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배고파... 그러고 보니 정말 비슷하네요.


루시아

구조체는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어서 전 배고픔을 잊은지 오래 됐거든요.


루시아

그런데 왜 나나미가 이런 방해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루시아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과일 바구니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건네주었다.


지휘관

먹어보자.


루시아

...알겠습니다. 먹어볼게요.


루시아는 사과를 받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올려 천천히 입에 갖다댔다.


입을 벌렸더니 아랫입술에 맞는 각도를 찾지 못한 듯 움직임이 약간 경련을 일으키며 먹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결국 루시아는 사과에 이빨을 살짝 대고 위턱과 아래턱을 살짝 눌렀는데...


'탁'


맑은 소리와 함께 아세트산의 부드러운 향기도 공기 중으로 흩날렸다.


루시아는 입안의 과육을 음미하며 목덜미의 충동과 함께 과육을 삼켰다.


그녀는 어리둥절하며ㅡㅡ


그다음에 입에 물고, 음미하고, 삼키고...


그리고 또 다시 음미하고, 삼키고...


결국 루시아는 더 이상 우물쭈물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과육을 깨물고 삼키는 두 동작만 반복했다.


...


리브

...


모두들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이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며, 낭랑한 '아그작' 소리가 방안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과일 바구니 속의 사과는 회갈색 줄기대 몇 개만을 테이블 위에 남겼다.


지휘관

더 먹을래?


루시아

아니... 괜찮습니다...


루시아

이 포만감은 퍼니싱이 폭발한 후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루시아

이런 느낌... 너무... 그리웠어요.


루시아는 한동안 잃었던 감정을 곰곰이 되새기는 듯 눈을 감았지만 이내 눈을 떴고 눈빛은 한결같았다.


나나미가 이 공간에서 인간의 감각을 구조체에 다시 부여한 것은 그들을 약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간단한 행복을 느끼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식욕, 이 가장 기본적인 행복의 구성 요소의 결핍은 가혹한 현실에 대한 타협이었다/


그러나 나나미의 상상 속에서 이러한 타협은 분명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녀는 이 느낌을 되돌려 구조체와 인간이 이어지는 전통적 활동에서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만족의 즐거움이다.



리브

이것도 힌트라면 나나미의 다음 시련은 음식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지휘관

틀림없어, 새해라면ㅡㅡ


지휘관

뭐니뭐니해도 저녁 음식이잖아!


지휘관

하지만 맛만 보고 만족할 수 없겠지.


루시아

부엌에 식재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외출해서 사려고 해도 여기엔 돈이 없는데...


'띠리리리리리리리~~'하는 소리가 루시아의 발언을 중단시켰다. 코토라는 어느새 아케이드 기기에 시동을 걸었고, 상황을 반전시켰다.


스크린에 'You Win'이라는 문구가 떴고, 오색찬란한 흥겨운 사운드가 이어졌다.


대량의 동전이 기기에서 쏟아졌다.


루시아

이건...


루시아는 동전 몇 개를 집어들었다.


동전 앞면에 그려진 것은 잘 알아볼 수 없고 '왕' 문자만 거의 볼 수 있는데, 아마 호랑이 머리일지도?


뒷면에는 '만능 토큰'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준비는 충분하군요.


지휘관

잘했어, 코토라.


코토라

야오오옹옹!!


칭찬을 받은 코토라는 더욱 신이 나서 디스플레이에 머리를 부딪쳤고, 이 방법으로 기계가 더 많은 동전을 토해내려는 듯했다.


더 많은 파괴가 일어나기 전에 끌어안고 몇 차례 달래자 코토라는 비로소 조용해졌다.


루시아

식재료 조달은 저와 리가 맡겠습니다. 집 보는 일은 리브와 지휘관님에게 부탁드릴게요.


지휘관

(그럼 부탁할게.) ← 선택

(조심하렴.)


리브

저도 지휘관님과 코토라를 잘 돌보고 있을게요.



리브

지휘관님 세제 가져오실 수 있나요?


지휘관

(전달)


리브

고맙습니다.


코토라

야오옹~


리브

코토라, 이거 먹으면 안 돼.


루시아와 리가 떠나자 리브는 이들이 돌아오기 전 사용할 주방기구와 수저를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방에 공중정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식기세척기가 없어 모든 세척 도구는 '원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도 리브와 함께 부엌 싱크대 옆에 나란히 서서 수동으로 세척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손재주가 많고 청소의 대부분을 맡았던 리브에 비해 자신은 이따금 와서 말썽을 부리는 코토라를 달래는 게 가장 큰 역할이었다.


'쿵쿵쿵'


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리브

루시아가 돌아왔나봐요?


리브

지휘관님 문 좀 열어주실래요?


지휘관

알았어.


손에 묻은 물기를 닦고 문을 열자ㅡㅡ



창위(?)

연말 축하!



소피아(?)

부자 되세요!



포뢰(?)

빠...빨간ㅡㅡ


몇 번이나 팔린 경험을 회상하며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주저하지 않았다ㅡㅡ


지휘관

(문을 닫다)


이내 문 밖에서 다급한 노크소리가 들렸다.


창위(?)

갑자기 문 닫지 마! 올해 재물운을 다 막아버릴 셈이야!


소피아(?)

재물동자를 보내다니, 망했어.


재물동자

에에, 나 때문이라고?


창위

재물을 부르는 동자가 축사를 더듬거려서 상대방이 그냥 문을 닫은 거잖아.


재물동자

'빨간 봉투 가져오세요'가 축사는 아니잖아!


재물동자

금동이랑 옥녀가 처음에 '그것'을 꺼냈으면 됀거 아니야?


금동

재물동자, 넌 아직도 우리의 사명을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옥녀

사명을 버저릴 수 없어...


재물동자

우리의 사명은 물건을 파는 것이지!


그 말을 듣고 이곳에서도 상대방의 방문 목적을 대충 파악하고 문을 다시 열었다.



금동

그럼 우리가 이 비싼걸 직거래로... 아, 손님 안녕, 대련 사볼래? 지금 할인 해준다는 얘기까지 했었어.


지휘관

(무슨 대련?) ← 선택

(얼마나 깎아주게?)


금동

바로 이 쌍대련이야. 손님 이거 산다고 절대 손해 볼 일 없어!


한 쌍의 대련이 자신의 앞에서 펼쳐졌다.


상련: 임수송희보천헌서(壬水送喜普天献瑞)*

*강(壬水)이 하늘에 경사를 올리니 길한 일이 일어난다


하련: 인호약춘만당생휘(寅虎跃春满堂生辉)*

*호랑이(寅虎)가 봄을 맞아 날뛰니 집안이 생기로 충만하다


횡련 : 복만인간(福满人间)*

*온 세상에 복이 가득하길


*올해는 임인년(壬寅年)


금동

어때, 좋은 기운이 느껴져?


금동

딱 요만큼만 주면 돼.


금동은 3의 숫자를 나타냈다.





애기들 커엽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