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의역 다수

처음이자 마지막 집단회의가 끝난 뒤였다.

라스트리스

저는 당신들이 다소 의견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라스트리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행정부 장관은 폴더의 금속 단추를 닫고 연구 책임자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행정부장

방금 여기 온 나라면 지금쯤 당신의 목을 조르고 있겠죠.

 

주무관으로 승진한 그날 밤을 기억하십니까? 그때 당신을 실험실에서 억지로 끌어내서 부장님들과 저녁을 먹었죠.

 

밥 먹을 때, 당신에게 이 기지가 어떻냐고 물었더니 여기는 마치 영원히 신진대사 하는 하나의 뇌 같다고 대답했죠.

 

라스트리스

내가 그런 말을 했나?

 

행정부장

적절한 비유입니다.

 

뇌가 생각할 때 신진대사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무기염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한가요?

 

라스트리스는 주저하지 않았다.

 

라스트리스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뇌 사색의 결과가 중요하죠.

 

행정부장

그래서 자양분이 우선적으로 공급되야 하죠. 우리가 하는 일 말이에요.

 

행정부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터 부장

걱정 마세요.

 

라스트리스는 장관들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녀는 아주 옅은 미소를 지었다.

 

라스트리스

나는 나의 동료가 당신들이라는 것이 매우 기쁘군요. 당신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매우 큰 영광입니다.

 

행정부장

저도 마찬가지군요. 저는 아틀란티스의 바다 위에 새로운 산업혁명의 새벽이 오는 모습을 보고싶어요. 설령 그 새벽을 기다리지 못하더라도 나는 가능한 가까운 곳에 쓰러지기를 바랍니다.

 

그녀가 일어섰다.

 

행정부장

내가 먼저 갈 테니 당신들은 최대한 늦게 저와 합류해주세요.

 

마지막 고통을 안기게 해서 미안합니다.

라스트리스는 전망탑 창가에 서서 이미 생기가 사라진 해성을 내려다보았다.

 

빛나던 것일수록 쇠락할 때는 적막해진다.

 

시간이 너무 흘러 고인들이 하나 둘씩 멀어졌다. 그녀는 지금 광풍속에 흔들리는 횃불처럼 홀로 서 있다.

 

마지막 횃불만 꺼질 뿐이다.

 

오늘의 날씨는 그 닥 좋지 않다. 밖에는 먹구름이 가득 차 있지만, 큰 비가 내리지 않아 구름 사이로 약간의 태양빛을 볼 수 있다.

 

라스트리스

 

그녀는 두 눈을 감고 볼에 떨어지는 온기를 곰곰이 느꼈다.

 

라스트리스

지금까지의 연약함을 버릴 방법이 없을까…

 

뇌는 이때만 나를 혐오하게 만든다.

 

라스트리스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그들의 깃발이기에 누구 앞에서도 연약한 기색을 보인적이 없다.

 

깃발은 하나의 상징이고, 하나의 징표이며, 깃발은 인간성과 안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군대 최전방에 걸려있고 모든 것을 정복한 후에는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깃발이 넘어지지 않으면 모든 사람은 같은 목표를 향해 계속 전진하게 될 것이다. 이상과 신념을 향해 두려움 없이 전진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이끌던 모든 사람이 없다. 그들은 인류의 마지막 사업을 위해 이미 자신들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영혼을 모두 불태웠다.

 

그러자 깃발은 그 순간, 잠깐 하나로 바뀌었다.

 

라스트리스

최대한 늦게 당신들과 합류해야 해?

 

내가 식언해야겠네.

 

예전에는 전망탑은 모두가 즐겨 머무는 곳 이였다.

 

이곳은 아틀란티스의 절정으로 도시가 내려다보이고 바다를 바라보거나 별을 바라볼 수 있다.

 

이제 위치는 다 비웠고, 오직 그녀만이 남아 인류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라스트리스는 자신의 의자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녀는 제 갈 길 끝까지 사명을 다했다.

 

벌써 피곤하기 시작했다.

 

남은 건 뒷사람에게 맡기고 계속 포복해서 가자.

 

라스트리스는 고개를 돌려 곧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을 태양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아쉽네.

 

그녀는 이 도시를 밟는 날, 자신이 언젠간 우주의 끝까지 발을 디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라스트리스

마지막이 나일 줄이야, 생각지도 못하고 온순하게 이 양식에 들어섰어.

 

마지막 중얼거림이 석양의 잔조 속에 사라졌다.

전망실 문을 여는 순간, 정해진 세상을 다시 누르는 것 같았다.

 

바닷바람이 유입되면서 외부에서 유입된 물기가 염화 질소처럼 가득 찼다.

 

그동안 영상 속 여자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몸에는 썩은 기미가 없다.

 

무거운 슬픔이 갑자기 광기를 일으키며 방안을 가득 채웠다.

 

베라는 침묵으로 다가가 천천히 여자를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다 발견한 게 있다.

 

그녀 책상 옆의 보급함에는 음식이 가득 쌓여 있었다.

 

배라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베라

하하하하하하.

 

그 순간, 그녀는 이 방의 모든 것을 통해 눈앞의 그녀가 임종할 때의 광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과 달리 라스트리스는 굶어죽은게 아냐.

 

이를 의식한 베라는 뭔가 더 깊은 감정을 감추기 위해 큰소리로 웃었다.

 

베라

길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니… 어림도 없지 않은가.

 

정말 교활하군, 넌 그저 감당할 수 없었을 뿐이야.

 

좋아, 그럼 내가 너의 모든 것을 약탈해주지.

 

베라는 건빵 한 봉지를 뜯어서 입에 넣었다.

 

구조체는 식사를 하지 않아도 돼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

 

그런데 베라는 이들을 입에 쏙쏙 집어넣는 일종의 의식을 하는 것 같았다.

 

바통은 라스트리스의 손에서 베라의 손끝으로 넘어왔다.

 

베라

당신이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었겠지.

 

내가 책임지겠어.

 

당신들의 꿈, 당신들의 미래, 당신들의 희망, 당신들의 잃어버린 고통은 내가 감내할 거야.

 

베라는 일어나 라스트리스 코트 주머니에 손을 뻗어 그들의 유산을 꺼냈다.

 

그걸 나의 손에 맡겼다.

 

지휘관

베라…

 

베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베라

넌 여기 있어. 내가 그 물고기를 잡아올게.

 

이 도시는 아직 얼마나 많은 물건을 이용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니콜라에게 불평을 듣고 싶지 않거든.

 

베라는 결연히 자신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도디어 라미아랑 붙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