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운경몽 ER00-7 : 나그네의 귀향(游子归乡)



포뢰

안돼요. 저는 대어 선생님의 눈물을 빌리지 않기로 했어요.


포뢰

뜻을 세워 한다면 이 세상에 못 이룰 일도 없거든요.


포뢰

찾으려고 한다면 다른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거에요.



대어

말은 그럴듯하지만 이 눈물은 내겐 아무 소용도 없단다.


대어

내가 고마워서 준다고 생각하고 한 방울이라도 가져가거라.


포뢰

하지만 선생님이 말하길 한 약속은 끝까지 실천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대어

하지만 그 판다 영감탱이는 나한테 눈물을 가져올 수 있을거라고 약속했잖아?


대어

가져라, 나도 너에게 중요한 그 존재를 도와주고 싶다.



대어는 포뢰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먼저 눈물을 주전자 안에 넣어 억지로 밀어 넣으며 양보의 긴 실랑이를 멈췄다.



포뢰

음...


대어

좋아,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나와 계속 양보하기 보다는 일찍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포뢰

그래요... 선생님 말이 맞아요.


포뢰

제 연락처입니다. 앞으로 대어 선생님이 털어놓을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포뢰

이것 또한 선생님이 저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대어

아하, 그래, 그럼 잘 다녀오길 바래.


ㅡㅡ전투 개시ㅡㅡ




ㅡㅡ전투 종료ㅡㅡ



포뢰

신선님, 신선님~ 대어선생님의 눈물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신선!

어째서 눈물 말고도 이렇게 많은 장난감과 간식을 가져오느냐? 꾸꾸.


포뢰

음... 산자락에서 노점상을 하는 가이드를 만나서... 아, 아니, 예전에 가이드였던 선생님을 만났어요.


포뢰

그분은 무슨 말을 하든 이 물건들을 저한테 주려고 했거든요.


신선!

그렇구나, 나쁜 일은 아니었구나. 꾸꾸.


신선!

그럼 이쯤에서 그만하고, 빨리 약을 지어야겠네! 꾸꾸.


신선!

마전자, 결명자, 창이자에 연밥도 있고


신선!

황약자, 고두자, 천련자...


포뢰

신약을 만드는 주문입니까? 노래처럼 들리네요.


신선!

딱히 틀린 말도 아니지. 꼬꼬.


신선!

마지막으로 대어의 눈물까지...완성!



신선이 말을 마치자 신약을 끓인 솥이 갑자기 하늘 높이 솟구쳐 나와 몇 초 동안 빙빙 돌며 서서히 사라졌다.



신선!

초특가로 산 이 초강력 랜턴도 영 상태가 안좋네, 몇 초만 키면 배터리가 나가버리니 원, 꾸꾸.


포뢰

이 새까만 알약...이게 신선의 약인가요?


신선!

그래, 맛은 별로일 수 있지만 만병통치약이란다. 꾸꾸.


포뢰

휴... 선생님의 병이 드디어 완치될 희망이 생겼습니다.


신선!

글쎄, 이건 아마 하늘이 너의 노력에 보답하는 것일지도 모른단다. 꾸꾸.


신선!

이제 머나먼 여행을 떠난 아이는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꾸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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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운경몽 ER00-8 : 권토중래(卷土重来)




속담에 산에 오르기는 쉬워도 내려가긴 어렵다는 말이 있지만, 귀성길은 고향을 떠날 때보다 훨씬 더 수월했다.


산과 강, 안개 속 성벽, 하늘을 찌를 듯한 건물, 포뢰가 출발할 때 보았던 이런 풍경이 그녀의 눈앞을 쏜살같이 스쳐 지나갔다.


마침내 골목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오래된 도장은 오랜만에 포뢰 앞에 다시 나타났다.

 


포뢰

선생님, 파니니를 치료할 수 있는 신선의 약을 찾았습니다!



먼지를 헤치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은 떠나기 전과 다를 바 없었다. 붉어진 눈으로 가게 카운터에 맥없이 앉아 있던 선생은 포뢰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활기를 되찾았다.



선생

허허... 이 멍청한 꼬맹이녀석...


선생

어디 다친 데는 없니?


포뢰

안심하세요. 저는 아주 건강해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모두 친절했어요.


제 얘기 말고 선생님 자, 어서 신선의 약을 드세요. 그러면 더 이상 병고에 시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포뢰

참... 약 맛이 별로일 것 같으니까 가서 물로 씻어 올게요!


선생

그려 그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구나.


???

우우우, 그전까지만 해도 용, 호랑이마냥 팔팔하던 녀석이 왜 며칠 안봤다고 이렇게 축 늘어져있는거지?


주마

이래서야 우리 묵패가 노약자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나?


포뢰

또 당신들이군요,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돌아왔어요?




주마&내복&왕재

바로 우리니까!


포뢰

잠깐만, 문은 닫혀있는데 어디에서 들어온거에요?


주마

그걸 물어볼 필요가 있냐, 당연히 저쪽 창문이지.


포뢰

왜 그랬어요! 그건 내가 떠나기 전에 고친 건데!


주마

가만히 있어, 성급하게 그릇을 드러내지 마라.


주마

내복, 왕재, 모두들 도착했겠지?


왕재

으, 응, 모두 도착해서 문 앞에 있어. 너네들 담구려고 호빵맨 태운 트럭 몰고왔거든!(一车面包人)*


주마

이건 또 무슨 말장난이야! 쟤내 담구려고 밴에 사람 태워 끌고 왔다고!(一面包车人)*


왕재

아차차 그, 그래.


주마

자!


주마

형님, 이놈들입니다!



주마가 고함을 지르자 그에 화답하듯, 거세게 정문을 발로 차 활짝 열어재꼈다.



포뢰

당신들은 또 누구야?



백라이트로 인해 현관문 앞에 나타난 이방인의 구체적인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고, 귀에 거슬리는 벌 소리가 최전방의 사람 그림자에게서 먼저 들려왔다.


붉은 머리의 남자가 한 발짝 나아가 허공에 대고 칼을 휘두르자, 그가 입은 바바리코트가 바스락 소리를 내었다. 칼질을 끝마친 그는 큰 칼을 어깨까지 메고, 한 손은 높이 들어 하늘을 향해 곧장 뻗었다.




살신

살신.



포뢰 근처에 있던 주마는 연속으로 백플립을 연달아 하더니 붕새가 날개를 펼치는 듯한 자세를 취한 뒤 한 발로 땅을 쳐서 살신의 옆으로 떨어졌다.



주마

주마.



주마가 서자 녹색 머리를 한 남자가 직접 머리로 땅을 부딛쳤고, 먼 곳에 서 있는 포뢰마저 발밑의 나무바닥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몇 초를 돈 뒤 다리를 꼿꼿이 세우고 몸을 돌려 차며 땅 위에서 뛰어오른 뒤 슈퍼히어로 랜딩을 하듯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참선

참선.



펑, 펑, 펑



연이은 세 발의 폭발음이 인파 뒤에서 흘러나왔고, 리본이 휘날리며 도장 곳곳에 뿌려졌다.



내복&왕재

그리고 우리의 가장 위대한 boss, 여일천(如日天)** 님이시다!




일천

흠흠...


일천

아...



새빨간 카펫을 높이 던졌고, 한 백발의 남성이 레드카펫을 한 발로 받은 뒤 카펫을 바닥에 밟았다.


그의 입에서 '후하'하는 소리가 크게 났는데, 이상한 기음이 그의 성대에서 터져나왔고, 기음과 함께 주위에서 점점 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일천

누군가 우리 구역에서 언제나, 어지럽게하여, 문제를 일으키니, 이런 일련의 의외의 사건이 일어난다.


일천

이 몸의 매서움을 한 수 배우러 왔으니, 두려움에 벌벌 떠는 모든 pass(관문)를 취하고 나머지 것들을 물리칠 것이다.



일천 주위의 동생들이 손가락을 가지런히 흔들며 반주를 한다. 일천이 회전하자 그들이 갈채를 보내고, 일천이 손을 흔들자 그들이 쓰러졌다.


펑, 펑, 펑


다시 폭발음이 세 번 들려왔는데, 이번엔 리본 대신 커다란 꽃잎이 날아올랐다.


꽃잎은 중력에 끌려 사방에 흩어졌다. 일천, 참선, 주마, 살신은 꽃잎 속에서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정리한 뒤 일제히 포뢰를 가리켰다.



일천

우리가 바로 묵파다.


일천

내 동생을 업신여기고도 잘살 생각하지 마라.


포뢰

아무래도 한판 붙지 않을 수 없겠네요.


일천

물론이다. 전투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포뢰

하아... 선생님은 아직 안정이 필요하십니다. 당신들도 좀 시끄럽긴 한데 속전속결합시다.


일천

모든 문제는 폭력에서 비롯됐고, 지금에 이르러 폭력또한 행사되어야 할 것이다.


일천

오오오오, 영감이 온다. 영감이 온다!


ㅡㅡ전투 개시ㅡㅡ



살신

두 칼이 강산을 가르고, 신을 살해한다(杀神). 형님, 셋째 동생, 넷째 동생 편히 쉬거라. 내가 처리하마.



살신

아아악~~~~~형제들아 당황하지 마라~~~~~금방~~~~~~돌아오마~~~~~~




주마

세 몽둥이가 하늘을 부수고, 악마를 벌한다(诛魔). 형님, 둘째 형, 넷째 동생 편히 쉬어라, 내가 그녀를 처리하지.




주마

아아악~~~~~형제들아 당황하지 마라~~~~~금방~~~~~~돌아오마~~~~~~




참선

네 도끼가 천하를 펼치고, 신선을 벤다(斩仙). 형님, 둘째 형, 셋째 형 푹 쉬십쇼.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포뢰

당신들은 도대체 몇 번이나 자기소개를 하는거에요!




참선

아아악~~~~~형제들이여 당황하지 마십쇼~~~~~금방~~~~~~돌아오겠습니다~~~~~~




ㅡㅡ전투 종료ㅡㅡ




*


중국 리그오브레전드 관련 밈으로, 2016년 월드챔피언십 중국 선발전 결승에서 WE가 I May라는 팀한테 3:2 역전패로 탈락하자 격분한 WE팬이 팀팬들끼리 모인 오픈톡 비스무리한 곳에다가 I May 팀원들에게 살인청부드립친게 발단인데, 원래 밴에 사람태워서(面包车人) 죽이겠다고 써야하는데 흥분한 나머지 글자 순서를 잘못 타이핑 한 바람에 호빵맨 차(车面包人)라는 웃기는 뜻이 되버려서 유명한 밈으로 등극한 케이스. 우리로 따지면 마티즈 보냈다+서순 드립이라고 보면 될 듯.

 

**日天 은 '하루'라는 뜻도 있지만 인도 신화의 태양신 수리야(surya)의 불교식 표기이기도 함.


***노자가 함곡관(函谷關, Hangu Pass)에 머물며 깨달음을 얻어 도덕경을 저술한 것에 빗댄 걸로 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