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저녁, 착한 아이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 시간.


사삭, 사사삭!


나쁜 아이를 꿈꾸는 소년 소녀가 모여 놀이공원에 숨어들었다. 

잽싸게 기구를 가림막삼아 내부에 슬그머니 잠입한 그들이 숨을 고르며 한 자리에 모였다.


"일단 오라고 해서 왔는데... 대체 무슨 일이야?"


심야 12시다. 쿨쿨 꿈나라에 가야 할 시간.

그런 시간에 자신이 왜 여기에 온 건지 모르겠다며 네네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나도 루이가 은근슬쩍 이상한 좌표랑 사진을 보내서 걱정이 되서 온 거다만... 네네 너도인가."


심상찮은 표정으로 츠카사가 표정을 구겼다. 

질 나쁜 장난이라 여기고 넘어가고 싶었지만 이 시간에 불러낸 건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미 벗어났다는 뜻.

불길한 예감을 곱씹으며 츠카사의 턱이 딱딱 부딪혔다.


끼익.


네네와 츠카사가 스산함에 고개를 돌리자 동료 두 명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여어, 츠카사 군! 그리고 네네! 좋은 새벽인걸!"


"좋은 새벽...은 무슨! 이 쪽은 잠들 예정이었단 말이다! 착한 아이라면 12시 전에 자야 한다는 것도 모르는거냐!"


"오야? 그런 말을 믿다니 츠카사 군도 순수한걸?"


"크윽...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냐? 에무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괴팍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츠카사가 꾸깃꾸깃 물었다. 자신이 여기 온 이유와 그 전말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약 1시간 전, 그가 받은 메시지에는 에무가 긴급 도움 요청을 보냈다며 그 위치를 특정했으니 1시간 내로 올 수 있다면 와 달라는 요청이었다.

심야에 불러내는 이상한 일에 어쩔 수 없이 응한 것도 그 탓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유 없이 이 시간에 불러내는 돌덩이는 없을 테니.


"맞아, 에무 군이 도움을 요청했어. 이걸 좀 봐 줄래?"


루이가 한 장의 지도를 꺼냈다. 놀이공원 내부의 전체적인 위치와 장소가 표기된 지도였다.

그 중 몇 곳에는 줄까지 그어 놓으며 표시된 좌표가 있었다. 좌표 위에 써진 글귀에 츠카사가 눈을 부릅떴다.


"잠시만... 설마 에무가 여기에 있다는 거냐?"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츠카사가 가리킨 장소는 지하 유적이었다. 듣도보도 못한 장소가 나오자 입이 크게 벌어졌다.


"맞아, 에무 군이 놀이공원 지하에 이런 게 있을 줄은 몰랐다면서 먼저 슬쩍 보러 갔다가 소식이 끊겨서 말이지."


"에무는 무사한 거야!?"


네네의 목소리가 커졌다. 상황이 장난이 아니란 걸 깨달은 걸까 목소리에는 급박감이 묻어나왔다.


"응, 본인이 직접 연락을 해 왔어."

"연락을 본인이 했다고? 어떻게 말이냐? 뭔가 암호라도 발견된 거냐?"

"아니 평범하게 문자로 왔는걸?"

"문자?? 지하 동굴에서 전파가 터져?"

"그런 모양이야."


의아한 점 투성이었지만 하나하나 짚으며 넘어가기엔 머리가 아파왔기에 츠카사는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그런데 왜 루이 너한테만 메시지가 온 거냐?"

"글쎼. 최근에 휴대전화를 조금 개조했는데 그 탓일지도 모르겠어."

"......"


네네도 할 말을 잃은 채 루이를 쳐다봤다. 식은 눈길로 네네가 루이에게 물었다.


"그럼 왜 우리까지 부른 거야? 다른 사람들을 부르는 게 낫지 않아?"

"늦은 시간이다 보니 문제가 커지는 걸 피하고 싶은 모양이야. 경우에 따라서는 내일 개장 시간이 늦어질지도 모르고 말이지."

"? 그럼 우리는 왜 부른 거냐?"

"그야 재미있을 것 같아서지!"

"에라이."


결국 혼자 가는 것보다 희생양(?)이 있는 게 좋아서 그런 거란 소리였다. 네네가 질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상황은 대충 정리됐다. 네네가 지하 유적에 갇혔고 지금부터 조용히 에무를 구출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심플해서 이해하기도 쉬웠다.


셋은 그렇게 지하 유적의 입구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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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지하 유적의 입구(?)로 추정되는 장소.

헛숨을 들이키며 츠카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 만큼이나 눈앞에 보인 장소는 특이했다.


"...이런 장소가 있었다니. 이게 알려지면 여러모로 시끄러워지겠군."


저벅저벅.


손전등으로 비춘 벽과 바닥에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 옆마다 자그마한 조각상들이 놓여 있는 모습은 흡사 제단을 연상시켰다.

고요함 그 이상으로 괴이함이 느껴지는 장소. 호러스런 분위기가 넘실거리는 주변 분위기는 남모르는 사이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탁, 탁.


물방울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 주변을 조심조심 살피며 가고 있는데 갑자기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


"이건..."


"에무일까?"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서둘렀다. 물론 발밑을 주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심스레 따라 들어간 거대한 방, 셋이 방에 들어간 그 순간 벽면에 있던 횃불들에 잇따라 불이 붙었다.


화앗, 화르륵!


갑자기 주변이 밝아진 탓에 눈이 부셔 셋이 눈을 감았다. 감은 눈이 차츰 뜨이자 거대한 공간 중심에 서 있는 한 명의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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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상한 걸 써버리고 말았다.

위 짤들은 예전에 써보고 싶었는데 의도치 않게 쓰다가 떠올려서 쓰게 됐음.

그래서 에무는 어딨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