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폭 유리 한 겹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방 안에서 21호는 모의 전투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색깔의 케이블이 21호 목과 관절에 있는 인터페이스로 연결되어 있으며, 작은 흰색 구조체는 차가운 금속 침대 위에 꼼짝 않고 누워 있어 이미 경험하고 있는 모든 것에 익숙해진 듯 했다.

마치 깨진 구멍의 인형처럼, 순백의 의식의 바다에서 보았던 광경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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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이래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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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 이번에는 단지 데이터 수집일 뿐이라서 이렇게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기술자: 당신은 그녀의 지휘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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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임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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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 예?

디버깅 담당 기술자는 복잡한 설비에서 고개를 들어 의심스러운 듯이 이쪽을 쳐다보았다.

기술자: 훈련을….자진적으로 훈련 시뮬레이션을 요청해서, 저는 정식으로 배속된 지휘관만이 자기 대원들을 위해 이런 일을 할 줄 알았습니다.

기술자: 그리고....원격 링크의 시범 소대가, 어쩐지 급하게 바꾸려고 애썼더니...

기술자: ....못쓰게 되면….어디서나 마찬가지일텐데.

마지막 말은 아주 가벼워서 거의 혼잣말에 가까웠고, 또 굳어진 입에서 탄식이 흘려나왔지만 기계의 굉음 속에 가려졌다.

>저기요?

기술자: 별것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기술자: 구조체가 작전에서 통제력을 잃으면 소대 지휘관은 돌이킬 수 없는 의식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원격 링크의 시행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자: 당신이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것인지 아니면 무식한 사람인지, 왜 이런 임무를 이어받아서 책임서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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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믿습니다

수격자까지 링크해봤으니, 문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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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 .....별난사람이네요.

기술자: 설비가 이미 다 되었으니, 그럼 시작합시다.

21호: .....

>......

21호: .....

>....21호, 느낌이 어때?

21호: ....문제없어.

데이터 수집이 빠르게 끝났고, 21호도 방에서 나왔다.

링크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간단하게 그녀의 기체 상태를 살펴봤는데, 확실히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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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안좋은 기억을 떠올리게해서

겁먹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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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21호, 폐기되나요?

>무엇을?

21호: 이런 상황은.... 잘 알고 있어.

21호: 기준에 미달하거나 임무를 완성하지 못하면 폐기될꺼야.

21호: 처음에는 21호 그런 감정들이 싫었어, 그것들 때문에, 내 것이 아니었어.

21호: 내가 주체할 수 없어서 그런 걸까?

>아니야.....

21호: 21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 감정들이 너무 익숙하지 않아.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찾고, 어떻게든 짜맞추며, 21호는 다급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21호: 그래서, 21호 자신의 감정을 느꼈어.

21호: 그것은 나의 물건이고, 그것은 내가 가진 것이고, 어렵게 얻은 것이야.

21호: 하지만 감정이 생겨서 싸울 수 없다면 폐기하더라도 나는……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께

>베라는 너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고, 나도 떠나보내기 싫어

>감정을 표현하는건 당연한일이야

>아직 익숙하지 않을뿐이지

21호: 습관적으로....내가 익숙해질까?

21호: 나, 익숙해질 수 있을까....

>그럼

>내가 도와줄께

>이후의 모의전투에서, 나는 항상 너와 함께 할테니까

21호: ......

>다시는 통제력을 잃지않도록 할께

>나를 믿어

21호: 응.

21호: .....나는 (name)을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