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담(講談)하여 사람에게 올바른 길을 권하니, 세 갈래 큰길이 중앙으로 모이다.'


'선악은 결국 보답이 있으니, 인간 세상의 정도(正道)는 상전벽해로구나.'*

    



햇빛이 내리쬐는 날, 평화롭고 조용한 거리 깊은 곳에서 간간히 불협화음이 들려왔다.



???

흥, 헛소리좀 작작 해라. 오늘은 천자 할애비가 와도 소용없는 날이다.



그가 가면 밖으로 내뱉은 침방울이 얼룩덜룩한 기둥 위로 날아가 탁함을 더했다.



???

우린 단지 고작 몇 푼만 받고 이 두 사람밖에 없는 낡아빠진 도장을 보호하는 것일 뿐, 이렇게 수지 맞는 장사는 징을 치고 찾아봐도 없을껄?



포뢰

음...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걸로 기억하는데... 원래는 등불이라고 말했었나?


???

씨 [삐ㅡㅡ], 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뭐냐고 말하는 거잖아.



??

아 그래 그래 그래, 주마 형 말이 맞아. 너는 그 좀, 그...


??

사리분간좀 해!


포뢰

여기에 저와 선생님만 있으면 충분하지만 그래도 여러분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주마

쯧쯧... 내복, 왕재, 내가 말을 너무 애매하게 해서 못 알아들은 것은 아니겠지?



내복

설마 주마 형이 그럴리가 있겠어? 다른 가게는 우리가 말하기도 전에 순순히 돈을 꺼냈잖아.



왕재

저 계집아이는 뭔가 좀 낯설어보여서 무, 무ㅅ...**


내복

고작 장도리가 무서워서 겁을 내면 그러고도 우리가 묵파의 사람이라고 할 낯짝이 있겠냐?


왕재

무, 무슨소리! 아마도 신참일거야!**



포뢰

와, 당신들 참 똑똑하네요. 저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 다 알고 계셨네요.


포뢰

제가 여기 온 지 얼마 안 된 건 사실이에요. 아마...



어라, 언제 였지?



내뱉은 대답은 말미에 머뭇거림으로 변했다.


적막한 도장, 고풍스러운 거리, 저 멀리 안개 낀 성벽, 그리고 하늘 끝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기계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익숙한 풍경이 오히려 한 가닥 위화감을 준다.


하지만 앞에서 보라색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한 주마라는 남자는 의혹을 의식하지 못한 채 옆의 네모난 의자에 걸터앉아 다리를 번쩍 들어올렸다.



주마

흥, 어쩐지 전혀 모르는 모양이더라니.


주마

여기서 머물고자 한다면 그 어떤 것이든 우리 '묵파'의 의견을 묻지 않으면 안된다.


주마

오늘 형들 기분 좋으니깐 지금 정식으로 다시 소개해주마.



내복과 왕재는 그 말을 듣고 바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주마는 네모난 의자를 걷어차고 세 발짝 두 발짝을 두 사람의 등을 힘껏 밟았다. 그리고 맹목적으로 대들보를 잡고 힘을 주어 공중에서 720도 뒤집고 사방팔방으로 무릎을 껴안은 채 착지했다.


그는 포뢰를 등지고 양손을 앞으로 모은 뒤 힘차게 다가가서 그의 빳빳한 헤어스타일을 지우고 포뢰를 향해 돌아섰다.




주마

우리가 바로 묵파다!


포뢰

...?



주마는 포뢰의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자 다시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며 포뢰를 가리켰다.



주마

우리가 바로 묵파다!


포뢰

...


주마

...


포뢰

그러니까 무슨 파라고요?


주마

'묵' 파다!


주마

남산의 경로당을 주먹으로 때리고 북두의 유치원을 발로 밟아 칠흑 같은 의지를 퍼뜨려 불굴의 극도를 관철시켰다.


주마

우리는, 바로 이 거리의 가장 강하고 위대한 어둠의 제왕, '묵'파다!


내복

멋지다 주마 형!


왕재

바, 바로 그거야!


포뢰

왜 생각도 안하고 대충 지은 이름처럼 느껴질까?


왕재

바, 바로 그거야!


주마&내복

응?


왕재

아, 아니 틀렸어!



???

다들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거냐? 왜 이리 시끌벅적한가.


포뢰

선생님, 오셨습니까!


주마

선생? 그렇다면 당신이 바로 이 구멍가게의 우두머리라는거네.


선생

사람들과 함께 떠나지 않았을 뿐, 여기 머물러서 가게를 관리하는 소소한 역할만 맡았을 뿐이랍니다.


주마

됐다 됐어, 네가 누구든 중요하지 않아.


주마

오늘 돈을 내지 않으면 누구도 좋게 끝날 생각 하지 마.


선생

우리는 항상 인간을 섬기는 것을 제1의 준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여러분 먼저 화를 풀고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 하시죠?



선생은 네모난 의자 몇 개를 가져오라고 말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내복과 왕재의 발길질을 당했다.



왕재

안, 안 앉아.


내복

원래는 조금만 받아가려고 했는데 말이야, 너희 집 계집아이가 정말 우리를 기분 나쁘게 했거든? 우리가 받은 정신적 피해보상 단 한 푼이라도 덜 갚으면 더 말할 것도 없는 줄 알아.


선생

하지만...


주마

닥쳐 씨 [삐ㅡㅡ],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죄다 시어머니질이야, 오냐오냐하면 못알아먹으니 강하게 나오는 거잖아!



주마는 더 이상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선생을 끌어당겨 자기 쪽으로 당겼다.


하지만 이 평범한 외모의 선생이 이렇게 세게 끌어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주마

흥.



그러나 주마 역시 '경험이 많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가 갑자기 끙끙거리며 과장되게 팔을 휘저으며 뒤로 넘어졌고, 도장 바닥에서 미꾸라지처럼 몇 미터씩 미끄러져 나갔다.



내복&왕재

주마 형!!!


주마

이거 참! 구태여 사서 고생을 하시려고 하다니. 감히 우리 묵파에게 손찌검을 해?


선생

네?


포뢰

분명 당신 혼자 떨어진 거잖아, 선생님은 아무짓도 안 하셨어요!!


주마

아직도 고집을 부리는구나.


주마

오늘 그 어떤 교훈도 남기지 않아 훗날 이 도장을 허물러 온 사람들이 꽃이 왜 이다지도 붉은지 모르게 할 것이다.


포뢰

그런게 어딨어!


ㅡㅡ전투 개시ㅡㅡ



포뢰

덤벼라!(放马过来吧!)***


왕재

우, 우, 우린 말(马)같은거 없어.***


주마

헛소리하지말고 나 대신에 저녀석들을 두들겨 패라!!





도장을 짓밟으려는 '묵' 패거리 조직원들에게 교훈을 새겨주자




[필살기]를 눌러 용액(龍厄)을 불러와 싸우기


포뢰

이 힘으로 부셔주겠어!



용액이 비행할 때, [필살기]를 눌러 용액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주마

아직이다!



스킬볼 사용과 동시에 용액과 충돌하면 새로운 스킬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필살기]를 눌러 용액을 불러오세요



포뢰

역발천균!(力发千钧!)



주마

[삐ㅡㅡ], 내가 직접 상대해주마.



'묵' 패거리의 두목 주마를 격파하라



필살기가 다시 켜지면 [길게 눌러] 용등오악을 해방시키세요



ㅡㅡ전투종료ㅡㅡ



주마

쿨럭... 괘씸하구나.


주마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거늘, 우리 묵파를 건드렸으니, 훗날 배로 돌려주겠다!


포뢰

대사는 우렁차게 나오는데 자꾸 뒤로 빠지는 건 뭔가요.


주마

흥!


포뢰

아, 문은 저기 있고 저기는 창문인데...



포뢰의 말이 대들보를 맴돌고 사라지기도 전에, 주마는 이미 한쪽에 있는 창문을 향해 먼저 부딪쳐 한 줄기의 연기처럼 길모퉁이로 사라졌다.



내복&왕재

주마 형! 같이 가!


몇 명의 아우들이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창턱을 따라 나와 가뜩이나 헐렁한 창문을 박살내고 잔해를 남겼다.



포뢰

으아아, 우리는 어렵게 돈을 모아 고친 창문인데!


포뢰

....


포뢰

멀리 달아났네...


포뢰

됐습니다 선생님, 제가 가서 계속 쓸 수 있는지 확인해 볼게요.


선생

나를 내버려 두거라.



선생은 포뢰를 넘어 창문 쪽으로 걸어갔지만 답변을 들은 포뢰는 달랐다.



선생

왜 그러니?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구나.


포뢰

음,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어디 아프신 건가요?


선생

설마, 난 건강하단다. 단숨에 5층까지 올라가도 숨도 안 쉬는데... 쿨럭 쿨럭 쿨럭.


포뢰

선생님!


포뢰

이게 어떻게 괜찮은 거에요.



무릎을 꿇은 선생의 옆으로 포뢰가 다가왔을 때, 붉어진 두 눈과 통제되지 않은 팔다리가 보일 뿐이었다.



선생

난 괜찮아.



선생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내밀어 애타는 마음으로 울고 있는 포뢰의 눈물방울을 닦아내며 미소를 지었다.



선생

하이고야, 감칠맛 나게 며칠만 지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파니니 바이러스라는 게 생각보다 심할 줄이야.


포뢰

어째서, 선생님 이러신 지 왜 이렇게 오래됐어요... 왜 저한테도 안 알려주신거에요...


선생

그냥 네 꼴 보기 싫어서 그랬다.


포뢰

흐응…선생님은 항상 이런식이에요.


포뢰

저는 이미 남들이 걱정해야하는 그런 어린아이가 아니라구요.


포뢰

어떡해 어떡해...아...무슨 약을 써야되는거야?!!


선생

괜찮다. 너의 그런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단다. 그리고 이 병은 약을 먹고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닐 게다.


포뢰

약... 먹는 약... 아, 보통 약은 안 될 것 같아요.


선생

혹시 그 전설을 말하는 거냐?


포뢰

네! 산 위에 어떤 신선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는 뭐든지 다 치료할 수 있는 신비한 약이 있다고 했어요!


포뢰

신비한 약만 있으면 파...어쩌구 저쩌구를 앓던 상관없이 걱정할 필요가 없을거에요.


선생

아니다. 그냥 오늘 일이 많아서 피곤해서 그런거야. 안방에 가서 좀 쉬면 괜찮을거다.



선생이 부축을 받으며 겨우 일어서자 포뢰는 말없이 선생의 행동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포뢰

안 됩니다.


선생

뭐라고?


포뢰

지금까지 줄곧 선생님이 저를 돌봐 주셨는데, 지금은 선생님이 편찮으시니 제가 선생님을 돌볼 차례입니다!



포뢰는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꿋꿋이 바라보았다.


선생

꼭 가야만 하니?


포뢰

네, 꼭요.


선생

휴...그래. 나도 이렇게 우유부단하게 있으면, 내 형제에게 한바탕 비웃음만 사겠지.


선생

잠깐만 기다리거라.



선생이 말을 마치고 옆 담벼락을 두드리자 무거운 톱니바퀴가 부딪치는 소리가 벽 안쪽에서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닫혀 있던 나무벽이 갑자기 열리면서 나무 상자가 담장 밖으로 튕겨져 나와 포뢰에 의해 착착 연결되었다.



포뢰

이것은, 칼?



포뢰는 나무상자를 들여다보았는데, 그 위에 '이것은 검이다'(这是剑)라는 과장된 세 글자가 눈에 띄었다.



선생

길에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니, 그것이 나 대신 너를 보호해 주길 바란다.



나무상자를 열자 고풍스러운 향기가 넘쳐 사방에 퍼졌다.


창틈으로 햇살이 검 위에 내리쬐고, 그 위에 새겨진 명문에 금빛 희미한 빛이 반짝인다.


선생이 포뢰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포뢰도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그녀는 손바닥에서 따뜻한 감촉이 맴돌도록 검 손잡이의 붉은 리본을 잡았다.



포뢰

선생님, 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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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상성(만담)가 곽덕강(郭德刚, 1973~)의 공연 대사

**怕(두려워하다, 아마도 ~일 것이다)가지고 한 말장난

*** 放马过来吧 를 그대로 직역하면 '말을 풀어라'라는 뜻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