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연구에 몰두하는 연구원 하나 없는 과학이사회 2부의 실험실이 다소 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맞서 이곳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명의 여성이 불쑥불쑥 나타났다.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는 여성이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테이블에 손을 얹자 그 위에 나타난 홀로그램 투영 현화는 점점 흐려지다가 없어졌다.



이스마엘

그것이 너의 소원이니...


의문문으로 끝났지만 이스마엘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칭송하듯 전혀 묻는 의향이 없었다.


나나미

맞아요, 이것도 나나미가 정한 약속이에요!


이스마엘

약속이라...


이스마엘

응... 그녀와의 약속은 꼭 지켜줄게.


나나미

그럼 지휘관님을 부탁드릴게요...


나나미는 웃음을 거두며 모든 결심을 다한 듯 가슴에 손을 얹었다.


나나미

나나미에겐...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요.



광휘의 행진자는 여전히 호위함 앞머리에 서 있었고, 표정조차 보이지 않는 얼굴은 지척에 있는 듯한 공중정원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광휘의 행진자

하카마가 침입한 지 300초가 경과했다.


호위함 안전구역에 있는 하카마를 곁눈질로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의식은 여전히 깊숙이 침투한 상태였다.


광휘의 행진자

방주계획의 작전규정에 의거하여...하카마의 침입은 실패로 판명한다.


광휘의 행진자

호위함의 정시 항행 설정 완료ㅡㅡ목적지는 공중정원, 1800초 안에 회항하지 못하면 호위함 전체를 공중정원에 들이받는다.


광휘의 행진자

완벽한 성공은 보장 못하지만, 적어도 이를 통해 인간들을 중상모략할 수 있고, 교회가 다음 공격을 조직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모든 것을 완료한 광휘의 행진자는 추진체를 작동시켰고, 완연한 추진 분출은 그를 호위함의 인공 중력에서 벗어나 천천히 떠돌게 만들었고, 양손의 광검발생기는 뜨거운 빛으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광휘의 행진자

방주계획은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 '전차'ㅡㅡ 광휘의 행진자는 공중정원 기습 공격을 개시한다...!



그러나 바로 이때 호위함에서 엄청난 경보음이 울렸고, 시스템은 어떤 물체가 빠른 속도로 이곳을 향해 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광휘의 행진자

공중정원의 인간들에게 들켜버렸나...녀석을 막야아 한다!


호위함의 요격포가 발사됐지만 구형 포탄은 유성 같은 빛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고, 그것은 심지어 끊임없이 가속되고 있었다.



광휘의 행진자

곧 오겠군, 피할 방법이 없다! 충격 방어 준비.



유성은 호위함의 외부를 뚫고 겹겹히 쌓인 호위함의 합판 위로 떨어졌다.


광휘의 행진자는 이 불청객을 응시했는데, 그것은 자신의 몸집과 맞먹는 기계 조물이었고, 그 위에 한 소녀가 타고 앉아 있었다.


광휘의 행진자

공중정원 데이터베이스에는 이 구조체에 대한 자료가 없는데… 아니, 너는 구조체가 아니라 너는 우리와 같은 기계다.


눈앞의 소녀는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타고 있던 기계에서 뛰어내려 멀리 하카마에게 시선을 옮겼다.



???

하카마… 내가 미래에서 보았던 것처럼 기계교회 회원들은 역시 잘못된 방향에서 끊임없이 길을 잃고 있었어.


???

미래가 바뀌지 않았다면 마지막까지 기계와 인간도 수많은 결말과 마찬가지로 서로를 위한 친구가 될 수 없었을 거야.


소녀는 한없이 쓸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는 광휘의 행진자가 보기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광휘의 행진자

인간과 친구가 된다고? 너도 기계체인 이상 인간은 우리를 공평하게 대화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한 적이 없으며 기계는 그들의 도구와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광휘의 행진자

그리고 퍼니싱의 위협에… 우리 겨레는 목숨을 잃고 자아를 잃었고, 이 모든 재앙을 일으킨 원흉들, 그 인간들은? 우리를 괴물처럼 여기고 주살할 뿐이다.


그 소녀는 오히려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응, 맞아. 그리고 앞으로 인간과 기계와의 전면전으로 전개될 거고, 결국 모두의 손에 서로 무기를 움켜쥐게 된다면…. 그 손을 뻗을 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거야.


???

하지만 이제 우리 모두에겐 선택의 기회가 있고, 그런 미래를 바꿀 수 있어...


광휘의 행진자

말할 필요도 없이...기계교회가 하고 있는 일이야 말로 바로 이러한 미래를 바꾸는 것이고, 만약 기계는 미래에 인간과 싸울 수밖에 없다면 지금 당장 인간이라는 위협을 완전히 소멸시키면 된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동포들을 이끌고 이 지구에서 떠나게 될 것이다.


광휘의 행진자는 온몸의 무기를 펼쳤다, 그것은 모두 살육을 위해 존재하는 송곳니였다.


광휘의 행진자

나의 인간 제작자가 나를 만들어낸 목적은 다른 인간을 죽이기 위함이었다. 나의 최초의 사명은 이처럼 단순하다…. 인간끼리도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너의 발상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

우리는 끊임없이 각성하고 있어. 그리고 인간도 모든 것을 바꾸려는 모두의 힘이 모여 미래를 끊임없이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이 힘의 미래는 게슈탈트조차 계산해 낼 방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광휘의 행진자

이게 바로 너의 계산 결과인가...


소녀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아니, 이건 나나미의 '신념'이야.



광휘의 행진자

'신념', 괜찮은 명사군. 기록해 두겠다.


광휘의 행진자

그리고 나나미… 그게 너의 이름인가, 너도 나도 각자 믿는 미래가 있다면 누가 미래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더욱 충분한지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광휘의 행진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모든 연산력을 전술 회로로 집중했다. 눈앞의 소녀는 작고 빈약하며 타고 있는 기기도 자신처럼 강력한 무장을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로부터의 위협을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광휘의 행진자

나는 최선을 다해 너를 격파할 것이다!


나나미

나나미도 최선을 다해 널 막을 거야!


두 대의 기계 추진체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섬광이 서로 교차했다.



전투 개시







전투 종료




광휘의 행진자는 자신이 제압당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화력이나 기체 성능 모두 분석적인 측면에서 당연히 상대보다 우위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 유효타를 날렸던 방식과 동일한 공격을 되풀이하자 도리어 나나미에게 역습을 당했다ㅡㅡ그것은 어떠한 전술 회로도 알아낼 수 없는 동작이다.



광휘의 행진자

어째서...!


지금 나나미를 꺾을 방법이 없다면 방주 계획은 완전히 실패하고, 동포들이 자신에게 맡겼던 희망은 모두 허사가 된다.


그는 처음으로 전술 회로를 닫고, 단순히 자신의 사고애만 의지하여 나나미를 공격했다ㅡㅡ그는 나나미가 탄 기계가 쏘는 유도탄을 감수하고 열화된 돌격을 하다가 마침내 나나미의 곁으로 다가왔다.


광휘과 응집된 검날이 초고열의 초전기톱과 부딪히며 우주를 밝히는 빛을 발했다.



나나미

인간을 위해서... 그리고 기계 친구들을 위해서 나나미는 절대 지지 않을 거야!


소녀의 말은 정말 어떤 힘을 가져다주는 듯, 광휘의 행진자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힘이 뜻밖에도 호각을 이루다 밀리더니, 끊임없이 작동하는 전기톱이 그의 검날보다 더 빛나는 빛을 발했다.


전술회로는 계속 귀에 거슬리는 경보를 울리며 그가 극도의 위험 상태에 처해 있음을 경고한다.



광휘의 행진자

'전차'는 동포들을 위해 길을 개척해야 한다.


광휘의 행진자가 팔을 뻗어 나나미 아래에 있는 기계를 움켜쥐고, 그의 가슴에 있는 광휘개멸포가 모든 에너지량을 응집하기 시작했다. 이 한 방으로 적을 관통할 수 있지만, 자신 또한 파멸시킬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나나미

뭐하는거야 이 바보 멍청아! 으아아ㅡㅡ!


개멸포가 발사되는 순간 나나미는 운전 위치에서 벗어나 앞으로 달려들어 광휘의 행진자의 머리채를 쥐어잡고 한 대 날렸다.


서로에게 닿는 순간 광휘의 행진자의 전자 두뇌 속에서 순식간에 무수한 프로세스가 밀려들어와 선현님의 초상화를 처음 만났을 때의 계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듯 개멸포에 응집된 빛이 서서히 걷히며 나나미와 함께 서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나미

아야...나나미 아파 죽겠네...


나나미는 자신의 머리를 주무르고 한숨을 쉬며 광휘의 행진자의 머리를 다시 만졌다.


나나미

근데 너도 많이 아프지?


광휘의 행진자는 무릎을 꿇고 반쯤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멍하니 나나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손바닥이 자신의 머리 위에 남긴 감촉을 느끼며 불가사의한 힘이 있는 듯 차갑고 공허해야 할 그 자리를 따뜻하게 했다.


광휘의 행진자

나나미 설마...당신이 선현님입니까?


???

네, 그녀는 우리가 찾고있던 기계 선현입니다...


침잠 상태에서 돌아온 하카마는 게슈탈트가 보여줬던 소녀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어린 여자와 오버랩시켰다.



하카마

선현님, 드디어 제가... 우리가 당신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