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구 째의 감염체 신호가 꺼지면서 주변은 잠시 적막에 잠겼다.

상처 투성이인 루시아는 감염체의 잔해 속에서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루시아

지휘관...주변 상황은 어떤가요...?


지휘관

감염체가 아직 이쪽으로 오고 있어...


루시아

그런가요...



루시아는 공허한 눈으로 눈앞에 흔들리는 불똥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시아

지휘관, 이번 작전에서 지휘관에게 지급된 혈청...몇개 남았죠?


지휘관

...사실, 아까 주입한 혈청이 마지막이였어.


루시아

...역시 제 계산대로네요.

전, 지휘관이 혈청을 사용하셨을 때부터 시간을 재고 있었어요.

마지막 혈청을 주입한 이후로 약 42분 정도...

면역 혈청이 없으면 인간인 지휘관은 이 오염 지역에서 버틸 수가 없어요.

아직 까마귀 소대의 지원도 오지 않았고...결국 제가 지휘관에게 시간을 벌어들일 수 밖에 없겠네요.


하지만 통각 신호가 방해가 되요...

지휘관, 제가 싸울 수 있게 통각 신호를 차단해주세요.


지휘관

.......


루시아

...왜 머뭇거리시나요, 제 의식이 기체에서 영원히 이탈하는 걸 걱정하시는 건가요?

...지휘관은 항상 그런 걸 신경쓰시네요.

괜찮아요, 지휘관과 제 의식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으면 의식 유지가 가능할 거에요.

제 독단적인 결정에 대한 처분은, 기지로 무사히 복귀한 다음 해주시겠어요?



<루시아의 통각 신호를 차단한다>


시스템

권한자의 허가가 나왔습니다, 신경 파라미터를 리셋합니다.

의식의 바다 이탈계수 상승률 0.021%...


루시아

잠깐만요, 지휘관! 주위의 적이 갑자기...!


시스템

지각 시스템 초기화-

구조체 [루시아] 셧다운.


감염체

해체...재구축...!



루시아가 재부팅 될 때 까지 루시아를 지켜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밖에 없어...!


<감염체에 총구를 겨눈다.>



감염체

인간....! 제거어어어어...!!!!!!!!!


<발포>


감염체의 몸은 총알에 관통당했지만, 감염체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감염체의 팔에 장착된 칼날이 하늘 높이 치솟은 뒤, 빠르게 낙하하기 시작했다.


종이 한장 차이로 가까스로 피한 뒤, 돌려차기를 이용해 감염체의 머리를 파괴했다.


감염체의 몸은 실 끊긴 연처럼 날아가 힘없이 쓰러졌지만,

아직 남은 감염체의 수는 절망적이였다. 

감염체가 천천히 거리를 좁혀온다...



루시아

지휘관에게...다가올 생각 집어치워...!


시스템

구조체 [루시아] 초기화 성공, 재부팅 완료했습니다.


루시아

현 상황 보고, 루시아. 전투에 복귀하겠습니다!

지휘관, 이제 괜찮아요. 제게 맡겨주세요!

감염체

-!!



통각을 차단한 루시아는 자신을 옭아메고 있던 족쇄를 푼 것처럼 전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감염체는 마치 분쇄기에 들어간 것 처럼 파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많은 감염체들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이러다간....!


그 때, 누군가와 통신이 연결되었다.


시스템

통신 신호 접근중...


리브

지휘관, 루시아! 여긴 준비 끝났어요!

빨리 근처로 피신해주세요!


시스템

경고 - 극 고밀도의 에너지 방출이 검출되었습니다.


루시아

지휘관! 엎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