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아...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네, 지휘관은 어떻게 됐을까.

 

분홍색 전자 입방체가 리브 주변을 에워싸 어두운 폐허 속에서 리브가 간신히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리브

혼수상태에 빠진 동안 지난날들이 생각났어.... 역시나 그 문턱을 넘지 못했구나.

하지만 이런 나라도, 지휘관은 항상 내 모든 걸 존중해주셨구나.....

 

탕-


 

리브 

이건..... 지휘관의 총소리!

그들이 또 어떤 위험에 처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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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가 자신의 몸을 일으켜 천천히 주변의 입방체를 밖으로 밀어내자, 어둠이 걷혔고 압박감은 흔적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고, 익숙한 건물 구조가 다시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총성이 난 곳으로 달려가던 중, 리브의 눈에 비친 것은 지휘관이 총을 들고 바네사를 겨누는 장면이었다.

 

지휘관이 총을 쏜 뒤, 리가 먼저 총을 꺼내 테시우와 밤비나타를 겨눴다. 테시우와 밤비나타도 무기를 들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를 겨누자, 루시아가 칼을 들고 지휘관과 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바네사 

네가 나에게 준 첫 번째 선물이야~

 

바네사는 손으로 뺨의 피를 닦았다.


 

바네사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상관을 공격한 건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지휘관

네가 군인과 동료를 모욕한 행위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바네사

군인? 사람처럼 생긴 인형도 군인의 자격이 있어?

걔들은 인간의 무기와 장난감에 지나지 않아.

모두가 지구를 되찾기 위해 구조체가 된 줄 알아?

지휘관이니까 알고 있겠지만, 공중정원의 자원은 모두 우리 쪽으로 기울어질 거야.

전쟁이 끝날 때까지 내 밑에서 순순히 말을 잘 듣고 편히 살겠다는 구조체가 얼마나 되는지 몰라. 장난감 하나가 싫증나면 새걸로 바꾸면 돼.

 

지휘관

그것들은 네 장난감이 아니야.

그들만의 생각과 결정이 있다고.

우리 셋이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건 바로 리브의 결단 때문이야.


 

리브

지휘관……

 

지휘관

리브? !

 

바네사

뭐야, 안 죽었잖아. 정말 실망이야. 네 꾸질꾸질한 모습은 정말 못 생겼구나.


 

바네사가 리브를 계속 모욕하려 하자, 리브는 루시아의 손에서 검을 뽑아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잘랐다.

 

리브 

바네사, 네가 나를 위해 정성껏 골라 치장한 인조 머리카락이야.

명령에 따르는 것은 군인의 소명이지만, 모든 것이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발전하는 것은 아니야.

나는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너처럼 수단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런 승리는 내가 바라는 미래에 있지 않아.

모든 사람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어.

 

지휘관

말만 그렇고 마음속은 아닌 리.

강하지만 연약한 루시아.

모두를 배려하는 리브.

 

리브 

테시우, 밤비나타, 그리고 우리가 만나는 모든 존재는.

모두 개인의 의지가 있는 살아있는 개체이지, 네 손에 쥐어진 장난감이 아니야.

내가 직접 전선에 섰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에 숨이 막혔어.

하지만 더 많은 것을 느꼈고 오히려 설렘도 느꼈어.

오래 전, 내가 생명의 별 의무병으로서 처음 전장에 나섰을 때의 설렘.

오랜 시간 무감각해진 끝에 잊혀질 것만 같았던 설렘...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서 내가 직접 전선에 나서 동료들을 돕고 부상자를 구조할 수 있게 됐어.

나는 리브. 공중 정원의 군인이야. 네 손에 있는 죽은 인형이 아니라.

4대 3이야. 내가 합류했으니까. 균형은 기울어졌어.

그만해, 바네사. 계속 대치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조금만 계산해 봐도 알 수 있을 거야.

 

바네사 

너……

 

리브

지휘관, 그들을 보내주세요.

 

선택: (발사한다.) / (무기를 치운다.)

 

바네사를 향했던 총구를 돌려 재빠르게 하늘을 쏘았고, 총성은 오랫동안 도시를 울렸다.

 

바네사

? !

 

지휘관

끝났어, 바네사.

 

바네사는 몇 초 동안 그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겨있다가, 테시우와 밤비나타를 데리고 돌아져서 거리의 모퉁이로 사라졌다.

 

청정 백로 소대가 떠나는 것을 확인한 리브는 꽉 잡았던 두 손을 벌렸고, 새하얀 긴 머리카락은 전장의 뜨거운 바람을 타고 바람과 함께 멀리 사라졌다.


 

리는 소탕의 완성을 상징하는 신호탄에 불을 붙였고, 무기를 닦은 후 기체의 항전자파 간섭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각 분대가 맡은 구역에서 소탕 완료의 신호탄이 속속 올라오는 등 대형 임무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고, 충돌로 치솟았던 심박수는 차츰 정상으로 돌아왔다.

 

손에 부드러운 손길이 닿았다. 리브가 고개를 숙인 채 방금 총으로 인해 다시 터진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이미 치료받은 상처에 몇 번이고 붕대를 겹쳐 감았다.

 

선택: 고마워. / 좀 많이 두꺼운 것 같은데...?

 

리브

...

 

리브는 또다시 낯익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전과 다른 점은, 이번에는 고개를 들어 지휘관의 눈을 바라보며 더욱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는 점이다.




리브

저는... 이번 임무의 총지휘관에게 대들었고, 불필요한 충돌이 지휘관이 함께 연루되게 만들었어요.....

정말 죄송해요.

그러나 저는 지금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아요. 바네사와 나의 전 소대원들에게 군인으로서, 그레이 레이븐의 일원으로서, 제 뜻을 말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왜냐하면 여러분을 만나고 얻는 건, 내가 얻은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내가 피하고 있는 것에 맞서기로 결심하게 만든 것은 바로 지휘관이에요.

하지만 제가 바네사에 대해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제 행동은... 확실히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에요.

돌아간 뒤 탈퇴 신청서를 제출하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행동으로 인해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 문제가 되면 안 되니까요...

 

지휘관

리브.

나는 동의하지 않을 거야.

 

리브

어? 하지만 저는……

 

지휘관

우리는 함께 있어야 비로소 그레이 레이븐 소대야.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함께 마주할 거야.

그리고 나 또한 방금 그녀를 심하게 화나게 했어.


 

누구에게나 똑같은 얼굴을 하고 대하는 그런 착한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강한 모습도 있었네요.

 

선택: 네 머릿속에 내 이미지는 뭐야.... / 결국 난 너희들의 지휘관이니까.

 

리 

... 어쨌든, 나쁘지 않네요.

이 기간의 임무를 통해서 우리 사이의 호흡은 이미 매우 원활해졌고, 효율도 현저히 향상되었습니다.

지금의 선수 구성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다시 새 대원을 만나는 게 더 귀찮을 것 같네요.

 

루시아 

응. 리브는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한 소대원이야.

그리고, 나는... 이제부터 리브와 같이 싸우고 싶어. 전투 구성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내 바람으로.

그레이 레이븐의 모든 동료는 회색 까마귀가 날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날개이며, 절대 외부의 힘으로 갈라져서는 안 돼요.

 

지휘관 

당연하지.

 

햇빛은 짙은 구름과 연기를 뚫고 부서진 거리에 얼룩덜룩한 빛을 비춘다. 리브의 머리카락이 햇빛 아래서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

 

지휘관 

리브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은 정말 아름답네.

 

리브 

어? 그, 그런가요...

 

지휘관

그래서……

기념 사진을 찍자!

 

이제 막 전투가 끝나고 포격의 연기가 채 가시지 않은 전장에서 웬일인지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리브 

사진.....


 

루시아 

기념?

 

리 

왜 이런 짓을 합니까?

 

지휘관

그레이 레이븐이 대규모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건 이번이 처음이잖아.

오늘은 우리에게 기념할 만한 날이야.

 

지휘관은 이 말을 하면서 외골격에서 카메라 모듈을 시작했다. 하지만 장비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폭발로 파손된 구멍만 남았다.

 

지휘관 

......

 

...

카메라 모듈이 고장 났으면 빨리 말하세요.

 

리는 자신의 손에 있는 장치를 던졌다.

 

리 

정찰 기계에서 떼어낸 거라 수동으로 렌즈를 교정할 수는 없고, 영상 촬영만 할 수 있어요.

어차피.. 영상을 찍어두면, 당신이 원하는 사진은 나중에 캡처해도 되니까요.

 

지휘관

정말 고마워.

 

다른 두 팀원을 바라보자 루시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

지휘관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됩니다.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한 후 뒤로 물러나 가장 적합한 촬영 거리를 찾았다.

 

손을 들어 액자를 만들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가장 소중히 여기는 동료들을 손가락 사이에 넣는다.

 

지휘관 

셋--

 

루시아는 쭈뼛쭈뼛하고 있는 리브를 보더니, 리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손을 잡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갑작스러운 루시아의 밀착에 리브는 조금 수줍어하며 이쪽을 바라보던 볼이 살짝 홍조를 띠었지만, 긴장했던 어깨는 풀린 상태였다.

 

지휘관

둘-------

 

조금 멀리 떨어진 리도 지휘관이 일부러 숫자를 길게 늘어뜨리는 걸 알아채고, 살짝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카메라’ 쪽을 바라보고 어색한, 어쩌면 미소라고 할 수 있는 표정을 지었다.

 

지휘관

하나!

 

특이하게도 세 사람 모두 감정 표현이 서툴러도 서로의 생각을 행동에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말은 필요 없었고, 마음은 전달 되었다.

 

공장 구역의 갈등이 해소되면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첫 번째 대규모 임무는 마침내 일시적으로 막을 내렸다.

 

다음 지시를 기다리기도 전에 돌풍이 도시의 폐허를 스쳐 지나갔고, 전장을 가득 메운 화약 연기는 걷잡을 수 없었지만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게 잠시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이것은 긴 전투에서 사소한 승리에 불과했고, 회색 까마귀가 날아가야하는 전투에는 분명히 더 많고 더 많은 위험과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회색 까마귀는 항상 함께 위험에 직면할 것이다.

 

——루시아, 리브, 리와 그들의 지휘관.

 

휴게실 책상 위에 늘 놓여져 있던 전자 액자 속에 드디어 가장 어울리는 사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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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네사 

그레이 레이븐의 세 구조체가 지휘관을 이렇게까지 옹호하다니.

내가 한 것은.... 아니야. 나처럼 구조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 만이 가장 올바른 수단이야.

밤비나타, 어떻게 생각해?

 

밤비나타

주인님……

 

바네사

지금 난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 정말로 장난감한테 의견을 물어보다니.

하하...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머지않아 네가 했던 결정을 후회하게 만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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