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따라가며 침식체를 무찌른 후, 네 사람은 거리 끝까지 걸어갔다.

 


데이터 수집. 방금 표시된 롤랑과 그 소년을 골라서 보여줘.

 

파오스의 창 시스템 

대상 데이터 수집 [>>>>>>>>] 완료되었습니다.

데이터에 따른 영상 구축 중 [>>>>>>>>>>>>>>>>>] 완료되었습니다.

 

파오스의 창 시스템의 환영 이미지에서 롤랑은 평소처럼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젊은 구조체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롤랑 

오? 드디어 못 달리겠어?

넌 이미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고, 침식체가 바로 뒤에 모이고 있어. 너 혼자서는 이 물건들에게 대응할 수 없을 걸.

 

그는 그렇게 소년의 목을 조르며 강제로 뒤를 돌아보게 했다.

 

침식체의 환영은 거의 파괴됐지만, 소년 구조체는 여전히 과거에 기록된 대로 눈에 화난 기색이 역력한 채로 거리 저편을 바라보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이 자리에 서 있는 동안 수많은 침식체에게 길이 막힌 절망적인 광경을 봤을 것이다.

 

소년 구조체

날 놔줘.....

 

롤랑 

네 몸은 지금 너무 약해서 저항하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야.

 

소년 구조체

난... 네가...무슨...말하는지 모르겠는데...

 

목에 가해지는 압력이 갑자기 증가하고 그 목소리와 함께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소년 구조체 

하.......하아.....


롤랑 

고통스럽지?

그것이 인간이든, 구조체든, ‘승격’없는 생명은 너무 취약해.

 

소년 구조체 

놔... 놔줘...

 

롤랑

오? 왜 아직도 저항하는 거야? 네 의식의 바다 깊은 곳에서 답을 보게 해줘.


 

빨간 전류가 롤랑의 팔에서 튀었고, 롤랑이 조른 곳부터 순식간에 소년의 온몸을 뒤덮었다.

 

계속 늘어나는 침식 속에서, 소년의 의식의 바다에 있는 기억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은 롤랑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소년 구조체 

너……

 

롤랑 

조급해하지 마. 자칫하면 네 의식의 바다가 나로 인해서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어.

 

소년 구조체 

하.... 하지마....

 

롤랑

...그렇군. 어머니한테 팔렸구나... 하, 팔린 아이가 또 있네.

 

소년 구조체 

……뭐라고……?

 

롤랑 

나는 너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 모두가 똑같은 버려진 아이이고, 모두 ‘승격’을 받고는 눈 앞의 고통스러운 바다에서 벗어나게 될 거야.

 

소년 구조체

난 필요 없어……!

 

롤랑 

네가 소위 말하는 옳다는 신념에 상당히 심하게 훼손된 것 같네.

 

소년 구조체 

너--!

 

롤랑의 말과 침식이 그를 고통스럽게 했지만, 소년 구조체는 여전히 몸부림치고 있었다.

 

롤랑 

너는 그녀가 다른 부랑자들과 함께 여기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 와서 임무를 수행했다고 지원했다는 거야?

가족을 찾을 기회를 얻으려고? 네 어머니는 이제 너희를 만나도 몰라보실 걸.

 

소년 구조체 

......이건...... 너하고는 상관없어......

 

소년의 대답에 롤랑는 예상대로라는 경멸의 표정을 지으며 아무렇지 않게 소년을 무너진 폐허 속에 내팽개치고,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느릿느릿 다가갔다.

 

롤랑 

정말 불쌍하군. 구조체가 된 뒤 너를 돌보던 그 선배도 중상을 입고 기체를 재가동당해서 기억 데이터도 잃고 자리에서 쫓겨났잖아.

네가 그녀를 보호할 능력이 없어서 이렇게 된 거야. 그녀가 없어졌으니, 이제 나머지 팀원들도 널 괴롭히겠지?

 

소년 구조체는 이를 악물고, 깊어지는 침식을 버티고 있었다.

 

롤랑

너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 가진 것이 없으니까, 나는 승격자를 대표해서 너에게 모든 것을 줄 수 있어.

왜 너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지? 왜 너를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물자를 힘들게 보내야 하지?

너는 너무 약하지만, 승격자의 힘이 있다면 아무도 널 괴롭히지 않을 거고, 네가 경애하는 선배도 중상을 입고 모든 걸 잊어버리지 않을 거야.

 

소년 구조체

...승격자...?

 

롤랑 

그래, 승격자가 되어라. 너의 증오는 최고의 재능이야.

승격의 힘을 받으면 미워하는 사람에게 복수의 칼날을 휘두를 수도 있어.

 

소년 구조체

정말, 할 수 있어?

 

롤랑

물론이지.

 

소년 구조체

……너는 내가 무엇을 하기를 원해?

 

롤랑

살아서 여기까지 걸어와.

 

롤랑은 소년 구조체의 손을 잡고 그에게 좌표 메시지를 전달했다.

 

소년 구조체

하...현재 침식 수준으로는...나는 무서워...

 

롤랑은 몸을 굽혀 소년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이며 어깨를 두드렸다.

 

롤랑 

내가 말한 대로 해.

 

소년 구조체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프로젝터의 지도를 보며 망설이는 듯했다.

 

그리고 소년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롤랑은, 재앙이 휩쓸고 간 이곳을 감탄하듯 한가로이 걸었다.

 

롤랑

음? 문제 없어. 방금 하나 만들었어. 네 쪽은?

...보아하니 내가 또 너를 도와서 일의 공백을 메워야할 것 같네.

상관없어. 유능한 사람이 일을 많이 하면 되는 거지. 내가 이렇게 안정적이니까, 루나 아가씨를 보좌할 수 있는 승격자인 거지.

 

통신이 끊긴 후 롤랑의 환영은 장난스러운 미소로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떴다.

 

롤랑 

그 다음은... 어설픈 신인 승격자들 대신 ‘씨앗’을 찾아봐야 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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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그가 말한... 신인 승격자란?

 

글쎄요, 이 음성은 오래전에 녹음된 것이지만, 이 말투는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투는 아닙니다.

 

리브 

……하지만 "교체도 빠르다"라는 말은……?

 

모두 롤랑의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소년에게 다시금 눈을 돌렸다.

 

루시아 

그의 프로젝터 스크린에서 대체적인 이동 방향을 볼 수 있어요.

 

리브 

하지만 이 구역만 보이네요... 그가 네비게이션 전체보기로 전환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소년은 전체보기로 전환하지 않고 그대로 손을 떨군 채 지도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지휘관

적어도 대략적인 방향은 알아냈어.

 

리 

먼저 그 방향으로 가봅시다.

 

리브 

마지막에 그 소년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지휘관 

그의 기록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어.

 

리브 

음, 좀 더 유심히 찾아볼게요.

 

지휘관 

신경 쓰여?

 

리브 

아무래도 좀 안쓰러워요...

그런 종류의 팀이 얼마나 많은지는 잘 알지만....

 

지휘관 

리브...

 

리브 

……………

 

리브는 가슴에 손을 올려 꽉 잡았다.

 

리브 

이런 세상엔 생이별이 다반사처럼 널려 있어서, 저는 제 자신이 이런 일에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어요.

 

루시아 

익숙하지 않은 것이 좋은 일일지도 몰라. 생명은 원래 소중한 거니까.

 

리브 

그렇게 생명이 소중한 거니까,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죽음에 저항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사상자만 늘어날 뿐이에요.

 

지휘관

...

 

리브가 말처럼, 이 길에서 모두 각각 비슷한 일을 많이 목격했다.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중요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공을 쟁탈하기 위해, 약자를 괴롭히고, 자원을 빼앗고, 생명을 해친다.

 

그들은 이미 선량함과 경건함 같은 좋은 품성은 약함으로 분류한 지 오래였다.

 

리브 

그래도 아직 우리처럼 깊은 유대감을 가진 소대가 많다는 것을 믿고 싶어요.....

 

리브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고, 그녀는 자신의 관점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리 

실제로 깊은 유대감을 가진 많은 팀이 있지만 이것은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리브는 슬프게 고개를 숙였다.

 

지휘관 

예를 들면... 어떤?

 

리브 

음... 제가 듣기로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 기억소거를 받아들인 구조체도 있다고 했어요.

 

지휘관

기억소거?

 

리브 

네...전우들을 팔에 안은 기억을 멈추기 위해... 그들은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부상자를 치료하는 동안 이런 일들을 많이 보아왔어요.

 

루시아

살아남기 위해 기억을 버려라?

 

리브

음,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불해야 할 대가 중에서 그럭저럭 감당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만 하죠.

 

루시아

……대가.

 

루시아는 생각에 잠겨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루시아 

그때 내가 기억을 잃는 선택을 한 것은, 잃을 수 없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지불해야 할 대가 중에서 선택하게 된 것에요.

 

지휘관

잃을 수 없는 것?

 

루시아는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

 

루시아 

약속 했잖아요? 4마리의 회색 까마귀는 영원히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반드시 전장으로 돌아가 여러분 곁으로 돌아가야 했어요.

 

리브 

루시아가 조금 변했네요.

 

지휘관

그렇네.

 

루시아

어디가 바뀌었나요?

 

과거에 루시아는 예리한 칼날 같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임무를 수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날카로움에 부드러운 부분이 더해져 마치 예전의 '칼날'이 자신만의 '칼집'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지휘관

(그녀에게 이 생각을 말한다.)

 

루시아 

칼집은 칼날의 귀속.... 저에겐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지휘관이 정말로 내게 귀속되었어요.

 

리브 

저도 루시아와 함께 있어서 기뻐요. 그레이 레이븐은 우리에게 하나뿐인 귀속이에요.

 

리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입꼬리가 조금 올라간 것이 보였다.

 

세 사람의 옆에는 루시아가 서 있었고, 몸짓은 여전히 이전의 홍련, 여명 기체와 비슷하지만 약간의 부드러움이 있었다.

 

지휘관의 침묵을 알아챈 듯 루시아가 걸어왔다.

 

루시아

지휘관, 무슨 일이에요?

 

지휘관

지금 루시아...

예전보다 더 따뜻해...

 

루시아 

음, 이 약속은 가장 지키고 싶은 보물이기 때문에 더는 나를 무기로 취급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때문에 날카로움을 잃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저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칼집’의 ‘칼날’처럼 더 싸워야 해요.

 

지휘관 

너무 무리하지 마.

 

루시아 

네, 저는 그래도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그 소중한 추억들은 잃어버리지 않고, 내 의식의 바다에 안전하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비록 메모리 데이터를 다시 익혀야 하지만... 지휘관과 모두를 떠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하찮은 대가입니다.

 

지휘관 

루시아.

 

루시아 

네?

 

선택: 내가 모든 것을 바꿀 거야. / 이 재앙은 반드시 끝날 거야.

 

루시아 

네, 믿어요.

 

그녀의 미소에는 괴로움이 섞여 있었지만, 그녀의 두 눈은 꼭 이기겠다는 각오를 하고 산기슭에 서서 험준한 산길과 먼 산 정상을 바라보는 등반가처럼 희망과 결의로 빛났다.

 

리브 

지휘관님, 저도 믿어요. 재앙은 반드시 끝날 것이고, 그날이 오면 우리 넷인 그레이 레이븐은 영원히 함께할 거에요.

 

사실 소대를 바꾸는 절차는 너무 번거롭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습니다.

 

선택: 진짜? /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고 들었는데.

 

리 

입 다물어요.

 

리는 거친 말을 내뱉으면서도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지휘관 

가자.

이 재앙을 바꾸기 위해.

 

루시아 

알겠습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금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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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화는 특히 더 어렵네

어색한 부분이 많은 거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