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관은 수업 중에 이런 말을 했었다...


???

어떤 적이 가장 위험할까?


???

압도적인 힘? 전술에 능한 자? 아니다. 답은 더 단순하다.


???

가장 위험한 것은 '미지'다. 적의 전투 방식을 잘 모르면 상대방이 약하더라도 소대 전체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적의 전투력을 평가하려면 전투방식만 보아선 안 된다.

 

???

첫째, 장소를 고려하라. 적이 익숙한 곳에 있으면 당연히 유리하다.


???

둘째, 적들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상대방이 당신의 약점과 작전을 잘 알고 있다면 과거의 평가로 그를 대할 수 없다.


???

셋째, 적들의 진정한 목적은 가장 직관적인 결투 이외에도 존재한다. 이들도 전술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으나 이 점을 간과하고 괜히 남에게 끌려다니다가 나중에 내가 그렇게 가르쳤다고 어디가서 말하지 마라.


???

넷째, 적과 자신의 현재 상태, 부상, 유리한 무기,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방향으로 제약을 받고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

예컨대 저격총은 사격 전 탄도계산기를 체크하지 않으면 핸드휠을 어떻게 조정하건 백발을 쏴도 적중하지 못한다는 걸 다들 알고 있는 것과 같이, 참고 판단할 요소들이 많이 존재한다.


???

훌륭하고 현명한 지휘란 모두 이러한 전제를 가지고 적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승격자들이 눈에 띄지 않았을 때 지능이 없는 감염체를 없애는 데는 이만한 계산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졸업 후 전투에 참여할수록 교관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앞에 있는 이 모든 것은 미지의 적이기 때문이다.



전투는 3분 동안 계속되었고, 상대방의 공격 수단은 다양하고 끝이 없었다.


본 네거트에 익숙한 '그녀'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원이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그 대행자는 왜인지 모르겠으나 애써 치명상을 피하면서 공격하는 듯 했다. 마치 사냥감을 희롱하는 고양이처럼 즐거워하며 사람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녀'라 해도 본 네거트에게 유효타를 날릴 수 없었고, 중첩된 방어역장 근처에서 모든 공격이 튕겨졌다.



카무이

이 방어역장 너무 짜증나잖아! 이 거북이 등껍질같은 것 좀 벗어봐!


본 네거트

방어 또한 전술의 일부일진대, 저한테 접근하지 못한다면 무슨 자격으로 도발을 할 수 있겠습니까?


본 네거트

그리고 당신들은 왜 항상 중앙의 지휘관을 보호하고 있습니까?


그는 느긋한 걸음걸이로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본 네거트

그런가, 당신은 마치 수정뿔 같은 존재였군요.


본 네거트

그들의 힘을 북돋아 주고, 결국 빠르게 시들도록 만들겠죠.


루시아

지휘관은 그런 존재가 아니야!


본 네거트

당신이 뭐라 하든 저도 곧 질릴 것 같습니다만.


그는 두 손을 뒤로 하고 입가에 희롱하는 웃음을 띄웠다.


본 네거트

이제 겨우 기체를 바꾼 그 대장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설마 모체의 자양분이 되신 건 아니겠죠?



지휘관

(난 크롬을 믿어.)

(그럴 리 없어.)


본 네거트

그런가요?


본 네거트가 손을 들어 사방의 퍼니싱을 한 움큼의 작은 광사로 뭉친 다음 그것을 잡으려 할 때 멀리서 지진 같은 굉음이 들려왔다.


???

아ㅡㅡㅡㅡㅡㅡㅡ


거친 흐느낌이 벽을 뚫고 군중들을 향해 들려왔다.


본 네거트

축하합니다. 사람을 옳게 믿었군요.


그는 사람들을 향해 천천히 박수를 쳤다.


본 네거트

제가 한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이곳을 떠나실 수 있습니다.


본 네거트

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지우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의 손에 든 빛이 모래가 되어 땅에 떨어지는 순간 공간 전체의 퍼니싱 농도가 지진과 함께 치솟았다.



반즈

여긴 곧 무너질거야. 빨리 철수해!


사람들은 서로 엄호하면서 출구로 철수했다.


루시아

이탈한 지휘관을 엄호할게요!


지휘관

(루시아에게 달려간다)

(스스로 출구를 향해 달려간다)


본 네거트

얽매임이라는 것도 때로는 꽤 성가신 물건이지 않습니까?


본 네거트는 자신의 각종 철수 경로를 미리 계산해 놓은 듯 자신을 보호하려는 루시아 등을 세찬 퍼니싱 전류로 휘감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순간ㅡㅡ


부서진 천장이 위에서 떨어졌다. 몇 차례 겨우 피해갈 수 있었지만 계속되는 붕괴에는 대비할 수 없었다.


인간의 연약한 몸체 위에 거대한 석판이 내려앉아 목덜미 등 치명적인 부위를 잘 보호했음에도 자신의 갈비뼈는 가냘픈 소리를 냈다.


루시아

지휘관!!


애타게 부르짖는 그녀의 목소리는 무너지고 동료의 외침에 묻혀버릴 지경이었다.


본 네거트

이곳의 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손에 쥐어진 붉은 전류가 벽체와 지상에서만 달리도록 했지만, 구조물에 갇힌 사람으로서 난로에서 허우적거리는 먹잇감이 되어버렸다.


반즈

그의 공격이 우리 주위에 모여들었어!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이 죽기 전에 먼저 인도하자!


본 네거트

관찰력은 훌륭하나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레와 같은 터지는 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무너진 벽이 자신의 몸뚱이를 내리치며 가슴에서 다시 바삭한 소리가 들려왔다.


지휘관

윽ㅡㅡ!


루시아

지휘관!!!!


목쉰 듯한 그 고함소리는 가슴의 심한 통증과 함께 신경에 스며들었고, 폐는 이미 부러진 갈비뼈에 찔려 있었다.


지휘관

(콜록 콜록...)

(루시아도 분명 크게 다쳤는데...)


루시아

이쪽이다!


'그녀'와 루시아의 칼빛이 방어역장이 부딛히면서 벽 주위를 달리던 우레소리도 그들 쪽으로 옮겨붙기 시작했다.


본 네거트

재미있다, 너희들이 몸부림치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다.


본 네거트

그렇게 저 지휘관을 구하고 싶다면 모두 함께 보내주마.


루시아

넌 단지 우리를 여기서 계속 싸우게 하고 싶을 뿐이잖아!


본 네거트

만약 당신이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면, 당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범위 내로 가는 것을 개의치 않겠습니다.


카무이

그럼 빨리 가!


카무이의 분노에 찬 말 속에서 뭇사람들의 발소리와 전류가 흐르는 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고요해지는 공간 속, 단지 혼자만 남았다.


기관지로 피거품이 밀려들어 목구멍에서 사레가 들면서 물에 빠진 듯한 질식감이 뇌를 뒤덮고 있었다.


귀청이 찢어질 듯 울리던 교전 소리도 멀리 사라졌고, 부서진 담벼락만 남은 지하수로는 아까의 진동으로 무너져 내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덮칠 것 같은 극심한 통증 속에서 몸 밑바닥에서 가늘게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연결이 끊겼나...


점점 확대되는 균열과 함께 몸도 점점 가라앉았다.


그 절망을 가중시키려는 듯 무너져 내리는 땅 아래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바로 적조였다.


어둑어둑한 시야에 뭔가 알 수 없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이대로 적조에 빠지면 적조의 환영이 되는 걸까?


잠구의 지휘관 환영처럼... 마치 루오린이 잘못된 길을 택하도록 호도한 것처럼 만들지 않을까?


아시모프가 이곳에 있었다면 지금 자신의 생각을 비콘이 오염된 탓으로 분류했을까.


지휘관

...


아니, 지금은 그럴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붕괴물을 떼어낼 수 없는 동작은 상처를 끌어당겨 통증과 질식감만 증폭시킨다.


마지막 힘을 다해 틈틈이 위치추적기를 잡고 있던 손을 빼냈다.



지휘관

(위치추적기...)

(퍼시...)


낙하물에 눌린 것인지, 아니면 이 공간의 신호차단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위치추적기에 표시된 퍼시의 광점은 '로딩 중'이라는 안내와 함께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있었다.


지휘관

결국엔 이런 결과라니...


유일하게 자유로운 손으로 위치추적기를 반복적으로 고치던 중 경보기능이 울렸다.


그러나 사이렌이 울리는 순간ㅡㅡ 다시 바닥의 균열이 벌어지면서 만물이 와르르 무너졌다.



크롬

【지휘관 이름】!!!


석판은 갈라진 바닥으로 미끄러져 아래쪽 적조에 빠졌지만 손목은 힘에 의해 가장자리에 바짝 당겨졌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위에 떨어진 낙석이 우박처럼 우수수 떨어졌지만 그의 보호 아래 어느 하나도 자신을 때리지 못했다.


지휘관

크롬...


크롬

늦어서 죄송합니다.


크롬은 다친 기체를 끌어당기며 자신을 위로 끌어올리려 애썼지만 마치 힘이 다한 듯 떨고 있었다.


그런데도 손목에 들려오는 악력은 점점 더 무거워져 아파질 지경이었다.


크롬

지금 말을 하기엔…어쩌면 좀…


크롬

하지만 전…약간 자신을... 통제할 수 없습….


숨을 크게 몰아쉬는 크롬은 여전히 손목에서 늘어나는 악력 말고는 말하기조차 버거운 듯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신참처럼 자신의 언어 논리 모듈을 최대한 제어하며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크롬의 의식의 바다가 크게 이탈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휘관

나랑 의식을 연결해!


크롬

....네!


크롬의 손을 꼭 잡고 마치 정비대 앞에서처럼 다시 한번 그와 링크를 만들었다.


그의 의식의 바다가 안정되는 순간, 자신의 몸은 빠르게 떠올라 그의 품에 안겼다.



크롬

실례지만 당신의 상처는 가슴에 있습니다. 당신을 업는 것은 상처를 가중시킬 뿐입니다.


크롬

그리고...감사합니다. 【지휘관 이름】.




(1)

지휘관

(이 호칭은...) ← 선택

(나야 고맙지, 크롬.)

(천만에요, '쥐' 선생님.)


크롬은 그제서야 반응한 듯 얼굴이 순간 부자연스러워졌다.


크롬

죄송하지만, 급해서……제가 실례했습니다.


크롬

아…제가 실례했습니다, 지휘관님.


그는 아주 가벼운 목소리로 또 한 번 반복했다.




(2)

지휘관

(이 호칭은...) 

(나야 고맙지, 크롬.) ← 선택

(천만에요, '쥐' 선생님.)


크롬

천만에요, 이것은 저희가 합작한 것 중의 한 단계일 뿐,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닙니다.


지휘관

물론이지.



(3)

지휘관

(이 호칭은...) 

(나야 고맙지, 크롬.) 

(천만에요, '쥐' 선생님.) ← 선택


그는 생긋 웃더니 품에 사람을 안고 뛰기 시작했다.


크롬

지금의 저는 '쥐'가 아닙니다.


크롬

시계추를 끊은 줄을 물어뜯은 적은 있지만, 지금은 다시 그것을 묶었습니다.



(3-1)

지휘관

(네가 날 구해줬어.) ← 선택

(협력은 언제나 즐거워.)


크롬

제가 당신에게 손을 내밀려고 할 때마다 당신에 의해 벼랑 끝에서 끌어올려졌다는 점에서 우리는 똑같습니다, 【지휘관 이름】.


크롬

저는 다시 한 번 지휘관님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 것 같습니다.



(3-2)

지휘관

(네가 날 구해줬어.) 

(협력은 언제나 즐거워.) ← 선택


크롬

물론입니다.


크롬

제가 당신에게 손을 내밀려고 할 때마다 당신에 의해 벼랑 끝에서 끌어올려졌다는 점에서 우리는 똑같습니다, 【지휘관 이름】.



크롬

퍼시와 레이나가 이제 곧 중합 고엔탈피 증로를 터뜨릴 것입니다. 최대한 빨리 철수해야 하니 절 꼭 붙잡으세요.


지휘관

(알았어.)

(너에게 맡길게.)


크롬은 고개를 끄덕이며 속도를 높여 밖으로 달려나갔다.




밖으로 나가던 중 애타게 찾던 사람들을 만났다.


크롬은 자신을 반즈에게 맡기고 모두의 보호 아래 지하수도로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 후, 비밀이 깃든 지하에서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적조로 변한 생명들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들의 잔해는 지하에 잠들어 깨진 부스러기와 함께 대지의 일부로 되돌아왔다.



재난 후 나머지 생존한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지으며 반즈의 치료로 기초행동력을 회복했다.


반즈

…응급처치만 할 뿐 번거로운 것은 위로 돌아가서 치료하는 수밖에 없어.


모두들 이 전투에서 부상을 입었으나 치명적일 정도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크롬

이곳의 임무는 이미 마무리되었으니 우리도 돌아가자.


카무이

아직 케르베로스 소대는 못봤는데.



카무

그들은 가장 먼저 철수했다. 이미 공중정원에 도착했을 것이다.


카무이

카무! 너 언제 돌아왔어?


카무

방금이다.



레이너

우아아 대장님!!!


대장 퍼시

왜?


대장 퍼시

손가락 몇 개 부러지면 울음을 멈출 수가 없나?


레이너

아닙니다. 아까 대장님은 수로 왼편 담장을 타기 전에 이사의 명판을 제게 맡기셨는데... 그런데....


대장 퍼시

잃어버렸어??


레이너

후퇴할 때였을 텐데…. 그 난데없는 전류 공격으로 제 손가락은 이사의 명판과 함께 잘려나갔습니다.


레이너

철수하느라 아무것도 신경 쓰지 못했는데….


퍼시는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레이너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대장 퍼시

그런 사정이 생기면 다시 돌이킬 수 없어.


대장 퍼시

살아 남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루시아

네, 임무뿐 아니라 전원 생환 목표도 달성했습니다, 지휘관님.


루시아

하지만… 가장 먼저 지휘관님과 함께 돌아오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지휘관

(그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너의 당시 판단은 정확했어.)


크롬

너무 오래 머물면 위험하니까 휴식이 끝났으면 빨리 돌아갑시다.


루시아

네, 어서 가죠.


수송기를 향해 가던 중 무심코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는 크롬을 보았다.


방금 전의 구조는 우연의 일치였을까?


지휘관

크롬.


크롬

무슨 일이십니까?


지휘관

내가 거기에 있던 걸 어떻게 알았어?


크롬

이 위치추적기 덕분입니다.


그는 자신의 손바닥에 들어 있는 소형 기기를 보여주었다.


크롬

전투가 끝난 뒤 합류하려다 돌아오는 그들을 만났었습니다.


크롬이 대장 퍼시를 쳐다보라고 하자 이쪽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크롬

거의 다가왔을 때 작동하지 않았지만, 무너지는 집중점에서 대략적인 위치를 판단했고, 지휘관님을 찾던 중 경보음이 들려왔습니다.


크롬

전 다른 사람들과 달리 본 네거트에게 쫓기지 않아 독립적으로 행동하기 편했습니다.


지휘관

그 대행자는?



카무이

교전 도중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가 나타났는데 본 네거트는 그녀를 보자마자 공격을 멈췄어.


지휘관

한 번도 못 본 여자?


카무이

잘 모르겠어, 다들 빨리 돌아가려고만 했으니까.


카무이

그놈이 공격을 멈추자 재빨리 철수해버렸어.


지휘관

의외로 그를 떼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건가?


반즈

혹시 가브리엘이 언급한 그 대행자가 아닐까?


루시아

또 다른 대행자?


크롬

그럴 수는 있지만 그녀에 관해서는 우리가 아는 것이 너무 적어.


토론 중에 많은 사람들이 점점 수송기 옆으로 다가왔다.


새까만 땅 위에 반짝반짝 갈려진 이사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이 조용히 누워 있었다.


레이너

아!!


대장 퍼시

이사의 명판...! 이게 왜 여기있지?


크롬

명판에 퍼니싱 농도가 비교적 높으므로 방호에 주의해야 합니다.


퍼시는 보호용 장갑을 꺼내 손바닥에 꼭 감쌌다.


루시아

이건 도대체 누가 가져온 걸까요? 설마...


여러 사람이 사방을 두리번거렸지만, 오랫동안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크롬

일단 돌아갑시다.


지휘관

응.



익숙한 엔진음이 다시 한 번 기내를 메우고 수송기는 부드럽게 근접궤도에 진입했다.


폭발의 연기가 다 흩어진 후, 모든 것이 다시 차가운 고요로 돌아왔다.


부스러기가 된 만물을 싸안고 만신창이가 된 초토 속에서 광풍이 춤을 춘다.


이 모래먼지는 언젠가는 대지의 상처를 보듬어 다시금 새로운 생명을 낳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이 오기 전에 그들은 자유의 황야를 떠나 별들이 모여 있는 에덴으로 돌아가야 했다.


ㅡㅡ비록 그 낙원이 이제는 감옥이라 할지라도.







크롬 오빠 헤으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