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따라오게 하는 건, 최고이거나 최악의 선택일 거야.

하지만 이 상황엔, 최악으로만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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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바늘이 6을 가리켰을 때, 눈이 떠졌고,

회색침대에서 일어났다.


이 방은 연구소와는 다르다, 새하얗지 않다. 대부분 회색 또는 검은색이다.

음악도 없다. 하지만, 창문을 통해 멀지 않은 곳에서 오는 새 지저귐을 들을 수 있다.




시계 바늘이 7에 닿았을 때, 구조체가 된 21호는 이제 씻을 필요가 없었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새로운 몸을 관찰했다. 매우 이상했다.


더이상 의료용 봇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의료용 봇은 여전히 옆에 있었다.

21호가 '그'를 조용히 바라봤을 때, 얇은 기계 팔을 흔들며 반응했다.

매우 신선했다.


시계 바늘이 8에 닿았을 때, 쿠로노의 직원들이 일을 시작했다.

21호의 방은 더이상 복도 끝이 아니었고, 

창문 앞에 앉아 21호는 서로 다른 색의 사람들을 보았다...

걸어다니는 구조체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검은 옷을 입었고, 몇 명만 매우 복잡한 색의 옷을 입었다.

다양한 색들이 특별한 무늬를 만들었다. 21호는 이 사람들을 관찰했다.


시계 바늘이 8과 9의 중간으로 왔을 때, 누군가 그녀의 방에 노크를 했다.


21호는 창문에서 일어나 문으로 갔다.

그녀는 그 소음이 더 크고 빨라질 때 까지도, 왜 문이 그런 소음을 내는지 몰랐다.




???

21호? 문열어!


21호

...문 열어?




쾅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진 문이 땅에 떨어졌고, 

문 앞에 서있는 굉장히 겁먹어 보이는 남자는 손을 들었다.

그의 뒤에서, 충분히 무장한 구조체 몇 명이 무기를 재빠르게 들었고

몇 개의 블랙홀 총구가 21호를 조준했다.




21호

......?




몇 분동안 교착 상태 후, 21호의 무표정을 바라본 겁먹은 사람은

이마의 땀을 닦았다.



쿠로노 조사관

좋아, 무장해제.

아합씨가 말하길.. 이 구조체는 일반 상식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좀 전에는 내가 단지 겁먹은 것 같아...



뒤의 무기들이 아래로 내려갔다.



쿠로노 조사관

결국, 그들은 관찰실 밖으로 그녀를 보낼 생각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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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합

그녀를 관찰실에 두는 건 무의미해.

그들이 원하는 건 21호가 쿠로노의 스타일에 최대한 빨리 적응해서

임무 수행에 참가하고, 그들이 쓸 수 있게 되는 거잖아.


쿠로노 조사관

하지만 그녀는 말 그대로, 너무 대단하고, 너무 위험합니다...


아합

만약 그녀가 뭔가 하길 원한다면, 관찰실로는 그녀를 막을 수 없어.


쿠로노 조사관

.....정말 그 사람에게 21호를 맡기실 건가요?


아합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위의 결정을 따라야지.

내게 결정권이 있었다면, 적어도 1년 반 동안 여기 있도록 했을 거야.

하지만 여기는 쿠로노지.


쿠로노 조사관

상부의 결정을 이해못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결국, 저희는 과학적인 연구에 실제로 참여하는 입장이 아니니까요.

이번엔 단지 가정교사일 뿐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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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관은 한 숨 쉬며 21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쿠로노 조사관

같이 가자, 오늘 네가 해야할 새로운 일이 있어.


21호

응, 21호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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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거절할게.


쿠로노 고위직

자네에게 선택권이 없네.


베라

웃겨, 내가 하기 싫어하는 걸, 강제로 시키실 생각?




베라는 비웃더니 책상 위에 그녀의 무기를 올렸다.




베라

내가 원하는 것, 전장에서 적을 멸하는 기회를 준다면,

당신을 위해 임무를 완수할 거고, 당신이 원하는 걸 가져다 줄거야.

하지만, 내가 당신을 위해 애 돌보기까지 해줄 필요는 없잖아?


쿠로노 고위직

그녀는 매우 특별해. 자네를 제외하면, 쿠로노에는 그녀를 제어할만한 다른 구조체가 없네.

그리고 그녀의 새 몸은 매우 강하다네, 자네에게 도전이라고 생각되지 않나?


베라

나를 도발하는 거야?


쿠로노 고위직

그녀가 싸우는 걸 본다면 한 숨 나올 걸.


베라

전장에선, 난 내 자신과 내 먹잇감만 보여.


쿠로노 고위직

다이달로스 사에서 자네가 초래한 실패를 잊었나?

자네가 수복한 정보는 불완전했고, 그 후유증으로 우리에게 많은 문제를 일으켰어.


베라

그 쓰레기장의 온전함에 그렇게 신경을 썼다면, 나를 보냈으면 안되지.


쿠로노 고위직

이건 협상이 아니라, 명령이야. 

자네는 아직 쿠로노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걸 잊지마.

나는 자네가 이 일을 거절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을 걸세.

...그녀가 오고 있어. 자네 손으로 구조한 구조체를 보고 싶지 않나?


베라

.....




창밖으로 그림자가 지나간 다음, 사무실 문이 밀려서 열렸다.





쿠로노 조사관

구조체를 데려왔습니다.


쿠로노 고위직

둘 만의 시간을 주도록 하지. 새로운 정체성을 소화할 수 있도록 말이야.




남자는 책상에서 일어나 방에서 나가 문을 닫았다.

방은 고요했고, 오직 두 구조체만이 남겨진 채 서로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21호

임무가 있나요?




베라는 짜증난 표정으로 21호를 바라봤다.




베라

널 거기 두고 왔어야 했어.


21호

...날 여기로 데려온 건, 당신이었어요.




21호는 그녀 앞의 붉은 구조체를 잊지 않았다.

그녀는 망설였다가 질문했다.




21호

기관에 무슨 문제가 있어요?

왜 저는 여기 있고, 전의 연구원은, 오고 있나요?


베라

....너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구나?




21호는 천천히 머리를 흔들었다.




베라

.....흠, 이건 해야하는 거니까, 날 무례하다고 비난하진 마.

네 이름은?


21호

이름?


베라

간단한 질문인데, 다시 말해줘야 하니?


21호

이름이.. 뭐죠?


베라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구나?

나는, 너를 뭐라고 불러야할지 묻고 있는 거야.


21호

21호.


베라

그냥 코드네임? 네 맘대로 해. 잘 들어, 21호.

그들이 나한테 너를 맡겼으니까, 지금부터 너는 내 명령에 반드시 따라야해.


21호

왜요?


베라

내가 널 구해줬으니까. 나 아니었음 너는 찌그러진 철과 쓰레기 속에서 썩고 있을걸.

내 말을 듣지 않을 거면, 즉시 널 부러뜨려줄게. 부서지고 싶니?



21호

.....21호...부서지고 싶지 않아요.....


베라

당연히 그러고 싶지 않겠지. 네가 새로운 몸을 얻게된 건 모두 다 내 친절함 덕분이야.

넌 살아있다는 걸 항상 나한테 고마워해야해, 아가야.

내 말에 복종하면, 내가 도와줄게. 하지만 내 명령에 불복하면, 후회하게 될거야. 약속할게.


21호

21호, 이해했어요.



베라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악의적인 웃음을 지었다.



베라

그럼 우리의 첫번째 임무로 가보아요, 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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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라, 최근에 보모가 됐다면서? 신병들을 받기 시작한 건가?




쿠로노의 로비로 걸어오는 길에, 몇 명의 구조체가 베라 앞을 막아섰다.




베라

꺼져.


???

와, 여전히 아주 화끈한데.

불쌍한 꼬마, 그녀가 네 무용담을 들었던 적이 있는지 궁금하군.


베라

당장 싸우고 싶은 거라면, 못할 것도 없지.




베라는 그들을 쳐다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베라는 항상 혼자였고, 그녀의 반항적인 광기는 오랫동안 쿠로노의 다른 구조체들의 불만을 샀고,

다른 구조체들은 종종 베라의 과거와 베라가 팀원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사실로 그녀를 도발했다.



???

어쨌거나, 넌 이제 걷잡을 수 없어. 네 팀원을 죽일 사람은 우리가 아니거든.


베라

너는 네 팀 동료가 죽는걸 바라나보네... 어떻게 해야 지금 내가 널 만족시킬 수 있을까?





베라는 허리춤의 칼을 뽑아 그녀의 손에 쥐고 미소지었다.




베라

나는 지금 기분이 좋으니까, 내 동료들과 잠깐의 시간을 낭비해도 상관 없어.




베라가 진짜로 실내에서 갑자기 무기를 꺼내들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지, 

베라를 상대하던 구조체는 패닉에 바졌다.



???

경고한다, 베라. 그런 행동들로 인해 처벌받을 거다!

넌 그저 겁쟁이에 불과해. 동료들을 보호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거야.

이건 쓸데없는 화풀이일 뿐이라고...


베라

다시 한 번 말해주길 원해?



쿠로노 고위직

......베라, 뭐하고 있는 거지?


베라

....작은 오해를 풀려고 했는데.


???

저는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베라가 먼저 무기를 뽑았어요!


베라

흥, 멍청이.


쿠로노 고위직

요즘 너무 한가해보이는 군. 베라, 맡은 일은 어떻게 되가지?


베라

21호 말이야? 걱정마, 잘 돌봐줄테니까.




베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서 폭팔이 일어났다.

복도에 있던 보안 요원들이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쿠로노 고위직

무슨 일이지?



쿠로노 보안 요원

휴, 휴식 공간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쿠로노 고위직

가서 무슨일이 있는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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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공간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들 앞의 폐허에 충격받았다.

폐허의 중앙에는, 손에 수도관을 든 21호가 서있었다.

수도관은 물을 뿜어내 그녀를 흠뻑 젖게 하고 있었다.




쿠로노 고위직

......지금 뭐하나?


21호

21호, 임무 완수했어.


쿠로노 고위직

임무? 무슨 임무, 휴식 공간을 날려먹는 거?


21호

방을 청소하는 거. 물이 없길래, 21호는 물통을 '열었어'




모든 시선이 베라에게 집중됐다.

베라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베라

내가 먼저 설명서를 읽으라고 가르쳐줬지 않니?


21호

....몇 가지 단어, 21호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쿠로노 고위직

베라가 네게 무엇을 시켰지?


21호

'이불을 사각형 모양으로 복원해라. 

무기는 기밀로 해야 한다. 

화장실 바닥을 청소해라.'

21호, 다 끝냈어.


쿠로노 고위직

베라, 자네가 설명하는 게 낫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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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노 고위직

우리의 가장 정교한 무기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키셨다?


베라

당신들이 나한테 맡겼잖아. 

나는 걔가 살아가는 데 일반 상식이 하나도 없다는 걸 발견했어. 

상식 없이는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내가 기초부터 훈련시키는 걸로 정했어.




사무실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있는 베라의 말투는 은근한 샤덴프로이데가 들어있었다.

정장입는 남자는 두통으로 그의 코를 움켜쥐었다.

                                                                                             *샤덴프로이데:남의 불행에 대해 갖는 쾌감




쿠로노 고위직

......자네가 옳아. 자네에게 그녀의 훈련을 맡기는 건 아무런 효과가 없어.

 

베라

나는 아무말 안했어.


쿠로노 고위직

사정이 그러하니, 21호에겐 단독 임무를 줘야겠군.


베라

...진심이야? 

걔는 사람이 말하는 법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임무를 단독으로 할 수 있겠어.

전투 효율이 아무리 좋다고해도, 죽어버리고 말걸.


쿠로노 고위직

21호를 과소평가하는 군. 

게다가, 만약 스스로의 능력으로 밖에서 생존할 수 없다해도, 

항상 '보모'가 따라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적자생존. 만약 간단한 필드 임무도 수행하지 못한다면, 

쿠로노는 어떠한 이점도 가지지 못하는 그 무기가 필요 없지.

좋아, 돌아가보도록 해. 나중에 새로운 임무를 할당해주지.


베라

....됐어. 내가 다시 해볼게.


쿠로노 고위직

.....갑자기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나?


베라

내 이력서에 처음으로 실패한 임무가 남는 게 싫어서 그래.




베라는 냉소적으로 콧방귀를 꼈고,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다.





쿠로노 고위직

일주일이야. 일주일안에 훈련을 성공하지 못하면, 끝이네.


베라

....




베라는 대답하지 않고, 문을 열어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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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협력 기체는 21호의 주위를 계속해서 돌고 있었다.




베라

가자.


21호

....21호, 부서지는 거에요?


베라

왜 그렇게 생각해?


21호

임무 완수 못하면, 부순다고 했잖아요.


베라

훗... 내가 그랬었지. 아냐, 아직은 안 부술거야.




베라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21호는 가까이 따라붙었다.




21호

내가 뭘 하면 돼요?


베라

왜 넌 모든 걸 남한테 묻니? 네가 하고 싶은 건 없어?


21호

하고 싶은 게 뭐에요? 이해 못하겠어요.




베라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21호의 어깨를 잡았다. 

21호의 젖은 머리는 완벽하게 마르지 않아 창백한 얼굴에 딱 붙어있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가엾고 쓸쓸했다. 그것이 베라를 잠시동안 짜증나게 했다.




베라

스스로에게 물어봐, 너는 소망이 없니? 

무엇을 할 때 만족감을 느끼는지, 아는 거 없어?


21호

소망이...뭐죠?


베라

....네가 물어본다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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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그저 겁쟁이에 불과해. 동료들을 보호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거야.

이건 쓸데없는 화풀이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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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네가 나와 함께 싸운다면, 넌 아마 부숴지겠지.


21호

싸움? 21호는 잘해요.


베라

부서지는 게 무섭지 않니? 나를 따라와, 부서질 기회가 있어.


21호

따라가지 않으면, 부서지지 않나요?


베라

........아마도 부서질 거야.


21호

뭐가 달라요?


베라

......죽는건 죽는 거야, 어디서 죽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네가 나를 따라오게 하는 건, 최고이거나 최악의 선택일 거야.

하지만 이 상황엔, 최악으로만 가겠지.


21호

무슨 뜻이에요? 이해 못하겠어요.




말을 완전히 알아듣지 못 해 21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녀가 어깨위에 올려놓은 그 손의 무게는... 매우 신기했다.




베라

멍 때리는 거야? 내 말 듣고 있어?


21호

들었어요, 근데 이해 못했어요.


베라

ㅡ난 정말ㅡ




베라는 눈을 뒤집었고,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무슨 약을 잘못 먹어서

이 번거로움을 감당한다고 했는지 알지 못했다.




베라

아주 좋아, 너랑 계속 얘기 하는 건 미친 짓이야. 

현실에서 직접 부딪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