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에서, 21호는 무의식적으로 그 구조체가 말하는 것을 믿길 원했다.
그녀가 탐내는 색이어서일까? 그녀의 두 눈 속 빛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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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연구소를 떠나면.. 21호는 뭐하고 싶어?
21호
넌 뭘 하고 싶은데? 난 이해 못하겠어.
20호
이런, 하고 싶은 게 아무 것도 없어?
나는, 많은 이야기 책을 읽고 싶어...
아, 다른 옷들도 입고 싶어! 해변에도 가고 싶고!
꽃들 위에 눕고 싶고, 또....
21호 앞의 20호는 수다를 떨며 그녀의 소원을 손가락으로 세기 시작했다.
21호는 이야기 책을 읽어본 적도, 다른 옷들을 입어본 적도 없었고,
'바다'가 무엇인지 이해한 적도, 꽃을 본적도 없었다.
21호
연구소를 떠나면...뭘 하고 싶지...?
21호는 생각하려 노력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일과 목록 말고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연구소의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보는 것이었다.
아마도 색깔이나, 냄새.
21호는 20호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21호는 잔물결 하나 없는 그 눈에 비쳤다.
21호:
실험...
20호
어? 뭐라고 했어?
21호
......실험 일과를 마칠래.
20호
뭐?
21호
모든 실험 일과를 완료하는 게, 내가 원하는 거야.
20호
너무 지루해! 왜 다른 실험체들처럼, 일과를 끝내는 거 말고 아무 것도 없는 거야.
21호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는 20호의 말을 다 이해하지 못했고,
20호의 눈의 반짝이는 빛이 어디서 오는지도 몰랐으며,
자신과 20호가 왜 그렇게 다른지도 몰랐다.
21호는 의료 테이프가 붙어 있는 장기간의 주사로 인해 멍든 그녀의 손등과 손을 보았다.
그녀는 한 번도 이 연구소를 나가게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21호에게 아무런 답도 줄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다른 사람들이 말해주면, 그냥 하면 됐다.
20호
하지만, 넌 예상하지 못하겠지만, 넌 언젠가 이 연구소를 떠나게 될 거야.
내 개조수술 날짜가 곧 와ㅡㅡ비록 넌 목석이지만, 난 너랑 떨어지게 되는 게 좀 싫어.
이번 기회에, 한 번 네가 나가서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봐!
21호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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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베라는 훈련실 문에 서서,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
베라의 목소리가 21호의 생각을 방해했다.
21호는 머리를 들어올렸다.
21호
...시계 바늘이 6을 가리키니까, 21호는 일어나서, 일과를 시작해요.
베라
뭐? 6시?
베라는 훈련실의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침 10시였다.
21호는 여기서 몇 시간동안 앉아있었던 것이다.
베라
다음부터 일찍 오고싶으면, 혼자서 훈련을 시작하고 있으렴.
21호
에, 알겠어요.
베라
그리고, 내가 한 번 말하면, 몇 년동안은 기억해.
내가 두 번 말하게 하지마.
21호
어, 네.
베라는 작은 의식의 바다 시각 시뮬레이터를 던졌고, 21호는 잡았다.
그리고 베라가 관자놀이에 붙인 것처럼 21호는 작은 쇠붙이를 입었다.
베라
HEX-022 시뮬레이션 전투를 검색.
시스템:
확인. 장면을 불러옵니다.
주변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잡초와 바위가 땅에서 자라났고,
지평선에는 해가 걸렸으며, 하늘에는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21호
여긴?
베라
진정해. 그냥 시뮬레이션일 뿐이야.
아직 긴장할 때가 아니라구...
21호는 코를 킁킁거렸다. 공기에서 뜨겁고, 건조한 냄새와 낯선 냄새를 맡았다.
21호의 몸은 새로운 것들로 오싹했고 흥분됐다.
베라
우선 두 가지만 확실히하자.
첫째, 전투에서 무조건 내 명령에 따라야해.
둘째는..
21호 뒤의 바위에서 희미한 소리가 났고,
21호는 갑자기 뒤로 돌았다. 침식체가 그곳에서 무리지어 나왔다.
침식체
끼익ㅡㅡ
침식체는 1밀리미터도 가까이 오기 전에, 발사된 빔 캐논으로 인해 조각났다.
베라의 손에 있는 칼이 칼집에서 나와, 사납게 부서지는 소리를 가르고 다른 침식체를 쓰러드렸다.
베라
내가 죽이는 걸 방해하지 말기.
베라는 침식체의 등에 찔렀던 칼를 뽑으며 거만하게 미소지었다.
그녀의 선홍빛 눈에 불빛이 반짝였다.
저 멀리 떠있는 태양보다 반짝이고, 불 속을 걸어나오는 신처럼 밝았다.
빨간색이 21호의 눈을 꿰뚫었다.
21호는 자신의 심장이 다시 미친듯이 박동하는 걸 느꼈고,
의식 깊은 곳에서 더 필요하다고 소리치는 목소리를 느꼈다.
21호
.........21호, 이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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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는 전장에서 비할 데 없는 재능을 가졌다.
미치고 강렬한, 콜로세움의 한 마리 짐승같이.
21호는 베라가 이전에 봤던 머저리들과는 달랐다.
전투에서 협력기체와 21호 사이의 암묵적인 이해는
베라가 블랙 필드에서 바왔던 팀원들의 협력을 아득히 넘어섰다.
그 멍청해 보이는 로봇은 또다른 21호였다.
....훈련이 깊어지는 동안, 베라는 동시에 21호의 문제를 발견했다.
그녀는 '방어'가 무엇인지, 어떻게 다른 사람과 협력해 싸우는지 알지 못했다.
한 번 전투 태세에 들어가면, 21호는 자아를 잃은 미친 개 같았다.
어떤 명령도 듣지 않고, 스스로 전투를 멈출 수도 없었다.
21호는 침식체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제멋대로 싸울 뿐이었다.
오직 한 가지 명령만이 그녀의 전투 모듈에 있는 것 같았다: 전원 몰살.
베라
충분해.. 21호. 그만!
21호
에ㅡㅡ
21호의 동공은 움츠러 들었고 가까이에 있는 침식체에게 달려들었다.
협력 기체에서 방출된 장막 파동은 침식체를 가뒀고,
그녀 옆에 가까이 떠 있는 빔 캐논에서 빛 줄기가 발사됐다. 침식체는 폭발했다.
베라
.......대단하네.
베라는 시뮬레이션 전투를 끝내려 하지않았다.
그녀가 해야할 우선과제는, 이 전투 안에서 통제불능의 짐승을 멈추는 것이었다.
베라는 그녀를 공격하려는 침식체를 베어넘긴 뒤, 21호에게 가까이 가려 했다.
21호는 짐승이 위협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다른 이의 접근을 감지한 후, 베라를 적으로 판단하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베라는 빔 캐논의 공격을 칼날로 막고, 협력 노예에게서 나오는 공격을 등을 젖혀 피했다.
협력 기체가 베라의 얼굴을 스친 순간, 베라는 칼을 온 힘을 다해 던졌다.
칼날이 협력 기체의 기계 팔을 뚫고 지나가 땅에 단단히 박혔다.
강력한 포격 속에 베라는 몸을 굴렸고, 놀랄만한 빔 공격은 베라의 잔상만을 계속해서 맞혔다.
그리고는 성공적으로 21호의 옆에 도착했다.
근접 육탄전에 21호는 서툴렀지만, 베라는 매우 강했다.
베라는 뒤에서 21호의 목을 꽉 쥐었고,
다른 손으로 21호의 손을 비틀어 등 뒤에 결박시켰다.
그리고는 무릎으로 21호의 뒷다리를 가격했다.
21호는 바닥에 무릎 꿇었고,
계속 목에서 낮게 으르렁 소리를 내며 베라에게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베라는 그녀를 단단하게 구속하고, 그녀의 귀를 막았다.
베라
21호, 일어나!
-----------------
베라
난 말이야 '악마'야.
너를 지옥으로 데려갈 악마.
------------------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냄새, 익숙한 터치.
기억의 섬광이 21호를 깨웠고, 그녀는 조금씩 전투 태세에서 벗어나, 천천히 멈췄다.
베라
시뮬레이션 전투 중지.
시스템
시뮬레이션 전투를 마칩니다.
주변 풍경이 급격히 바뀌고, 원래 훈련실의 빈 공간이 돌아왔다.
오직 두 구조체의 숨소리만이 방에서 들렸다.
베라는 21호의 손을 풀어줬고, 그 결과 21호는 바닥에 꼬꾸라졌다.
베라는 옆에 있는 무기를 꺼냈고, 그 행동으로 인해 협력 노예는 초조해했으며,
한 줄기 검은 연기가 몸에서 피어올랐다.
21호
....흠.
베라
내가 뭐라했지? 전투에서는 내 명령에 따르라고 했잖아.
21호
........
.......제어 불가했어요, 21호.
베라
그럼 지금부터, 제어하는 걸 배워.
네가 하지 못하는 건 없어.
베라는 검을 휘둘렀고, 칼날이 공기를 꿰뚫어 날카로운 바람을 만들었다.
베라는 21호를 거들먹거리며 바라보았고, 그 표정은 마치 21호가 처음 베라를 봤을 때 같았다.
베라
일어나서 계속하자.
그녀의 목소리는...정말 21호가 할 수 없는 건 없는 것 처럼 들렸다.
어떤 이유에서, 21호는 무의식적으로 그 구조체가 말하는 것을 믿길 원했다.
그녀가 탐내는 색이어서일까? 그녀의 두 눈 속 빛 때문일까?
21호
.......21호, 알겠어요.
21호는 일어났다. 풍부하고, 가벼운 힘이 그녀의 몸을 채웠다.
이것이 그녀 앞의 구조체가 말했던 '바라는 것'일까?
만약 이것이라면ㅡㅡ이것이 21호가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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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
잘봐, 이게 방어야.
베라는 뒤로 물러나 침식체의 공격을 그녀의 검으로 막았다.
21호
왜 방어해요?
바로 죽일 수 있잖아요.
공격에 막힌 침식체는 파괴 신호를 보냈고,
공격 신호를 받은 다른 침식체가 달려들었다.
베라는 아래로 검을 휘둘렀다.
힘점의 잃은 침식체의 몸이 베라 쪽으로 떨어졌고,
베라는 손목을 비틀었고, 베라의 손엔 가벼운 상처가 났다.
그리고 검은 정확히 첫 번째 침식체의 몸을 관통했다.
그 침식체 뒤에있는 침식체의 머리와 함께...
베라
확실히 더 많은 침식체를 한 번에 죽이는 게 더 효율적이잖아.
침식체에겐 생각하는 능력이 없지만 우린 있거든.
너 스스로를 침식체처럼 뇌 없는 미친 개와 같은 단계로 낮추지마.
21호
21호, 명심할게요.
-----------------------------------
베라
방어 태세!
21호
21호, 물러납니다!
21호는 자리에서 굴러 베라에게 접근했다.
두 구조체의 등은 가깝게 마주보았고, 그들을 둘러싼 침식체들은 계속해서 가까워졌다.
마치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것 같았지만,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반대로, 기대와 흥분을 하고 있었다.
베라
ㅡㅡ그럼, 이제 몰살.
21호는 포효했고, 협력 기체가 먼저 앞으로 점프했으며,
방출된 장막 파동이 가장 가까운 침식체들을 가뒀다.
그리고 베라의 검이 날카롭게 그들의 전자 두뇌를 도륙냈다.
불꽃놀이처럼 반짝이는 물결을 일으키며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폭발이 시작됐다.
-----------------------------------------
21호
뒤에, 적이 더 많습니다.
베라
돌파해서 입구를 찾아. 너는 왼쪽, 나는 오른쪽.
누가 먼저 길의 끝에 가는지 시합이야.
21호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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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바늘이 6에 왔고, 눈이 떠졌으며, 하얀 침대위에서 일어났다.
21호는 베라 옆방으로 방을 바꿨다. 이 방의 이불은 새하얀 색이다.
시계바늘이 7에 왔고, 21호는 바디 체크와 일일 정비를 마치고 베라가 준 이동 터미널을 켰다.
그녀는 이 장비를 쓰는 것에 익숙하진 않았지만, 간단한 것들을 기록하는 것을 배웠다.
'구조체의 검사와 정비'를 마쳤습니다. 다음은 '공격 모드'입니다.
21호는 방의 중앙에 서서 벽을 상대로 연습했다.
..........조심했음에도, 21호는 유리를 깼다.
시계바늘이 8에 왔고 21호는 휴식실 책상 위에 앉아있었다.
21호는 그녀 앞의 까만 차가 담긴 컵을 들고, 후후 두 번 불어, 홀짝거렸다.
베라
.........
21호
?
베라
왜 이거 마시고 있어?
21호
당신이, 마시니까요.
21호 옆에 앉은 베라는 그녀를 때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21호의 손에 있는 컵을 잡아 테이블 위에 세게 뒀다.
베라
어떻게 싸우는지만 배우면 충분해, 모든 걸 나랑 연관짓지마!
21호
.....오.
21호는 말하며, 또 홀짝거렸다.
---------------------------------
시계 바늘이 9에 왔고, 21호는 훈련실 문에 서있었다.
21호는 자신의 약간 뒤에 있는 붉은 구조체를 바라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베라
너 때문에 자는 시간 1시간 낭비했으니까,
그런식으로 계속 쳐다보면, 베어버릴거야.
21호
전투 훈련을 시작할 때에요.
베라
네가 감히 날 재촉하는 거니?
21호
.........
베라
오늘 훈련은 반드시 원할 때 싸움을 멈출 수 있어야해.
그렇지 못하면, 넌 부서질거야.
21호
21호, 이해했어요.
---------------------------
모든 훈련이 끝난 뒤, 시계 바늘은 6시에 왔고,
마주보고 복도를 가로질러 가던 두 구조체 무리는 서로 앞에 멈췄다.
???
대단한 그녀는 이제 너의 추종자가 되었군, 베라.
베라
꺼져.
???
네가 네 팀원을 잃었을 때, 눈물을 흘릴지는 모르겠네..
베라는 검을 바로 꺼냈고, 21호는 위협적으로 으르렁 거렸으며,
알게모르게 구조체의 반대편을 돌고 있던 협력 기체는 갑자기
반대쪽에 있는 구조체의 머리위로 점프해 기계팔로 구조체의 머리를 세게 붙잡았다.
???
아, 아아아아아아ㅡㅡ 뭐야, 뭐야! 안보여!
이, 이건 뭐야!!
쿠로노 보안 요원
저기, 저기! 거기 구조체 두 분, 뭘하는 거죠!
베라
아.
베라는 그녀의 허리춤으로 검을 다시 찔러 넣었다.
21호는 그들을 힐끗 봤다. 그 차가운 눈은 구조체를 계속해서 떨게 만들었다.
???
너희, 너희는, 모두 괴물이야... 가자.
베라는 도망가는 구조체의 등을 보고 경멸적으로 경고했다.
그녀의 표정은 타는 듯한 빛처럼 자랑스러웠다.
21호
...........
--------------------------------------
20호
이번 기회에, 한 번 네가 나가서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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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는 자신의 머리를 떨궜다.
협력 기체는 부드럽게 그녀의 발에 비벼댔다.
전대미문의 감정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21호
.....이것이, 내가 원하는 것?
21호는 자신의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는 아직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녀의 삶 속엔 더 많은 색들이 나타났다.
베라
또 멍 때리고 있어?
마지막 검사를 잊었다고는 하지 말아줄래.
베라가 앞에서 21호를 불렀다.
21호
갑니다.
21호는 대답하며 베라 앞으로 걸어갔다.
[퍼니싱 채널] 이용 가이드 (24.07.03 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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