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 행위가 쫓고 도망가는 게임으로 바뀔 때, 손해 보는 쪽은 항상 준비가 덜 된 쪽이다.

 

——지금의 머레이와, 그 뒤를 바짝 쫓아가는 습격자처럼.

 

머레이는 머리 뒤로 방어용 데이터 바디를 던졌고, 이는 그가 준비한 것의 대부분을 실행에 옮겼음을 보여준다.

 

마지막 남은 데이터 무기는 가상 수류탄이었지만 머레이는 공격자를 해결하기 위해 수류탄을 사용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습격자는 그의 뒤를 5미터나 따라붙었다.

 

뿐만 아니라 머레이는 보지 못했지만, 그의 터미널은 의식의 바다 신호가 왼쪽에서 자신의 방향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머레이 

어떤 분이 쫓는진 모르겠지만, 정말 수준이 높으시군요.

1분안에 도망가든지, 아니면 잡히든지네요....

 

이때 머레이 앞 도로가 갑자기 무너지고 변형되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파이프가 원래 고정된 표면에서 떨어져 나와 머레이의 앞에 부숴져 그 속이 노출되었다.

 

머레이는 아무 생각 없이 콘크리트 파이프 속으로 뛰어들어 아래의 미지의 장소를 향해 미끄러졌다.

 

당연히 습격자는 머레이가 그냥 떠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지만—

 

맹렬한 폭발이 일어나 콘크리트 파이프의 갈라진 부분과 연결된 부분을 평평하게 만들어, 마침내 경사진 바닥을 따라 내려갔다.

 

목표물을 잃은 습격자는 옆으로 뒹굴었고, 달리던 힘을 뺀 뒤에 멈춰 섰다.

 

그 옆에는 비늘 모양의 빛과 그림자가 허공에 어른거리며 서서히 인간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팔지

어떡할까? 그냥 바닥을 폭파해버릴까?

 

발레리아 

......그건 임무의 요구에서 벗어나. 일단 철수한다.

 

팔지

...좋아, 네 말대로 할게.

 

발레리아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장소에서 침입을 해제한다면, 우리는 그를 직접 막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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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부의 기록 보관소.

땀에 젖은 머레이는 손을 옆으로 뻗어 땀에 흠뻑 젖은 터미널을 홱 벗었다.

 

머레이 

휴...! 다행히 따라잡았습니다.

 

터미널에서 메모리 플러그를 뽑고 머레이는 외투에 메모리를 넣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다른 메모리를 몰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걷어찼다.

 

머레이

두 장관이 정보력 차이로 힘겨루기를 할 바에야, 여기서 정보격차를 없애는 것이--- 그들이 나에게 폐를 끼친 것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겠지.

 

머레이는 터미널을 틈새로 걷어차고 일어서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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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카 

의장이 머레이에게 주려던 것을 제가 이미 전달했습니다.

다만... 그것이 왜 니콜라 사령관의 명의로 되어있나요?

 

하산

괜찮아. 그는 조금도 거리낌 없이 승인할 거야.

 

세리카

두 분...무슨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됐어요...별로 알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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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레이는 추억의 노랫 선율을 흥얼거리며 공중 정원의 텅 빈 복도를 걷고 있었다.

 

머레이

비록 중간에 의외의 사고가 약간 있었지만, 그래도 따라잡은 것 같아.

 

긴 복도의 꼭대기에 옅은 푸른색의 지구가 반짝였고, 무수한 작은 빛들이 그 투영 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였다.

 

머레이는 손가락 사이의 은백색 데이터 칩을 끊임없이 뒤집으며, 복도 양쪽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머레이의 시야에는 복도 쪽에 독립된 방들이 하나 둘 놓여있었고, 문 한복판에는 홀로그램 문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머레이

돌격매, 헬하운드, 백로...

우로보로스, 호랑나비...

 

머레이는 걸으면서 마음속으로 자신이 본 팀의 이름을 조용히 읽었다. 많은 문을 통과하다 머레이는 마침내 멈췄다.

 

 

머레이 

그레이 레이븐 소대, 찾았다.

 

단조로운 음의 밋밋한 전주가 끝나고, 나지막한 여음이 흘렀다.

 

머레이는 손에 든 칩을 문 앞에서 쓸어내렸고, 잠시 똑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머레이 앞에서 서서히 열렸다.



연락관 

머레이 씨, 왜 여기 계세요?

 

머레이

교대입니다, 연락관님.

 

연락관 

네? 그러나 하산 의장으로부터 교대 지시를 받지 못했는데요.

머레이 

이것은 니콜라 사령관의 직접적인 명령이기 때문에, 받지 못한 것이 정상입니다.

 

머레이는 자신의 터미널에서 암호화된 문서 하나를 연락관의 터미널로 보내자, 연락관은 그 문서를 본 뒤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군례를 한 뒤 방을 나섰다.

 

나지막한 여음이 끝나고, 단조로운 음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머레이는 갑자기 흥얼거림을 멈췄다.

 

머레이

이 단락의 하이라이트는 듀엣이어야 하는데...


 

머레이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머레이의 얼굴에는 1초도 지나지 않아 슬픈 표정이 나타났고, 그 후 고개를 들어 눈앞의 데이터 패널에서 데이터를 확인했다.

 

머레이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선 안 돼. 어쨌든 이 연락관의 신분을 바꾸는 데도 내가 가진 카드를 꽤나 썼어.

하지만 그레이 레이븐에게 연락할 수 있는 것은 연락관 신분 밖에 없어.

이번 임무는 기존의 임무랑 달라서, 형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어...

역시 성갑충 소대를 보낸 뒤, 사령관을 찾아 새로운 거래를 할 필요가 있었어.

그래도 니콜라 사령관의 허가서는 여전히 너무 비싸.

그런데 사령관, 그 카드들을 소화할 수 있겠어요?

 

트레이드마크인 미소가 머레이의 얼굴에 다시 나타났고, 머레이의 손은 데이터 패널을 빠르게 두드리게 시작했다.

 

머레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실력을 보면, 가장 어려운 공격 임무가 그들에게 다시 떨어질 지도 몰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지난번 거래에서 얻은 쿠로노를 미리 무장 배치 해두자.

 

머레이의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작은 검은 빛이 그의 눈앞의 홀로그램 속에 나타났다.

 

머레이

비밀, 효율, 안전... 날 실망시키지 마세요.

 

작은 검은 빛은 존재한 적이 없던 것처럼 홀로그램 속으로 서서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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