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람호 완전 붕괴
구조체생존인류
121*

*나머지는 210호 도시로 대피


나는 분명,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들은것 같았다......



쳇...


남은 객차는 황야를 건너 예정된 터널로 들어갔다.


잠시 어두워진 뒤 생존자들은 양쪽에 이합생명체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공포에 떨었다.


구조체 대원1

포위당했다!!


루시아

전력을 다해 맞서 싸우세요!


구조체들

네!


객차 안의 구조체는 소리를 내며 창문으로 빠져나와 지붕으로 가서 싸웠다.


그러나 모두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악몽과도 같은 거대한 것이었다.



퍼니싱 중합 모체

ㅡㅡㅡ!!!


구조체 대원2

저게 어떻게 여기 있는거야?!!!!!!!


구조체 대원3

협공당한다!!!


구조체 대원4

도대체 모체가 몇 개나 있는거야? 자기 엄마를 길막이로 쓸 수 있다고?!


구조체 대원5

역원장치…! 젠장…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크롬

충격에 대비하세요!!


달리던 열차가 고속으로 중합모체를 들이받았고, 고막을 찢을 듯한 고함소리에 남은 객차가 심하게 진동했다.


열차가 비명을 지르며 이곳에 도사리고 있던 모체의 촉수를 뿌리째 뽑아버리자 터널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객차 안에 있던 인간은 무수히 쌓인 잡동사니들과 함께 객차 밖으로 밀려났다.


조심해!!


방해가 사라진 순간, 그는 재빨리 사방의 잡동사니를 피하며 마른 머리칼 휘날리는 인간의 손을 잡았지만, 이 동작으로 인해 위쪽에서 떨어지는 돌멩이를 피할 수 없었다.


바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는 자신의 관절 연결 부위가 끊어진 것을 알아차렸다.



쳇...


부러진 뼈대가 심한 통증으로 경고하고 있지만 손은 놓지 않고 있었다.


빨리 올라오세요! 더 이상 못 잡아당깁니다!



리의 초조한 재촉에 슈렉은 미소를 지었다.


슈렉

아까 생각해봤어요…. 그렇다면 그 두 괴물은 핸드백을 피할 수도, 추락하는 인간을 피할 수도 없을까 하면서 말이에요.


슈렉

그말인 즉, 그들도 이 자루를 들고 있는 저를 피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이 말을 듣고서야 리는 이 청년의 손에 방금 전 객차에 놓여 있던 극성 차폐함이 든 핸드백이 들려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 멍청한 소리는 하지 말고...!


우리는 아직 시도하지 않은 방법이 많으니까 먼저 올라와서 다시 얘기해요.


슈렉

시도해볼 시간은 있어요? 그들은 분명히 이미 잠재적인 위험을 알아차렸고, 더 이상 우리와 대치하기를 원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먼저 올라와서 이야기 하라고요!


주위에 이합생물이 너무 많아서 부러진 손으로 끌어 올릴 수 없어요.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변두리에 서 있는 리는 스스로를 지키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는 사방에서 계속 다가오는 이합생물을 다리로 걷어차면서 슈렉의 자활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죽음으로 의미를 만들어낸단 생각따위 하지 마세요. 일단 살아야 희망이 있잖아요.


슈렉

당신 말이 맞아요...


슈렉

저에게는 동료가 있었는데, 그녀는 당신이 말한 것처럼 '무의미하게' 죽었어요.


슈렉

그녀를 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여 저는 초보 의사가 되었습니다.


슈렉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그녀가 죽은 뒤 저는 다른 사람을 구했어요.


슈렉

죽은 자에게는 모든 것은 의미를 잃죠. 하지만 살아남은 자에게 있어서, 저는 '무의미하게' 죽은 것은 아니겠죠, 안그래요?


제가 말했죠, 헛소리하지 말라고!


당신이 기회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필요는 없어요...!


슈렉

리 씨... 당신은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해주세요.


슈렉

이러다간 언젠가는 후회할지도 몰라요.


뭐라고요?


슈렉

비밀 하나 알려줄게요.


슈렉

전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불운을 줬지만, 나 자신의 운은 좋았죠.


슈렉

당신이 지금 여기서 손을 뗀다고 해서 제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슈렉

며칠 후면 무지개빛 머리카락을 이고 구조체의 몸으로 당신 앞에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이 비논리적인 농담에 리는 평소보다 0.53초 더 많은 생각을 했고, 잠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기술자가 무지개색 머리를 만드는 흥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바람은 그의 대답을 듣고 청년이 낸 가벼운 웃음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며 멀리 달려갔다.


슈렉

보세요, 후자도 마찬가지로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당신은 오히려 그것을 부정하지 않을 거잖아요.


슈렉은 리가 쥐고 있던 손을 점점 풀었다.


슈렉

동료들이 떠나버린 후, 저는 그들과 다시 만날 날을 고대했습니다.


슈렉

하지만……그건 그들이 제게 맡긴 모든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슈렉

저는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한 것이고, 미래로 가는 티켓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한 것입니다.


슈렉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어요...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것은 누군가 자신의 영혼을 불태워 얼음과 눈을 녹이기 때문이다. 비록 이 불길은 희박하고 약하다 하더라도…. 희망의 실마리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혼잣말 그만하고! 빨리 올라와요!


슈렉

고마워요, 리 씨.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했고 마지막 소원만 남았습니다.


슈렉

망각자든 공중정원이든 당신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릴 가치가 있습니다.


슈렉

그동안 당신들과 함께 지내서 정말 기뻤습니다...


슈렉

그래서 이것이 저의 마지막 소망이고, 제가 이 선택을 하게 된 이유입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상대의 부러진 손을 완전히 놓았다.


슈렉!!



슈렉

...언젠가 다시 인연이 닿길, 착한 낯선 사람.






인간형 생물체가 무방비 상태로 객차에서 굴러내리는 이 청년을 끌어안았을 때, Ω 2형 무기는 마침내 고함 속에서 독특한 격노를 터뜨렸다.


터널은 이 충격으로 심각한 붕괴를 일으켜 거센 이합 광풍을 차단했다.


수많은 폭주하는 괴물들이 무너져 내리는 돌덩이에 부딪히고, Ω 2형 무기의 영역 아래 댐에 쓸려내려가는 진흙으로 변했다.


이 재앙을 부르짖은 자는 자신의 비명 속에서 짓물린 몸을 돌아보며 자신에 손에 놓인 피투성이가 된 인간을 앞의 돌더미 위에 내팽개쳤다.


그들은 겁에 질린 듯 일그러진 표정으로 차단된 터널을 바라보고 있었다.


ㅡㅡ무너진 반대편에서 열차는 이미 멀어졌다.



질주하는 광풍이 터널에서 쏟아져 나와 도시의 폐허를 자유로이 지나갔다.


그것은 땅바닥의 황사를 걷어올리고 부랑자들을 두드리며 마치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듯했다.


지친 나그네는 바람의 만류를 알아듣는 듯 그들이 오는 쪽을 돌아보았다.



와타나베

...


난민A

무슨 일이죠?


와타나베

...아니, 갑자기 뭔가...


와타나베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성냥

멍! 끼잉...


난민2

지금이 어느때라고 웃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와타나베

...잘못 들은 거겠지, 계속 가자.



석양이 서쪽으로 지면서 하늘가의 구름이 불처럼 타오르고 황혼이 대지의 생존자들에게 따뜻한 금빛을 입혔다.


먼지투성이가 된 터널에서 칠흑 같은 그림자가 적막을 뚫고 찾아왔다.



회언

그들이 사용한 신무기는 완전히 훼손된 상태였지만, 빛을 다 하는 와중에도 그곳의 퍼니싱 농도는 여전히 낮았습니다.


회언

저기요?


소녀의 보고를 무시한 채 어둠에 잠긴 남자는 먼지가 깔린 바닥을 딛고 핏자국 속으로 눈을 돌렸다.


그가 껴안은 청년의 비참한 몸뚱이에 말을 건내자, 희미한 피와 살갗 아래서 아직도 가냘픈 심장 박동이 있음을 알았다.


그에게 있어서 그것은 과연 행운인가, 불행인가?



본네거트

...놀라운 생명력... 흥미롭군.


본네거트

쌍둥이가 눈앞의 '샘플'을 포기하다니 그들도 '생각'을 갖게 된 모양이다.


회언

아마 여과탑에 뛰어든 이들이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본네거트

그들이 남긴 '두려움' 말인가?


그림자는 잠시 폐허 앞에서 헤매며 멀지 않은 곳에 존재했던 거대한 물건들을 살폈다.


본네거트

그 모자란 모체…. 아이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져서 근처 은신처에서 온 것 같은데, 이것이 어머니의 사랑인가?


회언

...


본네거트

그녀 때문에 괴롭나?


회언

아니요, 그녀는 자료의 그릇일 뿐, 엄마라는 자리를 짊어진 생물이지 진짜 엄마는 아니에요.


회언

모체가 엄마 흉내를 내서 생전에 했던 말을 해도…. 저는 그릇따위에 괴로워하지 않아요.


회언

이 모든 것은 진짜 엄마와 '잿빛 애도[회언]'가 돌아올 그 날을 위한 것이니까요.


그녀는 눈을 감고 등 뒤의 '잿빛 애도'에 해당하는 날개를 쓰다듬으며 가슴속에서 분출될 것 같은 구름을 감추고 있었다.


본네거트

그날의 일을 생각하고 있는건가?


회언

...죄송합니다.


본네거트

모든 것이 끝난 후에 나는 너에게 자유를 줄 것이다.


본네거트

공중정원에 가고 싶거든, 나 또한 도와줄 수 있다.


회언

...


본네거트

그 사람을 보고 싶은건가?


회언

네.


담담한 소녀가 눈을 들어 눈 앞에 보이는 검은 그림자를 올려다보는 모습은 마치 순한 토끼 같았다.



회언

쿠로노 쿠루카와(黑野苦川)씨는 자신에게 살해당한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는지... 제가 한 모든 일에 동의하고 있었는지...


회언

저는 그 사람을 다시 만나 어머니가 깨어난 소식을 그에게 알릴 거예요.


깜깜한 그림자는 소녀의 소망에 아무런 소감도 없이 단답을 한 뒤, 마치 그때 이곳에 서 있던 생명체였던 것처럼 무너져 내리는 저쪽을 바라보았다.


본네거트

그들은 이제 적조 속으로 돌아갔겠지?


회언

네, 쌍둥이는 스스로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거예요.


회언

그러나 쌍둥이가 표시한 그 세 명을 향한 공격 지령은 아직 사라지지 않아, 이합생명체들이 그들의 신호를 계속 찾고 있어요.


회언

우리도 따라갈까요?


본네거트

아니... 끝까지 지켜보자.


회언

당신이 가능성 있게 여겼던 그 소대장도 그 무리에 있습니다.


본네거트

곤경은 그에게 현재의 상황을 분명히 보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본네거트

서바이벌 게임에 우리가 끼어들 필요는 없다.


회언

하지만 생존자들은 이미 붕괴된 열차를 떠났고, 때마침 그녀에게 포위 당하게 될텐데...


회언

...자비로운 자는 그 교회에 자주 가곤 했죠...


본네거트

뭐? 그녀가 손을 쓸 생각이라면 우리가 간섭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본네거트

그 여사는... 바로 '허무' 그 자체니까.






이제 챕터 3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