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이 깔린 어느 날 저녁.

북적이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 찬 거리. 그 곳을 한 소녀가 거닐고 있었다.


"좋았어~! 이 정도면 충분히 산 거 같네!"


미즈키의 두 손에는 쇼핑백이 가득 들려있었다.

방금 전까지 여러 옷 가게를 돌아다니며 팟!하고 느낌이 오는 것들을 찾아다닌 탓이다.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수 시간이 지나갔다. 분명 집에서 외출하러 나간 건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을 텐데 벌써 깜깜한 저녁이라니.

그 사실을 깨달은 미즈키가 아하하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후련한 기분만이 남았다.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도로길을 따라 양쪽에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가득 보였다.

아까 전에 봤던 옷 가게에 액세서리 가게들. 그 외에도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자그마한 카페 등등.

눈길을 잡아끄는 것들이 수두룩한 와중 미즈키의 시선을 잡아 끄는 한 소녀가 있었다.


"어라...? 뭔가 낯이 익은데..."


벤치에 기절한 듯이 앉아 있는 소녀. 어디서 본 것 같은 이질감을 품으며 그녀가 소녀에게 다가섰다.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야 미즈키는 소녀가 누구였는지를 떠올려냈다.


"아, 분명 루이랑 같이 쇼를 한다고 했던..."


분명 이름이 쿠사나기 네네... 였던가. 근데 왜 여기서 기절해 있는 거지?


그런 사소한 의문을 품은 채 미즈키는 네네의 주변을 살폈다.

혹시 같이 온 다른 지인이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듯하다. 뭔가 따로 짐이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이 늦은 시간까지 누군가와 같이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


"흐음... 루이에게 연락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곧장 접었다.

정확한 정보도 사실도 알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멋대로 행동하는 건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칠 가능성도 있다. 우선 깨어난 다음 묻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

잠시 옆에서 기다려 볼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옆에 앉으려는데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


"에~? 하필 지금? 운이 없네..."


그녀가 성가시단 표정을 지었다. 이 상황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양손에는 짐이 가득한 데다가 기절한 걸로 보이는 지인의 친구까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 주면 좋겠는데... 하지만 역시나 소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쿠르릉!


한층 더 비가 거세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변에 보이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비 피할 곳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미즈키는 주변을 한차례 둘러본 뒤, 일단 소녀를 데리고 비를 피하기로 결정했다.


"...근데 어디로 가야 하려나."


자신의 집으로 가기에는 조금 힘들다. 짐이 많은 데다가 거리도 꽤 있었으니 소녀를 데리고 거기까지 가는 건 어려웠다.

그렇다면 역시 루이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다 판단한 미즈키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루.


발신음이 계속 가고는 있지만 상대는 받지 않았다.

이럴 때 또 타이밍이 나쁘게 작용할 줄이야.


"끄으응."


이 이상 비를 맞고 있으면 감기 걸릴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미즈키는 네네를 들쳐 메고서 비 피할 곳을 찾으러 나섰다.


'뭐 조금 있으면 그치겠지?'


갑작스레 내린 비인 만큼 그럴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하며 그녀가 한 건물 내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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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그칠 기미가 안 보이는데."


건물 내로 들어온 지도 벌써 30분 정도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비는 거세게 몰아쳤다. 그것도 모자라 이따금씩 번개 치는 소리까지 들렸다.


"하아... 이래서는 내가 집에 돌아갈 걱정부터 먼저 해야겠는데."


끙끙대는 머리를 부여잡고 미즈키가 고민했다.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가장 이상적이며 합리적인 행동인가.

그걸 생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현 상황에서 생각을 정리한 다음 행동하는 건 그녀에게 있어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즈키는 곧바로 지도를 검색해 주변 시설들을 훑었다.


"아, 있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았다. 지금 있는 건물에서 조금만 옆으로 가면 바로 나오는 위치다.

그녀가 소녀를 다시 둘러멨다. 짐들은 나머지 한 손 쪽에 전부 모은 상태로.


"읏차."


수 분 정도 후, 목적지에 도착한 미즈키가 건물 안으로 인사하며 들어갔다.


"두 명이요."


그녀가 들어간 건물에는 '러브호텔'이라는 간판이 떡하니 붙어 있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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