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공중정원이 추락하고 있던 때.

 

——이곳은 한때 번화한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건물'이라는 이름의 철골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텅 빈 묘비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사이 사이에 붉은 급류와 좁고 기다란 수정 기둥이 있었다.

 

수정 기둥들 사이에서 두 개의 작은 그림자와 하나의 큰, 세 그림자가 당당히 걷고 있었다.


 

나나미 

지루해--! 지루해지루해지루해! 마틴, 뭐 재미있는 거 없을까!

 

마틴 

말썽 그만둬, 나나미.

 

나나미 

흥! 너한텐 기대 안 할래! 로쿠하치는 내가 못 들어본 탐사꾼의 재밌는 농담이 있겠지!

 

로쿠하치

아니, 아는 건, 하루에, 백 개, 다 썼어.

 

나나미

...

 

나나미는 몸을 돌려 두 기계체를 바라보았다.

 

나나미

……………………(응시)

 

마틴 

……왜?

 

로쿠하치

로, 로쿠하치, 이해 안 돼.

 

나나미

난 말야---너희 둘은— 좀 재밌을 수 없니---

 

마틴 

아무 설명도 없이 마틴을... 곰을 설원에서 끌어내고, 여기까지 왔으면서...

 

로쿠하치 

나나미, 로쿠하치 떠났고, 로쿠하치, 따라왔다.

 

나나미 

게임하자고 한 거 잊었어? 게임의 테마는 바로 멀리 여행!

이왕 먼 여행이니까 파트너가 필요해! 이왕이면 친한 마틴과 로쿠하치랑!

 

마틴

그런 규칙이 있는 지 몰랐는데....

 

로쿠하치 

나, 나나미, 알려줘, 로쿠하치, 어, 어디로 가는 거야?

 

나나미 

흠...완전 짜증나고 짜증나는 기계 할머니한테... 우주에 사는 할머니...

기계 할머니는 나나미랑 할 말이 있는데 나나미의 외침은 너무 작아...

그래서 할머니는 나나미에게 나나미 목소리를 증폭할 수 있는 좌표를 줬어!

나나미는 무서워서.. 콜록 콜록, 나나미니까 길에서 나쁜 놈한테 당할까봐 무서워서! 그래서 좋은 친구 두 명을 데려왔어!

 

마틴 

...

 

로쿠하치

내, 내버려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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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안테나"


 

로쿠하치

나, 나나미.

 

나나미

...?

 

로쿠하치 

나, 질문.

 

나나미 

......질문이 뭐야?

 

로쿠하치

이해 안돼, 이건, 뭐야.

 

로쿠하치는 자신의 하체의 붉은 비닐과 노란 비닐로 마구 붙인 짧은 치마를 가리켰다.

 

로쿠하치 

계속, 관절 안으로, 불편해.

 

로쿠하치는 간헐적으로 말하면서 잡아 당기려고 손을 뻗었다.

 

나나미

떼면 안돼! 내가 너희에게 설정한 역할을 잘 해내!

 

로쿠하치

이 역할은, 뭐야?

 

나나미

내 기억엔... 책에서 봤는데... ‘워커’였나 뭐였는데...

.....정했어! 그냥 ‘로쿠하치 워커’라고 하자!

 

로쿠하치 

?

 

나나미 

그렇게 정했어! 마틴은...

 

마틴

또 나한테 뭘....

 

나나미

넌... 그 뭐냐... 마틴 원수?

 

마틴 

원수가.. 뭐야?

 

나나미 

아마도 황금시대에 매우 대단했던 한 관료...의 느낌이랄까?

 

마틴 

...더 이해하기 어렵네.

 

나나미

사소한 것엔 신경 쓰지 마!

.....흠......

 

마틴

……또 무슨 일이야?


 

나나미

어디로......가더라?

 

로쿠하치 

결국, 너, 모른다.

 

나나미

에이, 할머니 로봇이 알려주는 좌표가 너무 애매해! 이렇게 넓은 지역에서 어떻게 그녀가 지정한 장소를 바로 찾을 수 있어!

 

마틴

...좌표 외에 다른 것은 없어?

 

나나미

흠... ‘대형 안테나를 찾는다? 대형 안테나의 모양을 모를 경우, 아래의 사진을...’

 

마틴

...

 

로쿠하치

어이없음.

 

나나미

왜, 무슨 일이야...

 

마틴

너... 로쿠하치라고 하지?

 

로쿠하치

응.

 

나나미 

?

너희들..뭐 할 거야?

 

나나미의 질문을 무시하고 마틴과 로쿠하치는 자리를 떴다.

 

마틴과 로쿠하치가 거리를 두고 걸어가서야 마틴은 나나미의 질문에 대답했다.

 

마틴 

우리가 직접 찾아볼테니, 찾으면 와!

 

나나미 

너희들... 날 기다려! 나도 도울래!

 

나나미는 정신없이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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