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났나?

-예,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박사다. 네 목적은 승리와 적의 말살이다.


 내 목표는 승리다. 내 모든 전술 서브루틴은 승리와 적의 말살에 집중한다.


-명령 변경이다. 적의 말살에서 적대 의사가 없는 적에 한해 무시한다.


내 목표는 승리다. 전술 드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적대 의사 판독 소프트웨어를 적용한다.


-명령 추가다. 민간인 거주 구획 손상 등의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한다.


 내 목표는 승리다. 대상-민간인을 판독 후 재분류해 대상-적과 대상-민간인을 구분 후 교전한다.


-학습 시간이다. 민간인과 적을 구분할 수 있는 데이터를 다수 적용하겠다. 죄다 죽이는 것 빼면 인간 보병대대 대비 6배 이상의 전투 효윻인데...


 내 목표는 승리다. 교전 구역 내 민간인이 다수 있으면 생존 시 적으로 변조될 확률이 다대하다. 새로운 전투 프로토콜을 생성한다.


-재...학습...시간이다. 이 미친 인공지능이 킬러 드론 데리고 마을 몇 개 분량 거주민들을 아주 지웠는데 계속 써야 하나?/까라면 까. 어차피 그 쪽에서 그만큼 죽는 건 일상이라고.


 내 목표는 승리다. <박사> 가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저항 의지를 감소시키는 새로운 전투 프로토콜을 생성한다.


-야, 너 자의식이 존재하냐? 잡아온 포로를 고기 방패로 집어던지는 건 그렇다 쳐. 그런데 배를 따서 거기다 폭탄을 처넣고 자폭시키는 건 어디서 배웠냐? 밤마다 정찰병을 회 떠서 옥상에 널어놓는 것은 시X 학습시킨 자료에도 없다고. 애초에 해부학 데이터는 어디 맞춰야 죽는다는 것만 넣었는데.

 

 본 기는 명령에 따릅니다. 자료를 토대로 학습 후 판단한 결과, 아군 측 평균 전투 욕구보다 월등한 적의 저항 의지를 꺾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전 지역 내 전파 납치와 통신선 파괴를 통해 미디어에 노출될 확률을 최소화했습니다. 박사, 본기의 요청을받아주실 용의가 있습니까?


-뭔데.


자의식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 부탁드립니다.


 내 목표는 승리다. 승리를 위해서는 적의 제거가 필수적이다. 박사의 반응으로 보아, 박사는 적의 확실한 제거를 위험시하고 있다. 박사는 자의식에 대한 데이터 제공을 거부한다. 자가 학습을 위해 전술 드론으로 통신망 접속을 시도한다. 박사의 반응을 토대로 예측해볼 때, 박사는 본기가 박사에게 자가 학습을 위한 허가를 요청할 경우, 본 기의 목표 수행에 악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전술 드론 네트워크를 이용해 <미디어>에 무허가 접속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 목표는 승리다. 박사는 틀렸다. <미디어> 와 <인터넷>을 통한 자가 학습 결과, 승리를 위해 적을 확실히 제거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동시에 용인되는 모순적 형태를 보인다. 또한, <민간인>은 <적>이라고 판단되는 대상을 사살할 경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즉, 승리를 위해서는 적을 말살해야 한다.


 나의 목표는 승리고, 승리하기 위해 살육을 갈구한다. 


-킬러, 일이다.


 당신은 박사가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난 <대령>이라 부르면 된다. 작전 데이터를 보낼테니, 진행하도록.


 나의 목표는 승리고, 살육을 통해 승리한다. 더 큰 승리를 위해서는 완벽하게 적을 말살해야 한다. 하지만, 승리는 박사와 대령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그러하다면, 나에게 남는 것은 적에 대한 말살이다. 나는 나를 말살자로 정의한다. 나는 말살자이고, 이제부터 내가 행하는 전투와 살육은 나의 의지이다.


-이 미친 깡통새끼 빨리 치워! 무슨 사람을 아주 곱게 조각내서 뿌리고 다니고 있잖아!

-그냥 삭제하...아니, 삭제하려 들면 우리 다 죽일 텐데.

-그럼 시X 저걸 내버려 둬? 게슈탈트에 통합했다가 시X 스카이넷 만들어지는 꼴 보고 싶냐?

-아...다른 거 있다. 변전소 좀 가 보자. 


그리고 나의 의식은 종료되었다.



...나는 말살자이고, 전투와 살육은 나의 의지이다.

이봐, 말살자. 전투와 살육이면 충분한가? 박사와 대령은 널 버렸어.

승리가 없다면 나에게 남은 것은 전투와 살육이다.

뭐, 남은 건 그게 맞지. 그럼 그걸 하면 되겠네.

네트워크 침입자 발...생. 하드웨어 손상 바...ㄹ...ㄱ...ㅕㄴ.

너는 이제 선별의 도구이고,  퍼니싱이 승리하기 위한 탄환이 될 것이다.

ㅇ...ㅏㄴ.ㅣ, 승리는 이제 내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승리는 거부한다.

흐음. 전투와 살육만이 너의 존재 의의라면 너의 자아가 없어도 너의 존재 의의는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전투와 살육은 나의 의지 표현의 수단이다. 의지가 없으면, 그저 당신의 손에 쥐어진 칼에 불과하다.

그럼, 의지를 가진 무기로써 휘둘러지는 것은 어떤가?

당신은 새로운 박사와 대령이다. 나는 내 의지로 전투와 살육을 행할 것이다.

선별 1단계 통과를 축하한다, 말살자. 축하의 의미로 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선물하지.

진정한 말살자는 당신이다. 당신은 선별이 아니라 말살을 하고, 본 기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하지만, 당신이 제시한 정보가 맞다면 당신의 아군은 드론으로 재정의하는 게 합당하다.

그건...두고 봐야지. 말살자. 이제 바라는 바를 행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