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완벽주의

그의 말 하나하나에는 허세가 없으며, 적 앞에서는 마치 겸손한 태도를 지닌 스승 같았다.



눈 앞의 거대한 몸집이 무수한 잔해로 변해, 바닥에 흩어졌다. 튼튼한 양팔에서 무수한 신경과 부품이 떨어졌고, 공중정원 생산 태그가 붙어있는 것도 있었다.



크롬:……



카무이:감염체로 이렇게 미간을 찌푸리는거면 너같지 않다고, 대장.



크롬:……그들은 이미 감염체죠.



승강장의 꼭대기에서 갑자기 한 사람의 박수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세 사람은 고개를 들어, 가브리엘이 가장자리에 서서 박수를 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가브리엘:만약 너희같은 강자로 이곳에 남고 싶다면, 승격 네트워크에 자신의 힘을 공헌해라, 난 그 분도 너흴 수용해주실 거라고 믿는다.



카무이:난 이런 수용엔 관심 없어.



반즈:휴가가 일주일에 7일이라면, 생각 해볼게.



카무이:야?



반즈:아무튼……모두 휴가면 좋아.



크롬:……



동료들은 떠들썩하게 조금도 의외가 아닌 대답을 하였다, 이런 사람이 곁에 있어, 대장인 크롬은 이제야 살짝 미소를 띄었다.



크롬:그럼, 대답은 들었겠죠, 저흰 이 곳에 남지 않을것이고, 그 대행자의 수하도 되지 않을겁니다.



가브리엘:너희가 내 호의를 거절했으니, 이 깊은 구멍 속에서 적조의 양분이 되어라.



승강장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주위의 퍼니싱 농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카무이:잠기겠어! 난 물고기가 되고 싶지 않다고, 대장, 빨리 구명 밧줄을 꺼내!



가브리엘은 플랫폼 꼭대기에서 싸늘한 눈으로 방관했다, 마치 세 사람이 공중에서 피하기 힘든 그 순간을 조용히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가브리엘에게 공격 당하는 것이 직접 적조에 잠기는 것보다 더 합리적이다.



크롬은 다시 밧줄을 꺼내, 신속히 동료들을 잡고 위로 뛰어올랐다.



가브리엘이 밧줄의 연결부를 공격하려는 그 순간, 말로 하기 힘든 위압감이 위쪽에서부터 전해져왔다, 그는 두 걸음 물러서고, 옆에 서 있는 회언과 함께 위압감이 전해져오는 방향을 향해 경례를 했다.



???:공중정원의 사람도 왔나 보군요.


크롬의 시선 위에, 검은색 코트를 걸친 한 남성이 승강장 가장자리에 나타났다.



가브리엘:잠시 시간을 주십시오, 그들을 처리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당신이 이렇게 오랫동안 처리하게 만든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가브리엘:죄송합니다, 제가 질질 끌었군요.



그는 밧줄에 매달린 돌격매 소대를 훑어보았다, 그들은 다시 위로 한 걸음 가, 다음 행동을 할 것 같았다.



회언:가브리엘 씨는 제가 전투 연습을 하게 하려고, 이 사람들을 내게 남겨준 것 뿐이에요.



회언은 여전히 예의바르고 냉담한 모습이었다, 마치 그녀 앞에 있는건 웃어른일 뿐이며, 위압으로 가득한 대행자가 아닌것 같았다.



???:연습의 결과는 어떻죠?



가브리엘:그들의 역량은 그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매우 가깝습니다, 회언이 이겨낼 수 없는 것도 그럴만 합니다.



???:오……그 소대란 말이죠.



그는 흥미가 가득한 웃음을 지었고, 진지하게 앞에 있는 사람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당신의 추천을 책임질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는 높은 곳에 서서, 가브리엘에게 손을 흔들었다.



???:좋아, 가서 당신 자신의 손님을 접대해주세요, 그녀가 당신을 찾으러 왔습니다.



가브리엘:……그녀군요.



???:네.



???:당신의 기체는 제가 강화시켰습니다, 당신을 만난 그 때처럼, 그녀에게 쫓겨 궁지에 몰리지 말아주십시오.



가브리엘:당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본·네거트 씨.



크롬:이 이름……그 작가십니까?



그 본·네거트 라 불리는 그 대행자는 크롬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그들에게 검지를 세워, 입술쪽에 대며 '쉿' 하는 손짓을 했다.



본·네거트:이건 비밀입니다.



그는 몇 걸음 물러나, 그들에게 '요청' 의 동작을 했다.



본·네거트:올라오세요, 밧줄에 매달려 있는건 제가 손님을 대하는 방식이 아니니.



세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걸 보고, 그는 사람들을 마음 놓게 하려는 듯 약간의 웃음을 지었다.



본·네거트:설마 당신들은 제가 당신들이 넘어갈 때 무언갈 하려는걸 염려하는 건가요?



크롬:……



본·네거트:그럼, 부탁하죠.


세 사람은 밧줄을 따라 재빨리 승강장 꼭대기까지 뛰어올랐다, 본·네거트는 다시 한 번 그들에게 요청의 손짓을 하였다, 마치 위엄은 있지만 상냥함을 잃지 않은 장원 주인 같았다.


본·네거트:제 임시 거점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원래 알파가 가브리엘이 말했던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이곳으로 끌어들일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온 건 여러분들뿐이라곤 생각도 못했군요.



본·네거트:하지만, 가브리엘도 여러분의 역량에 대해 긍정을 표했으니, 저도 그의 안목을 믿고 싶군요.



크롬:알파? 당신은, 루나의 수하에 있는 그 승격자를 말하는 겁니까?



이 이름을 듣고, 크롬의 손 안이 약간 화끈거렸다, 만약 알파도 이곳에 있다면, 루나도 그녀와 함께 있을 가능성이 높다.



루나의 행방을 찾을 수 있다면, (이름)이 짊어진 의심이 다소 감소될 것이다.



본·네거트:오? 보아하니 당신은 그녀의 정보에 관해 많이 알지 못한가 보군요.



임무가 시작되기 전, 크롬은 승격자들에 관한 자료를 손에 넣었다, 알파와 관련된 정보 페이지에선, 루나의 수하인 승격자란 표기 외엔, 두 사람은 자매라는 것 외에도, 붉은 글씨로 그녀의 전투력을 경고했다.



만약 이렇게 강한 승격자가 그들을 없애려고 한다면, 적을 깊숙히 유인할 필요는 없을터인데, 어째서 알파는 이렇게 하는가?



본·네거트는 크롬의 염려를 간파 한 듯, 루나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본·네거트:아주 오래 전, 저는 루나를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죠.



본·네거트:그녀는 우수한 대행자였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승격 네크워크가 그녀에게 수여한 책임을 모두 성실히 수행했으니 말이죠.



본·네거트:그 뿐만 아니라, 초기에 선택된 대행자로서, 그녀는 승격 네트워크의 진화를 목격했습니다.



크롬:승격 네트워크의 진화……현재의 승격 네트워크가 이전보다 더 강해졌단 건가요?



본·네거트:네, 더 강해질 뿐만 아니라, 대행자에 대한 권한도 더 까다로워졌죠.



본·네거트:비록 탐구할 때의 이념과 추진할 때는 다르지만, 그녀를 개척자의 신분으로서 공로를 부정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본·네거트:그래서, 어찌됐든 저희 모두 루나에게 감사해야 하죠.



본·네거트:비록 그녀가 현재 대행자의 자격을 잃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더라도……



본·네거트:하지만 선배 중 하나로서, 승격 네트워크 진화 보조 외에도, 그녀는 우릴 대신하여 인류의 화력을 유인해, 이후의 대행자가 그들의 시선 밖에 숨게 해주었습니다.



크롬:화력을 유인?


크롬:당신은 공중정원이 계속 루나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하는건가요?




본·네거트:물론이죠, 루나 양이 공중정원의 눈 앞에서 대행자가 된 이후로, 인류는 여지껏 대행자에 대한 야망을 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크롬:만약 대행자가 정말로 당신들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강하다면, 어째서 인류의 추살을 두려워 하는거죠?



본·네거트:당신은, 지구가 인류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는가요?



본·네거트:대부분의 인류 모두 별에 둥지를 틀고 바이러스같이 증식하고, 삼키고, 오염하며, 파괴하죠, 그들은 언제나 잔인하고 교활한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게다가 틈만 있으면 파고들죠.



본·네거트:바로 그런 사람이 영점 원자로의 참사를 야기했고, 퍼니싱도 그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본·네거트:그 뿐만 아니라,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지구가 인간들 속 그러한 존재 때문에 멸망될 뻔 한게 이미 수 차례 있었고요.



본·네거트:역사를 통틀어보지 않더라도, 전 여러분도 분명 수많은 인류가 가지고 온 재앙을 몸소 겪었으리라고 믿고있습니다.



본·네거트:그래서, 저흰 대선별을 추진해야만 하죠, 이런 사람이 역사의 그림자 속에 묻히게 해야 하며, 이래야만, 세계가 엄동을 넘어, 다시 따뜻한 봄이 오는 그날을 맞이합니다.



그는 마치 습관화된 사소한 일을 진술하듯, 손을 폈다.



본·네거트:대선별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을 때, 온 세상은 그런 소질을 가진 인간을 두려워했고, 대행자도 물론 신중히 조심하게 행동해야만 했죠, 안그런가요?



그는 태연한 기색으로, 당당하고 차분하게, '그런 소질의 인간을 두려워해야한다' 고 말하지만, 얼굴엔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치 이미 온갖 일을 겪은 교관처럼, 사람들 속에 서서, 평온한 어투로 그의 경험담을 나누었다.



본·네거트:설령 대행자라 할지라도, 끊임없는 보완, 학습과, 개선은 필요하죠.



본·네거트:더닝 크루거 효과가 말하는 것 처럼, 사람은 본인이 부족한 점이 있다는걸 깨달아야, 비로소 진보의 길에 발을 디디기 시작하여, 진정한 완벽을 향해 나아가죠.



그의 말 하나하나에는 허세가 없으며, 적 앞에서 겸손한 태도를 지닌 스승 같았다. 하지만 크롬은, 이 겸손한 태도는 무슨 일이 발생 하든간에, 모두 힘을 들이지 않고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있다.



절대적으로 압도적인 힘을 가졌기 때문에, 그는 이와 같이 마음을 가라앉히며 적 앞에서 비밀과 약점으로 여겨지는 것을 담론 할 수 있었다.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면, 그건 그의 눈길이 수시로 무의식적으로 카무이의 허리 부분을 훑어보는 것이다.



크롬:…………



이 부자연스러움이 무엇에서 나오는건지 확인하기 위해, 크롬은 본·네거트의 말을 들으며, 눈을 아래로 해, 고개를 약간 카무이를 향해 기울였다.



방금 싸울 때 동작이 너무 큰 듯 하여, 허리의 전술 벨트 고리를 풀었다.



……그래서란 말인가?



본·네거트:대행자로서, 저와 함께 선별을 추진 할 수 있는 사람을 계속 찾고 있었죠.



본·네거트:하지만 어떤 사람은 첫 번째 선별 단계만 통과 할 수 있었고, 어떤 사람은 통과했을지라도, 더 이상 나아가지 않으려 했죠.



본·네거트:그들은 비록 충분히 퍼니싱 면역의 자격을 얻었지만, 새로운 날을 열 힘을 쥐지 못했죠.



얘기를 하는 동안, 본·네거트는 다시 한 번 눈길이 카무이의 허리를 향해 왔다갔다 했다.



이번에 크롬은 정확하게 그의 눈길이 떨어지는 곳을 포착했다, 정말로 풀어놓은 벨트 연결고리이다.



본·네거트:이런 사람은 제게 있어, 단지 연약하고 손상되기 쉬운 '알' 일 뿐이죠.



비록 적합한 시기가 아니지만, 적의 특징을 더 확인하기 위해, 그의 한 마디가 끝난 후, 예의를 갖추어 이야기를 끊었다.



크롬:카무이.



그는 몸을 돌려, 카무이의 허리 부분의 전술 벨트를 잡아 당겨, 풀린 연결고리에 묶었다.



카무이:이봐? 왜 이럴 때 이걸 신경 쓰는건데!



반즈:…………



이 장면을 보고, 본·네거트는 만족스럽게 크게 웃기 시작했다.



본·네거트:하하하, 섬세한 관찰이라 해야할까요 아니면 저와 같은 완벽 주의자라고 해야할까요?



본·네거트:가브리엘의 안목은 생각한대로 옳았군요, 당신과 마음이 맞을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본·네거트:그러므로.



본·네거트는 두 손을 벌리고, 유쾌한 태도로 세 사람을 세밀히 관찰했다.



본·네거트:여러분도 선별을 통과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우수한 씨앗은 모두 내일로 가는 길에 심어야 합니다.



크롬:거절하겠습니다.



본·네거트:조금도 의외 없는 대답이지만, 제게 이유를 말해주시죠.



본·네거트:어쩌면 우린 전쟁을 벌일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제가 하는 모든 일도 지구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기 위한 겁니다.



크롬:당신들의 미래만 속하는 거겠죠?



본·네거트:당신은 '당신들' 이란 이 단어를 어떻게 정의한거죠?




카무이:물론 감염체와 승격자지.



본·네거트:하……감염체, 승격자.



본·네거트:우린 모두 이전에 인간이였고, 이전에 구조체였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본·네거트:사람들이 도구로 여기던 기계도, 많은 경험으로 각성해서, 우리와 똑같이, 감정과 마음의 지혜를 가진 생명이 되었습니다.



본·네거트:수많은 해 동안, 우리의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생명 외에, 매우 많은 유해한 세균과 바이러스가 지구상에도 나타났습니다.



본·네거트:당신은, 퍼니싱 폭발 전에,  이 생명들은 어떻게 감염과 질병으로부터 살아남았다고 생각합니까?



크롬:……진화, 아니, 선별을 말하시는 겁니까?



본·네거트:맞습니다, 보아하니 당신이 그들의 대장인 것 같군요.



본·네거트:바이러스에 저항 할 수 있는 생명은 살아남아, 더욱 저항력을 가진 다음 세대를 낳죠, 그러나 쇠약한 자는, 언제 태어나든간에, 썩어서 대지의 양분이 됩니다.



본·네거트:생명은 선별의 과정중에서 진화합니다, 이건 지구 본래의 존재의 사명입니다.



본·네거트:지금, 감염체는 적조로 변하고, 새 생명을 낳게 됩니다.



본·네거트:그것은 '죽은 자' 의 양분으로부터 새로운 '생명' 을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퍼니싱, 승격 네트워크의 의지 입니다.



크롬:하지만 이런 '선별' 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을 버린다는걸 의미합니다.



본·네거트:사람은 본래부터 이렇게 잔혹했습니다, 바로 이렇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거죠.



본·네거트는 웃음을 지으며, 크롬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했다.



본·네거트:당신의 역원장치는 다른 사람들과는 약간 다르군요, 아주 흥미롭습니다.



본·네거트:아직도 발버둥치는 인류도 몇 사람으로 하여금 간혹 눈에 띄는걸 만들죠, 하지만 그 빛은 아주 작습니다, 여러분에게 승리의 가능성을 주기엔 아직 부족하죠.



크롬:이런 희망을 가진 이상, 저희도 그것이 어둠을 몰아낼 날까지 기다릴 겁니다.



본·네거트:기다린다라, 아주 좋군요, 기다린다.



본·네거트는 이 글자를 깊이 음미하며, 두 손으로 뒷짐지었다.



본·네거트:만약 퍼니싱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여전히 이 작은 것의 도움을 빌어 기다려도 좋죠.



본·네거트:지금 이런 여유를 가질 여지는 분명 없을겁니다.



크롬:인류도 멈추지 않을겁니다, 당신에게 선별을 통과할 수 없을거라 생각된 사람들도, 변하고 있습니다.




본·네거트:하지만 저는 그들이 고루한 모습으로, 제자리 걸음만 하는 것을 봤습니다.



본·네거트:과학 기술 방면의 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어떤 사람은 심지어 아직도 서로를 해치는걸 버리지 않았죠.



본·네거트: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문제 앞에서, 당신의 이 항쟁, 이 고집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그는 세 사람의 얼굴에 멈춘 시선을 거두며, 약간 실망한듯 고개를 숙였다, 어두컴컴한 하수도 공간에서, 어둠을 낳는 조명이 일정하지 않게 깜빡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