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다수

피라미드 같은 핵심 섬들이 원형의 심연 위에 떠올랐고, 심연 가장자리에서 바닷물이 굉음을 내며 장관을 이룬 원형 폭포수가 아래로 내려와 보이지 않는 암흑 속으로 떨어졌다.

 

넓은 진도는 비록 주성과 6개의 높고 큰 철화색의 첨탑을 연결하고 있는데, 비록 오래 방치되었지만 그것들은 여전히 견고하다.

 

내습한 감염체를 물리치자 수송선은 무사히 본성으로 진입했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황금시대의 도료는 아직 퇴색하지 않았다. 마천루는 빽빽하게 들어섰지만, 그 유리창 뒤에는 더 이상 불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서늘한 기운이 더욱 짙어진다.

 

주성 주변의 여섯 개의 첨탑은 구름 위에 우뚝 솟은 여섯 개의 묘비처럼 생겼을 뿐 아무런 묘지 명도 없다.

 

여기는 도처에 인공의 흔적이 있지만,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시간은 여기서 얼어붙고 역사는 여기서 멈춘다.

 

세상도 잊었고, 마찬가지로 세계도 잊었다.

배에서 내렸다.

 

베라는 곧장 나의 앞에 섰다.

지휘관(선택)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베라는 하산의 지령을 받은 후 줄곧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의 물음에 베라가 고개를 돌렸다.

베라

하? 까마귀 소대 지휘관은 스스로 목숨도 못 챙기는 상황에 남을 배려할 시간이 있나 보네?

 

나와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기 보단 빨리 그들이 원하는 자료를 찾아야 해.

 

귀신이 곡 할 노릇이군. 이렇게 큰 도시에서 원하는 자료를 침몰 전에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지휘관(선택)

21호와 녹티.

 

베라

걔들은 왜.

지휘관(선택)

혹시 그들이 걱정되는 거야?

 

베라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았다. 눈초리는 칼처럼 날카롭고 평소 가지고 있던

냉소마저 사라졌다.

지휘관(선택)

총사령관이 그들을 보호해준다 했잖아. 걱정 마.

베라

그는 무언가를 내세우는 타입은 아닌 거 같은데. 너는 그의 속 뜻을 이해하지 못했구나?

 

총사령관의 말은 약속이 아니라 경고야.

 

그가 나에게 ‘배신’하지말라고 경고한 거라고.

 

그 말을 듣자 베라의 말의 진의를 깨달았다.

지휘관(선택)

총사령관은 쿠로노와 달라.

 

베라

그들이 쿠로노와 다르다 생각해?

 

베라

그런 웃기지도 않는 소리 하지마.

 

너의 팀원이면 쿠로노와 나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텐데?

 

나는 쿠로노 출신이었지만 나중에 집행부대로 옮긴 것 뿐이야.

왜 내가 나중에 총사령관 집행부대가 된 건지 알아?

 

총사령관이 쿠로노 출신이기 때문이야.

 

이건 결코 기밀은 아니지만 그 시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지. 다만 이제와서 이것에 대해 거론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침묵하는 거야.

 

그래서 의회와 쿠로노는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고. 그동안 겪은 모든 일을 놓고 봤을 때 의회가 깨끗하다고 생각해?

 

지금 의회와 쿠로노는 싸우는 중이고 우리는 그들의 장기말에 불과해.

 

나는 네가 윗사람을 맹신하기 보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지킬지 나 잘 생각해.

 

내가 지금 사용 중인 이 비요 기체의 설계 목적은 구조체 대항용 즉, 반역자를 제거하는 거야.

 

총사령관이 이 기체를 보급으로 준 것은 매우 뻔한 의도지.

 

이들의 이번 작전에서 그들의 가상의 적은 쿠로노 구조체야.

 

쿠로노의 구조체가 공중정원의 일원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설득할 수 있어? 우리가 지금 하는게 인류의 내전이랑 다를 게 뭐냐고?

 

결국 나를 이번 행동의 적임자로 선택한 건 단지 너의 손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야.

 

베라가 말을 마치자 발 밑이 다시 심하게 떨렸다.

암암리에 감춰진 감염체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베라

물러나 있어.

전투 시작

베라

비켜. 난 너희 따위에게 낭비할 시간은 없다고.

베라

비켜. 난 너희 따위에게 낭비할 시간은 없다고.

 

(조사 중)

이상한 행동, 불합리한 감염 정도…. 역시 최근에 감염됐군.

기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속도를 내야겠네.

침수가 계속되고 있어.

 

얼른 저 성가신 것들을 해결해야겠군.

이 건물의 외부 코팅...

이 차단 장치들은 건재한 거 같네.

 

흥, 너희들도 말이야.

이동해야 해. 준비가 끝나면 다음 적들이 올 거야. 계속 이런 식이면 끝이 없어.

베라의 기체는 지속되는 전투로 점점 과열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휘관(선택)

실내로 가자.

 

베라는 자신의 의도를 알고 나를 어깨에 메고, 몸을 뒤집어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감염체는 건물 안의 신호는 탐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판단대로 이곳은 건물 전체가 흡파 코팅으로 덮여 있고 재질도 특수해 대부분의 식별 신호를 차단할 정도로 기계적 눈의 존재감이 떨어진다.

 

위기를 모면하자 베라는 긴장을 풀고 벽에 기대어 천천히 앉았다.

 

그녀가 나를 보호할 때 그녀의 팔에 긁힌 자국이 하나 생겼다. 그 상처 위로 순환액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생사 따위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자신을 어떠한 외상도 없이 잘 보호해주었다.

지휘관(선택)

미안해. / 괜찮아?

베라

닥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죄책감은 자신을 편하게 해주는 자기만족에 불과해.


베라의 상처 부분이 조금 붉어졌다.

지휘관(선택)

너… 


자신이 입을 열기전에 그녀는 자신의 칼을 휘둘렀다. 

 

베라

기분이 좋지 않냐는 허튼 소리만 해대면 난 당장 널 바다에 버릴 거야.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베라의 기체가 약간 냉각되자, 그녀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숙여 자신의 외상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구조체의 상처는 사람의 상처와 다르다. 대부분의 손상은 그들에게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마찬가지로 그들은 자체적으로 치유를 할 수는 없다.

지휘관(선택)

도와줄까? /능숙해 보이네…


베라

괜찮아. 번거롭게 하지마.

 

베라는 상처를 빨리 지혈하는 수법으로 리브 못지않게 친숙해 조금 놀랐다.

 

이윽고 베라는 컨디션 조절을 마쳤다.

지휘관(선택)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베라

…수석의 실력이 백절불굴인가? 뻔뻔한건지 원….

 

그녀는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가 하는 모든 건 미련하고 무의미해.

 

의회도 쿠로노도 이번 행동도 본질적으로 미련하다고.

 

모두들 자신의 계략에 정통하고 너무 미련해서 일선에 임하더라도 내부 투쟁은 멈추지 않을거야.

 

너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나도 미련하군.

지휘관(선택)

번 행동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 너는 분노하고 있어.


베라가 고개를 돌렸다.

 

베라

이번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만약 네가 의회와 쿠로노를 잘 알고 있다면 그들이 너를 어떻게 굴렸는지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거야.

 

쿠로노는 너를 승격자로 구속시키려고 하고 의회는 인간의 운명으로 모든 것을 바치려 해.

 

그들은 너를 빼앗고 너의 가치를 빼앗을 뿐이야.

 

단지 대놓고 대의로 포장했을 뿐이지.

 

모든 사람은 퍼니싱 바이러스가 진공 원자로의 강체에서 폭발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도 회개할 줄 몰라.

 

정말 아이러니하군. 또 우리로 하여금 이런 곳을 탐사하게 하다니. 현대 문명이 도대체 어떻게 멸종되었는지 그들이 모를 거라 생각해? 또 원자로 참사를 재현하길 원하는 거야?

 

베라는 눈을 감았다. 

 

병상에 누워 비명을 지르는 병사들, 하나둘씩 죽은 자신의 동료들…옛 기억과 비명이 물 흐르듯 그녀의 상념을 스쳤다.

 

베라

의회가 최소한 쿠로노 보다는 나을 줄 알았는데, 손대지 말아야 할 것을 물들이려는 미련한 놈들이였어.

 

서로에게 대항하기 위해 위험한 영역에 다시 발을 들여놓은 거야.

지휘관(선택)

진공 원자로를 탐색하면 안 된다는 거야?


베라

나의 생각이 아닌 모두가 아는 사실이야.

 

그것이 지금의 모든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걸 부인할 샘이야?

 

그녀의 말에 스스로 반박할 수 없었다.

 

베라의 말대로 이것은 확실히 사실이다.

 

인간은 야망으로 가는 길 위에서 죽은 지 오래다. 이 도시는 야망의 묘비다.




베라 눈나 개츤데레네 ㅋㅋ 안지켜준다 해놓고 철벽 방어 해주고 지휘관 의회랑 쿠로노 사이에서 존나 구르는 거 안쓰럽게 보노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