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스토리 참조(https://arca.live/b/punigray/35726501)




....


쉬....


한차례의 맹음이 고막을 뚫고 뇌리에 꽃힌다.


지휘관

여긴 어디지?


대뇌가 혼미해지고 모든 색이 뒤섞인다. 냄새도 이상하다: 공기중에 순환액 냄새가 나는 것 같고 희미한 금속 냄새도 난다. 눈앞이 하얗게 빛난다.


지휘관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아득히 먼 곳에서 몽환적이고 너울거리는 외침 소리가 들려온다.


???

...지휘관...


???

...링크...안정제...


지휘관

뭐?


입을 열어 물어보려 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차갑고 녹슨 냄새만이 축축하게 들어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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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마인드 비컨 안정화) ← 선택

(의식 링크 검사)


...


잠시 후에 시력이 점차 회복되었다.



지휘관

(마인드 비컨 안정화) 

(의식 링크 검사) ← 선택


마인드 비컨은 지금 강력하게 링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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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선명해지는 시야에 회색의 가장자리, 금속 질감의 바닥이 보였다. 모든 것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지휘관

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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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075번 도시 지하 공터다. ← 선택

내 꿈속이다.


그렇다. 이곳은 기억 속의 승격자 베이스 캠프와 똑같은데, 왜 여기에 있지?


지휘관

음...


갑작스런 머리 속의 찌릿한 통증이 그 다음 생각을 가로막았다.


???

지익지익...!


지휘관

감염체?


???

지익지익!


지휘관

야단났군...




지휘관

075번 도시 지하 공터다. 

내 꿈속이다. ← 선택


틀림없다. 이건 꿈속일 것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세리카는 0.5미터 높이의 보류 보고서와 함께 필사적으로 통신을 보내올 것이다.


???

치익치익!


지휘관

(감염체 꿈을 꾸는 것도 흔한 일이지.)

(왜 꿈속에서 감염체한테 쫓겨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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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썩 좋지 않아.


???

끼익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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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어서 도망가자! ← 선택

(반격)




지휘관

어서 도망가자! 

(반격) ← 선택


손은 무의식적으로 총이 있는 허리춤에 향했지만 허공을 쳤을 뿐이었다.


지휘관

...무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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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체의 앞니가 찔러오는 순간 걸음을 내디뎌 질주했다.


파오스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덕분인지 오래지 않아 감염체는 뒤로 밀려났다.


폭주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그 이전의 기억들이 조금씩 떠오르는데...



???

지휘관…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

저는 지휘관의 의식의 안정을 유지, 관측할 수 있습니다.


???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즉시 의식 링크를 끊고…. 그 점은 제가 일깨워 줄 필요는 없겠죠.



그동안의 기억은 강물 위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물살을 타고 모여들었다.


승격자의 의식과 연결돼야 하는데….


순백의 긴 머리카락, 투명할 정도로 창백한 얼굴, 그리고 생각을 짐작할 수 없는 눈빛.



지휘관

나는... 루나와 링크를 했어.


'지휘관, 승격자와 의식연결을 하는 것은 위험성이 매우 큽니다. 그 이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잘 알고 있어. 이전에도 우리는 이렇게 해왔잖아? 어떤 미지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우리는 잘 해결해왔어.'


지휘관

틀림없어...


'지휘관'


'저에게 맡기세요'


'...응!'


지휘관

그리고 뭐였지?


의식 속에 기억나는 것은 아득한 흰 빛, 아픔, 어둠뿐이었다.


지휘관

...기억이 안나.


지휘관

(주변 상황을 관찰하다)


앞서 살펴본 결론대로 이곳은 075번 도시 지하 공터다. 그러나 조금 다른 점은 땅바닥에 서 있는데 땅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진동음이 발바닥에 느껴져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왜 루나와 링크를 한 뒤 여기에 혼자 깨어났을까?


마인드 비콘 역시 링크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지만 링크 대상이 누군지 알아낼 수 없다.



지휘관

(루나니?)

(그레이 레이븐이니?)


감염체

ㅡㅡㅡ!


지휘관

왜 또 따라왔어...!


멀지 않은 건물 뒤쪽에서 점점 더 많은 감염체가 쏟아져 나왔는데, 특이하게도 탐지 레이더를 장착한 듯 목표가 명확했고 획일적으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지휘관

(방향성을 보니 이전과는 다른 놈들이야.)

(중과부적이니 일단 이곳을 떠나자.)



???

....


동시에 귀매처럼 소리 없이 어둠 속을 빠져나온 그림자가 길을 가로막는다.


지휘관

알파?!


알파

...


눈앞의 '알파'는 침묵하고 있었고, 그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워 보였는데….아니, 초점이 안 맞는 것처럼 보였다.


알파

...


지휘관

(넌 누구야?)

(뭘 하고 싶은 거지?)


'알파'가 옆에 있는 무기를 뽑아들고 마치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기계처럼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뒤에 있던 감염체도 비정상적인 빈도로 갑자기 몇 배로 불어났다.


지휘관

(언제 나타났지...)

(이건 무리인데...)


상대가 칼을 드는 순간 이 모든 기괴한 현상의 해답이 지휘관에게 적중했다.



지휘관

여긴 현실 세계가 아니야!


알파?

...


지휘관

윽!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일격을 겨우 피할 수 있었다. 매서운 칼바람이 사람 얼굴의 살갗을 찌를 지경이었다.


지휘관

통각은 진짜야...


알파?

...


자신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알파의 외모를 가진 여성이 다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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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무기가 있다면... ← 선택

지금은 그녀와 정면으로 맞붙을 수 없다.


상대의 추가 공격을 피하면서 곁눈으로 사방에 호신용 물건이 있는지 주시했다.



지휘관

무기가 있다면... 

지금은 그녀와 정면으로 맞붙을 수 없다. ← 선택


상대의 추가 공격을 피하면서 곁눈으로 사방의 지형을 살피고 머릿속으로 현재의 처지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재빨리 짜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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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미터쯤 떨어진 모퉁이에 희미한 하얀 그림자가 보였다.


지휘관

(저것은...)

(루나?)


알파?

...?


내뱉는 말에 '알파'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공격을 멈추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지휘관

(바로 지금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구조체와 직접 맞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수석인 지휘관은 이런 처지에 절대적이고 냉철하게 대처해 신속하게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지휘관

(뛰어!)

(빨리 뛰어!)


알파?

...


분명 이 '알파'에게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루나가 더욱 매력적이다. 그 틈을 타 자리를 뜨는 자신을 외면한 채 그녀는 칼을 접고 루나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모든 감염체도 지령을 받은 듯 기세등등하게 루나 쪽으로 돌아섰다. 이들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은 순식간에 더욱 붉어졌다.


지휘관

...이상해.


지휘관

저것들은 마치...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루나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감염체의 물결을 눈치채고 몸을 떨었다.


루나는 손을 들어 입을 가린 듯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더 깊어진 어둠 속으로 몸을 돌려 달려갔고, 작은 모습은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였다.


지휘관

루나 사냥?


다행스럽게도 '알파'와 감염체들이 그쪽으로 쫓아갔다. 이쪽은 잠시 청정해졌다.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차폐물 하나에서 멈췄다. 적개심에 불타는 '그것'이 없는 틈을 타서...생각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지휘관

나는 루나에게 링크했어.


틀림없다. 그것 때문에 루나를 링크해야 했다.


지휘관

그리고 여기서 깨어났어.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비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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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여동생을 추격하는 '알파'. ← 선택

...방황하며 도망가는 루나.


'알파'의 몸짓은 살의로 가득 차 있었고, 진짜 '알파'는 결코 그녀의 여동생에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 그 '알파'는 '알파'가 아니었다.




지휘관

...여동생을 추격하는 '알파'. 

...방황하며 도망가는 루나. ← 선택


'알파'의 몸짓은 살의로 가득 차 있었고, 루나는 자신처럼 '그것들'에게 쫓기고 있는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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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들을 결합해서 이곳이 현실 세계가 아니라고 한다면…



지휘관

의식의 바다.


이것이 유일하게 모든 현상을 해석할 수 있는 견해이다.


의식의 바다와 낯선 의식과의 호환성이 지나치게 떨어져서, 의식 링크를 하는 과정에서 의식의 바다는 스스로 자기방어체제를 가동해 의식의 바다 안에 있는 존재들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가한다... 라고 아시모프에게 들은 바 있었다.


지휘관

(루나라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

(아시모프는 연구를 위한 새로운 '피해자'가 생겨서 즐거웠겠지.)


다시 한 번 그곳을 둘러보니 쥐죽은 듯 고요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지휘관

...


지휘관

최소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좁고 긴 길에서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가 울린다.


홀로 걸어다니는 소녀의 얼굴엔 어딘지 모르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 주변의 공기는 데이터화된 사각형 덩어리로 조각나 뒤틀렸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


소녀는 기계체의 묵직한 추적음이 뒤 사방에서 밀려오는 것을 듣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달린다. 막다른 곳, 커브. 막다른 곳, 다시 커브. 같은 길이 수없이 펼쳐져 있다.


???

하아....하아...


뒤에서 여러 차례 추적하는 소리가 점점 더 또렷한 발자국 소리로 모여들어 그녀와 가까워졌다.


???

...


아무리 낯선 감정일지라도 긴장을 주체할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알 수 없는 목적지를 찾아 앞으로 달려갔다.


감염체

...


뒤쪽의 적들이 악의를 품고 접근하자 목덜미에 드러난 피부 한 조각이 또렷한 냉기를 느꼈다.


감염체

치익...!


???

...!


소녀는 다급하게 숨을 몰아쉬고 당황하는 가운데, 놀랍고 두려운 마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보이는 것은 뽑혀진 전자뇌, 하반신의 기계체처럼 달라붙은 전깃줄 몇 가닥이었다.


지휘관

...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들고 있던 전자뇌를 한쪽에 버렸다.


지휘관

…의식의 바다에서도 혈청이 작용했으면 좋겠는걸.


맞은편에 서있는 '루나'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고 두려워하는... 잔뜩 겁먹은 듯한 모습이었다.



루나

너...


루나

...


지휘관

...


루나

........


지휘관

........



앞에 서있는 구조체는 한순간에 정지 화면처럼 굳어진 듯, 겁에 질린 표정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뀌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휘관

(살상력이 별로 없는 기초형 기계체일 뿐이야.)

(그거 무슨 표정이야.)


이런 광경은 정말 너무 기이하다.


승격자의 수장, 그토록 강력한 살상력을 지니고 있는 적인 이 순간에도 어린 소녀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런 '어쩔 줄 몰라'가 전염시킬 수 있는 마력을 갖고 있는 것만 같았다.


지휘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정말로 루나인가?)


루나

너는...!


루나

...


지휘관

내가 누군지 몰라?

너 루나야? ← 선택


루나

난... 루나야. 그런데 너는...


루나

...나쁜 사람이... 아니야?


지휘관

나쁜 사람?


지휘관

(...아까 루나가 '나쁜 사람' 이라고 했어?)

(이건 절대 루나가 아니야.)



루나

...나한테서 떨어져...


루나의 표정은 현실에서 보았던 것처럼 평온하지 못했다.


지휘관

잠깐...


그러자 루나는 갑자기 몸을 돌려 뛰쳐나갔고 그녀를 잡으려는 손은 흩날리는 머리끝까지 닿았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눈앞의 모든 것이 갑자기 큐브처럼 빙빙 돌았다.


바닥은 왜곡돼 캔버스처럼 말려 있고, 앞에 있던 루나는 작은 외침 소리를 내며 나뭇잎처럼 소용돌이 한복판에 휩쓸려 눈 깜짝할 사이에 뒤틀린 허공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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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엽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