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스미자카 여학교.

이 학교에는 여러 부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중에선 사육위원회라는 것이 존재한다.


사육. 무언가를 기를 때 쓰는 이 표현은 오늘날에 와선 셐붕이(?)라는 이들 사이에선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지만 그 근원적인 뜻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무언가를 기른다.

무언가를 키운다.

보다 근본적인 의미. 


그런 의미를 담아 지어진 이 부는 오늘도 여러 여고생들의 활동으로 활발하게 돌아가던 중이었다.


장엄하게 지어진 작은 우리. 그 우리에 낯익은 소녀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릇을 내려놓은 뒤 사료를 담은 소녀가 조심스레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다들 잘 먹는구나~!"

"응. 오늘도 기운차 보이는 것 같아."


나눠준 사료를 토끼들이 암냠냠 씹었다. 그 귀여운 모습에 두 사람이 저절로 미소지었다.

소녀들이 토끼들을 쓰다듬으며 간지럽히고 작게 웃었다. 그 토끼의 모습이 실로 꽤씸하고도 부럽기 그지없다.


두 소녀의 이름은 하나사토 미노리, 그리고 아즈사와 코하네다.

느긋하게 동물들을 구경하던 둘이 뒷정리를 끝내러 일어섰다. 주변 청소를 끝내고 보고를 하러 돌아가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이 뒤에는 각자의 스케쥴이 있었으니 마냥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을 목 빠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그렇게 수 분 후.


탁탁.

가볍게 손을 턴 두 사람이 가볍게 청소를 마쳤다. 


"코하네짱, 도와줘서 고마워!"

"으응, 이 정도는 얼마든지 괜찮아."

"으응, 시호짱 대신 도와주러 온 거잖아!"


오늘 일이 있어 불참한 시호 대신 코하네가 대타로 협력하게 되었다.

미노리는 갑작스런 도움 요청에도 흔쾌히 받아준 그녀에게 다시금 감사인사를 했다.


"그럼 이제 돌아갈까?"

"응, 아 그러고 보니..."


미노리가 저 한 구석에 놓인 창고로 시선을 향했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도구들까지 가져다 둬야 하는데..."

"응, 그럼 빨리 가자!"


조심스레 말한 미노리와 달리 코하네는 문제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미노리가 다시 밝게 미소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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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되게 어두운 걸."


가끔 창고에 온 적은 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어두운 느낌이다.

바깥은 분명 아직 낮임에도 불구하고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공간은 그야말로 어두컴컴했다.


"그러게... 아, 이쪽 상자에 두면 될까?"

"응, 그건 그 쪽 상자에..."


담아주면 돼, 라고 말하려던 미노리의 말이 끊겼다.


"미노리짱?"

"...아, 미안해. 처음 보는 종이가 있어서."


미노리가 고개를 돌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손엔 어느새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저건?'


종이 쪽을 보고 있던 코하네의 시선에 문뜩 위화감이 생겼다. 그 이유를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미노리의 손 부근, 그 근처에서 잠시나마 빛이 번뜩인 기분이 들었다.

호기심이 생긴 코하네가 미노리에게 다가섰다. 다가선 코하네가 미노리에게 물었다.


"그 종이는 뭐야?"

"으음... 모르겠어. 누가 정리하러 왔다가 떨어뜨린 걸까?"


의문 가득한 표정,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두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법 시간이 오래 지난 종이 같아 가볍게 종이를 털었더니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Anfang(세트)?"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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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체 뭘 쓴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