조깅할 생각으로 나왔는데 벌써 30분 정도가 지난 참이었다.


"후우..."


그녀가 벤치에 앉았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숨을 내쉬니 새하얀 김이 나왔다.


"으으... 역시 조금 쌀쌀하네. 슬슬 들어갈까."


마후유에게 얘기를 해 두고 나오긴 했지만 슬슬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배도 조금 고파진 참이었고.


꼬르륵.


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녀가 쓰게 웃었다.


읏차.


일어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앗, 저기..!"

"응?"


고개를 돌리니 분홍색 머리의 소녀,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분명 마후유의 후배인... 에무라고 했지?


"안녕하세요! 마후유 선배의 후배인 오오토리 에무입니다!"

"요이사키 카나데야. 저번에도 봤었지?"

"ㄴ, 네엣!"


에무가 기합 좋게 대답했다.

자신과 키도 비슷한데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그 사실이 뭔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만나서 반가워. 혹시 무슨 할 말이 있는 거야?"

"아, 그게..."


에무가 말을 흐렸다.

카나데가 고개를 갸웃했다.


에무가 계속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카나데짱?"

"하나사토 씨? 그리고 아이리 씨...?"

"반가워. 둘이 무슨 얘기하고 있던 거야?"


미노리와 아이리가 둘 쪽으로 다가왔다.

옷차림을 보아하니 둘도 트레이닝 중인 듯했다.


"아, 조깅하다가 잠시 쉬던 참이었어. 이제 돌아갈까 했는데 오오토리 씨를 만난 거야."

"아하. 에무 짱은 무슨 일이야?"


아이리가 묻자 에무가 결국 입을 열었다.


"그게... 모처럼 만났으니 좀 더 대화하고 싶어서요."


에무의 시선이 카나데를 향했다.


"아..."

"그런 거였구나! 카나데짱은 이 이후 무슨 일정 있어?"

"그게..."


이번엔 카나데가 말을 흐렸다.

집으로 돌아갈 예정, 그 뿐이었다면 문제없다.


하지만 마후유가 있는 이상 그 점까지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여기 있는 이들에게 말해도 괜찮을 것 같긴 했지만 가능한 한 알려져서 좋을 건 없었으니까.


"그게..."


카나데가 계속 대답을 하지 못하자 사연이 있음을 대충 안 미노리가 화제를 돌렸다.


"아, 그러면 카나데짱. 혹시 언제쯤 시간이 날지 알려줄 수 있을까?"

"어...?"

"신경쓰인다고 하면 거절해도 괜찮아! 하지만 모처럼이니까 이 멤버로 얘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카나데는 잠시 고민했다.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하나사토 씨의 말대로 얘기를 좀 더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몰라.'


그녀가 에무를 바라봤다.

마후유로부터 가끔 들었던 얘기, '신기한 후배'라고 말한 아이.


그런 얘기를 들어서일까, 자신도 호기심이 생겼다.


"응, 알겠어."

"! 고마워 카나데 짱!"


에무가 기쁘게 대답했다.


"내일 이 시간쯤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괜찮을까?"

"응! 알겠어!"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그들이 해산했다.

--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가기 위해 카나데가 부스스한 몸을 일으켰다.


조깅하러 나갈 때처럼 준비를 마치고서 그가 마후유에게 인사했다.


"그럼 다녀올게."

"...응."


철컥.


집을 나선 카나데가 약속 장소에 거의 다 도착할 때쯤 다른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카나데짱, 여기!"


미노리와 아이리, 그리고 에무까지.

3명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좋은 아침. 그래서 오늘은 뭘 하기로 한 거야?"


어제 흩어지기 전 미노리가 맡겨 달라고 했기 때문에 오늘의 일정은 그녀에게 일임된 상태였다.


"후후. 여기야!"

"여긴..."


그녀가 가리킨 건 예전에도 간 적 있던 '스포조이 파크'였다.


"오늘은 이 넷이서 가는 거야!"

"오오!"

"오오...."


카나데가 뒤늦게 목소리를 냈다.


'...오늘도 운동인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어제 조깅한 뒤에는 별 일이 없었다.

근육통 같은 게 오지 않아 다행이라며 그녀가 숨을 삼켰다.


하지만 잠시 후, 그 생각은 처참하게 박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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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앗!!"


커다란 공이 힘에 밀려 빠르게 굴러갔다.

굴러간 공은 카나데를 향해 매섭게 돌진했다.


"아."


카나데가 뒤늦게 반응해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공에 부딪힌 카나데가 하늘로 튕겨나갔다.


그 광경에 다른 이들이 전원 소리를 지르며 그녀에게 달려갔다.


""카나데짱!""

"요이사키씨!"


"으...으으."


머리가 빙빙 돌았다.

마치 우주가 머릿속에 담긴 듯한...


파앗.


카나데가 눈을 떴다.

몸을 스스로 일으킨 그녀의 눈동자에 푸르른 빛이 깃들었다.


"카, 카나데짱..?"


걱정스럽게 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실에 걱정이 됐는지 미노리가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차분하게, 그리고 조용하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그녀의 눈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청명하고도 뚜렷한 파란색으로.


카나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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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상한 걸 써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