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깜깜한 작업실.


그 구석에는 컵라면을 먹고 남긴 통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후우."


그 흔적을 남긴 소녀, 요이사키 카나데가 작게 숨을 내뱉었다.


"슬슬 새로 사 둬야 할까..."


최근에는 그다지 먹을 일이 없어서 주문하지 않았는데 최근 이상할 정도로 심야에 컵라면을 먹을 일이 많아졌다.

딱히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자꾸 생각나서 입에 댄 것에 가까웠다.

모치즈키 씨가 이 광경을 봤다면 분명 쓰게 한 소리를 했겠지.


"외출할 거야?"

"응, 인터넷으로 주문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오늘 주문한다고 해도 바로 올 거란 보장은 없다. 조금 꺼려지긴 하지만 직접 가서 사 오는 수밖에 없겠지.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하려 카나데가 옷을 껴입었다. 그 모습을 보던 마후유가 카나데에게 물었다.


"...같이 갈까?"

"응?"

"...그냥."


마후유의 물음에 카나데가 잠시 고민했다.


'잠깐 밖에 다녀오는 것 뿐이지만...'

마후유가 먼저 물어본 것도 뭔가의 변화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거절하는 것도 좀 그렇겠네.


"응. 그럼 같이 나가자."


두 사람은 그렇게 외출 채비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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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으로 나선 두 사람이 길을 따라 걸었다. 

소복히 쌓인 눈, 곳곳에서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꽤 추운데도 밖에서 만나는 걸까.


"거의 다 왔네."


그렇게 말한 카나데가 마후유 쪽을 돌아봤다. 하지만 마후유의 시선은 어째선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마후유?"

"....."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저기."


마후유가 손가락으로 저 멀리 보이는 인영을 가리켰다.

익숙하면서도 활발해 보이는 핑크색 머리가 인상적인 소녀였다.


"저 얘는 마후유의 후배인 오오토리 씨였지?"

"...응."


마후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나데가 다시 물었다.


"혹시 신경쓰여?"

"...모르겠어."


다가가서 인사라도 할까 했지만 마후유의 대답은 그냥저냥이었다.

그냥 이대로 갈 길을 가려던 둘에게 먼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마후유 선배! 카나데 짱!"


먼 발치에서도 이 쪽을 눈치챘는지 에무가 재빨리 두 사람 앞으로 뛰어왔다.

놀란 둘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선 채 얼어붙었다.


"에헷, 안녕하세요! 어디 가시던 길이셨나요?"

"아, 잠시 편의점에 가려던 참이었어."

"편의점이요?"

"응. 컵라면이 다 떨어져서..."


카나데가 쓴웃음을 지었다. 마후유는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에무가 그런 둘은 보더니 둘에게 신기한 제안을 해 왔다.


"혹시 저녁 드셨나요?"

"응? 아니, 아직인데..."

"그럼 같이 드시지 않으실래요?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카나데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마후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침묵하던 마후유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긍정의 제스처였다.


"알겠어, 잘 부탁할게 오오토리 씨."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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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에무를 따라 둘이 도착한 장소는 새로 지어진 곳으로 보이는 한 포장마차였다.


"라멘집?"

"네! 사실 최근에 생겼는데 무척 맛있다고 다들 칭찬을 해서... 같이 먹어보면 어떨까 했어요!"


카나데가 고개를 들어 포장마차의 간판을 확인했다.


'이름이... 굉장히 신기하네.'


그 독특한 이름에 감탄하며 세 사람이 포장마차에 발을 들였다.

곧바로 안에서 점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손님인가?"
































































"그래서 주문은 뭘로 할 거지?"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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