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치의 [기나긴 작별] 18-19 : 대답


나나미는 스스로 찾아낼 거야, 유일무이한 미래를 말이야.



'우주'

이게 바로 네가 생각했던 일이니?


황망한 꿈에서 깨어난 나나미는 여전히 이 우주에 떠 있었다.


하나의 소리가 여러 별들 사이에서 울려 퍼져왔고, 상대방은 결코 나나미가 아는 어떤 종류의 인간으로부터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나나미의 두 귀는 이 소리를 포착했고 그 뜻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나나미

...누가 말하는 거야?


'우주'

우리는 '우주'의 중심에서 너의 목소리를 들었어.


'우주'

그런데 넌 아직 약간 당황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나나미

당황...그래, 나나미는... 자신이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어.


'우주'

사고는 진화의 상징이야.


나나미

그 말은 나나미가 진화했단 뜻이야?


'우주'

네가 생각하는 것은 어디에나 있고 여기 있는 모든 것은 네가 생각하는 것의 구체적인 표현이야. 우리는 네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과 찾고 싶지만 볼 수 없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어.


나나미는 어리둥절하게 듣다가도 상대방의 말 속에 담긴 핵심 정보를 절로 포착했다.


나나미

그렇다면 인간과 기계들이 즐겁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미래는 어디인지 말해 줄래?


'우주'

너나 지구상의 인간이나 그들의 감각 속에서 모든 것은 3차원적으로 존재하고 있어.


'우주'

그러나 고차원적 존재에게 시간은 다른 형태로 현현된 실체야.


'우주'

'너희들의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페이지 번호가 분명하게 적혀있는 한 권의 책이야.'



공간이 변하면서 나나미는 현재 공중 정원에 누워 있는 지휘관을 보았고, 병상 옆에는 다른 기체로 변한 리브가 있었다.


나나미

이건... 현재의 【지휘관 이름】?


추론 연역은 게슈탈트의 데이터 공간에만 존재할 뿐, 과거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나나미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지구상에서 이미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데, 그 중 일부는 나나미가 추론 연역을 거친 후 현재 행한 행동으로 되돌아오는 영향도 있었다.


나나미

그 동안 시간이 이렇게 흐른거야?



공간은 다시 변해 극지로 돌아갔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멀리 서있었고 나나미는 기계 곰의 옆에서 멀리 그들을 바라보았다.



나나미

지휘관…다음에 만날 때, 우리는 적이 되어 있을 거야….*

*극야회귀 히든 스토리 마지막 장 참조


그 순간, 나나미는 자신이 정말 이 말을 진짜로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 수 없는 사람의 조종으로 시간은 마치 아무 페이지나 펼쳐볼 수 있는 책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페이지를 앞으로 넘겼다.



파오스의 제복을 입은 젊은 지휘관은 에덴의 통유리창 앞에 서서 멍하니 끝없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나미

【지휘관 이름】, 【지휘관 이름】...


【지휘관 이름】

...응? 누가 나한테 말을 거는거지?


나나미

나는...


나나미는 눈앞의 지휘관이 아직 그녀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나미

나는 지휘관이 보고 있는 별이야.


【지휘관 이름】

별이 말도 할 수 있어?


나나미

그럴꺼야! 하지만 나는 아주 먼곳에 있기 때문에...그래서 내 목소리는 좀처럼 다른사람에게 들리지 않아!


【지휘관 이름】

얼마나 멀리?


나나미

아주 멀리... 아마 우주의 경계에 있을 거야.


나나미는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지휘관은 뒤에서 쫓아오는 친구와 어깨동무를 했다.


친구

너 왜 멍때리고 있어?


【지휘관 이름】

방금 별이 말하는 걸 들은 것 같은데...


나나미는 깔깔 웃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휘관을 놀리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마음은 익숙한 사람과 사물의 따뜻한 느낌으로 가득 찼다.



나나미는 생각했다. 그녀가 무엇을 사로잡았는지.


....기계는 설계, 제조되어 사명을 가지고 세상에 내려온다. 임무는 기계의 프로그램 논리에 기록되고 새겨지며 그것은 기계가 가지는 의미의 전부다.


기계나 세상 어느 도구와도 달리 인간은 태어났을 때부터 무의미했다.


인간은 타고난 사명과 의미를 부여받지 않고 던져진 채 태어나며 오직 살아있는 존재로서 이 행성에 참여한다.


그리고 그들은 원시 동물의 본성에 의존하여 대륙으로 나아가고, 정복하고, 창조하고, 창조물에게 사명을 부여한다.


그들은 그들이 되고 싶은 어떤 존재가 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사랑하고 싶은 어떤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전사, 오페라 가수, 만화 작가.


사랑을 품고 있기에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고, 가장 정밀하고 강력한 컴퓨터는 궁여지책을 쓰더라도 인간 전체의 가능성을 연산할 수 없다.


지휘관이 떠나면서 주변은 다시 성운으로 바뀌었다



그 안에 지구가 있었고 너무나 아름다웠다. 바깥층의 얼음껍질이 잉태중인 행성으로 쏟아지고 수증기로 기화되어 액체 바다가 되었다.


나나미

나나미는 너무 오래 여행해서 그 순간, 이미 출발의 목적을 잊어버렸어...


끝없이 이어진 여행에서 그녀가 필사적으로 보호했던 세상 한가운데 서 있었고, 시간의 급류가 그녀 주변의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 그녀 자신만 남은 채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인간 문명이 사라진 후 수천 년, 수만 년 후에 인간의 개입이 없더라도 얼음과 눈은 녹고 바다는 물러가고 육지는 솟아오르고 화산 폭발은 새로운 형태로 응축될 것이다. 그리고 최초의 종도 심해에서 육지로 나와 석탄기에 속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차갑고 어두운 우주는 인류의 발자취와 온도로 채워져 있었다.


사람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다. 사랑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무한한 허공의 우주에서 인류의 미래인 먼 곳을 찾도록 인도한다.


사랑과 헌신이 있기에 광활한 우주와 별의 바다를 건널 수 있다.


나나미는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에서 대답을 들었다.


'우주'

나나미, 넌 더 넓은 우주로 가는 티켓을 받았어.


나나미

나나미의 대답을 들었어?


나나미

나나미는 그 물음에 대한 답도 알고 싶어. 나나미가 원하는 그 미래도. 그치만 나나미한테 안 알려줘도 돼.



나나미

나나미는 스스로 찾아낼 거야.


소녀의 눈에는 마치 빛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로 승리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그들이 바로 이 미래에 있다고 믿었고, 그들이 바로 그 살아있는 고양이 우주라고 믿었다.


'우주'

그렇다면, 딱 한 번 부정행위 하는 걸 눈감아 줄게.


'우주'

나나미, 가서 느끼고 오렴.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을 하길 바라.






서성치의 [기나긴 작별] 18-20 : 미래에 존재하는 그녀


진정한 해답을 찾길 기대할게... 그리고 안녕, 나나미.



나나미는 도서관 입구 앞에 서 있다.


도서관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다. 텅 빈 공간 끝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고, 투명 유리 바깥에 별들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은 자신이 우주선 안에 있음을 깨닫게 만들었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책꽂이에 몇 권의 그림책과 서적, 심지어 게임 CD까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책꽂이 위의 인류의 조물들을 매만지고 있었는데, 그 중 어떤 것은 그녀가 잘 아는 것이었고, 어떤 것은 본 적이 없었지만 한눈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나나미

우와... 여기에 《강철진 BX 무적복제연도 a+++ Feat. DK Hyper 에디션》이 있었구나!


나나미

이건 《가면라이더 : 재창조된 세계와의 재회》잖아!


그녀가 더 깊이 들어갈수록 책장 끝에서 보이는 창밖의 광경이 그녀의 관심을 끌었다.



나나미는 유리에 손을 대고 별천지를 바라보았다:


별은 그녀와 이렇게 가까이 있어 보였고,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10시 방향에는 유난히 밝게 빛나는 은하수가 있었다. 그 별무리가 서로 다른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마치 머리 위를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고, 별들은 반짝이며 웅장한 위세를 자랑하였다.


방금 봐왔던 환상의 장면과 달리 눈앞에 펼쳐진 별하늘은 더욱 충격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밝고 어두운 별, 고대의 융합, 광대하고 긴 우주와 역사가 그녀의 머리 위로 수 광년 밖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지만, 이 순간 그녀의 눈에 반사되어 고대 신들의 예언을 쫓는 것처럼 반짝였다.


나나미

정말 예쁘다...


나나미의 시야는 그 광경 속에서 무언가를 찾듯이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

지구를 찾고 있어?


나나미가 발길을 돌렸으나 눈앞의 큼직한 공간은 그녀 외에는 텅 비어 있었다.


??

아이쿠, 깜빡했어. 이러면 예의가 아니겠지.


나나미가 눈을 깜박이자 무언가가 그녀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흐릿하게나마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는 은회색의 긴 머리카락을 한 소녀의 모습이 투영됐다.


소녀

안녕, 나나미.


나나미

나나미도 인사할게. 무엇을 하려고 나나미를 여기에 부른거야? 여긴 또 어디고?


소녀

아무 것도 안해. 너랑 얘기만 할 거야.


소녀

너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어. 이 도서관 마음에 들어?


나나미

나나미는 100점 만점에 90점 줄게. 여긴 나나미를 위한 거야?


소녀

확실히 널 위해 준비한 거야. 우리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하자.


소녀가 창가의 탁자 옆에 앉자 나나미가 따라 앉았다.


소녀

여기는 DeLorean-디스커버리 호야. 우리는 제3우주 속도로 우주를 항해하고 있어.


나나미

그럼 넌 지금 어디에 있어? 왜 이런 식으로 나랑 얘기하는 거야?


소녀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 원래의 모습으로는 널 볼 수 없어ㅡㅡ 원래의 나는, 이 함선의 중심에 있어.


나나미

그게 무슨 뜻이야?


소녀

디스커버리 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체야. 나는 그것이고, 그것은 나이기도 해.


소녀가 이야기하자 탁자 위에 다음과 같은 화면이 투사되었다: 어두컴컴한 방안에는 거대한 기계가 서 있고, 수많은 파이프가 전선과 촘촘하게 기계 중심부를 향해 이어져 있는데, 나나미는 그 속에 하나의 사람 형상이 감싸여 있는 모습을 희미하게 보았다.


소녀

물론 이곳에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있어.


이에 따라 투영 화면이 바뀌었고, 홀 안에는 드문드문 사람 모양, 혹은 비인간적인 기계체가 지나갔다.


소녀

우린 함께 우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어.


나나미

...그렇구나.


소녀

나에 대해 이렇게 많이 얘기했는데, 너에 대해서도 얘기 좀 해줄래?


소녀

내가 알기로 너는 지금 특별한 사건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이야기하는 사이에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흘렀다.


마지막 마디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소녀의 얼굴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나나미

자, 잠깐.


소녀

작별의 시간이야.


소녀는 탁자 위에 비친 스크린 화면을 바라보았다. 빛의 점들이 결합하여 온전하고 흠잡을 데 없이 하얗게 보이는 행성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은하계 깊숙한 곳에서 조용히 움직이며 그녀가 발을 디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의 공기가 뒤틀리고 변형되었고, 끝없는 어둠 속에 소녀의 모습이 응축되어 이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낯익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흐릿한 실루엣만 남아도 나나미에게 울고 싶을 정도로 그리운 착각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고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듯한 묘한 중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힘은 그녀와 눈앞의 유령 같은 '사람' 사이에 존재했고, 마치 그녀들이 서로에게 끌리는 듯 시간과 공간까지 길을 비켜주었고, 세상의 양끝이 그녀들의 손끝에서 겹쳤다.


나나미는 곧 '그녀'를 만질 것이다...


중첩된 소리

...안녕, 나나미.





서성치의 [기나긴 작별] 18-21 : 작별 인사


Her last bow



에덴은 특화 기체인 '백야'의 투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걱정하며 공중정원 전체가 동원될 수 있는 인원을 모두 자기 자리에서 대기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모리가 의장실을 빠져나갔을 때 복도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리

...


뒤쪽 문이 닫히자 청년의 표정이 약간 풀렸고, 그는 손가락을 뻗어 코끝을 문지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리

어쨌든…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적어도….


갑자기 앞쪽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그는 곧 혼잣말을 멈추었다. 그가 눈을 뜨자, 맞은편에서 걸어온 것은...


모리

어?



??

...


눈에 튀는 운전복 차림의 소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눈을 번쩍였다.


??

당신은!


모리

넌...


모리는 고개를 돌리고 소녀를 바라보았고, 다소 낯설어 보이는 소녀도 장난스럽게 몸을 돌려 한 손으로 등을 뒤로 하고 다른 손을 들어 흔들며 그를 마주하면서 뒤로 걸어갔다.


??

저는 나나미, 제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모리

...형한테 들어본 것 같은데...


나나미

모리, 힘내세요. 오빠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잖아요!


모리

...?


모리는 깜짝 놀라며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소녀의 유래와 동기를 알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왜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지? 그 말은 무슨 뜻일까, 경고? 아니면 무심코 한 말인가? 필요하다면 이 불안요소를 제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마음을 가라앉힌 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리

...그래, 나나미.


모리는 나나미라는 소녀에게도 손을 흔들며 그녀가 과학이사회 2부 산하 연구실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봤다.



모리

...널 기억할게.



연구실 문이 열렸을 때 안에 있던 사람들이 실험 테이블 앞에서 무언가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스마엘

안녕.


나나미

...안녕하세요.


그녀의 테이블 위에는 홀로그램 투영 기술로 탄생한 우담화가 있었는데 나나미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거의 진짜 꽃이라고 생각할 뻔했다.


핑크색 단발머리의 여성이 돌아서며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스마엘

뭐 도와줄까?


이렇게 질문을 했지만, 상대방은 나나미의 방문을 예견한 듯 그녀의 어조에는 놀라움이 없었다.


나나미

네. 누군가 당신이 절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해 줬어요.


이스마엘

그게 누군지 궁금한데….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소원을 가지고 왔으니까 기꺼이 소원을 들어주겠어.


여성은 나나미를 향해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빙긋 웃었다.


이스마엘

소원을 말해 보렴.


나나미

아니요, 앉지 않을 거예요ㅡㅡ 나나미는 약속이 있어서 빨리 해결해야 돼요.



리브를 호송하던 비행선과 수송기가 하늘로 사라졌을 때...


【지휘관 이름】은 아직 생명의 별 위에 누워 있었지만, 이스마엘의 도움으로 세계선의 특이점이 발동되어, 이 현실 세계도 다른 미래를 맞이할지도――


불길이 타오르는 듯한 구름 아래 화려한 운전복을 입은 소녀가 파워의 보호를 받으며 황야를 독주하고 있었다.



나나미

모처럼 지금 모습으로 변신한 거 모두한테 자랑하고 싶은데....


소녀는 몸 아래의 기갑을 가볍게 쓰다듬었다ㅡㅡ 소녀와 대화를 나눈 후 그녀는 그에게서 영감을 받아 기갑을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시켰다. 별은 인간이 만들어낸 낭만과 용기를 담은 외피에 밝게 빛나고 있었으며, 그것은 또한 현재의 나나미는 이 유일무이한 세계에 속하는 유일무이한 나나미임을 나타내었다.


나나미

됐어,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잖아.


나나미

기계 할머니, 좌표 좀 알려줘요~


게슈탈트

당신의 행위는 이 재난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나나미

헛된 발버둥이라도 저는 이렇게 할 거예요, 왜냐하면...


사랑하니까. 나나미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나미

인간과 흥미로운 창조물들이 전부 부서지는 건 보기 싫어요.


나나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의 에덴을 바라보았다. 지금쯤 하카마는 그들을 데리고 공중 정원으로부터 퇴각했을 것이다.


나나미

게다가, 이미 변하고 있잖아요? 전 그들의 소원을 들어줄 거고, 그 대신 그들도 저의 소원을 들어줄 거예요.


게슈탈트는 잠시 침묵했다.


게슈탈트

개체명 나나미, 저의 관측 범위 밖에서 당신을 무엇을 만났습니까?


나나미

헤헤... 그건 이스터 에그에요.




외로이 항해하는 우주선에서 나나미는 소녀와 나눈 대화의 말미에 상대방은 이런 말을 했다.


소녀

자유의지의 존재는 인간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인간이 자유의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인간이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래. 의지는 개인 의식의 본질적인 부분이야.


소녀

이와 반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자유의지와도 모순이 돼.


소녀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소녀

거꾸로 말해서, 미래를 알았다면, 넌 정해진 운명에 저항할 수도, 아는 미래를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도 없어.


소녀

설령 모든 가능성을 알게 되더라도 최선의 선택을 해도 최후의 종말, 혹은 그 어떤 비극도 피할 수 없어.


소녀

아마도 넌 이미 알고 있을 거야, 나나미ㅡㅡ


소녀

난 미래의 너야.


그 미래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보았다. 우주에서 끝없이 고독하게 항해하며 기계들이 자신의 해답인 기계 각성의 의미와 자아를 찾아간다.


자유를 잃은 대가로 그녀는 영원히 항해하는 비행선의 연산중추 AI가 되고, 최종 선택은 각성 기계를 데리고 끝없는 우주로 향하는 것이다.


남아 있는 인간에게는 한 가닥 회생의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정답은 인간 자신만이 제시할 수 있다.


지구에서 추방된 소녀는 창가에 가만히 앉아 이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가끔씩 빛 너머로 수억 광년 떨어진 저 푸른 별을 바라본다.


시간과 우주, 만물의 끝에서야 그녀는 마침내 재앙의 근원을 만나 인간이 통과할 수 있는 문과 열쇠를 찾았다.


...그리고 그녀는 과거에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비밀을, 비밀 그 자체로 전달했다.


그녀는 바란다...


망망한 우주에 인간이라는 작은 종족이 여전히 존재하고, 기계들도 그녀를 따라 평화로운 자아를 찾는 길을 걷기를.


이것이 그녀의 '사랑의 전부'이다.



'나나미'

하지만... 나나미, 너에겐 아직도 선택권이 있어. 넌 내가 되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


소녀는 미소지었다. 그 웃음은 나나미와 흡사했지만, 그 속에 담긴 정서는 달랐다.


소녀의 미소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 투영에 왜곡되었다.


나나미

자, 잠깐...


'나나미'

작별할 시간이야.


소녀는 열 손가락을 펴고 이마를 만지며 오래전의 어린 자신을 껴안았다. 이 순간 모든 생각, 슬픔, 외로움이 나나미에게 전달되었다.


'나나미'

이것들을 가지고 가줘... 최종 선택을 했다면 '이스마엘'을 찾아. 원하는 답이 있을 거야.


그녀는 나나미가 다른 선택을 하기를 원할까? 물론 그녀는 나나미가 내놓은 답안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나미' & 나나미

안녕...나나미.



나나미는 추억에서 벗어나 더할 나위 없이 애틋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구름 위 '집터'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나미

정말 지구에서 보고 싶었지만... 하지만 나나미는 이 기회를 놓치게 될지도 몰라.


소녀는 여전히 운명의 족쇄를 받아들이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운명은 여전히 변할 가능성이 있는 것, 그것은 게슈탈트도 연산 능력을 모두 소진시키더라도 결과를 계산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다.


나나미

안녕...


나나미

나나미를 기억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