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이 불길하게 인다

멸망은 절망하고 사람은 다가온다


다 잿빛 기억이 되고 보니

남은 건 그 위에 홍련화더라


다 검은 천에 싸이고 보니

남은건 그 위에 홍련화 뿐이다


홍련화 위를 거닐며

죽음은 신음하고 사람은 다가온다


그 홍련화가 이제 오던 

아니면 아니 오던

상관이 없다


남은건 이제  잿가루뿐이기에

이제 남은건 검은 천뿐이기에

시인은 절망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