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모두 자신이며, 그녀의 이야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주황색으로 칠한 부분은 해당 주차에서만 등장하는 파트임



Chapter 1. 어두운 숲



신의 어린 양에 대한 노래 한 곡을 연주하다.

그리고 나는 즐거운 피리 소리로 연주하였고,

연주자는 다시 그 노래를 연주하였다ㅡㅡㅡ

그리고 내가 연주하자, 그는 울면서 귀를 기울였다.

ㅡㅡ《순수의 노래》 서곡*


*《순수와 경험의 노래》 - 윌리엄 블레이크 中






...아.


아무니 좋으니, 살려줘...


우선 청각이었다.


하늘의 빛과 같은 휘파람 소리, 저주와도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시각이었다.


경계가 없는 어둠이 눈 사이에 걷히고 원추 세포가 빛을 다시 받기 시작한다.


이후 지각이 살아나 몸에 대한 장악력이 다시 돌아왔다.


시큰거리는 눈 언저리, 막힌 코, 뺨을 문지르는 짧고 날카로운 풀더미, 흙과 미세한 모래의 감촉으로 덮인 손바닥.


ㅡㅡ그러자 당신은 무거운 팔다리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무릎을 세워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당신의 오감은 점점 날카로워져 이곳이 새로운 장소임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모든 것이 막이 오른 것처럼 등장하였고, 신비스럽고, 길고, 투철한 어떤 선율에 따라 세상이 흐르기 시작한다.


숲은 어둡고, 사방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질적인 불빛이 하늘 위에서 가물거리고, 긴 용 그림자는 구름에 떠다니며, 사람들을 두렵게 한다.


신비한 선율이 땅 위에 메아리쳐 마치 사냥개를 끄는 호루라기 소리처럼 당신의 영혼을 사로잡기도 했지만, 이것이 피리 소리임을 깨달았다.


하멜른*의 마술피리처럼 교묘한 트릭이었다. 악룡이 날개의 아치를 날렵하게 끌어당겨 방향을 잡고 땅을 향해 재앙의 소리를 퍼뜨린다.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 그림 형제, 로버트 브라우닝


피리 소리가 당신의 귀에서 가늘게 울리더니 악룡이 날개를 펄럭이며 공기를 휘저어 더욱 우렁차게 만들었지만, 지금 그 피리 소리가 연기처럼 멀어지자 악룡도 흔적을 감추었다.


흰부리 까마귀들이 놀라 달아났다ㅡㅡ높은 나뭇가지에 있는 서식지로 돌아가자, 기류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모든 것이 고요로 돌아갔다.


그런데 당신은 왜 여기에 있지?


머리는 텅 비었고 몸에는 아무 물건도 없다. 함께할 사람도 없고 찾을 흔적도 없다.


또한 누가 종말의 피리 소리를 내면서 악룡을 끌고 재앙을 드러내 앞길을 가로막는가?


관자놀이가 울부짖고 희미한 기억 속 깊은 바닷고래가 머릿속에 떠오를수록 이내 빠르게 내려와 파도를 일으킨다. 심장이 요동칠 때마다 쓰라리고, 갑자기 변덕스러움을 느끼며, 거짓된 생각은 마치 누군가와 함께 하는 듯한 환각과 같다.


먼 길을 달려 긴 전투를 치른 뒤 시작점으로 돌아간 것처럼 갑자기 피곤함을 느꼈다.


그때 원초의 목적인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까지, 몇 번이나 해가 저물고 별이 보이기 전에 당신은 이 숲을 빠져나가야 한다.


먼 산 위에는 궁궐의 은빛 지붕이 하늘에 우뚝 솟아있었다.



[불더미]




회백색 연기가 숲을 휘감고 있었고, 당신은 연기의 방향을 찾으려고 쫓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간다)


빈터에는 불더미를 태운 잔재와 잿더미만 남아 있을 뿐 사방은 아무도 없었고, 생명체의 기운도 없었다. 눈앞에서 꺼진 불더미를 바라보며, 당신은...




(1)

(잿더미를 뒤지기로 하다) ← 선택

(제자리에 남아 기다리다)

(앞으로 나아가다)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이미 꺼진 불더미를 뒤집어서 살펴보니, 본체의 뼈를 분간할 수 없는 잔존 흔적을 발견했고, 뼈의 반쪽을 떼어냈자 당신은 잿더미 아래에서 빛나고 있는 보석을 발견했다.


(2)

(잿더미를 뒤지기로 하다) 

(제자리에 남아 기다리다) ← 선택

(앞으로 나아가다)


당신은 이미 꺼진 불더미 옆에 앉아서, 누군가가 이곳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시간은 숲의 가장자리를 스치고, 당신의 눈꺼풀을 향해 천천히 닫는 마법을 부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수많은 도깨비 불이 불더미 위로 높이 날아올랐다ㅡㅡ


전투 개시


(3)

(잿더미를 뒤지기로 하다) 

(제자리에 남아 기다리다) 

(앞으로 나아가다) ← 선택


당신은 온 길의 반대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 불더미에서 멀어졌지만,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당신은 열매가 맺힌 검은 가시 덩어리를 발견했다.





[안식처]




어둠이 깊어지고 습기가 땅에서 솟아오르고 추위가 공기에서 새어나와 숲의 빛이 거의 다 흡수되는 것 같았고, 괴상한 그림자가 몸을 일그러뜨리며 모양을 바꾸어 조용히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멀리서 늑대와 성난 곰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그리고 앞길이 아득히 멀기 때문에, 오늘 밤을 지새우고 아침 해가 뜨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쉴 곳을 찾다.)


잠시 생각한 끝에, 당신은 여기서 밤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1)

(거미줄이 쳐진 거대한 교목에서) ← 선택

(올라가기 쉬운 낮은 교목 위에서)


당신은 깊은 잠에 빠졌고, 거미줄 위의 세 마리의 거미가 당신의 꿈을 엮어 놓았고, 당신은 불꽃과 외침, 끝없는 꽃의 바다, 선회하는 용, 높은 테라스의 소녀의 모습을 꿈꾸었다...그리고 이제 당신은 깨어났다. 아침 햇살, 앞길이 꿈처럼 겹쳐졌다.


(2)

(거미줄이 쳐진 거대한 교목에서) 

(올라가기 쉬운 낮은 교목 위에서) ← 선택


당신이 방금 교목의 가장 낮은 가지를 잡고 막 위로 올라가려는 찰나, 갑자기 나무 몸뚱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ㅡㅡ


전투 개시




[꽃과 깃털]




당신은 숲속을 헤매고,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해가 뜰 때 걷고, 해질녘에 쉬고, 달콤한 시냇물로 입을 헹구고, 숲 속의 나무 열매로 배를 채웠다. 당신은 숲 속에서 살아가는 기교를 점차 익히면서도 방향을 잃어가고 있었다.




(1)

(꽃봉오리가 가리키는 대로)  ← 선택 

(깃털의 안내에 따르다)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가다)


당신은 땅의 풀숲 사이에 긴 칼 모양의 잎사귀들이 작은 꽃봉오리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들은 연약하고 아름다웠다. 마치 어떤 계시와도 같았고, 그러나 앞으로 뻗어나가고, 마치 걸어가는 것 같았다. 당신은 같은 종류의 식물의 생육을 지향하는 방향을 따라 나아갔다.



'그녀'는 발소리가 가까워질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렸다가 조용히 나뭇가지와 잎사귀, 새싹을 늘어뜨리며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처음과 마지막의 안내를 했다.


이야기의 처음과 마지막에 보이는 경치는 모두 아름다웠다.


마지막 어둠이 내려가고 첫 별이 빛나기 시작하고, 해가 뜨고 달이 지며, 별이 돌고, 하늘의 성이 빛나고, 세상의 시간이 한없이 길어지며, '그녀'는 아름다운 모든 것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얼마 전 바다 건너의 습한 바람이 숲 한가운데로 '그녀'를 몰아넣자, '그녀'는 흙 사이로 빠지며, 온후한 대지의 어머니가 그녀를 감싸주었다.


끝없는 밤의 윤회는 뼈가루처럼 가냘프고 씨앗처럼 희망을 품었던 영혼의 모습을 끊임없이 엮어냈다.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고, '그녀'는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새로 태어난 어린 싹이 조금씩 흙을 뚫고 나와 부드러운 줄기 잎이 첫 번째 미풍에 닿았을 때, '그녀'는 크게 흔들렸다.


땅은 '그녀'를 낳고 '그녀'는 땅을 자양한다. 머리 위에는 별과 강이 빛나고, 깊은 숲속에서는 생령들이 속삭인다. 아무도 그 아름다움의 천만분의 일도 연주할 수 없는 참으로 신기한 악장이었다.


꿀벌과 나비가 휘돌고 반딧불이 반짝이며, '그녀'는 세계의 발랄한 생기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대지의 맥박과 연결되어 있다.


애초부터 '그녀'는 고고한 이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소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겐 마음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녀는 만족한다.


(2)

(깃털의 안내에 따르다) ← 선택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가다)


당신은 어떤 회색 새가 떨어뜨린 깃털을 주워 들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점치려고 한다. 당신은 깃털의 안내에 따라 수원에 이르러 개울의 방향을 따라 길을 간다.


(3)

(깃털의 안내에 따르다)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가다) ← 선택


얄팍한 지식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먼저 방향을 잡고 일출의 방위를 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




Chapter 2. 바다 위 외로운 배



굽이굽이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가자, 숲속의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거친 물소리에 차츰 가라앉았고 물은 앞으로 돌진하여 바다로 모여들었다.


당신은 이리저리 날뛰는 늑대와 멧돼지, 빛나는 방랑자 사이를 오가며 쫓아다니던 숲속 사냥꾼의 꿈에서 깨어났다. 맞은편에는 짭짤한 바닷바람과 방금 돛을 내린 범선이 있었다.


배와 육지 사이에 드문드문하게 선원들이 화물을 나르고 있었고, 구릿빛 피부는 바다의 파도가 무섭다는 사실을 묵묵히 호소하고 있었다.


당신은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선원은 물건을 훑어보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당신을 훑어보고 있었다.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서 예의를 갖추어 지리적 위치, 시간, 돌아가는 길을 물었다. 당신은 희미한 기억 속에 있던 나폴리를 묘사하고, 그들로부터 귀중한 진실한 인솔을 얻기를 바랐다.


어떤 사람은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어떤 선원은 당신에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화를 거절한다. 어떤 사람은 짧은 말을 남긴다. 어떤 사람은 말을 멈추고, 당신은 일일이 고맙다고 말한다.


당신은 현재 내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에 인가가 별로 없으며, 당신이 본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정보를 얻었다. 정박 중인 범선은 곧 다시 출항해 평화로운 왕국도시로 회항한다.


높디 높은 성벽이 시멘트 철근과 피로 축조되기 전, 악룡은 겹겹이 수비하는 군대의 수비를 뚫고 왕국의 보배를 빼앗아 왕국의 하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ㅡㅡ악룡. 그것은 꿈속에서의 악마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죽음의 날개를 펄럭이며, 기묘한 안개와 함께 악룡은 배를 전복시키고, 바닷속에 뭇사람의 유골을 바쳤다. 


선원은 문득 소리를 멈추고 눈에 해무 같은 구름을 드리웠다.


전쟁에 나간 영웅, 옛 친구, 심지어는 일찍 죽은 막내딸을 떠올리는 것 같다.


그는 결국 말을 돌려 당신의 왕래를 묻기 시작했다.



[승선]




선원

이것은 무슨 해피 아일랜드로 향하는 장난감 배같은 게 아니야.


이야기를 나눈 뒤 당신은 배를 타고 먼 왕국으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표했다. 기억 속의 나폴리는 선원이 설명한 도시와 같았지만, 온몸을 뒤져보니 무일푼이었다.




(1)

(보석을 건네주다) ← 선택

(배에서 품팔이 노릇을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선원

너...


선원은 당신을 보고 말을 꺼내려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당신의 승선 요청에 응했지만, 그 보석은 받지 않았다.


선원

이건 어디서 구한 건가?


선원

보라색 눈의 여행자에 대해 알고 있는가?


선원

아니...아무 것도 아니다.


(2)

(보석을 건네주다) 

(배에서 품팔이 노릇을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 선택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선원은 당신을 보고는 웃어보이는 듯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당신의 승선 요청에 응했지만, 일손의 내용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3)

(보석을 건네주다) 

(배에서 품팔이 노릇을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 선택


선원은 당신을 바라보며 오래 전의 기억을 떠올린 듯했다. 그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승선 요청에 응했다.




선원

용을 본 적 있나?


선원

우린 오래 전부터 용을 본 적이 없었다네.


선원

'피리 소리와 함께 용이 온다.'


선원

그러나 처음 악룡이 등장했을 땐 전혀 징후가 없었어.


선원

유일한 법칙이라고는 악룡이 종종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었다.


선원

바다의 허리케인처럼 육지의 군중을 떠 올려 하늘에서 떨어뜨렸지. 그것은 마을과 사람들을 습격하여 파괴할 수 있는 모든 사물들은 닥치는대로 파괴했어.



[배 위]




배에 오르자 길을 안내한 선원이 당신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1)

(선실로 향한다고 한다) ← 선택

(갑판 위를 마음대로 거닌다고 한다)

(아무렇게나 걸어보고 싶다는 뜻을 표한다)


당신은 길을 안내하는 선원을 따라 선실로 향했다.


자신은 선미 위로 우뚝 솟은 배의 등불을 바라보았다. 메인 돛대 옆에 있는 선실의 벽에는 키가 크고 길쭉한 노와 적지 않은 수의 나무통이 놓여 있었다.




(2)

(선실로 향한다고 한다) 

(갑판 위를 마음대로 거닌다고 한다) ← 선택

(아무렇게나 걸어보고 싶다는 뜻을 표한다)


당신은 갑판 위에서 걸어다닌다.


놀랍게도 이 배에는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삼삼오오 큰 아이들이 호를 따라 뛰어다녔다. 선원들에게 심하게 질책받거나 제지되지 않았고, 다만 바람처럼 비틀거리며 어른의 옆을 스칠 때 어깨를 움켜쥐고 덤덤하게 조심하라고 당부하였다.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는 우렁차고 마치 젊은 바다새처럼 갑판 위를 자유롭게 선회한다. 바닷물에 씻겨 반짝이는 갑판 위에 그들의 활동적인 모습이 비쳤고, 작은 발바닥이 바닥을 잽싸게 치며, 그들은 잔잔한 웅덩이를 뚫고 작은 물보라를 튀긴다.


아이A

하하!


아이B

이얍ㅡㅡ!


그들은 손에 있는 온갖 간단한 소품을 사용하여 웃고 떠들었다. 가지는 칼날이었고, 펄럭이는 시트는 응축된 연무였으며, 피어오르는 연기는 용의 숨결이었다.


아이들은 장난을 치며 모험의 전설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침대 옆에서 달콤한 동화를 들었다. 오랜 재난은 이 아이들의 눈 속에까지 번지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해가 해수면에 빠지자 선장이 명령을 내리고, 조타수가 방향을 잡자 선원들은 돛을 올려 닻을 갑판 위로 끌어올렸다.


디오파트라*의 안내를 따라간 배는 신중하게 해안선을 따라갔다.


*그리스 신화에서 포세이돈이 사랑했던 요정




며칠째 좋은 날씨가 이어졌고 바다 위에는 풍랑이 잔잔했다.


요즈음 당신은 줄곧 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숙직을 서고, 또한 아이를 재우고 있다.


어둠이 내렸을 때, 어린아이들은 잇달아 선실로 불려갔다. '용사'는 장검을 거두었고, 스스로 이불자락을 여미었다. '악룡'도 둥지로 돌아갔고, 오랫동안 잠들지 않고 어른들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잠들기 전 달콤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배에서 들려주는 잠자리 이야기는 언제나 비슷하지만 요람의 침대 벨처럼 꿈속에서는 아름다운 패턴으로 바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사악한 용, 재앙이 닥치고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 자욱한 연기와 뜨거운 눈물이다.'


아이

그럼 나도 엄마 아빠랑 헤어지게 될까?


반복되는 이야기도 백 가지 이유를 낳는다. 맑고 순수하게 답을 갈구하는 눈망울을 바라보고 있을 때, 처음으로 당신은 거절하기 어려움을 느꼈다.


가끔은 아이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물어볼 때가 있다.




(1)

(엄마 아빠는 널 꼭 지켜줄 거야) ← 선택

(헤어지지 않을 거야)

(많은 사람들이 헤어지겠지)


아이

나도 엄마 아빠를 잘 지켜줄 거야!


꼬마 용자는 침대 옆에 있는 보검을 손에 넣으려고 더듬었다.


(2)

(엄마 아빠는 널 꼭 지켜줄 거야) 

(헤어지지 않을 거야) ← 선택

(많은 사람들이 헤어지겠지)


아이

그럼 난 크루루랑 헤어지게 될까?


아이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조그마한 목소리로 재확인했다.


(3)

(엄마 아빠는 널 꼭 지켜줄 거야) 

(헤어지지 않을 거야)

(많은 사람들이 헤어지겠지) ← 선택


아이

헤어지지 않으면 안 돼?





당신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가, 아이의 베개로, 잠들기 전에 들려준 이야기의 끝은 ㅡㅡ 시냇물은 언제나 다시 흐르고, 꽃은 따뜻한 봄에 피고, 고향을 그리는 향수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용사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반드시 악룡을 이기고 공주를 구한다.


당신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보았지만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고, 다만 희망을 서서히 입가에 털어놓았다.


'용사는 악룡 토벌의 길에 올랐고, 용자는 다양한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온갖 고생을 겪었다.'


아이

용사 혼자서?




(1)

(마녀가 용사에게 도움을 주었어) ← 선택

(동료가 있었어)

(용사는 혼자였어)


아이

마녀는 뭐야?


(요술을 부리는 사람이야)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야)


'용사는 결코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아'



(2)

(마녀가 용사에게 도움을 주었어)

(동료가 있었어) ← 선택

(용사는 혼자였어)


아이

몇 명? 세 명? 나랑 크루루랑 사크랑 같이 있는 것처럼?


(응, 마치 하나의 소대처럼)

(같이 지내면서 많은 경험을 했지)


'용자 일행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악룡의 소굴에 도착했다.'



(3)

(마녀가 용사에게 도움을 주었어)

(동료가 있었어)

(용사는 혼자였어) ← 선택


아이

그럼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여정은 길고 재미가 없었어)


'용자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마침내 악룡의 은신처를 찾아냈다.'





어둠이 짙어지자 선실 밖은 더욱 조용해졌고, 바람소리와 졸졸 흐르는 물소리만 여전했다.


노래가 갑판 위에서 바람이 잘 통하는 선장실에서 흘러나왔고, 조타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짧은 노래를 불렀다.


~바다 품속 깊은 곳에 우리 고향이 누워있다네. 떠돌이 배들이 그녀의 존재를 알고 그들은 노래를 부르며 이곳을 떠나 돌아올때도 해변에서 읊조렸다네~


~그녀는 평민에게 사랑받았고, 그녀의 품에 안겨 죽은 자들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했다네. 유랑객들이 바다를 거닐고 있으되 몽혼이 그녀의 경계를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누가 그녀를 잊으리? 우리의 고향이여~


~여로에서 태어난 아이는 얼굴도 못 보고도 해안선을 쫓는구나. 이별이 싫은 그녀는 바닷바람을 안고, 아이를 어루만지네~


파도에 맞서 싸우는 바다의 노래가 아니라, 부드럽고 여운이 남는 그리움의 노래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별 사이에 있든, 바다 위에 있든, 발 아래의 두꺼운 흙을 그리워한다.


숙직 선원들은 말없이 등줄기를 꼿꼿이 폈다. 먼저 한 사람, 이어서 두 사람, 세 사람이 함께 가볍게 흥얼거렸다.


노래 소리가 갑판에 떠 있고 선실이 이를 차단해 놓는 동안, 어머니들의 자장가가 마지막 음절에 떨어지기 무섭게 끝나지 않았던 잠자리 이야기가 마침내 마지막 대목까지 이어졌다.


....


'악룡은 둥지에서 깨어나 용사를 향해 몸을 돌려 포효했고, 그 소리는 귀청을 찢을 듯했다.'


'용사는 등뒤의 집을 지키는 악룡을 향해 정의와 용기를 상징하는 용사의 칼을 높이 쳐들었다.'


'용사는 말했다'


'대륙의 꽃은 다시 피어나고 공주는 왕국으로 돌아가고, 그대, 악룡은 나의 검 아래 죽는다.'


...


어린 고양이가 잠든 것처럼 흐뭇해하며 아이들은 영웅과 꽃들의 꿈길에 무사히 빠졌다.



[선원]




태양이 해수면에 잠겨 배의 밤은 흐릿했다. 오늘 밤 근무하는 선원 중 한 명은 키가 크고 창백한 피부를 하고 있으며 걸음걸이가 다소 부자연스러웠다. 그는 낮에는 항상 침묵하고 밤에 마음을 연다.




(1)

(바람을 쐬고 싶다고 표현한다.)  ← 선택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표시하다.) 

(선실로 돌아가 휴식하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열정의 물결은 '그녀'의 일부를 잇달아 앗아갔다.


파도는 '그녀'의 일부를 멀리 감쌌고, '그녀'의 또 다른 일부는 바람에 날려갔다.


바다는 범선을 안고 있고, '그녀'의 일부는 계속 가라앉아 낡은 난파선의 품 속으로 가라앉았다. 난파선의 황금 기둥은 비스듬히 서 있고, 수많은 보물은 해저에 침묵하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현세의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물 위를 떠돌며 헤매고 흩어지고 또 다시 모인다. '그녀'는 혼자 힘으로 돛을 올릴 수 없다. 죽은 자의 넋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혹시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게 있을까? 또 못다한 일이 있었을까? 이곳에 얽매여 긴 윤회를 거닐면서 영혼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마지막 부분은 빙빙 돌며 여행자의 머리카락 끝을 쓰다듬으며 먼 시선을 쫓는다.


그러나 '그녀'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람소리와 물결치는 소리에 기도하듯 만나는 사람을 축복하며 향수의 가락과 어울렸다.


(2)

(바람을 쐬고 싶다고 표현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표시하다.) ← 선택

(선실로 돌아가 휴식하다.)


선실에서 멀리 떨어진 갑판 위에 선 채 선실 쪽을 바라보며 그는 당신에게 손짓을 했고, 당신이 다가오자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2-1)

(악룡 이야기를 나누다.) ← 선택

(선원 이야기를 나누다.)


선원

다들 자고 있나?


(끄덕이다)


그는 마음이 놓이는 듯 눈길을 돌렸다.


사향의 가락은 말미에 이르러 소리의 나팔을 누른 듯 조용해지자 야수꾼들의 마음과 정신을 고양시켰다.


그런 평온함이 예사롭지 않은 듯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던 옛 기억이 되살아나 선원이 말문을 열었다.



악룡은 재난 자체는 아닐지 몰라도 재난의 대표였다.


비단 악룡만이 아니라…마물, 전쟁, 질병, 굶주림…. 이들이 한데 뒤섞여 고난의 맛을 내었다. 세상은 모든 사람의 목을 조이고 생명을 삼키려고 한다.


이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



선원

사람들은 살고 싶어해.


많은 사람들이 집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 사람들과 헤어져 생의 끝까지 홀로 살았다.


선원

나중에 사람들은 악룡에 대한 두 번째 법칙을 찾아냈어. 악룡의 공격을 받을 확률은 바닷길이 육지보다 훨씬 낮고 마물도 육상보다 훨씬 적었지.


선원

많은 이들이 건조를 시작했고, 심지어 배를 빼앗기 시작했어.


선원

배가 하나씩 하나씩 미지의 바다로 떠나자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탈출하는 배표를 움켜쥐고 서로 밀고 당기며 발바닥을 밟으면서 붙잡을 수 있는 모든 것 하나 하나 손으로 집으려 했지.


선원

그때의 나는 아직 젊어서 그런대로 힘이 좀 있었지만, 사람이 많아도 정말 너무 많았어. 모두가 한데 모여서 밀쳐 올라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올라간 사람을 끌어내려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어.


사람들은 서로 밀고 당기며, 배를 움켜쥐고 숨을 들이쉬었다. 마치 남들이 보기 전에 폐를 몸에서 밀어내 선상 공간을 아끼려는 것 같았다.


선원

승선구의 널빤지는 오래 전에 짓밟혀 너덜너덜해졌고, 내 힘도 점차 몸에서 사라져갔기 때문에 결국 나는 둔한 방법을 썼었지.


선원은 조금 찢어진 자신의 다리를 두드리고는 눈을 내리깔고 무언가 웃을 만한 일이 생각난 듯 조그만 미소를 지었다.


선원

비록 서투른 방법이긴 하지만, 그것은 아주 효과적이었다네ㅡㅡ나는 널빤지에 몰래 발을 끼웠어.


선원

처음에는 너무 아팠어. 살갗에 나무 가시가 박혀서 뼈 사이로 천천히 밀려 들어가자ㅡㅡ내 발목은 뱃구멍에 단단히 박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


선원

너무 아팠어. 발도 아팠고, 배도 아팠어. 숨 쉬는 것조차 쓰라릴 정도였어. 난 어렴풋이 주의력을 돌리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단지 귀에만 온 집중을 돌릴 수 있었을 뿐이었다네.


선원

참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어. 모든 사람들이 분노하고 소리치고 울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어. 나는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ㅡㅡ하지만 상관없다. 결국 그 당시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ㅡㅡ반드시 배에 남아야 한다.



선원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음으로 인해 얼굴이 한결 평화로워졌다.


선원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빙빙 돌면서 대수롭지 않은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구먼. 네가 듣고 싶은 건 그게 아니지?


선원

밤도 깊었으니 오늘 밤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지.




(2-2)

(악룡 이야기를 나누다.) 

(선원 이야기를 나누다.) ← 선택


이 해역을 통과하기만 하면 이 여행의 종착지에 도달한다.


선원

암초, 폭풍우...아니면 용만 만나지 않는다면 단 하루도 안돼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몸집이 큰 선원이 뱃전 위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2-2-1)

(육지가 아닌 바닷길에서 용을 만날 수 있나요?) ← 선택

(당신...낮에 입을 연 적 있나요?)


선원

물론, 육지보다는 확률이 훨씬 낮지.


선원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원은 당신을 보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른 말을 꺼냈다.



(2-2-2)

(육지가 아닌 바닷길에서 용을 만날 수 있나요?) 

(당신...낮에 입을 연 적 있나요?) ← 선택


선원

하하하.


선원

관찰하고 규칙을 찾아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구만. 당신...


선원은 당신을 보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른 말을 꺼냈다.



선원

처음에 나는 결코 선원이 아니었어. 나는 앞서 말했듯이 수많은 피난민 중 한 명일 뿐이었지.


선원

처음에는 악룡이 들판에 나타났다가 변두리 마을을 부숴 버리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도망쳤었어.


선원

나는 사람들을 따라 마을에서 성도까지 도망쳤는데, 이미 무엇이 우리를 쫓고 있는지 알 수 없었어. 그것은 용일 수도, 마물일 수도, 굶주림일 수도, 지친 몸일 수도, 사라진 희망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마치 물결처럼 사람들을 자갈마냥 걸러냈어.


선원

우리는 왕의 도성 아래에 이르렀고 도성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선원

우리는 성벽 발치에서 며칠을 지켰는데, 이미 건조된 양식이 얼마 남지 않았었어. 근위병은 길가에 널려 있는 돌멩이처럼 우리를 바라보았고, 어떤 이는 다른 곳으로, 또 어떤 이는 악룡의 메시지를 담아 황송히 성 아래로 내려갔지만 역시 문전박대를 당했다네.


선원

악룡은 허리케인처럼 마을을 휩쓸고 서서히 이곳으로 다가왔다.


선원

그 후 적은 수의 군인들이 소대를 이뤄 성을 나섰는데, 나는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어.


선원

이후 군대가 대거 포진해 어떤 사람이나 물건을 호송하는 듯해 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네.


선원

왜냐하면 그 당시 나는 성난 경비병을 틈타 인솔자에게 허리를 굽혀 도시로 몰래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지.


선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안에 웅크리고 앉아 가끔 길가에서 드문드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하늘을 흘끔거리며 무언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어.


선원

그 후, 어떤 사람들은 바다에서 용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육지에서보다 훨씬 낮고, 마물도 육지에서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선원

사람들이 종말의 방주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바다 위를 떠돌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 중의 하나였어.


선원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음으로 인해 얼굴이 한결 평화로워졌다.


선원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빙빙 돌면서 대수롭지 않은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구먼. 네가 듣고 싶은 건 그게 아니지?


선원

밤도 깊었으니 오늘 밤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지.



(3)

(바람을 쐬고 싶다고 표현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표시하다.) 

(선실로 돌아가 휴식하다.) ← 선택


당신은 선원에게 인사를 했다. 취기오른 바닷바람은 당신이 선실로 돌아가 옷과 함께 잠들게 하고, 기나긴 꿈을 꾸었다.





선원

암초, 폭풍우...아니면 용만 만나지 않는다면 단 하루도 안돼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몸집이 큰 선원이 밤새도록 지켜봤지만, 그의 누런 피부에는 별로 위축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뱃전 위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바다에서 용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선원

단지 육상보다 확률은 훨씬 낮을 뿐이다.


선원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다새는 낮게 날아가 갑판을 지나쳤고, 새벽 안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아이들은 여전히 꿈나라에 잠겨 있었다.


선장은 제이콥의 낚싯대를 만지작거리며 조타수에게 항해 방향을 조정하도록 안내했다.


선원들도 저마다 정신을 가다듬고 경각심을 더하기 시작했다.


이 해역을 통과하기만 하면 이 여행의 종착지이다.



탑 모양의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공기가 무거워질 조짐이 보였다. 조타수가 눈썹을 찌푸리자 선원들은 두세 번 돛대 아래에 모였고, 선두 주자들은 밧줄을 움켜쥐고 언제든지 돛을 내릴 준비를 했다.


공기 중에 폭풍우가 다가오는 기운으로 가득 차서 갑판 위에 있는 어린아이들도 한곳에 모였다. 그들은 약간 불안하게 동료의 손을 잡았지만, 이미 응급훈련을 받은 것처럼 한 줄로 이어져 당신의 안내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선실 안으로 들어왔다.


밤을 지킨 선원은 당신이 아이들과 함께 선실로 들어가 대피하라는 뜻을 나타내며 선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선원

폭풍우가 올 것 같구나.




(1)

(돛을 내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닻을 내릴 건가요?) ← 선택

(갑판 위의 물건을 고정해야 합니다)

(근처에 잠시 정차할 수 있는 육지가 있습니까?)


선원은 당신을 한 번 깊이 바라보더니 선내 사람들에게 선실 안의 물건을 고정시키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당부한 뒤 선실 문을 닫아걸고 선원들의 행동에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허락했다.


닻도 내릴 채비를 했다.


(2)

(돛을 내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닻을 내릴 건가요?)

(갑판 위의 물건을 고정해야 합니다) ← 선택

(근처에 잠시 정차할 수 있는 육지가 있습니까?)


선원은 당신을 한 번 깊이 바라보더니 선내 사람들에게 선실 안의 물건을 고정시키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당부한 뒤 선실 문을 닫아걸고 선원들의 행동에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허락했다.


또한 갑판 위의 물건들을 고정하라고 분부를 내렸다.


(3)

(돛을 내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닻을 내릴 건가요?)

(갑판 위의 물건을 고정해야 합니다)

(근처에 잠시 정차할 수 있는 육지가 있습니까?) ← 선택


선원은 당신을 한 번 깊이 바라보더니 선내 사람들에게 선실 안의 물건을 고정시키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당부한 뒤 선실 문을 닫아걸고 선원들의 행동에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허락했다.


해무가 너무 심해서 가까운 섬의 육지에 단시간에 도달할 수 없었다.




선원

우리는 잠시 항해를 멈추기로 했다.  용을 만나지 않고 살아남는 한에서 말이야ㅡㅡ


바다의 변덕스러운 모습은 단 한순간이었다. 첫번째로 떨어지는 소리, 과연 용의 포효일까, 천둥일까?


미처 분별할 겨를이 없었다.


처음엔 남쪽 바다에서 치솟은 허리케인이 몰아쳤다.


물결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거대한 짐승처럼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일으켰고, 온 힘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육상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던 모든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폭풍의 소리였다. 모든 호령과 울부짖음을 휘파람처럼 불렀다.


회색빛 물결이 마치 외로운 구렁이처럼 넘실거리며 끝없이 치명적인 사랑을 안고 튀어오른다ㅡㅡ


우리는 이야기의 소용돌이 속에 있고,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바다가 하늘에 솟구치자 옷이 구렁이처럼 몸에 찰싹 달라붙었고, 일종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같은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콩알만 한 빗방울이 위에서부터 내리꽂히면서 마치 불규칙하고 잔혹한 처형을 하는 것처럼 눈꼬리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고 시선은 흐려진다.


당신은 주변에서 잡을 수 있는 것들을 잡고 천천히 메인 돛대 옆으로 움직였고, 귓가에 맴도는 명령은 바람에 휩쓸려 가고, 머릿 속은 부조리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로브를 입은 대마법사의 복수가 몰고 온 비바람일까, 자유를 얻으려는 요정의 마법이었을까?


그렇다면 배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기적을 빌 수 있을까? 이 세상의 창조자는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선원

…나는 일찍이 폭풍우를 만난 적이 있었네. 용이 불러온 폭풍우였지.


선원

...


선원

악룡을 끌어내야만 폭풍우가 그칠 것이다.


이게 용이 일으킨 풍파일까?


세계는 언제나 재난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저주를 창조한다.


선원A

ㅡㅡ용!


선원B

ㅡㅡ용이다!


선원A

선실로 돌아ㅡㅡ! 배ㅡㅡ일으켜ㅡ!


용의 등줄기의 오목한 곳에는 물웅덩이로 가득 차 있었고, 수증기는 김을 내었다. 배를 끌고 출항하려 할 때 용은 몸을 일으켜 고인 물을 갑판 위에 쏟아 부어 거의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는 몸을 홱 돌려 갑판을 박차고 선실 앞을 향해 달려갔다.


거대한 그림자가 한순간 진공지대로 들어가는 듯 스쳐 지나갔다.


얼굴의 빗물을 급히 닦아내며 대화를 나누던 선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선실 앞을 지키고 있었고, 당신은 즉시 벽의 가느다란 노를 떼어낼 것이다.


찰나의 순간, 악룡은 꼬리를 물고 왔다. 비에 젖은 바닥과 기울어진 선체의 각도에 맞춰 노를 든 당신은 용의 눈을 겨냥하고 악룡의 방향으로 급강하한다ㅡㅡ


악룡이 몸을 뒤척이자 거센 파도가 하늘을 찔렀다.



무인도를 떠돌아 다니다



눈을 뜨자 맑은 하늘이 보이고, 공기 중에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당신은 높은 파도에 의해 당신이 떠 있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신은 외치고 있었다. 시야의 마지막은 용의 높은 머리와 거대한 두 발톱이었다. 당신은 비켜섰고, 그리고 작은 배를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이것은 당신이 표류중에 가라앉지 않게 만들었다.


(여긴 어디지?)

아래는 가늘고 부드러운 모래알이 있었다. 당신은 천천히 상반신을 곧추세웠고, 시야에는 해수면이 있었다. 물결은 더 이상 사나워지지 않았으며, 땅에 닿자마자 조수가 두 발을 긁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당신은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비록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당신은 자신이 어떤 섬 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무인도일까?




(1)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다.) ← 선택

(생명체의 흔적을 찾다.)

(해안을 따라 걷다) 


햇빛이 마침 좋아 꿈에서 깨어났다. 당신의 옷가지가 바짝 말라 있었다.



(2)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다.)

(생명체의 흔적을 찾다.) ← 선택

(해안을 따라 걷다) 


당신은 움직이는 무언가를 보고 그것을 쫓았다. 칼리반*일까, 아니면 프라이데이**일까? 당신은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중 무인도의 유일한 원주민

**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중 로빈슨에 의해 구출된 야만인 죄수


전투 개시



(3)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다.) 

(생명체의 흔적을 찾다.)

(해안을 따라 걷다)  ← 선택 


'그녀'는 이 파도가 해안을 때리며 읊조리는 영원한 애도의 음악이 연주하는 여신이 아니다.


'그녀'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수많은 윤회 속에서 그녀는 영세에 속박되어 외딴 섬에 갇혔고, 굴레는 영혼 위에 놓여 있었다.


밀물이 지나고 뒤집히는 사이에 잊혀진 것이 고요히 사라졌다.


누군가 애절한 시선으로 오래도록 '그녀'를 바라본 적이 있었다.


누군가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적이 있다.


누군가 일찍이 '그녀'를 위해 법을 시행한 적이 있다.


누군가 또 '그녀'의 일부를 가져갔었다.


'그녀'는 한때 완전했지만 시간에 의해 벗겨지고 해체되었으며, 그녀가 백년 동안 겪었던 끔찍한 악몽, 지금까지 시간은 의미가 없다.


무엇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의 '그녀'는 존재하는 것일까?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없었다.


결국 오랜 불변 속에 변수가 하나 생겼다.


ㅡㅡ누가 이 외딴 섬에 살고 있을까?



외딴 섬을 유랑한 페르난디 왕자도 아니며, 섬에는 추악한 외모의 칼리반도 없었고 표류하는 로빈슨도, 우둔한 충성을 바치는 프라이데이도 구하지 못했다.


반복되는 상황은 절망적인 구조를 기다리며 먼 곳을 바라보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물짜기, 고기잡이, 생활…. 윤회의 기억은 황무지에 대한 모든 예기치 못한 처리와 생존의 기교를 모두 만족시킨다.


당신은 돌벽에 흔적을 새기고 마음속에서 시간을 세었다.


용은 결코 예정대로 오지 않았다. 이야기의 줄거리에 약간의 변동이 생겼다. 당신은 확실히 세계의 경계에 와 닿았다.



그때 당신은 악룡의 눈을 맞이했다.


일격은 적중했다. 용은 통증으로 몸을 뒤척이며 예전의 유연함과 균형을 잃었다. 배는 그 순간 뱃머리를 젖히고 앞으로 나아갔다. 선체는 흔들리고, 용은 관성에 의해 바다로 떨어졌고, 당신도 노를 안고 함께 물에 빠졌다.


바닷물이 머리 위를 지나고, 틈새 하나 없이 코를 파고들었다. 머리를 위로 젖히고, 노를 꼭 껴안자, 악룡이 바다에서 휘젓는 파도가 당신을 멀리 밀어냈다.


질식감, 무중력감, 감각이 박탈되기 시작하고 당신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간다.



ㅡㅡ당신은 모래사장에서 깨어나 같은 풍경을 보고 천천히 몸을 추스른다.


세계의 변화와 이야기의 전개는 캐릭터를 움직이고, 캐릭터의 마음과 행동은 이야기에 영향을 미친다.


마치 긴밀하게 연결된 거미줄처럼, 머리카락 하나가 온몸을 움직이게 한다.


스토리텔링은 사라지지 않으며, 당신은 이미 대처할 준비가 되어있다.







Chapter 4. 시골 마을


ㅡㅡ당신은 날아올랐다.


그 장대한 서사시에서의 진정한 용살자 영웅 지그프리드도 용을 다스리고 갔을까?


혈관은 확장되고, 심장은 고동쳤다. 당신은 악룡의 손톱을 한사코 움켜쥐자 손바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팔뚝이 시큰거리고, 펄럭이는 광풍이 휙휙 지나가서 거의 눈을 뜰 수 없었다.


당신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


두 다리에 힘이 빠지고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급급해 힘겹게 눈꺼풀을 들썩였다.


하얗고 광활한 천지가 눈에 들어왔다.


발 아래 산천과 구릉, 임야와 황량한 사막을 이미 넘어갔다.


멀리 밥 짓는 연기가 나부끼고, 작은 마을이 산과 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피리 소리가 갑자기 급박하게 변하고, 용이 포효 소리를 내며 아래로 내려앉기 시작하고, 예상치 못한 변동으로 가슴이 뛰었다. 용은 구릉의 장벽을 스치고, 마을 쪽으로 빠르게 달아나고, 눈앞의 그림은 흐릿하게 빛깔이 변하고, 강렬한 현기증이 밀려오고, 손가락에 힘이 빠지고, 손바닥은 미끄러졌다.


당신은 허공에서 떨어지고 거대한 용은 맴돌다가 돌아갔다. 다행히 당신은 천장 위에 떨어져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마을




마을에 거대한 용이 나타나 소동을 빚었다. 마을 사람들은 농기구와 무기를 들고 왔고, 무장한 채 달려갔으나 당신만이 천장에서 천천히 기어내려와 마을 사람들과 눈이 휘둥그레졌다.




(1)

(자기소개를 하다) ← 선택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다)

(잠시 머물고 곧 떠날 것임을 설명한다)


설명에도 마을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풀리지 않았고, 철벽처럼 당신 앞을 가로막았다.


농부

우리는 외래인을 환영하지 않아.



(2)

(자기소개를 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다) ← 선택

(잠시 머물고 곧 떠날 것임을 설명한다)


청년A

너는 그 피리를 부는 녀석과 한패냐?


청년B

용이 데려왔다고?


중년A

재앙이다! 재앙이야! 재앙이 우리 마을에 온다!


중년B

물러가라! 물러가라!


전투 개시





마을 입구



당신은 마을 입구를 배회하다 목적지와 방향을 잃었고, 여성의 애타는 외침이 당신의 눈길을 끌었다.


부인

미이! 미이!


부인

너 어디갔니!



(1)

(무시하다) ← 선택

(앞으로 나아가 물어보다)


당신은 부인이 앞서 당신을 쫓아낸 마을 사람들 중의 한 사람임을 알아보고, 쓸데없는 일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당신은 이곳을 떠났다.


부인

흑흑...


(2)

(무시하다) 

(앞으로 나아가 물어보다) ← 선택


당신은 앞으로 나서서 그녀에게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부인

미이가 없어졌어요… 제 미이가 사라졌어요.


부인

온 마을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어요!


부인

용과 마물이 있다고 모두 마을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부인

설마 미이가 설마 용의 동굴로 간 거 아닐까요? 그 이상한 피리 소리에 넘어가버린 걸까요?


부인

다 제 탓이에요! 전부 제 탓이라고요!


(2-1)

(당신은 그녀를 도와 미이를 찾겠다고 말한다) ← 선택

(당신은 자신에게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먼저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어디서부터 찾을 것인가?


(2-1-1)

(몰래 마을에 잠입하여 실마리를 찾는다) ← 선택

(아낙네들 사이에서 말하는 '용의 동굴'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전투 개시


(2-1-2)

(몰래 마을에 잠입하여 실마리를 찾는다)  

(아낙네들 사이에서 말하는 '용의 동굴'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 선택


그녀는 수많은 윤회를 거치며 시간의 긴 강을 거슬러 올라가 인간 세상의 소란 위에 떠돌았다.


그녀는 아첨하는 미소, 흐느끼는 얼굴, 열정적이고 냉철한 태도를 두 눈에 담았다.


그녀는 그녀는 한때 화려한 궁전, 아름다운 정원, 우아한 향기를 뽐내는 인공 호수를 거닐었다.


그녀는 경작되지 않은 마른 들판, 산책로가 흩어져 있는 들쭉날쭉한 바위, 세상의 가장자리까지 뻗어 있는 불모의 둔덕, 어두워지는 수평선을 보았다.


악룡의 긴 날개 아래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래서 그녀는 마술피리를 불었다.


영혼은 떠돌기 시작했고 그녀는 목소리로 그림자를 자르자 몸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는 무수한 아픔을 느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경멸하는 소리는 그녀의 몸에서 벗겨졌고, 악의와 오해는 허무해졌고,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고, 그녀는 자신의 소망을 보았다.


그녀는 곡식을 가득 심은 기름진 논밭, 양떼가 노닐고 있는 언덕을 보았다.


그녀는 풀로 덮인 평원, 꽃이 만발한 제방을 보았다.


그녀는 용솟음치는 낭만적인 해변, 폭풍우 뒤의 무지개 노을을 보았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위대하고 낭만적인 진경을 보았다.


평화롭고 생기가 넘쳐 흐른다.


그것들은 실재한다.


악룡이 소멸한 후의 세계, 그녀가 사라진 후의 세계.







Chatper 5. 황무지



[길 잃은 사람]




당신은 황무지를 걸어가면서 용의 소굴이 이곳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갔고, 이 땅 가장자리에 펼쳐진 황무지의 지평선은 새카맣고 발 밑의 돌덩어리는 들쭉날쭉했다. 당신은 앞쪽에서 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


(앞으로 나아가다) ← 선택

(길을 돌아가다)


당신은 한 어린 소년이 마물과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돌멩이를 들어 마물을 향해 던지려 하고 있다.


소년

난 네가 무섭지 않아!


(말린다) ← 선택

(구출한다)

(먼저 떠난다)


당신은 어린 소년을 막았고, 그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뛰어갔다.


소년

너, 너는 용사야?


소년

너도 악룡을 토벌하러 왔니?


소년

나?


소년

나도 용사야!



ㅡㅡ피리부는 자는 악룡을 조종해 죽음과 절망을 땅에 뿌린다.


ㅡㅡ용사는 기필코 험난한 고비를 헤치고 대지의 저편으로 가서 악용을 토벌할 것이다.


ㅡㅡ대망의 끝에서 용사는 사악한 피리부는 자를 물리치고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


이런 사연일까?


재앙의 소리는 오히려 이토록 온화했다.


마력이 깃든 피리 소리는 마치 홀로 황무지를 누비며 세상 끝으로 떠나는 음유시인이 길에서 부르는 악장 같았다.


왜 피리 소리와 함께 재앙이 오고, 왜 피리 부는 사람은 그치려 하지 않는가? 그것은 경고인가, 아니면 구조요청인가?


진실과 거짓은 지금 이 순간에 겹친다.


현실의 고래소리와 환상의 피리소리도...그렇게 애절하게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이런 물음에는 답이 없지만, 용과 동행하는 피리부는 사람이 곧 모든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투 개시




???

ㅡㅡ이길 수 없는 악룡, 버틸 수 없는 용사.


???

ㅡㅡ악룡은 세상의 파멸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

막연한 희망? 환상의 피리소리?



피리부는 사람

소용없어요... 당신이 그것을 꺾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피리부는 사람

이 이야기에서 악룡은 패배하지 않습니다...


신비로운 피리부는 사람이 출현했다...


???

ㅡㅡ피리 부는 사람의 마술피리는 그녀를 악룡의 운명과 연결시켰다.


???

ㅡㅡ이것이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악룡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ㅡㅡ사악하기 그지없는 피리부는 자! 웃기기 그지없는 피리부는 자! 헛수고를 하는 피리부는 자...


???

ㅡㅡ그녀는 너의 검 아래서, 거역할 수 없는 운명 아래 쓰러질 것이다.


성공했다...



전투 종료






불처럼 타오르지만, 불은 아니었다.


너의 심장이 뛰면 그는 타오를 것이다.


네가 가슴을 잡고 귀를 막으면 그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만약 너의 숨이 막히면, 그는 차가워질 것이다.


ㅡㅡ피였다.



뚝뚝 떨어지는 피가 소녀의 치맛자락을 적셨다.


악룡은 거대한 머리를 늘어뜨리고 가슴을 계속 흔들며 발톱을 힘없이 긁어댔다.


소녀의 입술은 마지막 기력을 다한 듯 움직였고, 피리 소리는 연약하게 흐느껴 울었지만 끊기지 않았다.


아이리스의 눈동자에는 아무런 원망도 원망도 증오도 없이 한없이 잔잔한 가을 호수 같았지만 수많은 말들이 담겨 있었다.


ㅡㅡ용과 소녀는 생명선이 연결되어 있다.


ㅡㅡ악룡은 반드시 소멸되어야 한다.


소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머뭇거리는 매 초마다 누군가는 그 때문에 죽는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서로의 생각과 결의를 알게 되었다.


플루트 아래의 날카로운 칼날은 피와 살에 깊숙이 박혔다.


고통은 그녀의 숨결을 끊어지게 했고, 애절한 피리 소리가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용사는 반드시 그의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


머리를 약간 젖히고 하늘빛에 몸을 담그고 있는 소녀의 눈길은 음산한 벽굴을 지나 재앙이 만발하고 황폐한 대지를 넘어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다.



그녀는 모든 고난을 망각한 듯 입꼬리를 살짝 잡아끌었다.


악장이 마지막 음표를 떨어뜨리려 할 때, 소녀는 플루트를 가슴에 비스듬히 기대고 눈을 감았다.


악룡의 핏빛 눈동자가 점차 흐려졌고, 그는 바닥에 쓰러져 숨을 완전히 멈췄다.


엄청난 무력감이 당신을 사로잡았다.


세상은 빠르게 후퇴하고, 현실의 오감은 당신의 몸으로 돌아오고, 수많은 기억들이 당신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지각된 예언, 선지자에 대한 심판처럼.


소녀가 자신의 말로를 써내려 간다니, 이 얼마나 극적인 우연의 일치인가.


그녀는 이미 모든 상상의 고난을 펜촉에 넣고, 섬세하게 묘사하며, 모든 슬픔을 가슴속에 간직한 후, 차가운 현실로 그것들을 하나하나 구현해냈다.


이 얼마나 슬프고 우스꽝스러운 연극이란 말인가.



오만이다.


수없이 깜빡이는 밝은 조명, 정교한 생체 공학 꽃다발, 군중, 따뜻한 갈채, 열렬한 미소, 끊임없이 열리고 닫히는 입들.


남의 이목구비만 쳐다보거나 인터뷰 도중 넋을 잃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축하, 칭찬, 과분한 언사.


천재.


유치함.


셀레나는 손가락을 움켜쥐고 등을 살짝 폈다.


기자

...《아카디아 대퇴각》이라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관련 자료를 많이 수집했다고 들었는데...


명백한 억측이다.


기자

...극의 엔딩에 대한 디자인에 관해서ㅡㅡ죽은 병사들이 대지를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축복하는 모습에 많은 관객들은 물론 평론가들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데, 당신의 창작영감은 무엇인가요?


기자

...실로 기막힌 결말이었습니다.


너의 작품에는 아무것도 없다.


기자

… 좀 더 편하게 이야기를 해보죠, 영감이 없을 때 무엇을 하십니까?


이 문제들에 대해 그녀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강렬한 빛이 비추고, 기구는 눈동자의 회전, 손가락의 움직임, 입꼬리의 곡선, 몸의 한 치의 전율을 마이크로초의 속도로 기록한다.


ㅡㅡ그녀는 원래 자신이 이미 감출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조용히 입을 연 셀레나는 크게 숨을 헐떡이며 두 손으로 심장을 세게 누르며 시끄럽고 불안하게 요동치는 심장을 눌렀다.



짙은 먹자국이 지면에 스며들고, 만년필이 바닥에 떨어졌다.


홀로그래피 화면은 항상 켜져 있고, 한 문자가 나타났다가 다시 지워졌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환상이 가득했고, 마치 지난날의 망혼이 그녀에게 매달려 나타나고 싶다며 아우성쳤다.


그녀의 손끝은 뜨거워졌지만 자랑스러운 글은 오히려 너덜너덜했고, 그녀의 글귀는 더 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아 어떤 의미 있는 단락을 맞출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붓을 멈출 틈이 없었으며, 끝맺는 것은 결코 끝이 아니었고, 끊임없이, 황망하게 써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설령 그녀가 아무것도 쓸 수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설령 아무것도 쓸 수 없더라도.


오만, 유치, 천진, 거짓, 명백한 억측을 쓴 그녀의 작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온실의 꽃봉오리는 진짜 폭풍우를 마주한 적이 없다. 종말의 상황에서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방주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열람했지만, 모든 것이 무력하고 무거운 의미도 없었다.


그녀의 부끄러움은 단지 혹독한 평가를 받았을 뿐이며 그녀가 진정한 고통에 대해 짐작하는 순간, 내내 그녀를 감쌌던 죄책감이 가슴을 송두리째 휘감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죄책감에 따른 불안과 고통에서 조금씩이나마 창작의 에너지를 얻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모든 마법을 잃었다.


창작이 이렇게 비합리적인 일이던가?


창작이 이렇게 고통을 주는 일이던가?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처음부터 그녀를 이 길로 이끈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자신의 최초의 창작물을 찾았다.


그것은 아주 간단하고 유치한 판타지 스토리였다.


그녀는 말로 전하고 단짝에게 그녀의 세계를 공유했다.


그녀의 세상은 작은 공책 속에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에는 풍부한 감성을 지닌 용사, 신비로운 피리부는 자, 마력을 가진 마녀, 사악한 용과 수많은 곤경에 빠졌지만 희망에 찬 인민들이 있었다.


그 안에는 어리고 순진하고 유치한 자신이 들어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처음에 고상한 이상을 품지 못했었다.


그녀는 단지 표현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펜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을 문질러 부수었다.


그녀는 지금의 오만하고 고통스럽고 부끄러워하는 자신을 이 이야기에 집어넣었다.


이 너저분한, 유치한 이야기는 무수한 결말을 맺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이 무수히 존재할 수도 있다.


진실된, 환상 속의 자신.


성장하는 자신.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신이다.


그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셀레나는 자신의 결말과 운명을 갖게 되고,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녀가 보고 들은 것, 겪은 여러 가지 광경을 자신에게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영원히 계속된다.




적조 작전 당일, 공중정원 감사원 기술과 내부.


조작 단말기가 하나하나 빠르게 두드려지고 홀로그래픽 스크린이 초속의 속도로 깜박이며 사람들이 수중에 있는 작업에 몰두하고 가끔씩 모여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나면서 삼삼오오 원을 이루다가 이내 뿔뿔이 흩어진다. '삐-'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저절로 열렸다.


제식 제복을 입은 사람이 인사를 하고 단말기를 조작해 명단을 확인했다.


이번에 운송한 물건에 시선이 닿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거대한 휘장 덮개 아래 인간형상 조각의 윤곽이 은은하게 드러나 있지만 너무 거대해 걷는 통로를 거의 막았다.


술레르

이건 뭐야? 왜 예술 협회의 설비는 우리 쪽에서 실물 기술 검사와 감사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거지?


이런 질문은 아무런 대답도 바라지 않고 감탄에 가까웠다. 공중정원 행정부 소유 물품의 유통 승인은 반드시 명확한 서류 설명을 수반해 해당 접수부서에 있는 단말기에 업로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에서 수신된 명령어를 두드렸지만, 술레르는 첨부된 설명 문서에 열람 권한 제한으로 표시돼 있었다.


술레르가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들어보더니 갑자기 깜짝 놀랐고 한 손은 천 위를 느리게 매만졌다.


같은 제식 복장의 핑크색 단발머리 여성 구조체는 시선을 돌려 고개를 끄덕이며 동료에게 인사를 건넸다.


술레르

이스마엘, 깜짝 놀랐잖아.



이스마엘

미안, 순간 시야를 가리고 있었거든.


이렇게 거대한 물체가 길 한가운데를 막으면 누구든 먼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술레르는 이 이야기에 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손사래를 쳤다.


술레르

지상에서 온 거야? 뭐 찾은거라도 있어?


술레르

이번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고 들었는데, 무슨 상황인 거야? 해당 임무는 비밀유지 권한 등급이 유난히 높아서 별다른 소식이 없었는데 말야.


??

위급하지 않았을 때 집행부대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있기라도 했었나?


과실 내부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스마엘의 등장은 과의 답답하고 단조로운 분위기를 깨뜨렸다.


이스마엘

이번에는 좀 특수해.


이스마엘은 톤이 높지는 않았지만 임무에 별 관심이 없다는 듯 화제를 바꿨다.


그녀는 한 손을 뻗은 후에 손바닥을 펼쳤다.


일종의 보라색 꽃이 그녀의 손바닥에 나타났다.


이스마엘

이번에 나는 아래에서 이것을 발견했어.


이스마엘

보랏빛 아이리스야.


긴 칼처럼 잎이 활짝 펴져 있고, 몽환적인 자줏빛의 가냘픈 꽃잎이 약간 웅크린 채 아름다운 모양으로 겹겹이 쌓아올린 모습은 어떤 인공조물에도 비할데 없는 기막힌 걸작이었다.


꽃봉오리가 이스마엘의 손바닥에 떠다니며 반짝이는 빛의 점은 손바닥의 경치가 실체가 아님을 말해준다.


이것은 데이터로 형성된 꽃이다.


술레르

너도 참 여유롭기 그지없네.


샅샅이 훑어본 결과 술레르는 평범한, 데이터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매번 어떤 인원이 지표면에서 회항하더라도 기나긴 다공정 검사 및 소독 공정을 거쳐야 한다. 지표면에서 가져오는 모든 물건은 꽃 한 송이, 돌 한 알이라도 특별한 결재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스마엘은 수집을 매우 좋아한다.


그녀는 지상의 모든 것에 흥미가 넘치는 것 같다.


그리고 현실의 한계 때문에 이스마엘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스마엘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재구성하는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술레르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인한 적은 없지만, 이스마엘이 최상위의 산출력을 가진 공중정원의 구조체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ㅡㅡ그것은 거의 마법의 경지다.


이스마엘의 손을 거쳐 복원된 물건들은 실제 물건보다 오히려 더 정교하고 '진실'될 수 있다.


마치 황금시대 전설의 랍비처럼, 마술을 사용하여 찰흙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과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엉뚱한 장난감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지금의 아이리스 꽃, 그리고 지난번에 가져온 회색 실타래 인형 같은...


너무 빈티지한 취향이다.


술레르는 어느새 이스마엘의 좌석을 바라보았다. 테이블 위에는 빛이 떠다녔고, 마치 황금시대처럼 보이는 진열장으로 다가가면 온갖 기이한 소품들이 즐비했다.


생각이 흩어지자 고개를 돌린 그녀는 부서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스마엘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술레르의 시선을 의식한 듯 살짝 눈을 돌렸다.


하얀 눈동자는 마치 마력이 가득 찬 듯 허무했고, 그녀는 왜 그러냐고 묻는 듯 빙긋이 웃었다.


술레르

아참…밖에 있는 그 거대한 거…. 햄릿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


술레르

내 권한 등급이 부족해서 인계 서류를 열람할 수 없어. 네 쪽에서 볼 수 있을까?


이스마엘은 주변 사람들에게 눈짓을 하고 고개를 숙여 시스템을 살폈다. 그녀의 눈길이 어느 한 문장에 머문 듯 한참 만에 시스템을 껐다.



이스마엘

좋아, 내가 인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