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부랑자들 사이에 비밀스러운 소문이 돌았는지는 모른다.


 

부랑자 소년

저, 전언에 의하면 그곳의 무인 폐허에는 많은 보급품이 있다고 해.

어, 어떤 조직이 폐허를 재건하려고 한 것 같아.

하지만 습격을 당해 계획이 취소되고 물품이랑 자재가 그대로 남은 것 같아.

 

만약 당신이 부랑자에게 ‘이 소식은 어디서 들었어?’라고 물으면 애매모호한 대답만 돌아올 것이다.

 

부랑자 소년

누, 누가 알겠어. 친해서 알려줬더니, 나랑 같이 보러간다고 안 했잖아.

 

또는 더 나쁜 대답이.

 

부랑자 소녀 

기계 날개를 가진 천사가 나한테 말해줬어!


 

? ? ? 

...........

벨라 아씨, 이 정보를 믿어도 될까요?

 

벨라 

몇 번을 말해. 내 이름은 벨라야! 네 만화책에 나오는 것을 나한테 쓰지마. 책에는 그런 이름이 없어!

 

? ? ?

그렇담 당신이 본 책이 너무 적다는 것이죠. 벨라찡.

 

벨라 

으악... 그만해.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이 근처는 자원이 별로 없고.. 건조 식량 비축이 남아 있으니 다녀와도 상관없을 것 같아.

 

? ? ? 

그럼 난 준비하러 갈게. 길에서 위험이 닥치더라도 가면라이더처럼 내가 지켜줄게, 벨라츄.

 

벨라

퉷! 슈렘. 한 번만 더 그딴 식으로 부르면 가방에 있는 책을 다 찢어버리겠어.


슈렘?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당신도 마침내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군요.

 

슈렉

내 이름은 슈렉이에요! 게다가 당신이 젤 먼저 찢어야하는 건 썩은 닭고기 수프 조리법이라구요!

 

벨라 

이것은 믿음이야! 어려운 환경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믿어야 해.

강인한 마음만 있으면 이기지 못할 난관은 없어!

 

슈렉

그것은 단지 플라시보 같은 것입니다, 벨라 엉덩이.

 

벨라는 그 호칭을 듣자마자 날카로운 고함을 지르며 슈렉과 싸웠다.

 

주변의 부랑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도 부러운 눈초리만 던졌다.

 

부랑자 소년

대단하네... 배부르니까 저렇게 할 수 있겠지.

 

그도 그럴게, 벨라와 슈렉은 둘 다 강하고 유능했다. 그들은 여러 명의 불량배를 여러 차례 연거푸 평정해 보유한 것을 강탈한 다음 다시 판매했다.

 

책에 대한 집착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더 많은 보급품을 얻었을 것이고, 전설의 폐허를 탐험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슈렉 

내 책! ! ! !

 

슈렉의 애절한 외침과 함께 그의 소중한 책의 한 페이지가 찢어졌다.

 

슈렉

제길.. 물자로 터미널을 바꿀걸! 합성 종이는 어쩜 이렇게 불편한지!

 

벨라

터미널? 가당키나 해?! 책 때문에 이런 건조 식품밖에 안 남았는데!

… 아무튼, 빨리 폐허로 가자. 더 뭉그적거리다가는 저녁을 먹게 되겠어.

 

슈렉은 찢어진 책을 비통하게 안고 비틀거리며 벨라를 따라 폐허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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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정 끝에 마침내 소문의 폐허에 이르게 된 두 사람은 기이한 광경을 맞이하게 된다.

 

벨라 

……이게 뭐야.

 

연약한 부랑자들이 거리를 기어 다녔고, 진홍색 액체가 땅에서 뿜어져 나와 빠르게 녹아내렸다.

 

슈렉

이 행성은 이미 피와 눈물을 흘린 것 같아요.

 

벨라는 슈렉의 환상적인 발언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부랑자를 붙잡고 그 앞에서 비스킷을 흔들었다.

 

벨라

저 빨간 물건은 어떻게 된 거야.

 


부랑자 

사람들은 저것이 천국이라고 말해.

 

벨라

천국?

 

부랑자

나도 잘 몰라. 뛰어들면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하는데, 그 안을 뚫고 다시 나와서 이야기하니까.

 

슈렉

...삼도천?

 

                          *삼도천: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경계선에 있다고 전해지는 강

 

부랑자

나는 친구가 많지 않아서, 다른 사람의 친구가 그 속을 뚫고 나오는 것만 본 적이 있어.

 

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눈앞의 부랑자는 나약해 보였지만 그의 표정은 거짓말처럼 아주 차분했다.

 

부랑자

요즘 여기 온 사람들이 엄청나게 뛰어들었어. 난 좀 겁나서 아직 망설이고 있지만.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음식을 구하다 병에 걸려 죽는 것 보다, 미지의 낙원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낫다고들 해.

더군다나 뛰어내렸던 사람들도 다시 나와서 좋다고 하고.

 

부랑자는 벨라가 건네준 비스킷을 손에 들고 두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부랑자

고마워. 주변에 악당이 몇 명 있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벨라

..............

 

슈렉

우리가 가는 김에, 천벌을 대신해서 물자를 좀 뺏어올까?

 

벨라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그들의 실력을 먼저 알아봐야겠어.

우리가 사는 곳엔 이미 아무런 자원이 없으니까, 여기서 약간 더 보충해야만 더 먼 곳으로 갈 수 있어.

 

슈렉

네 말대로, 벨라상.

 

이마에 핏대가 올라온 벨라는 거세게 화를 참으며 자신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닭고기 수프 요리책을 꺼내 <<화내지 마>>의 몇 구절을 읽었다. 슈렉은 마치 마법의 소리를 들은 것처럼 고통스럽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벨라

좋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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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오타쿠 캐릭터의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