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뻗은 가로수길 거리. 

그 양쪽에 차례대로 이어지는 벛꽃 나무들. 


계절이 변한다는 사실이 느껴져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저 이 광경에 감탄해서 그런 걸까.


그 풍경을 감상하고 감탄하며 이치카와 미노리가 가로수길을 걷기 시작했다.


"벌써 벚꽃이 피다니... 봄이 왔다는 사실이 뭔가 와닿는 느낌이네."

"응! 이렇게 예쁘게 핀 벚꽃을 보니까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아!"


두 사람이 싱긋 웃었다.


팔랑.


"어라?"


떨어지던 벚꽃잎 중 하나가 이치카의 손에 잡혔다.


"이치카짱 운이 좋네!"

"응?"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있거든!"

"사랑이 이뤄진다고...?"


미노리가 열변을 토했다.

이치카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음... 사실 나도 어디에서 들었을 뿐이지만!"


미노리가 '헤헷'하며 웃었다.


"그래도 뭔가 로맨틱하지 않아? 뭔가 낭만 있는 느낌도 들고!"

"...확실히."


그런 전설 같은 건 누구라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장 쉽게 떠오를 만한 건 어떤 날에 어떤 나무 아래에서 고백하면 사랑이 이뤄진다거나.

그게 아니라면 고백을 받고 사귀게 될 경우 행복한 사랑을 하게 된다거나.


매우 로맨틱한 전설이다. 물론 자신과는 연이 없는 것 같지만...


"그런데 미노리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지다니, 뭔가 이유가 있는 거야?"


이치카의 질문에 미노리가 쓰게 웃었다.


"사실... 예전에 호기심이 생겨서 잡아본 적이 있었거든."

"잡았다니, 떨어지는 벚꽃잎을?"

"응."

"미노리 혹시... 좋아하는 사람 있어?"

"에엑!? 그... 그런 거 있을 리가 없잖아?"


미노리의 표정이 빨개졌다.

그 얼굴을 보며 이치카가 작게 웃었다.


"응?"


갑작스런 전화벨 소리.

하지만 자신에게 온 전화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 미안해 이치카짱!"


미노리가 사과하더니 전화를 받았다. 그러더니 곧바로 표정이 굳었다.


"으으... 알겠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게 추가 일정이 잡혔다면서 지금 당장 연습실로 튀어오래!"

"아하하..."


미노리가 작게 사과하더니 발을 뗐다.


"미안해 이치카짱! 다음에 또 봐!"

"응, 미노리도 일 열심히 해."


그 대화를 끝으로 미노리가 멀어져갔다.

때마침 타이밍을 노렸단 듯이 이치카의 휴대전화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응... 벛꽃이 무척 예쁘게 피었는걸."

"미쿠?"


갑자기 들려온 미쿠의 목소리에 이치카가 깜짝 놀랐다.


"응, 벛꽃을 보고 있는 것 같길래 궁금해서 나와봤어. 이치카가 친구랑 대화 중이었던 거 같았으니까 기다리던 중이었지."

"아하."


이해한 이치카가 발걸음을 옮겼다.

가던 길을 그대로 따라 그녀와 미쿠의 시선이 이동했다.


"예쁘네."

"응. 다른 얘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걸."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럼 바로 루카들을...응?"


미쿠가 갑자기 말을 끊었다.


"미쿠?"


이치카가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뭐지? 세카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그런 생각을 품고 걷던 발걸음을 멈췄더니 갑자기 주변이 어둑어둑해졌다.


"? 갑자기 왜 주변이... 비라도 오려는 건가?"


아니 그렇게 말하기는 이상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어두워진다는 건...

무엇보다 먹구름이 낀 수준이 아니다. 어느새 주변에 쳐진 안개를 보며 이치카가 당황했다.


"안개...!? 갑자기 대체 이게 무슨..."


부우우우웅.


갑자기 들려오는 거친 소리.


이치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부딪혔다.


"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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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악! 헉...헉!?"


눈을 뜬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악몽을 꾼 모양이었다.


"후우. 악몽이었구나."


정신을 가다듬은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 옷단장을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곧 있으면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다. 늦을 수는 없지.


"그럼... 읏차!"


문을 열고 그녀가 바깥으로 나섰다.


그녀를 기다렸다는 듯이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아침, 재블린."

"지휘관님이 부르는 거에요."

"미안해 이상한 꿈을 꿔서..."

"무슨 꿈인데요?"

"일반인이 되는 꿈이었어."

"재블린한테 일반인은 안 어울려."

"밴드도 했던 거 같아."

"밴드도 안 어울려."

"라피 짱!?"

"동감인 거에요."

"아야나미 짱까지!?"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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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상한 걸 써버리고 말았다.


P.S 작품에 사용된 소재 중 일부는 실제 경험담에 근거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