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드넓은 바다에 어울리는 노래이자, 잔잔한 아리아의 후반부였고, 깊은 바다에 빠진 외로운 고래떼의 무리였으며, 드넓은 바다를 처음 조우했을 때 바치는 가장 부드러운 찬가였다.




*주황색으로 칠한 부분은 해당 주차에서만 등장하는 파트임




Chapter 1. 어두운 숲



저 음유시인의 목소리를 들으라!

그는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본다

그는 귀로 듣는다,

그 거룩한 말을,

오래된 숲 사이를 거닐면서.

ㅡㅡ《경험의 노래》 서곡*


*《순수와 경험의 노래》 - 윌리엄 블레이크 中






...아.


아무니 좋으니, 살려줘...


우선 청각이었다.


하늘의 빛과 같은 휘파람 소리, 저주와도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시각이었다.


경계가 없는 어둠이 눈 사이에 걷히고 원추 세포가 빛을 다시 받기 시작한다.


이후 지각이 살아나 몸에 대한 장악력이 다시 돌아왔다.


시큰거리는 눈 언저리, 막힌 코, 뺨을 문지르는 짧고 날카로운 풀더미, 흙과 미세한 모래의 감촉으로 덮인 손바닥.


ㅡㅡ그러자 당신은 무거운 팔다리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무릎을 세워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당신의 오감은 점점 날카로워져 이곳이 새로운 장소임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모든 것이 막이 오른 것처럼 등장하였고, 신비스럽고, 길고, 투철한 어떤 선율에 따라 세상이 흐르기 시작한다.


숲은 어둡고, 사방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질적인 불빛이 하늘 위에서 가물거리고, 긴 용 그림자는 구름에 떠다니며, 사람들을 두렵게 한다.


신비한 선율이 땅 위에 메아리쳐 마치 사냥개를 끄는 호루라기 소리처럼 당신의 영혼을 사로잡기도 했지만, 이것이 피리 소리임을 깨달았다.


하멜른*의 마술피리처럼 교묘한 트릭이었다. 악룡이 날개의 아치를 날렵하게 끌어당겨 방향을 잡고 땅을 향해 재앙의 소리를 퍼뜨린다.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 그림 형제, 로버트 브라우닝


피리 소리가 당신의 귀에서 가늘게 울리더니 악룡이 날개를 펄럭이며 공기를 휘저어 더욱 우렁차게 만들었지만, 지금 그 피리 소리가 연기처럼 멀어지자 악룡도 흔적을 감추었다.


흰부리 까마귀들이 놀라 달아났다ㅡㅡ높은 나뭇가지에 있는 서식지로 돌아가자, 기류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모든 것이 고요로 돌아갔다.


그런데 당신은 왜 여기에 있지?


머리는 텅 비었고 몸에는 아무 물건도 없다. 함께할 사람도 없고 찾을 흔적도 없다.


또한 누가 종말의 피리 소리를 내면서 악룡을 끌고 재앙을 드러내 앞길을 가로막는가?


관자놀이가 울부짖고 희미한 기억 속 깊은 바닷고래가 머릿속에 떠오를수록 이내 빠르게 내려와 파도를 일으킨다. 심장이 요동칠 때마다 쓰라리고, 갑자기 변덕스러움을 느끼며, 거짓된 생각은 마치 누군가와 함께 하는 듯한 환각과 같다.


먼 길을 달려 긴 전투를 치른 뒤 시작점으로 돌아간 것처럼 갑자기 피곤함을 느꼈다.


그때 원초의 목적인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까지, 몇 번이나 해가 저물고 별이 보이기 전에 당신은 이 숲을 빠져나가야 한다.


먼 산 위에는 궁궐의 은빛 지붕이 하늘에 우뚝 솟아있었다.



[깊숙한 밀림]



앞쪽에는 검은 숲이 있는데, 대낮의 빛이 아무리 변해도 나뭇가지와 잎의 빛깔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조금 더 앞을 바라보니 나무도 기괴하게 자라있다.


(가서 끝까지 알아본다.) ← 선택

(속히 이곳을 떠난다)


숲의 그늘을 통과하자 당신은 마녀가 젊고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나, 마법의 유지 아래 뜨겁게 피어오르는 무성한 꽃밭에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발견했다. 목소리는 나뭇가지의 그늘에 묻혀 조금도 새어나오지 않는다.




(1)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본다.) ← 선택

(앞으로 나서서 인사한다.)

(빠른 걸음으로 떠난다)


마녀가 늙은 모습을 드러내며 당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엄포를 놓는다. 당신이 눈을 돌리지 않자 마녀는 행동을 멈추고 깊은 눈빛만을 남긴 채, 이내 꽃밭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2)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본다.)

(앞으로 나서서 인사한다.) ← 선택

(빠른 걸음으로 떠난다)


마녀가 늙은 모습을 드러내자 당신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겸손한 태도를 취했고, 마녀의 존경을 받았다. 그녀는 원래의 젊은 얼굴을 되찾고 당신을 깊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림자가 꽃밭과 함께 사라졌고 그 자리에 은방울만이 남았다.






[불더미]




회백색 연기가 숲을 휘감고 있었고, 당신은 연기의 방향을 찾으려고 쫓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간다)


빈터에는 불더미를 태운 잔재와 잿더미만 남아 있을 뿐 사방은 아무도 없었고, 생명체의 기운도 없었다. 눈앞에서 꺼진 불더미를 바라보며, 당신은...




(1)

(잿더미를 뒤지기로 하다) ← 선택

(제자리에 남아 기다리다)

(앞으로 나아가다)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이미 꺼진 불더미를 뒤집어서 살펴보니, 본체의 뼈를 분간할 수 없는 잔존 흔적을 발견했고, 뼈의 반쪽을 떼어냈자 당신은 잿더미 아래에서 빛나고 있는 보석을 발견했다.


(2)

(잿더미를 뒤지기로 하다) 

(제자리에 남아 기다리다) ← 선택

(앞으로 나아가다)


당신은 이미 꺼진 불더미 옆에 앉아서, 누군가가 이곳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시간은 숲의 가장자리를 스치고, 당신의 눈꺼풀을 향해 천천히 닫는 마법을 부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수많은 도깨비 불이 불더미 위로 높이 날아올랐다ㅡㅡ


전투 개시


(3)

(잿더미를 뒤지기로 하다) 

(제자리에 남아 기다리다) 

(앞으로 나아가다) ← 선택


당신은 온 길의 반대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 불더미에서 멀어졌지만,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당신은 열매가 맺힌 검은 가시 덩어리를 발견했다.





[안식처]




어둠이 깊어지고 습기가 땅에서 솟아오르고 추위가 공기에서 새어나와 숲의 빛이 거의 다 흡수되는 것 같았고, 괴상한 그림자가 몸을 일그러뜨리며 모양을 바꾸어 조용히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멀리서 늑대와 성난 곰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그리고 앞길이 아득히 멀기 때문에, 오늘 밤을 지새우고 아침 해가 뜨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쉴 곳을 찾다.)


잠시 생각한 끝에, 당신은 여기서 밤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1)

(거미줄이 쳐진 거대한 교목에서) ← 선택

(올라가기 쉬운 낮은 교목 위에서)


당신은 깊은 잠에 빠졌고, 거미줄 위의 세 마리의 거미가 당신의 꿈을 엮어 놓았고, 당신은 불꽃과 외침, 끝없는 꽃의 바다, 선회하는 용, 높은 테라스의 소녀의 모습을 꿈꾸었다...그리고 이제 당신은 깨어났다. 아침 햇살, 앞길이 꿈처럼 겹쳐졌다.


(2)

(거미줄이 쳐진 거대한 교목에서) 

(올라가기 쉬운 낮은 교목 위에서) ← 선택


당신이 방금 교목의 가장 낮은 가지를 잡고 막 위로 올라가려는 찰나, 갑자기 나무 몸뚱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ㅡㅡ


전투 개시




[꽃과 깃털]




당신은 숲속을 헤매고,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해가 뜰 때 걷고, 해질녘에 쉬고, 달콤한 시냇물로 입을 헹구고, 숲 속의 나무 열매로 배를 채웠다. 당신은 숲 속에서 살아가는 기교를 점차 익히면서도 방향을 잃어가고 있었다.




(1)

(꽃봉오리가 가리키는 대로)  ← 선택 

(깃털의 안내에 따르다)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가다)


당신은 땅의 풀숲 사이에 긴 칼 모양의 잎사귀들이 작은 꽃봉오리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들은 연약하고 아름다웠다. 마치 어떤 계시와도 같았고, 그러나 앞으로 뻗어나가고, 마치 걸어가는 것 같았다. 당신은 같은 종류의 식물의 생육을 지향하는 방향을 따라 나아갔다.



'그녀'는 발소리가 가까워질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렸다가 조용히 나뭇가지와 잎사귀, 새싹을 늘어뜨리며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처음과 마지막의 안내를 했다.


이야기의 처음과 마지막에 보이는 경치는 모두 아름다웠다.


마지막 어둠이 내려가고 첫 별이 빛나기 시작하고, 해가 뜨고 달이 지며, 별이 돌고, 하늘의 성이 빛나고, 세상의 시간이 한없이 길어지며, '그녀'는 아름다운 모든 것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얼마 전 바다 건너의 습한 바람이 숲 한가운데로 '그녀'를 몰아넣자, '그녀'는 흙 사이로 빠지며, 온후한 대지의 어머니가 그녀를 감싸주었다.


끝없는 밤의 윤회는 뼈가루처럼 가냘프고 씨앗처럼 희망을 품었던 영혼의 모습을 끊임없이 엮어냈다.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고, '그녀'는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새로 태어난 어린 싹이 조금씩 흙을 뚫고 나와 부드러운 줄기 잎이 첫 번째 미풍에 닿았을 때, '그녀'는 크게 흔들렸다.


땅은 '그녀'를 낳고 '그녀'는 땅을 자양한다. 머리 위에는 별과 강이 빛나고, 깊은 숲속에서는 생령들이 속삭인다. 아무도 그 아름다움의 천만분의 일도 연주할 수 없는 참으로 신기한 악장이었다.


꿀벌과 나비가 휘돌고 반딧불이 반짝이며, '그녀'는 세계의 발랄한 생기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대지의 맥박과 연결되어 있다.


애초부터 '그녀'는 고고한 이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소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겐 마음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녀는 만족한다.


(2)

(깃털의 안내에 따르다) ← 선택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가다)


당신은 어떤 회색 새가 떨어뜨린 깃털을 주워 들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점치려고 한다. 당신은 깃털의 안내에 따라 수원에 이르러 개울의 방향을 따라 길을 간다.


(3)

(깃털의 안내에 따르다)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가다) ← 선택


얄팍한 지식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먼저 방향을 잡고 일출의 방위를 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




Chapter 2. 바다 위 외로운 배



굽이굽이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가자, 숲속의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거친 물소리에 차츰 가라앉았고 물은 앞으로 돌진하여 바다로 모여들었다.


당신은 이리저리 날뛰는 늑대와 멧돼지, 빛나는 방랑자 사이를 오가며 쫓아다니던 숲속 사냥꾼의 꿈에서 깨어났다. 맞은편에는 짭짤한 바닷바람과 방금 돛을 내린 범선이 있었다.


배와 육지 사이에 드문드문하게 선원들이 화물을 나르고 있었고, 구릿빛 피부는 바다의 파도가 무섭다는 사실을 묵묵히 호소하고 있었다.


당신은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선원은 물건을 훑어보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당신을 훑어보고 있었다.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서 예의를 갖추어 지리적 위치, 시간, 돌아가는 길을 물었다. 당신은 희미한 기억 속에 있던 나폴리를 묘사하고, 그들로부터 귀중한 진실한 인솔을 얻기를 바랐다.


어떤 사람은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어떤 선원은 당신에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화를 거절한다. 어떤 사람은 짧은 말을 남긴다. 어떤 사람은 말을 멈추고, 당신은 일일이 고맙다고 말한다.


당신은 현재 내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에 인가가 별로 없으며, 당신이 본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정보를 얻었다. 정박 중인 범선은 곧 다시 출항해 평화로운 왕국도시로 회항한다.


높디 높은 성벽이 시멘트 철근과 피로 축조되기 전, 악룡은 겹겹이 수비하는 군대의 수비를 뚫고 왕국의 보배를 빼앗아 왕국의 하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ㅡㅡ악룡. 그것은 꿈속에서의 악마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죽음의 날개를 펄럭이며, 기묘한 안개와 함께 악룡은 배를 전복시키고, 바닷속에 뭇사람의 유골을 바쳤다. 


선원은 문득 소리를 멈추고 눈에 해무 같은 구름을 드리웠다.


전쟁에 나간 영웅, 옛 친구, 심지어는 일찍 죽은 막내딸을 떠올리는 것 같다.


그는 결국 말을 돌려 당신의 왕래를 묻기 시작했다.



[승선]




선원

이것은 무슨 해피 아일랜드로 향하는 장난감 배같은 게 아니야.


이야기를 나눈 뒤 당신은 배를 타고 먼 왕국으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표했다. 기억 속의 나폴리는 선원이 설명한 도시와 같았지만, 온몸을 뒤져보니 무일푼이었다.




(1)

(보석을 건네주다) ← 선택

(배에서 품팔이 노릇을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선원

너...


선원은 당신을 보고 말을 꺼내려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당신의 승선 요청에 응했지만, 그 보석은 받지 않았다.


선원

이건 어디서 구한 건가?


선원

보라색 눈의 여행자에 대해 알고 있는가?


선원

아니...아무 것도 아니다.


(2)

(보석을 건네주다) 

(배에서 품팔이 노릇을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 선택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선원은 당신을 보고는 웃어보이는 듯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당신의 승선 요청에 응했지만, 일손의 내용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3)

(보석을 건네주다) 

(배에서 품팔이 노릇을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 선택


선원은 당신을 바라보며 오래 전의 기억을 떠올린 듯했다. 그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승선 요청에 응했다.




선원

용을 본 적 있나?


선원

우린 오래 전부터 용을 본 적이 없었다네.


선원

'피리 소리와 함께 용이 온다.'


선원

그러나 처음 악룡이 등장했을 땐 전혀 징후가 없었어.


선원

유일한 법칙이라고는 악룡이 종종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었다.


선원

바다의 허리케인처럼 육지의 군중을 떠 올려 하늘에서 떨어뜨렸지. 그것은 마을과 사람들을 습격하여 파괴할 수 있는 모든 사물들은 닥치는대로 파괴했어.



[배 위]




배에 오르자 길을 안내한 선원이 당신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1)

(선실로 향한다고 한다) ← 선택

(갑판 위를 마음대로 거닌다고 한다)

(아무렇게나 걸어보고 싶다는 뜻을 표한다)


당신은 길을 안내하는 선원을 따라 선실로 향했다.


자신은 선미 위로 우뚝 솟은 배의 등불을 바라보았다. 메인 돛대 옆에 있는 선실의 벽에는 키가 크고 길쭉한 노와 적지 않은 수의 나무통이 놓여 있었다.




(2)

(선실로 향한다고 한다) 

(갑판 위를 마음대로 거닌다고 한다) ← 선택

(아무렇게나 걸어보고 싶다는 뜻을 표한다)


당신은 갑판 위에서 걸어다닌다.


놀랍게도 이 배에는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삼삼오오 큰 아이들이 호를 따라 뛰어다녔다. 선원들에게 심하게 질책받거나 제지되지 않았고, 다만 바람처럼 비틀거리며 어른의 옆을 스칠 때 어깨를 움켜쥐고 덤덤하게 조심하라고 당부하였다.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는 우렁차고 마치 젊은 바다새처럼 갑판 위를 자유롭게 선회한다. 바닷물에 씻겨 반짝이는 갑판 위에 그들의 활동적인 모습이 비쳤고, 작은 발바닥이 바닥을 잽싸게 치며, 그들은 잔잔한 웅덩이를 뚫고 작은 물보라를 튀긴다.


아이A

하하!


아이B

이얍ㅡㅡ!


그들은 손에 있는 온갖 간단한 소품을 사용하여 웃고 떠들었다. 가지는 칼날이었고, 펄럭이는 시트는 응축된 연무였으며, 피어오르는 연기는 용의 숨결이었다.


아이들은 장난을 치며 모험의 전설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침대 옆에서 달콤한 동화를 들었다. 오랜 재난은 이 아이들의 눈 속에까지 번지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해가 해수면에 빠지자 선장이 명령을 내리고, 조타수가 방향을 잡자 선원들은 돛을 올려 닻을 갑판 위로 끌어올렸다.


디오파트라*의 안내를 따라간 배는 신중하게 해안선을 따라갔다.


*그리스 신화에서 포세이돈이 사랑했던 요정




며칠째 좋은 날씨가 이어졌고 바다 위에는 풍랑이 잔잔했다.


요즈음 당신은 줄곧 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숙직을 서고, 또한 아이를 재우고 있다.


어둠이 내렸을 때, 어린아이들은 잇달아 선실로 불려갔다. '용사'는 장검을 거두었고, 스스로 이불자락을 여미었다. '악룡'도 둥지로 돌아갔고, 오랫동안 잠들지 않고 어른들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잠들기 전 달콤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배에서 들려주는 잠자리 이야기는 언제나 비슷하지만 요람의 침대 벨처럼 꿈속에서는 아름다운 패턴으로 바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사악한 용, 재앙이 닥치고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 자욱한 연기와 뜨거운 눈물이다.'


아이

그럼 나도 엄마 아빠랑 헤어지게 될까?


반복되는 이야기도 백 가지 이유를 낳는다. 맑고 순수하게 답을 갈구하는 눈망울을 바라보고 있을 때, 처음으로 당신은 거절하기 어려움을 느꼈다.


가끔은 아이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물어볼 때가 있다.




(1)

(엄마 아빠는 널 꼭 지켜줄 거야) ← 선택

(헤어지지 않을 거야)

(많은 사람들이 헤어지겠지)


아이

나도 엄마 아빠를 잘 지켜줄 거야!


꼬마 용자는 침대 옆에 있는 보검을 손에 넣으려고 더듬었다.


(2)

(엄마 아빠는 널 꼭 지켜줄 거야) 

(헤어지지 않을 거야) ← 선택

(많은 사람들이 헤어지겠지)


아이

그럼 난 크루루랑 헤어지게 될까?


아이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조그마한 목소리로 재확인했다.


(3)

(엄마 아빠는 널 꼭 지켜줄 거야) 

(헤어지지 않을 거야)

(많은 사람들이 헤어지겠지) ← 선택


아이

헤어지지 않으면 안 돼?





당신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가, 아이의 베개로, 잠들기 전에 들려준 이야기의 끝은 ㅡㅡ 시냇물은 언제나 다시 흐르고, 꽃은 따뜻한 봄에 피고, 고향을 그리는 향수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용사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반드시 악룡을 이기고 공주를 구한다.


당신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보았지만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고, 다만 희망을 서서히 입가에 털어놓았다.


'용사는 악룡 토벌의 길에 올랐고, 용자는 다양한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온갖 고생을 겪었다.'


아이

용사 혼자서?




(1)

(마녀가 용사에게 도움을 주었어) ← 선택

(동료가 있었어)

(용사는 혼자였어)


아이

마녀는 뭐야?


(요술을 부리는 사람이야)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야)


'용사는 결코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아'



(2)

(마녀가 용사에게 도움을 주었어)

(동료가 있었어) ← 선택

(용사는 혼자였어)


아이

몇 명? 세 명? 나랑 크루루랑 사크랑 같이 있는 것처럼?


(응, 마치 하나의 소대처럼)

(같이 지내면서 많은 경험을 했지)


'용자 일행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악룡의 소굴에 도착했다.'



(3)

(마녀가 용사에게 도움을 주었어)

(동료가 있었어)

(용사는 혼자였어) ← 선택


아이

그럼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여정은 길고 재미가 없었어)


'용자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마침내 악룡의 은신처를 찾아냈다.'





어둠이 짙어지자 선실 밖은 더욱 조용해졌고, 바람소리와 졸졸 흐르는 물소리만 여전했다.


노래가 갑판 위에서 바람이 잘 통하는 선장실에서 흘러나왔고, 조타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짧은 노래를 불렀다.


~바다 품속 깊은 곳에 우리 고향이 누워있다네. 떠돌이 배들이 그녀의 존재를 알고 그들은 노래를 부르며 이곳을 떠나 돌아올때도 해변에서 읊조렸다네~


~그녀는 평민에게 사랑받았고, 그녀의 품에 안겨 죽은 자들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했다네. 유랑객들이 바다를 거닐고 있으되 몽혼이 그녀의 경계를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누가 그녀를 잊으리? 우리의 고향이여~


~여로에서 태어난 아이는 얼굴도 못 보고도 해안선을 쫓는구나. 이별이 싫은 그녀는 바닷바람을 안고, 아이를 어루만지네~


파도에 맞서 싸우는 바다의 노래가 아니라, 부드럽고 여운이 남는 그리움의 노래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별 사이에 있든, 바다 위에 있든, 발 아래의 두꺼운 흙을 그리워한다.


숙직 선원들은 말없이 등줄기를 꼿꼿이 폈다. 먼저 한 사람, 이어서 두 사람, 세 사람이 함께 가볍게 흥얼거렸다.


노래 소리가 갑판에 떠 있고 선실이 이를 차단해 놓는 동안, 어머니들의 자장가가 마지막 음절에 떨어지기 무섭게 끝나지 않았던 잠자리 이야기가 마침내 마지막 대목까지 이어졌다.


....


'악룡은 둥지에서 깨어나 용사를 향해 몸을 돌려 포효했고, 그 소리는 귀청을 찢을 듯했다.'


'용사는 등뒤의 집을 지키는 악룡을 향해 정의와 용기를 상징하는 용사의 칼을 높이 쳐들었다.'


'용사는 말했다'


'대륙의 꽃은 다시 피어나고 공주는 왕국으로 돌아가고, 그대, 악룡은 나의 검 아래 죽는다.'


...


어린 고양이가 잠든 것처럼 흐뭇해하며 아이들은 영웅과 꽃들의 꿈길에 무사히 빠졌다.



[선원]




태양이 해수면에 잠겨 배의 밤은 흐릿했다. 오늘 밤 근무하는 선원 중 한 명은 키가 크고 창백한 피부를 하고 있으며 걸음걸이가 다소 부자연스러웠다. 그는 낮에는 항상 침묵하고 밤에 마음을 연다.




(1)

(바람을 쐬고 싶다고 표현한다.)  ← 선택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표시하다.) 

(선실로 돌아가 휴식하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열정의 물결은 '그녀'의 일부를 잇달아 앗아갔다.


파도는 '그녀'의 일부를 멀리 감쌌고, '그녀'의 또 다른 일부는 바람에 날려갔다.


바다는 범선을 안고 있고, '그녀'의 일부는 계속 가라앉아 낡은 난파선의 품 속으로 가라앉았다. 난파선의 황금 기둥은 비스듬히 서 있고, 수많은 보물은 해저에 침묵하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현세의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물 위를 떠돌며 헤매고 흩어지고 또 다시 모인다. '그녀'는 혼자 힘으로 돛을 올릴 수 없다. 죽은 자의 넋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혹시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게 있을까? 또 못다한 일이 있었을까? 이곳에 얽매여 긴 윤회를 거닐면서 영혼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마지막 부분은 빙빙 돌며 여행자의 머리카락 끝을 쓰다듬으며 먼 시선을 쫓는다.


그러나 '그녀'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람소리와 물결치는 소리에 기도하듯 만나는 사람을 축복하며 향수의 가락과 어울렸다.


(2)

(바람을 쐬고 싶다고 표현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표시하다.) ← 선택

(선실로 돌아가 휴식하다.)


선실에서 멀리 떨어진 갑판 위에 선 채 선실 쪽을 바라보며 그는 당신에게 손짓을 했고, 당신이 다가오자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2-1)

(악룡 이야기를 나누다.) ← 선택

(선원 이야기를 나누다.)


선원

다들 자고 있나?


(끄덕이다)


그는 마음이 놓이는 듯 눈길을 돌렸다.


사향의 가락은 말미에 이르러 소리의 나팔을 누른 듯 조용해지자 야수꾼들의 마음과 정신을 고양시켰다.


그런 평온함이 예사롭지 않은 듯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던 옛 기억이 되살아나 선원이 말문을 열었다.



악룡은 재난 자체는 아닐지 몰라도 재난의 대표였다.


비단 악룡만이 아니라…마물, 전쟁, 질병, 굶주림…. 이들이 한데 뒤섞여 고난의 맛을 내었다. 세상은 모든 사람의 목을 조이고 생명을 삼키려고 한다.


이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



선원

사람들은 살고 싶어해.


많은 사람들이 집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 사람들과 헤어져 생의 끝까지 홀로 살았다.


선원

나중에 사람들은 악룡에 대한 두 번째 법칙을 찾아냈어. 악룡의 공격을 받을 확률은 바닷길이 육지보다 훨씬 낮고 마물도 육상보다 훨씬 적었지.


선원

많은 이들이 건조를 시작했고, 심지어 배를 빼앗기 시작했어.


선원

배가 하나씩 하나씩 미지의 바다로 떠나자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탈출하는 배표를 움켜쥐고 서로 밀고 당기며 발바닥을 밟으면서 붙잡을 수 있는 모든 것 하나 하나 손으로 집으려 했지.


선원

그때의 나는 아직 젊어서 그런대로 힘이 좀 있었지만, 사람이 많아도 정말 너무 많았어. 모두가 한데 모여서 밀쳐 올라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올라간 사람을 끌어내려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어.


사람들은 서로 밀고 당기며, 배를 움켜쥐고 숨을 들이쉬었다. 마치 남들이 보기 전에 폐를 몸에서 밀어내 선상 공간을 아끼려는 것 같았다.


선원

승선구의 널빤지는 오래 전에 짓밟혀 너덜너덜해졌고, 내 힘도 점차 몸에서 사라져갔기 때문에 결국 나는 둔한 방법을 썼었지.


선원은 조금 찢어진 자신의 다리를 두드리고는 눈을 내리깔고 무언가 웃을 만한 일이 생각난 듯 조그만 미소를 지었다.


선원

비록 서투른 방법이긴 하지만, 그것은 아주 효과적이었다네ㅡㅡ나는 널빤지에 몰래 발을 끼웠어.


선원

처음에는 너무 아팠어. 살갗에 나무 가시가 박혀서 뼈 사이로 천천히 밀려 들어가자ㅡㅡ내 발목은 뱃구멍에 단단히 박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


선원

너무 아팠어. 발도 아팠고, 배도 아팠어. 숨 쉬는 것조차 쓰라릴 정도였어. 난 어렴풋이 주의력을 돌리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단지 귀에만 온 집중을 돌릴 수 있었을 뿐이었다네.


선원

참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어. 모든 사람들이 분노하고 소리치고 울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어. 나는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ㅡㅡ하지만 상관없다. 결국 그 당시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ㅡㅡ반드시 배에 남아야 한다.



선원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음으로 인해 얼굴이 한결 평화로워졌다.


선원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빙빙 돌면서 대수롭지 않은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구먼. 네가 듣고 싶은 건 그게 아니지?


선원

밤도 깊었으니 오늘 밤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지.




(2-2)

(악룡 이야기를 나누다.) 

(선원 이야기를 나누다.) ← 선택


이 해역을 통과하기만 하면 이 여행의 종착지에 도달한다.


선원

암초, 폭풍우...아니면 용만 만나지 않는다면 단 하루도 안돼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몸집이 큰 선원이 뱃전 위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2-2-1)

(육지가 아닌 바닷길에서 용을 만날 수 있나요?) ← 선택

(당신...낮에 입을 연 적 있나요?)


선원

물론, 육지보다는 확률이 훨씬 낮지.


선원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원은 당신을 보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른 말을 꺼냈다.



(2-2-2)

(육지가 아닌 바닷길에서 용을 만날 수 있나요?) 

(당신...낮에 입을 연 적 있나요?) ← 선택


선원

하하하.


선원

관찰하고 규칙을 찾아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구만. 당신...


선원은 당신을 보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른 말을 꺼냈다.



선원

처음에 나는 결코 선원이 아니었어. 나는 앞서 말했듯이 수많은 피난민 중 한 명일 뿐이었지.


선원

처음에는 악룡이 들판에 나타났다가 변두리 마을을 부숴 버리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도망쳤었어.


선원

나는 사람들을 따라 마을에서 성도까지 도망쳤는데, 이미 무엇이 우리를 쫓고 있는지 알 수 없었어. 그것은 용일 수도, 마물일 수도, 굶주림일 수도, 지친 몸일 수도, 사라진 희망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마치 물결처럼 사람들을 자갈마냥 걸러냈어.


선원

우리는 왕의 도성 아래에 이르렀고 도성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선원

우리는 성벽 발치에서 며칠을 지켰는데, 이미 건조된 양식이 얼마 남지 않았었어. 근위병은 길가에 널려 있는 돌멩이처럼 우리를 바라보았고, 어떤 이는 다른 곳으로, 또 어떤 이는 악룡의 메시지를 담아 황송히 성 아래로 내려갔지만 역시 문전박대를 당했다네.


선원

악룡은 허리케인처럼 마을을 휩쓸고 서서히 이곳으로 다가왔다.


선원

그 후 적은 수의 군인들이 소대를 이뤄 성을 나섰는데, 나는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어.


선원

이후 군대가 대거 포진해 어떤 사람이나 물건을 호송하는 듯해 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네.


선원

왜냐하면 그 당시 나는 성난 경비병을 틈타 인솔자에게 허리를 굽혀 도시로 몰래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지.


선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안에 웅크리고 앉아 가끔 길가에서 드문드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하늘을 흘끔거리며 무언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어.


선원

그 후, 어떤 사람들은 바다에서 용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육지에서보다 훨씬 낮고, 마물도 육지에서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선원

사람들이 종말의 방주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바다 위를 떠돌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 중의 하나였어.


선원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음으로 인해 얼굴이 한결 평화로워졌다.


선원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빙빙 돌면서 대수롭지 않은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구먼. 네가 듣고 싶은 건 그게 아니지?


선원

밤도 깊었으니 오늘 밤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지.



(3)

(바람을 쐬고 싶다고 표현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표시하다.) 

(선실로 돌아가 휴식하다.) ← 선택


당신은 선원에게 인사를 했다. 취기오른 바닷바람은 당신이 선실로 돌아가 옷과 함께 잠들게 하고, 기나긴 꿈을 꾸었다.




[옛 이야기를 하다]




바닷 바람은 잔잔하고, 당신은 매일 밤 이야기를 나누는 선원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지금과는 다른 옛날 이야기를 하고, 귀향하는 뱃노래를 들려주고, 용이 가져다주는 재앙을 이야기한다.


선원

지난번에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악룡의 이야기) ← 선택

(선원의 이야기) ← 선택

(자신은 이야기에 관심이 없음을 나타낸다)


아마도 나이가 많은 탓일지도 모른다. 빙빙 둘러대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 일들을 수다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계속 듣고 싶다는 뜻을 나타내다)


선원의 수다스러운 이야기 속에서, 당신은 당시의 정경을 짜맞추었다.


돛단배는 정해진 궤적대로 움직이고 있었고, 밤이 깊어지자 해무가 서서히 덮여 동료들의 낯빛마저 희미해졌다.


그 종말의 방주가 달리기 시작한 이틀 동안, 배의 모든 승객들은 자신의 몸을 최대한 구부려 공간을 최대한 압축했다.


그들은 악룡의 습격을 피했다. 항구 거점은 연기와 불빛으로 뒤덮였고, 추악한 연기가 계속 하늘로 치솟았다. 그들은 배 위에서 군대가 왔을지도, 혹독한 싸움이 있었을지도, 혹은 육지 생물에 대한 악룡의 단순한 사망선고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그들은 재난을 피하고 닷새가 지나서야 사람들은 뒤늦게 종착지가 없고 앞으로도 배가 이렇게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여전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고난은 항상 함께 온다. 공간뿐만 아니라 음식, 담수,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자원은 시간의 무자비한 흐름 속에서 소모되고 폐의 공기처럼 압축되었다.


사람들은 매서운 겨울을 앞둔 나약한 동물처럼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지키며 작은 기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선원

그때서야 나는 배에 어린아이, 더 나아가 갓난아이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이런 어린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과 변고는 남겨진 사람들이 어찌할 바 모르게 만든다.


어린아이의 억눌린 흐느낌, 천진한 울음소리가 이를 뒷받침하지만, 그 어떤 작은 소리조차 표적이 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원과 마찬가지로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


선원

근데 아이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선원은 자신이 할 말을 곰곰히 생각했다.


선원

...여행자였어.


선원

7일째가 되던 날이었지.


많은 사람들이 식량의 양과 회항의 방위를 계산하기 시작했었다.


선원

간단한 상처 치료 정도는 스스로 처리했지만, 그때는 치료보다 상처를 숨기는 것이 더 중요했었지.


선원은 멈칫했다.


선원

사람들이 정확하고 현실적인 계산을 하는 동안 여행자는 최대한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이야기를 퍼뜨렸어.


선원

그녀는 남을 위로하며 밤중에 훌쩍이는 아이에게 악룡과 용사의 이야기를 속삭였지.


선원

쌀 한 조각이면 사흘을 살 수 있고, 고기 한 조각이면 닷새를 살 수 있어.


선원

옛날 이야기? 옛날 이야기로는 며칠을 살 수 있지?


선원

시와 희곡ㅡㅡ그래, 그 당시의 나는 머리를 싸매고 마침내 이 두 개의 까마득한 명사를 떠올렸지.


선원

그것은 배불리 먹은 귀족만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일 뿐이었어.


선원

그리고 그때 귀족들은 거대하고 튼튼한 성채에 웅크리고 세 겹으로 둘러싼 갑옷을 입은 군 병사들의 비호 아래 지루하게 저녁식사 메뉴를 고민할 뿐이었지.


선원

그들 중 누가 여기에 있었겠는가?


선원

단지 우리만이, 우리 아이들만이 여기 있을 뿐이었어.


선원

그런데


선원

분명 그것은 유치하고 순진하고 위선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였어.


위장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입술은 갈라지며 상처는 부어올라 아팠고, 선실 안의 사람들은 숨죽여 주위가 일말의 기척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마치 숲속에 있는 약한 동물들은 항상 바람이 부는 것을 경계하고 어두운 곳에서 호시탐탐 눈을 조심하는 것처럼.


바람이 잘 통하는 문짝이 내는 소리, 한밤중에 마른 기침, 갑자기 숨이 막히고 간간이 꾸짖는 소리, 맑은 샘처럼 속삭이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은 주목했다.


정글의 법칙은 여행자에게서 잠시 효력을 잃는 듯하며, 마법 같은 잠자리 이야기는 짜증스럽고 불안한 사람들과 때아닌 울음 사이에 가로놓여 밤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엮어 놓았다.


'태양은 지평선에서 솟아올랐고, 어두운 밤에는 별들이 하늘에 가득히 뿌려졌다.'


이야기가 유지하는 섬세한 균형에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카타르시스의 출구를 잃어버리고 안절부절 못하는 그도 혹시 이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귀를 가득 기울였다.


구구절절 희망, 용기, 승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가 본 젊은이들 대부분은 광채를 잃고 모험을 주저했다.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 떠돌아다니다가 돌아오게 될 고향의 땅은 초토화된 지 오래다.


마법의 강력한 위력을 본 적도 없고, 자신의 힘으로 마물에 대항할 사람도 없다.


악룡이 도시와 마을을 연거푸 무너뜨리는 와중에 용사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사기꾼.


그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낮과 밤이 바뀌고, 사계절이 번갈아 가자, 용은 죽고 대륙은 생기를 되찾고 사람들은 평화롭고 평온한 삶을 살게 되었다.'


사기꾼.


이야기가 원만한 결말을 맞자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감각이 잠깐의 평온한 환경 속에서 느려졌고, 피로감이 그의 힘겨운 거동을 휩쓸어, 그는 모처럼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꿈속의 미래에도 악룡이 존재해 여전히 세계를 향해 재앙을 뿌리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조금은 유치하고 순진하며 위선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비바람을 겪지 못한 아이들은 콤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들의 눈에는 빛나는 희망이 가득했다. 그들은 평온한 갑판 위에서 쫓고 쫓기며 소리를 지르고, 밤에는 편히 잠에 빠졌다.


그는 변방에 주둔한 전사처럼 선등 아래 머물렀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부랑자가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배의 조타수의 노랫소리가 나지막히 평화롭게 멀리 떨어진 고향을 노래하여 배를 탄 사람들의 마음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한다.


여행자는 항구에서 돛이 올리가길 기다렸고, 그들은 모두 용사로서 여정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밤, 젊은 선원은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선원이 꿈에서 깨어난 지금, 과거의 꿈은 물의 그림자처럼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현실을 비추고 있었다.


선원의 눈빛이 해수면에서 거두어져 당신에게로 떨어졌다. 그는 당신을 훑어보았다.


한참 동안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당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선원

너도 여행자 중 한명인가?


(...)

(기억이 나지 않아요)


선원

너의 눈은 내가 만난 첫 번째 여행자와 흡사하군.


(첫 번째 여행자?)


그러나 선원은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추운 밤에 흰 안개를 내뿜으며 하늘에 가득 찬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아득히 멀고, 은하수는 언젠가 보았던 한 쌍의 눈동자처럼 밝았다.


선원

어쩌면 용사가 될 수도 있겠지.


말문이 떨어지자 선원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내 웃음을 거두며 어깨를 두드렸다.


선원

오늘 밤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충분한가?


(여행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는 뜻을 나타낸다) ← 선택

(먼저 선실로 돌아가 쉬고 싶다는 뜻을 나타낸다)


선원

나는 때때로 그 여행자가 과연 실재하는지 의심할 때가 있었다네.


선원

내가 그 여행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노래 때문이었지.


선원

'세이렌의 노래'


선원

네가 살아오면서 가장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무엇이었나? 어디서 들었나?


뱃사람의 상념은 멀리 떠 있는 것 같고, 밀려오는 파도 사이에서 흔들거리는 유구한 바다의 환상 같았다.


배 위에 서서 노래하는 소녀의 공허한 노랫소리는 마치 신령의 속삭임, 영구불변의 베이네뫼이넨*의 현신과도 같았다.


*핀란드의 민족 서사시 '칼레발라'에 등장하는 주인공, 노래의 주문의 신.


그것은 드넓은 바다에 어울리는 노래이자, 잔잔한 아리아의 후반부였고, 깊은 바다에 빠진 외로운 고래떼의 무리, 드넓은 바다를 처음 조우했을 때 바치는 가장 부드러운 찬가였다.


모든 것이 거짓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답고, 소녀는 기적에 싸인 외딴 섬처럼 홀로 서 있었다.


아직도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말의 판도라는 분명 열려 있었고, 상자 안에는 세상이 인간에게 드러내든, 혹은 그 반대가 되었든, 온갖 추악한 악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


바다의 광활함을 찬미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색빛 파도는 늘 치명적인 살의를 품고 있다.


별빛을 향해 미소지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기만 할 뿐, 어쩌면 이미 지워진 우주의 먼지일지도 모른다.


???

ㅡㅡ참으로 아름답워요.


???

여태 본 적 없는 풍경이에요.


두 눈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면모를 주시하고 있었다.


순진하기 때문에?


소녀의 말투는 진지하고 눈빛은 확고했다.


???

저는 악룡을 죽일 마법을 찾고 싶어요.


그녀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가리고 나서서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있을 때였다.


그녀가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훔친 고아들과 음식을 나눠 먹던 때였다.


그녀는 새로운 표적이 되어갔다.


선원

이것은 순전한 미련함일까?


지혜와 이성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배에는 두려움에 가득 찬 생존자들만 있었고 바다에는 외로운 돛단배만 있었다.


어떤 자들은 넋이 나가고, 어떤 자들은 화를 내며, 어떤 자들은 운명을 하늘에 맡겼다.


젊은 여행자는 서고에 있는 항해에 관한 책 내용을 떠올리며 간단한 형식의 기구를 만지작거리며 바다의 방위를 재었다.


승산이 없는 도박꾼이 운명의 키를 잡고 소녀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룰렛을 돌렸다.


황금 까마귀는 서쪽으로 가라앉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시선 아래 미지의 먼 곳에 육지의 흔적이 조금씩 드러났다.


선원

...오늘 밤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지.




선원

암초, 폭풍우...아니면 용만 만나지 않는다면 단 하루도 안돼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몸집이 큰 선원이 밤새도록 지켜봤지만, 그의 누런 피부에는 별로 위축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뱃전 위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바다에서 용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선원

단지 육상보다 확률은 훨씬 낮을 뿐이다.


선원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다새는 낮게 날아가 갑판을 지나쳤고, 새벽 안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아이들은 여전히 꿈나라에 잠겨 있었다.


선장은 제이콥의 낚싯대를 만지작거리며 조타수에게 항해 방향을 조정하도록 안내했다.


선원들도 저마다 정신을 가다듬고 경각심을 더하기 시작했다.


이 해역을 통과하기만 하면 이 여행의 종착지이다.



탑 모양의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공기가 무거워질 조짐이 보였다. 조타수가 눈썹을 찌푸리자 선원들은 두세 번 돛대 아래에 모였고, 선두 주자들은 밧줄을 움켜쥐고 언제든지 돛을 내릴 준비를 했다.


공기 중에 폭풍우가 다가오는 기운으로 가득 차서 갑판 위에 있는 어린아이들도 한곳에 모였다. 그들은 약간 불안하게 동료의 손을 잡았지만, 이미 응급훈련을 받은 것처럼 한 줄로 이어져 당신의 안내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선실 안으로 들어왔다.


밤을 지킨 선원은 당신이 아이들과 함께 선실로 들어가 대피하라는 뜻을 나타내며 선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선원

폭풍우가 올 것 같구나.




(1)

(돛을 내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닻을 내릴 건가요?) ← 선택

(갑판 위의 물건을 고정해야 합니다)

(근처에 잠시 정차할 수 있는 육지가 있습니까?)


선원은 당신을 한 번 깊이 바라보더니 선내 사람들에게 선실 안의 물건을 고정시키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당부한 뒤 선실 문을 닫아걸고 선원들의 행동에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허락했다.


닻도 내릴 채비를 했다.


(2)

(돛을 내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닻을 내릴 건가요?)

(갑판 위의 물건을 고정해야 합니다) ← 선택

(근처에 잠시 정차할 수 있는 육지가 있습니까?)


선원은 당신을 한 번 깊이 바라보더니 선내 사람들에게 선실 안의 물건을 고정시키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당부한 뒤 선실 문을 닫아걸고 선원들의 행동에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허락했다.


또한 갑판 위의 물건들을 고정하라고 분부를 내렸다.


(3)

(돛을 내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닻을 내릴 건가요?)

(갑판 위의 물건을 고정해야 합니다)

(근처에 잠시 정차할 수 있는 육지가 있습니까?) ← 선택


선원은 당신을 한 번 깊이 바라보더니 선내 사람들에게 선실 안의 물건을 고정시키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당부한 뒤 선실 문을 닫아걸고 선원들의 행동에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허락했다.


해무가 너무 심해서 가까운 섬의 육지에 단시간에 도달할 수 없었다.




선원

우리는 잠시 항해를 멈추기로 했다.  용을 만나지 않고 살아남는 한에서 말이야ㅡㅡ


바다의 변덕스러운 모습은 단 한순간이었다. 첫번째로 떨어지는 소리, 과연 용의 포효일까, 천둥일까?


미처 분별할 겨를이 없었다.


처음엔 남쪽 바다에서 치솟은 허리케인이 몰아쳤다.


물결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거대한 짐승처럼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일으켰고, 온 힘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육상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던 모든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폭풍의 소리였다. 모든 호령과 울부짖음을 휘파람처럼 불렀다.


회색빛 물결이 마치 외로운 구렁이처럼 넘실거리며 끝없이 치명적인 사랑을 안고 튀어오른다ㅡㅡ


우리는 이야기의 소용돌이 속에 있고,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바다가 하늘에 솟구치자 옷이 구렁이처럼 몸에 찰싹 달라붙었고, 일종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같은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콩알만 한 빗방울이 위에서부터 내리꽂히면서 마치 불규칙하고 잔혹한 처형을 하는 것처럼 눈꼬리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고 시선은 흐려진다.


당신은 주변에서 잡을 수 있는 것들을 잡고 천천히 메인 돛대 옆으로 움직였고, 귓가에 맴도는 명령은 바람에 휩쓸려 가고, 머릿 속은 부조리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로브를 입은 대마법사의 복수가 몰고 온 비바람일까, 자유를 얻으려는 요정의 마법이었을까?


그렇다면 배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기적을 빌 수 있을까? 이 세상의 창조자는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선원

…나는 일찍이 폭풍우를 만난 적이 있었네. 용이 불러온 폭풍우였지.


선원

...


선원

악룡을 끌어내야만 폭풍우가 그칠 것이다.


이게 용이 일으킨 풍파일까?


세계는 언제나 재난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저주를 창조한다.


선원A

ㅡㅡ용!


선원B

ㅡㅡ용이다!


선원A

선실로 돌아ㅡㅡ! 배ㅡㅡ일으켜ㅡ!


용의 등줄기의 오목한 곳에는 물웅덩이로 가득 차 있었고, 수증기는 김을 내었다. 배를 끌고 출항하려 할 때 용은 몸을 일으켜 고인 물을 갑판 위에 쏟아 부어 거의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는 몸을 홱 돌려 갑판을 박차고 선실 앞을 향해 달려갔다.


거대한 그림자가 한순간 진공지대로 들어가는 듯 스쳐 지나갔다.


얼굴의 빗물을 급히 닦아내며 대화를 나누던 선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선실 앞을 지키고 있었고, 당신은 즉시 벽의 가느다란 노를 떼어낼 것이다.


찰나의 순간, 악룡은 꼬리를 물고 왔다. 비에 젖은 바닥과 기울어진 선체의 각도에 맞춰 노를 든 당신은 용의 눈을 겨냥하고 악룡의 방향으로 급강하한다ㅡㅡ


악룡이 몸을 뒤척이자 거센 파도가 하늘을 찔렀다.



무인도를 떠돌아 다니다



눈을 뜨자 맑은 하늘이 보이고, 공기 중에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당신은 높은 파도에 의해 당신이 떠 있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신은 외치고 있었다. 시야의 마지막은 용의 높은 머리와 거대한 두 발톱이었다. 당신은 비켜섰고, 그리고 작은 배를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이것은 당신이 표류중에 가라앉지 않게 만들었다.


(여긴 어디지?)

아래는 가늘고 부드러운 모래알이 있었다. 당신은 천천히 상반신을 곧추세웠고, 시야에는 해수면이 있었다. 물결은 더 이상 사나워지지 않았으며, 땅에 닿자마자 조수가 두 발을 긁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당신은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비록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당신은 자신이 어떤 섬 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무인도일까?




(1)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다.) ← 선택

(생명체의 흔적을 찾다.)

(해안을 따라 걷다) 


햇빛이 마침 좋아 꿈에서 깨어났다. 당신의 옷가지가 바짝 말라 있었다.



(2)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다.)

(생명체의 흔적을 찾다.) ← 선택

(해안을 따라 걷다) 


당신은 움직이는 무언가를 보고 그것을 쫓았다. 칼리반*일까, 아니면 프라이데이**일까? 당신은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중 무인도의 유일한 원주민

**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중 로빈슨에 의해 구출된 야만인 죄수


전투 개시



(3)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다.) 

(생명체의 흔적을 찾다.)

(해안을 따라 걷다)  ← 선택 


'그녀'는 이 파도가 해안을 때리며 읊조리는 영원한 애도의 음악이 연주하는 여신이 아니다.


'그녀'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수많은 윤회 속에서 그녀는 영세에 속박되어 외딴 섬에 갇혔고, 굴레는 영혼 위에 놓여 있었다.


밀물이 지나고 뒤집히는 사이에 잊혀진 것이 고요히 사라졌다.


누군가 애절한 시선으로 오래도록 '그녀'를 바라본 적이 있었다.


누군가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적이 있다.


누군가 일찍이 '그녀'를 위해 법을 시행한 적이 있다.


누군가 또 '그녀'의 일부를 가져갔었다.


'그녀'는 한때 완전했지만 시간에 의해 벗겨지고 해체되었으며, 그녀가 백년 동안 겪었던 끔찍한 악몽, 지금까지 시간은 의미가 없다.


무엇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의 '그녀'는 존재하는 것일까?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없었다.


결국 오랜 불변 속에 변수가 하나 생겼다.


ㅡㅡ누가 이 외딴 섬에 살고 있을까?



외딴 섬을 유랑한 페르난디 왕자도 아니며, 섬에는 추악한 외모의 칼리반도 없었고 표류하는 로빈슨도, 우둔한 충성을 바치는 프라이데이도 구하지 못했다.


반복되는 상황은 절망적인 구조를 기다리며 먼 곳을 바라보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물짜기, 고기잡이, 생활…. 윤회의 기억은 황무지에 대한 모든 예기치 못한 처리와 생존의 기교를 모두 만족시킨다.


당신은 돌벽에 흔적을 새기고 마음속에서 시간을 세었다.


용은 결코 예정대로 오지 않았다. 이야기의 줄거리에 약간의 변동이 생겼다. 당신은 확실히 세계의 경계에 와 닿았다.



그때 당신은 악룡의 눈을 맞이했다.


일격은 적중했다. 용은 통증으로 몸을 뒤척이며 예전의 유연함과 균형을 잃었다. 배는 그 순간 뱃머리를 젖히고 앞으로 나아갔다. 선체는 흔들리고, 용은 관성에 의해 바다로 떨어졌고, 당신도 노를 안고 함께 물에 빠졌다.


바닷물이 머리 위를 지나고, 틈새 하나 없이 코를 파고들었다. 머리를 위로 젖히고, 노를 꼭 껴안자, 악룡이 바다에서 휘젓는 파도가 당신을 멀리 밀어냈다.


질식감, 무중력감, 감각이 박탈되기 시작하고 당신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간다.



ㅡㅡ당신은 모래사장에서 깨어나 같은 풍경을 보고 천천히 몸을 추스른다.


세계의 변화와 이야기의 전개는 캐릭터를 움직이고, 캐릭터의 마음과 행동은 이야기에 영향을 미친다.


마치 긴밀하게 연결된 거미줄처럼, 머리카락 하나가 온몸을 움직이게 한다.


스토리텔링은 사라지지 않으며, 당신은 이미 대처할 준비가 되어있다.







Chapter 4. 시골 마을


ㅡㅡ당신은 날아올랐다.


그 장대한 서사시에서의 진정한 용살자 영웅 지그프리드도 용을 다스리고 갔을까?


혈관은 확장되고, 심장은 고동쳤다. 당신은 악룡의 손톱을 한사코 움켜쥐자 손바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팔뚝이 시큰거리고, 펄럭이는 광풍이 휙휙 지나가서 거의 눈을 뜰 수 없었다.


당신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


두 다리에 힘이 빠지고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급급해 힘겹게 눈꺼풀을 들썩였다.


하얗고 광활한 천지가 눈에 들어왔다.


발 아래 산천과 구릉, 임야와 황량한 사막을 이미 넘어갔다.


멀리 밥 짓는 연기가 나부끼고, 작은 마을이 산과 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피리 소리가 갑자기 급박하게 변하고, 용이 포효 소리를 내며 아래로 내려앉기 시작하고, 예상치 못한 변동으로 가슴이 뛰었다. 용은 구릉의 장벽을 스치고, 마을 쪽으로 빠르게 달아나고, 눈앞의 그림은 흐릿하게 빛깔이 변하고, 강렬한 현기증이 밀려오고, 손가락에 힘이 빠지고, 손바닥은 미끄러졌다.


당신은 허공에서 떨어지고 거대한 용은 맴돌다가 돌아갔다. 다행히 당신은 천장 위에 떨어져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마을




마을에 거대한 용이 나타나 소동을 빚었다. 마을 사람들은 농기구와 무기를 들고 왔고, 무장한 채 달려갔으나 당신만이 천장에서 천천히 기어내려와 마을 사람들과 눈이 휘둥그레졌다.




(1)

(자기소개를 하다) ← 선택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다)

(잠시 머물고 곧 떠날 것임을 설명한다)


설명에도 마을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풀리지 않았고, 철벽처럼 당신 앞을 가로막았다.


농부

우리는 외래인을 환영하지 않아.



(2)

(자기소개를 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다) ← 선택

(잠시 머물고 곧 떠날 것임을 설명한다)


청년A

너는 그 피리를 부는 녀석과 한패냐?


청년B

용이 데려왔다고?


중년A

재앙이다! 재앙이야! 재앙이 우리 마을에 온다!


중년B

물러가라! 물러가라!


전투 개시





마을 입구



당신은 마을 입구를 배회하다 목적지와 방향을 잃었고, 여성의 애타는 외침이 당신의 눈길을 끌었다.


부인

미이! 미이!


부인

너 어디갔니!



(1)

(무시하다) ← 선택

(앞으로 나아가 물어보다)


당신은 부인이 앞서 당신을 쫓아낸 마을 사람들 중의 한 사람임을 알아보고, 쓸데없는 일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당신은 이곳을 떠났다.


부인

흑흑...


(2)

(무시하다) 

(앞으로 나아가 물어보다) ← 선택


당신은 앞으로 나서서 그녀에게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부인

미이가 없어졌어요… 제 미이가 사라졌어요.


부인

온 마을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어요!


부인

용과 마물이 있다고 모두 마을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부인

설마 미이가 설마 용의 동굴로 간 거 아닐까요? 그 이상한 피리 소리에 넘어가버린 걸까요?


부인

다 제 탓이에요! 전부 제 탓이라고요!


(2-1)

(당신은 그녀를 도와 미이를 찾겠다고 말한다) ← 선택

(당신은 자신에게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먼저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어디서부터 찾을 것인가?


(2-1-1)

(몰래 마을에 잠입하여 실마리를 찾는다) ← 선택

(아낙네들 사이에서 말하는 '용의 동굴'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전투 개시


(2-1-2)

(몰래 마을에 잠입하여 실마리를 찾는다)  

(아낙네들 사이에서 말하는 '용의 동굴'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 선택


그녀는 수많은 윤회를 거치며 시간의 긴 강을 거슬러 올라가 인간 세상의 소란 위에 떠돌았다.


그녀는 아첨하는 미소, 흐느끼는 얼굴, 열정적이고 냉철한 태도를 두 눈에 담았다.


그녀는 그녀는 한때 화려한 궁전, 아름다운 정원, 우아한 향기를 뽐내는 인공 호수를 거닐었다.


그녀는 경작되지 않은 마른 들판, 산책로가 흩어져 있는 들쭉날쭉한 바위, 세상의 가장자리까지 뻗어 있는 불모의 둔덕, 어두워지는 수평선을 보았다.


악룡의 긴 날개 아래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래서 그녀는 마술피리를 불었다.


영혼은 떠돌기 시작했고 그녀는 목소리로 그림자를 자르자 몸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는 무수한 아픔을 느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경멸하는 소리는 그녀의 몸에서 벗겨졌고, 악의와 오해는 허무해졌고,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고, 그녀는 자신의 소망을 보았다.


그녀는 곡식을 가득 심은 기름진 논밭, 양떼가 노닐고 있는 언덕을 보았다.


그녀는 풀로 덮인 평원, 꽃이 만발한 제방을 보았다.


그녀는 용솟음치는 낭만적인 해변, 폭풍우 뒤의 무지개 노을을 보았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위대하고 낭만적인 진경을 보았다.


평화롭고 생기가 넘쳐 흐른다.


그것들은 실재한다.


악룡이 소멸한 후의 세계, 그녀가 사라진 후의 세계.







Chatper 5. 황무지



[길 잃은 사람]




당신은 황무지를 걸어가면서 용의 소굴이 이곳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갔고, 이 땅 가장자리에 펼쳐진 황무지의 지평선은 새카맣고 발 밑의 돌덩어리는 들쭉날쭉했다. 당신은 앞쪽에서 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


(앞으로 나아가다) ← 선택

(길을 돌아가다)


당신은 한 어린 소년이 마물과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돌멩이를 들어 마물을 향해 던지려 하고 있다.


소년

난 네가 무섭지 않아!


(말린다) ← 선택

(구출한다)

(먼저 떠난다)


당신은 어린 소년을 막았고, 그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뛰어갔다.


소년

너, 너는 용사야?


소년

너도 악룡을 토벌하러 왔니?


소년

나?


소년

나도 용사야!



[부인]




당신은 마을 쪽으로 향하고 있다. 애타는 부인은 여전히 마을 어귀에서 배회하고 있으며, 당신은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향했다ㅡㅡ




(1)

(어디에서 어린 소년을 만났는지에 대한 정보를 부인에게 알려준다.) ← 선택

(구한 어린 남자아이를 부인 앞으로 인도한다.)


부인

감사합니다! 친절하신 분!


부인

미이를 꼭 찾아야 해요…. 애기 아빠…. 애기 아빠…. 미이 소식을 들었어요!


부인은 당신에게 인사를 하고 황급히 마을로 달려갔고 당신은 그 뒤를 따랐다.



(2)

(어디에서 어린 소년을 만났는지에 대한 정보를 부인에게 알려준다.) 

(구한 어린 남자아이를 부인 앞으로 인도한다.) ← 선택


부인은 뺨에 손찌검을 했으나 손바닥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한 울음소리로 변했고, 그녀는 몸을 숙여 자신의 아이를 꼭 껴안고, 아이의 이름을 되뇌었다. 마치 그것으로부터 어떤 힘을 얻기라도 하듯이.


부인

흑흑...


부인

미이...미이...우리 미이...


부인

괜찮아...괜찮아...


미이

괜찮아요, 전 멀쩡해요!


미이

진정한 용사님께서 절 구해주셨어요!


부인

당신은 정말로 용사님인가요?


(악룡을 찾고 있음을 나타낸다) ← 선택

(용사가 아님을 나타낸다)


당신은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부인

부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말아주세요!


부인

왕도는 며칠 전에 군대를 용의 소굴에 보냈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어요.


부인

듣자하니 왕국의 공주가 일찍 실종되었다고 하던데, 저는 당신이 용에게 잡혀가거나 아니면 이미 그 사악한 피리부는 사람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어요!


(2-1)

(자신은 이미 결정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 선택

(먼저 상황을 알아보고 행동하겠다는 뜻을 나타낸다)


부인

거대한 용은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랍니다.


부인

무기도 없이 당신은 맨주먹으로 건너갈 생각인가요?


부인

절 따라오세요.


부인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더 이상 당신을 방해하지 않고, 당신이 먼저 그녀와 함께 마을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2-2)

(자신은 이미 결정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먼저 상황을 알아보고 행동하겠다는 뜻을 나타낸다) ← 선택


부인

그럼 좋습니다, 젊은이!


부인

무턱대고 악룡을 찾아가지 마세요!


당신은 부인의 안내를 받아 마을로 들어갔다.





[대장장이]




이번에는 당신에게 욕설을 퍼붓는 마을 주민이 없었다. 부인의 안내에 따라 대장간에 들렀는데, 초라한 환경에 각양각색의 농기구들이 널려 있었다.


대장장이

너 미이인가 하는 그놈 구한 동네 사람 맞지?




(1)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한다) ← 선택

(자기는 보잘것없는 일을 도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대장장이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어디선가 낡은 철검을 발견하고 건네주었다.


대장장이

듣자니 용사라고 하더군.


대장장이

용사가 검이 없어서야 되겠나.


(2)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한다) 

(자기는 보잘것없는 일을 도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 선택


대장장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자기 수중에 있는 일에 몰두했다.



ㅡㅡ피리부는 자는 악룡을 조종해 죽음과 절망을 땅에 뿌린다.


ㅡㅡ용사는 기필코 험난한 고비를 헤치고 대지의 저편으로 가서 악용을 토벌할 것이다.


ㅡㅡ대망의 끝에서 용사는 사악한 피리부는 자를 물리치고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


이런 사연일까?


재앙의 소리는 오히려 이토록 온화했다.


마력이 깃든 피리 소리는 마치 홀로 황무지를 누비며 세상 끝으로 떠나는 음유시인이 길에서 부르는 악장 같았다.


왜 피리 소리와 함께 재앙이 오고, 왜 피리 부는 사람은 그치려 하지 않는가? 그것은 경고인가, 아니면 구조요청인가?


진실과 거짓은 지금 이 순간에 겹친다.


현실의 고래소리와 환상의 피리소리도...그렇게 애절하게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이런 물음에는 답이 없지만, 용과 동행하는 피리부는 사람이 곧 모든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투 개시



???

ㅡㅡ이길 수 없는 악룡, 고난을 버티는 용사.


???

ㅡㅡ피리부는 사람은 운명에 도전하는 망상을 품는다.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더욱 암울한 결말이 아닐까?



피리부는 사람

당신은 이미 마술피리의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악룡을 죽이는 방법 또한 알아야겠지요.


피리부는 사람

우리에겐 오직 단 한번의 기회뿐입니다. 저와 악룡의 생명이 소진될 때, 비로소 모든 것을 구할 수 있습니다.



피리부는 사람

역시 소용없군요... 우리가 악룡을 격파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피리부는 사람

이 마지막 방법밖에는...



???

ㅡㅡ피리 부는 사람의 마술피리는 그녀를 악룡의 운명과 연결시켰다.


???

ㅡㅡ이것이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악룡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ㅡㅡ사악하기 그지없는 피리부는 자! 웃기기 그지없는 피리부는 자! 헛수고를 하는 피리부는 자...


???

ㅡㅡ그녀는 너의 검 아래서, 거역할 수 없는 운명 아래 쓰러질 것이다.



전투 종료







Chapter 6. 왕국의 도시




[성문]




악룡은 마지막 숨결을 내뿜기 직전 하늘로 날아갔고, 당신은 악룡의 자취를 추적하여 성문으로 향했다. 성문은 이미 파괴되었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으며, 군대는 피와 살로 성문과 배후에 있는 백성을 호위하며 마물의 침입에 저항했다.


(군대를 도와 전세에 합류한다) ← 선택

(악룡의 종적을 추적하는 데 전념한다)


공주의 초상화 획득



테라스




불빛과 화약 연기가 온 성을 가득 메우고, 악룡은 보이지 않는 죽음의 날개를 펴 성채 쪽으로 날아갔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고, 울부짖었다. 모든 것이 처음과 다를 바 없었다. 울부짖음이 귓전을 가득 채웠고, 당신은 사람들이 도망치는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당신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꿈속에서 소녀가 서 있는 테라스가 있었고, 악룡이 그 위에 도사리고 있었다. 궁궐 안으로 침입하여 궁궐이 텅 비어있었고, 마물이 횡행하고 있었다. 당신은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앞으로 나서서 구조한다)

(곧장 테라스 쪽으로 간다)



전투 개시



???

ㅡㅡ그대의 삶은 곧 연극일지니, 막을 내릴 시간이 다가왔도다.


???

ㅡㅡ세상의 진실을 보라, 이 운명의 끝을 받아들여, 연극의 막을 내린다.


???

ㅡㅡ제 아무리 허약해진 용일지라도, 여전히 무적의 존재.


???

마침내 악룡의 발톱이 용사의 가슴을 관통한다. 모든 것은 숙명, 아아! 비극은 이처럼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구나.


악룡 처치




"나는 호두껍데기 속에 갇혀서도

나 자신을 무한한 공간의 왕으로 여길 수 있네"



"햄릿"

슬프도다! 너희들은 진정한 예술의 탄생을 가로막았구나. 악룡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할진대...


"햄릿"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이는 무대 위의 배우일 뿐이다.


"햄릿"

이 모든 것이 완벽과 슬픔으로 환원되도록, 본인이 직접 막을 내릴 수밖에 없겠구나.


"햄릿"

한 번의 잠으로 우리는 마음의 아픔과 육신이 물려받은 수천가지의 괴로움들을 끝낼 수 있다. 이것이 그리도 경건히 바라던 성취의 극치가 아닌가! 


"햄릿"

지금은 한밤중, 무덤은 아가리를 벌리고 지옥 또한 독기를 이 세상에 내뿜는다.


"햄릿"

포악한 운명의 화살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 세상의 끝없는 고통에 맞서 싸우는 것, 어느 쪽이 더욱 고귀한가?


"햄릿"

여기에, 침묵만이 남을지니.


"햄릿"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전투 종료






어둠을 밝힌다, 꿈결처럼,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밝은 날개를 편다.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나타나며, 밤에 태어나고, 새벽에 죽는다.

세상 사람들은 애걸복걸하며 원하는 것을 갈망한다.

ㅡㅡ그것은 무엇인가?*


*'투란도트' 공주의 첫 번째 수수께끼, 정답은 '희망'




용사는 용을 베었다. 악룡은 이미 죽었다.


악룡은 사람들의 지난 날을 파괴하고, 사람들의 미래에 영광을 더해주었다.


사람들은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용사의 전설이 대륙의 한 뼘 한 뼘 땅에도 퍼졌고, 사람들은 같은 노래를 불렀다.


저주 속에 영원히 피어나지 않는 꽃들이 산과 들에 휘날리고, 바람은 다시는 소녀의 유골을 지나가지 않을 것이며, 빗물은 따뜻한 기운으로 졸졸 떨어지지만 더 이상의 폭풍은 없을 것이다.



아침해가 뜨고 소녀가 보는 만물을 비추니 호수는 반짝반짝 빛나고 산봉우리는 밝고 장대하다.


피리를 부는 소녀는 산천을 넘어 호수를 지나갔다.


소녀는 대지 위를 걷고 있다.


그녀는 두 발로 딛고 두 눈으로 증명했다.


그녀는 곡식을 가득 심은 기름진 논밭, 양떼가 노닐고 있는 푸른 언덕을 보았다.


그녀는 풀로 덮인 평원, 꽃이 만발한 제방을 보았다.


그녀는 낭만적인 바닷가, 비바람 뒤의 붉은 노을을 보았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위대하고 낭만적인 진경을 보았다.



아득히 먼 곳에 피리 소리가 들려오고, 악룡이 길게 울부짖고, 용사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ㅡㅡ


열렬한 목소리가 그녀의 세상에 활짝 피어나고, 한 줄기 빛이 이 끝없는 어둠을 찌르며, 마침내 모든 것이 변화했다.


그녀는 깨어있는가? 그녀는 꿈을 꾸고 있는가? 소리는 그녀의 부르짖음인가?


흩어진 기억들이 서서히 모여들고, 수많은 소리들이 황폐한 의식의 바다에 모여 가냘프고 미세한 리듬을 이루며 흔들린다.


소녀가 눈을 뜨자 세상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조수가 밀려난 후.


소녀는 대지 위를 걷고 있었다.


그녀는 두 발로 딛고 두 눈으로 증명했다.


어둠이 내려오자 첫 별이 빛나기 시작하고, 별이 돌고 돌아 하늘의 성채가 광휘로 가득찼다.


휘돌던 발걸음이 멈추었다. 떼지어 날아온 새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오래도록 맴돌았고, 소녀는 보라색 꽃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몽환인 것처럼.


하늘은 아주 높고 멀으며, 밤은 손을 뻗어 만질 수 있을 만큼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가는 도중에 본 여러 가지 진기한 광경은 모두 기적이었다.


가슴의 코어 파츠가 시큰거리면서도 만족스러웠다. 참으로 묘했다...오랜만의 느낌이다.


그 기이한 느낌은 그녀에게 단단히 붙어 그녀가 지금 이 순간을 쏟아내고, 말하고, 나누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니 아득한 대지가 텅 비어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 여기에 있길 바랄까?


그녀는 누군가와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어할까? 그녀는 누구에게 이 모든 것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고 싶을까? 그녀가 어떤 것을 매개로 마음을 반복적으로 그려왔을....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머릿속의 기억은 연기처럼 아련하게 흩어지고, 오직 한 가닥의 뭉쳐진 가느다란 리드선만이 묶여 있는데, 리드선을 건드리자 순간 소녀는 마치 감응을 받은 듯 고개를 들었다.


이 순간 유성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ㅡㅡ아름다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는 듯한 노래가 무심코 입술과 이 사이로 흘러넘쳤다.


먼 하늘 위에 무엇이 있을까?


별 사이에 누가 있을까?


소녀는 생각했다.




에덴에 인공 밤이 찾아왔고, 침실 내 조명 시설은 자동으로 야간 모드로 전환됐다.


마지막 구절을 남기고 붓을 떼야 하지만, 감정이 봇물처럼 밀려와 이 순간에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소녀는 오랫동안 숙고했다.


펜끝의 잉크자국이 물들기 전, 이야기의 결말 뒤에 그녀는 펜을 들어 가슴에 떠오르는 시구를 썼다.



나는 네게 내가 지켜왔던 나 자신의 핵심을 바친다ㅡㅡ

구절로 엮어내지 아니하고, 꿈으로 흥정하지 아니하고,

시간, 기쁨, 역경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의 심장을.


나는 네게 너의 생명 대하여,

너 자신의 이론에 대하여,

너에 대한 진실되고 놀라운 소식들을 바친다.


ㅡㅡ나는 무엇으로 너를 붙잡을 수 있는가?*


*『두 개의 영문 시』(Two English Poems)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연극이 구축한 세계는 서서히 해체되고, 영상은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지며, 현실의 이목구비는 다시 몸으로 돌아온다.


한 손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아이라

...무슨 생각해요?




(1)

지휘관

(별거 아냐) ← 선택

(뭔가 시구가 떠올랐어)

(잠깐 정신 팔았어)


아이라는 캐묻지 않았다. 그녀의 온 관심은 셀레나의 연극에 쏠려있다.


(2)

지휘관

(별거 아냐)

(뭔가 시구가 떠올랐어)  ← 선택

(잠깐 정신 팔았어)


아이라

무슨 시구요?


지휘관

(《나는 무엇으로 너를 붙잡을 수 있는가?》) ← 선택

(보르헤스의 시)


아이라

...나는 네게 내가 지켜왔던 나 자신의 핵심을 바친다.


지휘관

(...그 시였나)

(어떻게 알고 있었어?)


아이라

황금시대의 유명한 시인과 작가 및 번역가의 작품 중 하나로 이미 역사의 옛 종이더미 속에 파묻혀, 공중정원의 신세대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았죠.


아이라

저도 셀레나한테 들었어요.


아이라

그녀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시고, 작품에 마지막 부분을 인용했었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어요.



(3)

지휘관

(별거 아냐)

(뭔가 시구가 떠올랐어)

(잠깐 정신 팔았어)  ← 선택


아이라는 자신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을 지켰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라

...당신의 이런 점, 셀레나와 참 비슷하네요.


아이라

갑작스레 정신을 놓더니 입에서 시구와 노래가 흘러나오고 입가에 신비한 미소를 짓죠...


비난도 조롱도 아닌 아이라의 낮은 어조에는 이해와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아이라

현실 바깥에 머무는 창작자는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어요.


세상을 마주할 때, 진실이든 환상이든 동일한 감정으로 거짓 없이 대한다.




아이라가 했던 말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아이라

그녀는 제가 봐왔던 자들 중에서 가장 이상주의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었어요. 성숙할 때는 결단력이 극에 달했고, 순진할 때는 비현실적인 낭만적인 생각들로 가득 찼었죠.


셀레나…익숙하고도 낯선 이름, 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아이라

이번에는 연극에서 무엇을 보셨나요?


아이라의 말에 상념이 끊어졌다.


지휘관

(그녀에게 간단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말이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다)

("햄릿"을 이야기한다) ← 선택


아이라

제 생각엔 당신이 '제 4의 벽'을 촉발한 것 같습니다.




(1)

지휘관

(제 4의 벽?) ← 선택

('햄릿'의 출현으로 벽이 깨졌다는 뜻이군)

(모르겠어)


제 4의 벽은 연극 용어로, 전통 연극 공연에서 관객과 배우를 분리하려는 부재의 벽을 말한다. '제 4의 벽의 파괴'는 현실과 극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주의 연극이 등장한 이후에 연극 공연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2)

지휘관

(제 4의 벽?) 

('햄릿'의 출현으로 벽이 깨졌다는 뜻이군) ← 선택

(모르겠어)


아이라

역시 '수석'님 답다고 해야겠네요?


(3)

지휘관

(제 4의 벽?) 

('햄릿'의 출현으로 벽이 깨졌다는 뜻이군)

(모르겠어)  ← 선택


아이라

'햄릿'의 기본 논리는 비극을 '최선의 해'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셀레나는 두 개 이상의 결말을 쓰더라도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그려낼 거예요.


(3-1)

지휘관

(그것도 이 기계가 '햄릿'이라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일까?) ← 선택

(그가 연극 데이터를 조작할 가능성은?)


아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햄릿》은 황금시대부터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유명했잖아요.


(3-2)

지휘관

(그것도 이 기계가 '햄릿'이라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일까?)

(그가 연극 데이터를 조작할 가능성은?) ← 선택


아이라

'햄릿'은 그런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모든 연출과 안배의 가공처리는 인위적으로 추가된 소스 데이터에 기초하여 소스 데이터에 따라야 해요. 이것은 하위 코드에 쓰여진 것입니다.




아이라

그래서 극 중 배우인 당신이 인물의 합리적인 행동을 통해 비극의 결말을 더욱 합리적으로 만들게 되면서 제 4의 벽을 뚫고 햄릿이 극에 직접 등장하게 된 겁니다.


아이라

사전에 기입된 일종의 연출 기법으로 놀랄 일은 아닙니다...





아이라

아무튼 악룡은 패배했고, '용사'와 '피리부는 사람'도 살아남았나요?


아이라

최후에 피리부는 사람은 여행을 떠났나요?


아이라

그전보다 이 결말이 더 마음에 드네요.




(1)

지휘관

(나도 그래) ← 선택

(혼자 여행길에 오르는건 너무 외로워)


아이라

피리 부는 사람이 혼자 여행길에 오르면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요?



(2)

지휘관

(나도 그래) 

(혼자 여행길에 오르는건 너무 외로워) ← 선택


아이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이라

...하지만 적어도 살아났어요. 모두가…살아남았어요.


지휘관

(응)

(살면 된 거야)


아이라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은 뒤 말을 돌렸다.


아이라

이미 세 가지 결말을 촉발했지만….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1)

지휘관

(내 생각엔 마지막 같은데) ← 선택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이라

그게 셀레나가 남긴 메시지의 전부일까요...? 다른....누락된 정보는 없었나요?


지휘관

이야기 속의 선원은 여행자를 언급했었어.




(2)

지휘관

(내 생각엔 마지막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 선택


아이라

왜 그런가요?


지휘관

(이야기에 또 무언가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어)

(뭔가 신경 쓰이는 걸 얘기해봐)





아이라

보라색 눈의 여행자요?


지휘관

난 그녀가 피리부는 사람과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해.


아이라

...어쩌면 그것들은 모두 이번 여행으로 인해 피리 부는 사람이 된 셀레나의 이야기를 대표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지휘관

그리고 선원이 언급한 것 중에 '세이렌의 노래'도 있었어.




지휘관

반즈.


반즈

음?


지휘관

지금 들리는 소리 어떻게 생각해?


반즈

이 소리는 '고래의 노래'처럼 들리지만 피난민들은 '세이렌의 노래'라고 불러.


지휘관

세이렌의 노래?


반즈

황금시대가 남긴 문헌에서 세이렌이 바다에서 노래로 선원을 현혹시킨 괴물이라고 나와있어.


반즈

세이렌이 노래를 부르면 선원은 넋을 잃고 배는 암초에 부딪혀 침몰한대.


반즈

그 소리와 적조는 곧 죽음이란 것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왜 그러한 부정적인 연관성이 발생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겠지.


지휘관

하지만...


반즈

...그래, 적조의 조수간만을 소리로 예측할 수 있던 것은 바로 이 적조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야.


반즈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사람을 깊이 유인하는 소리라기보다는 그것이 야기하는 결과의 측면에서 놓고 보면 그건 마치…적조가 몰아치는 소리에 가까워.


...




지휘관

저건 뭐지?


이 질문은 마치 조수 한가운데 있는 괴물을 놀라게 만든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몸부리치며 고개를 들자 묵직한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

——▅▂——▃▅▇——


필시 '세이렌의 노래'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홱 돌려 이곳을 바라보았고, 잔잔하던 적조도 갑자기 목숨이라도 얻은 듯 넘쳐나며 점차 주변 땅을 덮었다.



적조작전 당시의 기억이 머리에 떠올랐다.


기억 속 '세이렌의 노래'의 근원, 그 무서운 괴물이 바로 이 극의 작가다.


아이라

...!


지휘관

이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야.


아이라

혹시 선율은 기억나나요?




(1)

지휘관

(선원이 흥얼거리는 것을 들었어) ← 선택

(...)


선율이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2)

지휘관

(선원이 흥얼거리는 것을 들었어) 

(...) ← 선택


그 선율을 곰곰이 회상하였다.




마음 속으로 돌아갔다.


한 토막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이라가 단말기를 작동시켰다.


느린 박자의 부드러운 아리아 한 구절이 울려 퍼졌다. 


아마도 지금까지 자신이 들은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일 것이다.


음조는 점점 높아져 갔고, 그 순간 광활한 바다가 실제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것 같았다.


여성의 노랫소리는 실제 고래를 흉내낸 것이 아니며 듣기만 해도 선율의 의미를 깨닫게 만들어준다.


ㅡㅡ외로운 대왕고래가 꼬리지느러미를 흔들며 바다 속을 헤엄치고 있다. 해구 한가운데서 노랫소리가 울려퍼지지만 아무런 메아리도 들리지 않는다.


영탄의 끝에서, 외로운 대왕고래는 끝내 종족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미완의 노래로 남아있다.


지휘관

이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이라

네,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아이라

그녀는 진짜 바다를 본 적이 없어 아직 이 노래의 끝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어요.


아이라

만약 어느 날 진짜 바다를 보았다면, 그녀는 이 곡의 후반부를 작곡하겠죠.


아이라

그녀는 그렇게 말했어요.



곡이 끝나갈수록 점점 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ㅡㅡ그것은 드넓은 바다에 어울리는 노래이자, 잔잔한 아리아의 후반부였고, 깊은 바다에 빠진 외로운 고래떼의 무리였으며, 드넓은 바다를 처음 조우했을 때 바치는 가장 부드러운 찬가였다.


가히 완벽에 가까운 엔딩.



아이라

...그건 뭔가요?


지휘관

그 선율의 후반부.


아이라

...그녀는 진짜 바다를 봐야 이 곡의 후반부를 보완한다고 말했어요.


완벽에 가까운 엔딩 선율이 어떻게 그녀가 쓴 연극에 나올 수 있던 걸까?


두 단락의 기억 속의 멜로디가 너무 조화롭다.


온갖 종류의 대담하고 우스꽝스럽고 독선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라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과 흥분, 두려움에 휩싸인 아이라의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지휘관

다시 한 번 더 연극에 들어갈게.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라의 눈은 착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심지어는 억지로 억누르는 듯한 기쁨과 경건한 애원까지 보였던 것 같다. 다음 순간 그녀가 웃음을 터뜨릴지ㅡㅡ아니면 눈물을 흘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지휘관

걱정하지 마.


마치 내면의 격한 감정에 저항하듯 그녀는 몸을 약간 꼿꼿이 세웠다.


지휘관

그 선율, 또박또박 기억할테니까.


아이라

...좋아요.



아이라

부탁해요. 【지휘관 이름】.







너무 빡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