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


 

머레이는 에덴 16-B의 길을 걷다가 이따금 손에 든 단말기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더 높은 곳의 좌우에서 발레리아와 팔지는 이미 머레이의 행로를 바라보고 있다.

 

발레리아 

포인트 A, 타겟이 멈췄다.

 

팔지

포인트 B, 타겟이 멈췄다.

당신은 이상하다고 생각안 해?

 

발레리아

뭐가?

 

팔지

자신이 쫓기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이 무방비 상태로 길을 걷고 있잖아.

 

발레리아 

의미가 있군. 스캔해봐.

 

팔지 

알겠어.

 

…………

 

팔지 

...정말 나쁜 놈이군.

 

발레리아

무슨 문제야?

 

팔지 

미끼 신호가 거리에서 걸어 다니게하고, 구석에 숨어서 우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꽤나 공들인 모양인데, 나는 보통의 보조형 구조체가 아니지.

 

발레리아 

그럼, 전술 B. 나는 왼쪽에서 가고, 너는 오른쪽에서 간다.

 

팔지 

죽일까?

 

발레리아 

외부에 연락해보지.

 

발레리아는 터미널을 통해 계슈탈트 외부로 통신을 시도했지만, 발레리아는 아무리 튜닝을 해도 신호가 연결되지 않았다.

 

발레리아

차단되었다.

 

팔지 

게슈탈트가 한 건가?

아니면 나쁜놈이 한 건가?

 

발레리아 

둘 다 가능해.

 

팔지

그럼 가서 확인해보는 수 밖에 없겠지? 죽일까?

지금 우리는 나쁜 놈의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만약 그가 자기 사람이고, 우리가 백업 계획이라면....

 

발레리아

치명적인 수단을 강구하지 않되, 목표가 격렬하게 저항하면, 바로 죽여버려.

손이 무겁다면, 니콜라스 사령관의 지령에 따른 책임이기도 하니까.

 

팔지

이럴 때는 매우 유연한 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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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


 

머레이

...............

 

머레이는 거리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앉아 터미널을 통해 자신으로 가장한 미끼 프로그램을 조작했다.

 

발레리아와 팔지는 이미 앞뒤로 그의 10미터 뒤에 다가가고 있었다.

 

뒤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기라도 한 듯 머레이는 터미널을 조작하던 손을 멈추고, 미끼 프로그램은 그대로 멈춰섰다.

 

그리고 그가 돌아서자, 팔지와 발레리아는 좌우로 엄폐된 곳에서 나왔다.

 

머레이 

역시 ‘성갑충’답게, 생각보다 더 빨랐네요.

 

팔지

어이, 네가 게슈탈트에서 무엇을 꺼냈든, 우리는 너에게... 있는 그대로 뱉어내는 걸 요청하지.

 

발레리아

속임수를 쓰려고 한다면, 하지 마라.

 

머레이

거절한다면요?

 

발레리아

그럼 우린 시체에서 그걸 받아가면 되겠지. 결과적으론 다를 게 없어.

 

머레이 

과연 그렇군요.... 당신들이 받은 명령에는 ‘추적’과 ‘획득’ 외에, ‘말살’은 포함되지 않았어요.

안 그랬다면, 이미 저는 여기에 서 있을 수 없었겠지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당신들도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으실테지요.

그건... 우리가 아직 거래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형체를 드러내지 않고도 팔지의 촉수가 머레이에게까지 뻗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팔지는 한 발짝도 다가가지 않고 사방을 맴돌았다.

 

머레이 

이번에 똑똑히 배웠네요...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손님 맞이 수단이 다 떨어졌어요.

그럼, 방금 전 이야기를 이어서 하죠.

 

머레이는 태연하게 손을 벌렸고, 데이터 본체를 실은 터미널이 발레리아의 눈앞에 그대로 드러났다.

 

머레이 

당신들은 이 물건들의 내용을 알고 있나요?

 

발레리아

관심 없어. 그리고 네가 애매하게 죽지 않는 것은 걱정하지 마라. --- 우리는 ‘극단적인 상황’을 두려워 하지 않아.

 

머레이

...

그렇군요. ‘관심이 없으시니’ 더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니콜라 사령관에게 지금 당신은 저보다 더 편리한 도구입니다.

그래서.. 제 업무 능력을 인정하신다고 말하셨는데도, 당신들을 여기로 보내셨네요.

아니, 저를 알아보았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머레이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머레이

그렇다면, 더더욱 나는 수준이 떨어져서는 안되겠네요.

 

팔지 

말은 끝났나?

 

발레리아

너는 똑똑하니까, 순종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임을 알고 있겠지.

하지만...똑똑아. 방문 기록을 삭제하는 것을 잊어버렸네. 안타까워. 

 

발레리아가 손짓을 한 순간, 팔지의 촉수가 머레이의 몸을 관통했다.

 

하지만-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머레이

뜻밖에도 미끼가 진짜고, 진짜가 미끼입니다.

 

촉수가 머레이의 환영을 관통했을 때, 환영은 움직임을 멈췄지만, 소리는 여전히 환영의 멈춰있는 입술 사이에서 들려왔다.

 

머레이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마디 더 하게 해주셔서 침입을 해제할 수 있는 준비 시간을 벌었습니다.

미끼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그 슬픈 표정은 무척이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멀리 있는 ‘미끼 프로그램’에서 이미 파란 데이트의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팔지 

아뿔사! V! 그를 잡아!

 

발레리아

알았어.

 

발레리아는 거리로 뛰어들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머레이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발레리아의 손이 머레이에 닿기 1초 전, 머레이는 완전히 허공으로 사라졌다.

 

팔지 

……【삐--】

 

팔지는 오리엔탈 스타일의 '인사'를 내뱉으며, 미끼 프로그램 뒤의 벽에서 촉수를 뽑았다.

 

그 뒤 팔지의 눈앞에서 미끼 프로그램이 폭발했다.

 

발레리아 

팔지, 거기 무슨 일 있어?

 

팔지 

쳇... 연막이야... 저급한 데이터 무기...

 

발레리아 

...

무슨 일이야!

 

팔지 

구역 경보, 그렇군...

 

발레리아 

그의 수인가...

 

팔지 

저급 데이터 무기는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없지만 가상 공간의 청소 프로그램의 경보를 울리기엔 충분해.

쳇, 청소 프로그램이 곧 이 구역 내 식별 ID가 불분명한 프로그램체를 청소할 거야. 물론, 우리도 포함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를 떠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

 

발레리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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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발레리아

안전지대는 멀었나!

 

팔지

300미터 남았어!

200미터!

 

발레리아

너무 늦었어!

 

팔지

내 손을 잡아!

 

발레리아가 팔지의 손을 잡았고, 팔지는 곧바로 몸을 몇 번 회전시켜 발레리아를 안전지대 쪽으로 던졌다.

 

이후 팔지는 근처의 벽을 밟고 힘차게 앞으로 돌진했다.

 

——둘이 차례로 안전 구역으로 굴러 들어갔다.

 

팔지

시와! 긴급 침입 해제 프로그램 시작!

 

시와

알겠어!

 

팔지와 발레리아는 뒤따르던 자율경호원이 따라오기 전에 동시에 가상공간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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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아

...이상이 임무의 전말입니다.

침입자를 잡지 못한 것은 저희 책임입니다.


 

니콜라

아니. 임무는 완료됐다.

 

발레리아

뭐라고요?

 

니콜라

너희들은 ‘침입자’의 백업이야. 침입자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면, 그가 가져와야할 자료를 회수하는 게 임무지.

 

발레리아 

...

 

팔지

...쳇, 우리는 마지막까지 백업이었나.

 

니콜라

이것은 임무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발레리아

...........

 

니콜라

질문이 있나?

 

발레리아

그는 대체 누구입니까?

 

니콜라 

..........

일단 ‘테스트가 좀 필요한 친구’라고 하지. 다른 건 묻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발레리아

알겠습니다. 더 묻지 않겠습니다.

 

니콜라

그가 자네에게 무언가 말했나?

 

발레리아

……아니요.

 

니콜라

……알겠다.

그렇다면, 자료 회수 임무는 계속 자네들에게 맡기지.

 

발레리아

하지만 우리가 그를 놓쳤고, 그가 다시 정보를 찾는다면...

 

니콜라 

정보를 다시 찾을 필요는 없다. 그는 여전히 게슈탈트와 직접 연결할 수 있는 터미널 세트가 있는 정보부 기록 보관소에 있을 거야.

시간을 계산해본다면, 지금쯤 침입을 막 해제했겠지. 임시 터미널은 인지 교정 시간이 더 오래 걸리니까.

자네들은 아직 그를 따라 잡을 시간이 있어. 좌표를 보내주지.

 

발레리아

......알겠습니다.

 

니콜라

아주 좋아. 자네는 추가 질문을 하지 않지. 이게 자네의 가장 큰 장점이네.

 

발레리아 

...네, 질문하지 않습니다.

 

발레리아는 더 대답하지 않고 돌아섰다.

 

발레리아 

(...질문을 안 하는 게 정말 좋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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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노말 10장 S.S.D.D.로 이어짐


13장 [종언복음] Part1 : 공중 화원 10장 "S.S.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