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과 아이리스꽃이 만발한 호숫가에서, 그녀들은 서로 지난날의 처지와 모든 인연의 일치, 그리고 해후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황색으로 칠한 부분은 해당 주차에서만 등장하는 파트임




Chapter 1. 어두운 숲



저 음유시인의 목소리를 들으라!

그는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본다

그는 귀로 듣는다,

그 거룩한 말을,

오래된 숲 사이를 거닐면서.

ㅡㅡ《경험의 노래》 서곡*


*《순수와 경험의 노래》 - 윌리엄 블레이크 中






...아.


아무니 좋으니, 살려줘...


우선 청각이었다.


하늘의 빛과 같은 휘파람 소리, 저주와도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시각이었다.


경계가 없는 어둠이 눈 사이에 걷히고 원추 세포가 빛을 다시 받기 시작한다.


이후 지각이 살아나 몸에 대한 장악력이 다시 돌아왔다.


시큰거리는 눈 언저리, 막힌 코, 뺨을 문지르는 짧고 날카로운 풀더미, 흙과 미세한 모래의 감촉으로 덮인 손바닥.


ㅡㅡ그러자 당신은 무거운 팔다리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무릎을 세워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당신의 오감은 점점 날카로워져 이곳이 새로운 장소임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모든 것이 막이 오른 것처럼 등장하였고, 신비스럽고, 길고, 투철한 어떤 선율에 따라 세상이 흐르기 시작한다.


숲은 어둡고, 사방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질적인 불빛이 하늘 위에서 가물거리고, 긴 용 그림자는 구름에 떠다니며, 사람들을 두렵게 한다.


신비한 선율이 땅 위에 메아리쳐 마치 사냥개를 끄는 호루라기 소리처럼 당신의 영혼을 사로잡기도 했지만, 이것이 피리 소리임을 깨달았다.


하멜른*의 마술피리처럼 교묘한 트릭이었다. 악룡이 날개의 아치를 날렵하게 끌어당겨 방향을 잡고 땅을 향해 재앙의 소리를 퍼뜨린다.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 그림 형제, 로버트 브라우닝


피리 소리가 당신의 귀에서 가늘게 울리더니 악룡이 날개를 펄럭이며 공기를 휘저어 더욱 우렁차게 만들었지만, 지금 그 피리 소리가 연기처럼 멀어지자 악룡도 흔적을 감추었다.


흰부리 까마귀들이 놀라 달아났다ㅡㅡ높은 나뭇가지에 있는 서식지로 돌아가자, 기류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모든 것이 고요로 돌아갔다.


그런데 당신은 왜 여기에 있지?


머리는 텅 비었고 몸에는 아무 물건도 없다. 함께할 사람도 없고 찾을 흔적도 없다.


또한 누가 종말의 피리 소리를 내면서 악룡을 끌고 재앙을 드러내 앞길을 가로막는가?


관자놀이가 울부짖고 희미한 기억 속 깊은 바닷고래가 머릿속에 떠오를수록 이내 빠르게 내려와 파도를 일으킨다. 심장이 요동칠 때마다 쓰라리고, 갑자기 변덕스러움을 느끼며, 거짓된 생각은 마치 누군가와 함께 하는 듯한 환각과 같다.


먼 길을 달려 긴 전투를 치른 뒤 시작점으로 돌아간 것처럼 갑자기 피곤함을 느꼈다.


그때 원초의 목적인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까지, 몇 번이나 해가 저물고 별이 보이기 전에 당신은 이 숲을 빠져나가야 한다.


먼 산 위에는 궁궐의 은빛 지붕이 하늘에 우뚝 솟아있었다.



[깊숙한 밀림]



앞쪽에는 검은 숲이 있는데, 대낮의 빛이 아무리 변해도 나뭇가지와 잎의 빛깔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조금 더 앞을 바라보니 나무도 기괴하게 자라있다.


(가서 끝까지 알아본다.) ← 선택

(속히 이곳을 떠난다)


숲의 그늘을 통과하자 당신은 마녀가 젊고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으로 나타나, 마법의 유지 아래 뜨겁게 피어오르는 무성한 꽃밭에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발견했다. 목소리는 나뭇가지의 그늘에 묻혀 조금도 새어나오지 않는다.




(1)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본다.) ← 선택

(앞으로 나서서 인사한다.)

(빠른 걸음으로 떠난다)


마녀가 늙은 모습을 드러내며 당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엄포를 놓는다. 당신이 눈을 돌리지 않자 마녀는 행동을 멈추고 깊은 눈빛만을 남긴 채, 이내 꽃밭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2)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본다.)

(앞으로 나서서 인사한다.) ← 선택

(빠른 걸음으로 떠난다)


마녀가 늙은 모습을 드러내자 당신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겸손한 태도를 취했고, 마녀의 존경을 받았다. 그녀는 원래의 젊은 얼굴을 되찾고 당신을 깊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림자가 꽃밭과 함께 사라졌고 그 자리에 은방울만이 남았다.





[마법]




당신은 마녀가 나타난 장소에 남아 진심으로 마녀의 도움을 청한다. 당신이 원하는 마법은...




(1)

(꽃을 피우는 마법) ← 선택

(악룡을 죽이는 방법)

(어떤 생명도 죽일 수 있는 마법)


모든 이야기에 등장하는 마녀가 공주와 씨름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야기의 초반에는 마녀와 공주 모두 아직 어렸다.


꼬마 마녀는 망토를 뒤집어 쓰고 모자를 비스듬히 썼고 큰 마녀는 그녀에게 살금살금 걸어가라고 당부했다. 본당에서는 함부로 모자나 망토를 벗을 수 없고, 난쟁이거나 난쟁이 행세를 취하는 것은 더욱 위엄있어 보이는 효과를 나타냈다.


그래서 그녀와 큰 마녀와 함께 복잡하게 얽힌 미로 같은 긴 복도, 붉은 궁궐을 지나 장중한 궁전에 이르렀을 때 이미 꼬마 마녀의 다리와 목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왕이 조각된 의자에 기대어 있는 것을 보았고, 꼬마 마녀는 왕이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왕은 큰 마녀에게 어린 공주를 위해 축복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이해했다.


어린 공주는 이제 겨우 14살로 꼬마 마녀와 비슷했다.


꼬마 마녀는 마녀의 나이는 비밀이라는 큰 마녀의 말을 생각했다. 그녀는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왕의 연설은 매우 길었고, 꼬마 마녀가 마법으로 궁전의 붉은 담요 밑에 300개의 괴상한 빨간 원을 그렸고, 이제 막 이야기가 끝났다. 왕이 손을 들어 마녀 일행을 별채로 데리고 오라고 했을 때 그녀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꼬마 마녀는 그녀가 쓰러지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며 800가지의 변신 마법을 시도할 수 밖에 없었고, 마침내 망토와 모자를 마치 먹이를 훔친 새에게 겁을 주는 허수아비처럼 남겨두고 몸은 몰래 뛰쳐나갔다.



꼬마 마녀는 높은 불빛 아래 그림자 속에 숨어 천천히 미로 같은 성을 헤매고 다녔다. 성채에는 숲에 없는 것들이 많이 있었고, 높고 당당하지만, 아름다우나 영혼의 냄새는 없었다.


꼬마 마녀는 호위병과 신하들의 그림자를 밟고 나갔다. 그녀는 마녀와 왕의 대화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감히 멀리 가지 못했다. 궁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영혼의 냄새가 덜했다.


인간의 몸은 점점 성장하나 영혼은 점점 작아진다.


그녀는 영혼의 빛을 찾아 정원 쪽으로 갔고, 영혼의 빛과 향기가 작은 나무꾼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작은 나무꾼은 말을 중얼거리고, 왔다갔다하며, 마녀를 아주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나무꾼의 등뒤에 있던 희끗희끗한 손과 작은 머리를 발견하였다.


영혼의 빛은 작고, 말랑말랑했다. 그것은 그녀와 비슷한 크기의 사람에게서 나왔다.


아름다운 사람은 보석 같은 보랏빛 눈을 가지고 있었고, 머릿속에는 신기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녀들은 하늘의 별들,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다, 숲의 작은 비밀과 마녀가 사는 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그녀가 공주임을 알게 되었고, 그녀는 그녀가 마녀임을 알게 되었다. 그녀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조리 나눴다. 공주는 꼬마 나무꾼의 말문을 트게 했고, 마녀는 꼬마 나무꾼을 움직이게 하여, 그녀들은 작은 정원에서 전설을 연출하였다.



며칠 동안 꼬마 마녀는 같은 방식으로 정원으로 갔고, 꼬마 마녀와 꼬마 공주가 친구가 된 줄은 아무도 몰랐다.


꼬마 마녀

배우고 싶은 마법이 있니?


꼬마 공주

난...꽃을 피우는 마법을 배우고 싶어.



이것은 무의미하다.



꼬마 마녀

네가 이야기를 다 들려주면, 내가 가서 이 마법을 배우고 너에게 가르쳐 줄게.



이것은 무의미하다.


큰 마녀는 꼬마 마녀를 꾸짖었다. 이런 마법은 무의미하다고.


복을 내리는 의식은 며칠 만에 끝나고 마녀는 숲으로 돌아갔다.


꼬마 마녀는 줄곧 무의미한 마법을 연구해 왔다.



악룡이 나타나던 해에 그녀는 성공했다.


그리고 세상의 진정한 꽃은 더 이상 피어나지 않으며, 공주는 소식이 끊겼다.





(2)

(꽃을 피우는 마법) 

(악룡을 죽이는 방법) ← 선택

(어떤 생명도 죽일 수 있는 마법)


숲 너머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마녀는 새벽 안개처럼 당신의 요청과 부름을 들은 것 같다. 그녀는 당신의 몸뚱이를 통해 당신의 영혼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마녀

당신은 이미 검을 가지고 있군요.


마녀

그것은 이미 용사의 검의 윤곽을 갖추었습니다.


마녀

그것에 주문을 걸어 나선을 자르고, 용을 죽이고, 세상을 구할 수 있는 힘을 드리겠습니다.


마녀

아이리스의 축복, 끊임없이 윤회하는 소녀의 유골의 결정체, 노래와 추억으로 그것을 담금질할게요.


마녀

아직 '노래'가 부족하니 노래를 가져오세요.


마녀

당신을 위해 진정한 용사의 검을 단조할 것입니다.




(3)

(꽃을 피우는 마법) 

(악룡을 죽이는 방법)

(어떤 생명도 죽일 수 있는 마법) ← 선택


당신의 간청은 숲의 바람소리에 먹혀들어 어둠이 내릴 때까지 마녀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불더미]




회백색 연기가 숲을 휘감고 있었고, 당신은 연기의 방향을 찾으려고 쫓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간다)


빈터에는 불더미를 태운 잔재와 잿더미만 남아 있을 뿐 사방은 아무도 없었고, 생명체의 기운도 없었다. 눈앞에서 꺼진 불더미를 바라보며, 당신은...




(1)

(잿더미를 뒤지기로 하다) ← 선택

(제자리에 남아 기다리다)

(앞으로 나아가다)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이미 꺼진 불더미를 뒤집어서 살펴보니, 본체의 뼈를 분간할 수 없는 잔존 흔적을 발견했고, 뼈의 반쪽을 떼어냈자 당신은 잿더미 아래에서 빛나고 있는 보석을 발견했다.


(2)

(잿더미를 뒤지기로 하다) 

(제자리에 남아 기다리다) ← 선택

(앞으로 나아가다)


당신은 이미 꺼진 불더미 옆에 앉아서, 누군가가 이곳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시간은 숲의 가장자리를 스치고, 당신의 눈꺼풀을 향해 천천히 닫는 마법을 부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수많은 도깨비 불이 불더미 위로 높이 날아올랐다ㅡㅡ


전투 개시


(3)

(잿더미를 뒤지기로 하다) 

(제자리에 남아 기다리다) 

(앞으로 나아가다) ← 선택


당신은 온 길의 반대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 불더미에서 멀어졌지만,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당신은 열매가 맺힌 검은 가시 덩어리를 발견했다.





[안식처]




어둠이 깊어지고 습기가 땅에서 솟아오르고 추위가 공기에서 새어나와 숲의 빛이 거의 다 흡수되는 것 같았고, 괴상한 그림자가 몸을 일그러뜨리며 모양을 바꾸어 조용히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멀리서 늑대와 성난 곰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그리고 앞길이 아득히 멀기 때문에, 오늘 밤을 지새우고 아침 해가 뜨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쉴 곳을 찾다.)


잠시 생각한 끝에, 당신은 여기서 밤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1)

(거미줄이 쳐진 거대한 교목에서) ← 선택

(올라가기 쉬운 낮은 교목 위에서)


당신은 깊은 잠에 빠졌고, 거미줄 위의 세 마리의 거미가 당신의 꿈을 엮어 놓았고, 당신은 불꽃과 외침, 끝없는 꽃의 바다, 선회하는 용, 높은 테라스의 소녀의 모습을 꿈꾸었다...그리고 이제 당신은 깨어났다. 아침 햇살, 앞길이 꿈처럼 겹쳐졌다.


(2)

(거미줄이 쳐진 거대한 교목에서) 

(올라가기 쉬운 낮은 교목 위에서) ← 선택


당신이 방금 교목의 가장 낮은 가지를 잡고 막 위로 올라가려는 찰나, 갑자기 나무 몸뚱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ㅡㅡ


전투 개시




[꽃과 깃털]




당신은 숲속을 헤매고,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해가 뜰 때 걷고, 해질녘에 쉬고, 달콤한 시냇물로 입을 헹구고, 숲 속의 나무 열매로 배를 채웠다. 당신은 숲 속에서 살아가는 기교를 점차 익히면서도 방향을 잃어가고 있었다.




(1)

(꽃봉오리가 가리키는 대로)  ← 선택 

(깃털의 안내에 따르다)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가다)


당신은 땅의 풀숲 사이에 긴 칼 모양의 잎사귀들이 작은 꽃봉오리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들은 연약하고 아름다웠다. 마치 어떤 계시와도 같았고, 그러나 앞으로 뻗어나가고, 마치 걸어가는 것 같았다. 당신은 같은 종류의 식물의 생육을 지향하는 방향을 따라 나아갔다.



'그녀'는 발소리가 가까워질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렸다가 조용히 나뭇가지와 잎사귀, 새싹을 늘어뜨리며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처음과 마지막의 안내를 했다.


이야기의 처음과 마지막에 보이는 경치는 모두 아름다웠다.


마지막 어둠이 내려가고 첫 별이 빛나기 시작하고, 해가 뜨고 달이 지며, 별이 돌고, 하늘의 성이 빛나고, 세상의 시간이 한없이 길어지며, '그녀'는 아름다운 모든 것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얼마 전 바다 건너의 습한 바람이 숲 한가운데로 '그녀'를 몰아넣자, '그녀'는 흙 사이로 빠지며, 온후한 대지의 어머니가 그녀를 감싸주었다.


끝없는 밤의 윤회는 뼈가루처럼 가냘프고 씨앗처럼 희망을 품었던 영혼의 모습을 끊임없이 엮어냈다.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고, '그녀'는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새로 태어난 어린 싹이 조금씩 흙을 뚫고 나와 부드러운 줄기 잎이 첫 번째 미풍에 닿았을 때, '그녀'는 크게 흔들렸다.


땅은 '그녀'를 낳고 '그녀'는 땅을 자양한다. 머리 위에는 별과 강이 빛나고, 깊은 숲속에서는 생령들이 속삭인다. 아무도 그 아름다움의 천만분의 일도 연주할 수 없는 참으로 신기한 악장이었다.


꿀벌과 나비가 휘돌고 반딧불이 반짝이며, '그녀'는 세계의 발랄한 생기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대지의 맥박과 연결되어 있다.


애초부터 '그녀'는 고고한 이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소원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겐 마음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녀는 만족한다.


(2)

(깃털의 안내에 따르다) ← 선택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가다)


당신은 어떤 회색 새가 떨어뜨린 깃털을 주워 들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점치려고 한다. 당신은 깃털의 안내에 따라 수원에 이르러 개울의 방향을 따라 길을 간다.


(3)

(깃털의 안내에 따르다)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가다) ← 선택


얄팍한 지식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먼저 방향을 잡고 일출의 방위를 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로 한다.




Chapter 2. 바다 위 외로운 배



굽이굽이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가자, 숲속의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거친 물소리에 차츰 가라앉았고 물은 앞으로 돌진하여 바다로 모여들었다.


당신은 이리저리 날뛰는 늑대와 멧돼지, 빛나는 방랑자 사이를 오가며 쫓아다니던 숲속 사냥꾼의 꿈에서 깨어났다. 맞은편에는 짭짤한 바닷바람과 방금 돛을 내린 범선이 있었다.


배와 육지 사이에 드문드문하게 선원들이 화물을 나르고 있었고, 구릿빛 피부는 바다의 파도가 무섭다는 사실을 묵묵히 호소하고 있었다.


당신은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선원은 물건을 훑어보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당신을 훑어보고 있었다.


당신은 앞으로 나아가서 예의를 갖추어 지리적 위치, 시간, 돌아가는 길을 물었다. 당신은 희미한 기억 속에 있던 나폴리를 묘사하고, 그들로부터 귀중한 진실한 인솔을 얻기를 바랐다.


어떤 사람은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어떤 선원은 당신에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화를 거절한다. 어떤 사람은 짧은 말을 남긴다. 어떤 사람은 말을 멈추고, 당신은 일일이 고맙다고 말한다.


당신은 현재 내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에 인가가 별로 없으며, 당신이 본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정보를 얻었다. 정박 중인 범선은 곧 다시 출항해 평화로운 왕국도시로 회항한다.


높디 높은 성벽이 시멘트 철근과 피로 축조되기 전, 악룡은 겹겹이 수비하는 군대의 수비를 뚫고 왕국의 보배를 빼앗아 왕국의 하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ㅡㅡ악룡. 그것은 꿈속에서의 악마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죽음의 날개를 펄럭이며, 기묘한 안개와 함께 악룡은 배를 전복시키고, 바닷속에 뭇사람의 유골을 바쳤다. 


선원은 문득 소리를 멈추고 눈에 해무 같은 구름을 드리웠다.


전쟁에 나간 영웅, 옛 친구, 심지어는 일찍 죽은 막내딸을 떠올리는 것 같다.


그는 결국 말을 돌려 당신의 왕래를 묻기 시작했다.



[승선]




선원

이것은 무슨 해피 아일랜드로 향하는 장난감 배같은 게 아니야.


이야기를 나눈 뒤 당신은 배를 타고 먼 왕국으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표했다. 기억 속의 나폴리는 선원이 설명한 도시와 같았지만, 온몸을 뒤져보니 무일푼이었다.




(1)

(보석을 건네주다) ← 선택

(배에서 품팔이 노릇을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선원

너...


선원은 당신을 보고 말을 꺼내려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당신의 승선 요청에 응했지만, 그 보석은 받지 않았다.


선원

이건 어디서 구한 건가?


선원

보라색 눈의 여행자에 대해 알고 있는가?


선원

아니...아무 것도 아니다.


(2)

(보석을 건네주다) 

(배에서 품팔이 노릇을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 선택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선원은 당신을 보고는 웃어보이는 듯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당신의 승선 요청에 응했지만, 일손의 내용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3)

(보석을 건네주다) 

(배에서 품팔이 노릇을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도움을 얻기를 바란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다.) ← 선택


선원은 당신을 바라보며 오래 전의 기억을 떠올린 듯했다. 그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승선 요청에 응했다.




선원

용을 본 적 있나?


선원

우린 오래 전부터 용을 본 적이 없었다네.


선원

'피리 소리와 함께 용이 온다.'


선원

그러나 처음 악룡이 등장했을 땐 전혀 징후가 없었어.


선원

유일한 법칙이라고는 악룡이 종종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었다.


선원

바다의 허리케인처럼 육지의 군중을 떠 올려 하늘에서 떨어뜨렸지. 그것은 마을과 사람들을 습격하여 파괴할 수 있는 모든 사물들은 닥치는대로 파괴했어.



[배 위]




배에 오르자 길을 안내한 선원이 당신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1)

(선실로 향한다고 한다) ← 선택

(갑판 위를 마음대로 거닌다고 한다)

(아무렇게나 걸어보고 싶다는 뜻을 표한다)


당신은 길을 안내하는 선원을 따라 선실로 향했다.


자신은 선미 위로 우뚝 솟은 배의 등불을 바라보았다. 메인 돛대 옆에 있는 선실의 벽에는 키가 크고 길쭉한 노와 적지 않은 수의 나무통이 놓여 있었다.




(2)

(선실로 향한다고 한다) 

(갑판 위를 마음대로 거닌다고 한다) ← 선택

(아무렇게나 걸어보고 싶다는 뜻을 표한다)


당신은 갑판 위에서 걸어다닌다.


놀랍게도 이 배에는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


삼삼오오 큰 아이들이 호를 따라 뛰어다녔다. 선원들에게 심하게 질책받거나 제지되지 않았고, 다만 바람처럼 비틀거리며 어른의 옆을 스칠 때 어깨를 움켜쥐고 덤덤하게 조심하라고 당부하였다.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는 우렁차고 마치 젊은 바다새처럼 갑판 위를 자유롭게 선회한다. 바닷물에 씻겨 반짝이는 갑판 위에 그들의 활동적인 모습이 비쳤고, 작은 발바닥이 바닥을 잽싸게 치며, 그들은 잔잔한 웅덩이를 뚫고 작은 물보라를 튀긴다.


아이A

하하!


아이B

이얍ㅡㅡ!


그들은 손에 있는 온갖 간단한 소품을 사용하여 웃고 떠들었다. 가지는 칼날이었고, 펄럭이는 시트는 응축된 연무였으며, 피어오르는 연기는 용의 숨결이었다.


아이들은 장난을 치며 모험의 전설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침대 옆에서 달콤한 동화를 들었다. 오랜 재난은 이 아이들의 눈 속에까지 번지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해가 해수면에 빠지자 선장이 명령을 내리고, 조타수가 방향을 잡자 선원들은 돛을 올려 닻을 갑판 위로 끌어올렸다.


디오파트라*의 안내를 따라간 배는 신중하게 해안선을 따라갔다.


*그리스 신화에서 포세이돈이 사랑했던 요정




며칠째 좋은 날씨가 이어졌고 바다 위에는 풍랑이 잔잔했다.


요즈음 당신은 줄곧 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숙직을 서고, 또한 아이를 재우고 있다.


어둠이 내렸을 때, 어린아이들은 잇달아 선실로 불려갔다. '용사'는 장검을 거두었고, 스스로 이불자락을 여미었다. '악룡'도 둥지로 돌아갔고, 오랫동안 잠들지 않고 어른들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잠들기 전 달콤한 이야기를 부탁한다.


배에서 들려주는 잠자리 이야기는 언제나 비슷하지만 요람의 침대 벨처럼 꿈속에서는 아름다운 패턴으로 바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사악한 용, 재앙이 닥치고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 자욱한 연기와 뜨거운 눈물이다.'


아이

그럼 나도 엄마 아빠랑 헤어지게 될까?


반복되는 이야기도 백 가지 이유를 낳는다. 맑고 순수하게 답을 갈구하는 눈망울을 바라보고 있을 때, 처음으로 당신은 거절하기 어려움을 느꼈다.


가끔은 아이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물어볼 때가 있다.




(1)

(엄마 아빠는 널 꼭 지켜줄 거야) ← 선택

(헤어지지 않을 거야)

(많은 사람들이 헤어지겠지)


아이

나도 엄마 아빠를 잘 지켜줄 거야!


꼬마 용자는 침대 옆에 있는 보검을 손에 넣으려고 더듬었다.


(2)

(엄마 아빠는 널 꼭 지켜줄 거야) 

(헤어지지 않을 거야) ← 선택

(많은 사람들이 헤어지겠지)


아이

그럼 난 크루루랑 헤어지게 될까?


아이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조그마한 목소리로 재확인했다.


(3)

(엄마 아빠는 널 꼭 지켜줄 거야) 

(헤어지지 않을 거야)

(많은 사람들이 헤어지겠지) ← 선택


아이

헤어지지 않으면 안 돼?





당신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의 엄마가, 아이의 베개로, 잠들기 전에 들려준 이야기의 끝은 ㅡㅡ 시냇물은 언제나 다시 흐르고, 꽃은 따뜻한 봄에 피고, 고향을 그리는 향수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용사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반드시 악룡을 이기고 공주를 구한다.


당신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보았지만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고, 다만 희망을 서서히 입가에 털어놓았다.


'용사는 악룡 토벌의 길에 올랐고, 용자는 다양한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온갖 고생을 겪었다.'


아이

용사 혼자서?




(1)

(마녀가 용사에게 도움을 주었어) ← 선택

(동료가 있었어)

(용사는 혼자였어)


아이

마녀는 뭐야?


(요술을 부리는 사람이야)

(마법을 부리는 사람이야)


'용사는 결코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아'



(2)

(마녀가 용사에게 도움을 주었어)

(동료가 있었어) ← 선택

(용사는 혼자였어)


아이

몇 명? 세 명? 나랑 크루루랑 사크랑 같이 있는 것처럼?


(응, 마치 하나의 소대처럼)

(같이 지내면서 많은 경험을 했지)


'용자 일행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악룡의 소굴에 도착했다.'



(3)

(마녀가 용사에게 도움을 주었어)

(동료가 있었어)

(용사는 혼자였어) ← 선택


아이

그럼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여정은 길고 재미가 없었어)


'용자는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마침내 악룡의 은신처를 찾아냈다.'





어둠이 짙어지자 선실 밖은 더욱 조용해졌고, 바람소리와 졸졸 흐르는 물소리만 여전했다.


노래가 갑판 위에서 바람이 잘 통하는 선장실에서 흘러나왔고, 조타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짧은 노래를 불렀다.


~바다 품속 깊은 곳에 우리 고향이 누워있다네. 떠돌이 배들이 그녀의 존재를 알고 그들은 노래를 부르며 이곳을 떠나 돌아올때도 해변에서 읊조렸다네~


~그녀는 평민에게 사랑받았고, 그녀의 품에 안겨 죽은 자들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했다네. 유랑객들이 바다를 거닐고 있으되 몽혼이 그녀의 경계를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누가 그녀를 잊으리? 우리의 고향이여~


~여로에서 태어난 아이는 얼굴도 못 보고도 해안선을 쫓는구나. 이별이 싫은 그녀는 바닷바람을 안고, 아이를 어루만지네~


파도에 맞서 싸우는 바다의 노래가 아니라, 부드럽고 여운이 남는 그리움의 노래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별 사이에 있든, 바다 위에 있든, 발 아래의 두꺼운 흙을 그리워한다.


숙직 선원들은 말없이 등줄기를 꼿꼿이 폈다. 먼저 한 사람, 이어서 두 사람, 세 사람이 함께 가볍게 흥얼거렸다.


노래 소리가 갑판에 떠 있고 선실이 이를 차단해 놓는 동안, 어머니들의 자장가가 마지막 음절에 떨어지기 무섭게 끝나지 않았던 잠자리 이야기가 마침내 마지막 대목까지 이어졌다.


....


'악룡은 둥지에서 깨어나 용사를 향해 몸을 돌려 포효했고, 그 소리는 귀청을 찢을 듯했다.'


'용사는 등뒤의 집을 지키는 악룡을 향해 정의와 용기를 상징하는 용사의 칼을 높이 쳐들었다.'


'용사는 말했다'


'대륙의 꽃은 다시 피어나고 공주는 왕국으로 돌아가고, 그대, 악룡은 나의 검 아래 죽는다.'


...


어린 고양이가 잠든 것처럼 흐뭇해하며 아이들은 영웅과 꽃들의 꿈길에 무사히 빠졌다.



[선원]




태양이 해수면에 잠겨 배의 밤은 흐릿했다. 오늘 밤 근무하는 선원 중 한 명은 키가 크고 창백한 피부를 하고 있으며 걸음걸이가 다소 부자연스러웠다. 그는 낮에는 항상 침묵하고 밤에 마음을 연다.




(1)

(바람을 쐬고 싶다고 표현한다.)  ← 선택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표시하다.) 

(선실로 돌아가 휴식하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열정의 물결은 '그녀'의 일부를 잇달아 앗아갔다.


파도는 '그녀'의 일부를 멀리 감쌌고, '그녀'의 또 다른 일부는 바람에 날려갔다.


바다는 범선을 안고 있고, '그녀'의 일부는 계속 가라앉아 낡은 난파선의 품 속으로 가라앉았다. 난파선의 황금 기둥은 비스듬히 서 있고, 수많은 보물은 해저에 침묵하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현세의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물 위를 떠돌며 헤매고 흩어지고 또 다시 모인다. '그녀'는 혼자 힘으로 돛을 올릴 수 없다. 죽은 자의 넋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혹시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게 있을까? 또 못다한 일이 있었을까? 이곳에 얽매여 긴 윤회를 거닐면서 영혼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마지막 부분은 빙빙 돌며 여행자의 머리카락 끝을 쓰다듬으며 먼 시선을 쫓는다.


그러나 '그녀'는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람소리와 물결치는 소리에 기도하듯 만나는 사람을 축복하며 향수의 가락과 어울렸다.


(2)

(바람을 쐬고 싶다고 표현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표시하다.) ← 선택

(선실로 돌아가 휴식하다.)


선실에서 멀리 떨어진 갑판 위에 선 채 선실 쪽을 바라보며 그는 당신에게 손짓을 했고, 당신이 다가오자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2-1)

(악룡 이야기를 나누다.) ← 선택

(선원 이야기를 나누다.)


선원

다들 자고 있나?


(끄덕이다)


그는 마음이 놓이는 듯 눈길을 돌렸다.


사향의 가락은 말미에 이르러 소리의 나팔을 누른 듯 조용해지자 야수꾼들의 마음과 정신을 고양시켰다.


그런 평온함이 예사롭지 않은 듯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던 옛 기억이 되살아나 선원이 말문을 열었다.



악룡은 재난 자체는 아닐지 몰라도 재난의 대표였다.


비단 악룡만이 아니라…마물, 전쟁, 질병, 굶주림…. 이들이 한데 뒤섞여 고난의 맛을 내었다. 세상은 모든 사람의 목을 조이고 생명을 삼키려고 한다.


이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



선원

사람들은 살고 싶어해.


많은 사람들이 집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 사람들과 헤어져 생의 끝까지 홀로 살았다.


선원

나중에 사람들은 악룡에 대한 두 번째 법칙을 찾아냈어. 악룡의 공격을 받을 확률은 바닷길이 육지보다 훨씬 낮고 마물도 육상보다 훨씬 적었지.


선원

많은 이들이 건조를 시작했고, 심지어 배를 빼앗기 시작했어.


선원

배가 하나씩 하나씩 미지의 바다로 떠나자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탈출하는 배표를 움켜쥐고 서로 밀고 당기며 발바닥을 밟으면서 붙잡을 수 있는 모든 것 하나 하나 손으로 집으려 했지.


선원

그때의 나는 아직 젊어서 그런대로 힘이 좀 있었지만, 사람이 많아도 정말 너무 많았어. 모두가 한데 모여서 밀쳐 올라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올라간 사람을 끌어내려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어.


사람들은 서로 밀고 당기며, 배를 움켜쥐고 숨을 들이쉬었다. 마치 남들이 보기 전에 폐를 몸에서 밀어내 선상 공간을 아끼려는 것 같았다.


선원

승선구의 널빤지는 오래 전에 짓밟혀 너덜너덜해졌고, 내 힘도 점차 몸에서 사라져갔기 때문에 결국 나는 둔한 방법을 썼었지.


선원은 조금 찢어진 자신의 다리를 두드리고는 눈을 내리깔고 무언가 웃을 만한 일이 생각난 듯 조그만 미소를 지었다.


선원

비록 서투른 방법이긴 하지만, 그것은 아주 효과적이었다네ㅡㅡ나는 널빤지에 몰래 발을 끼웠어.


선원

처음에는 너무 아팠어. 살갗에 나무 가시가 박혀서 뼈 사이로 천천히 밀려 들어가자ㅡㅡ내 발목은 뱃구멍에 단단히 박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


선원

너무 아팠어. 발도 아팠고, 배도 아팠어. 숨 쉬는 것조차 쓰라릴 정도였어. 난 어렴풋이 주의력을 돌리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단지 귀에만 온 집중을 돌릴 수 있었을 뿐이었다네.


선원

참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어. 모든 사람들이 분노하고 소리치고 울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어. 나는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ㅡㅡ하지만 상관없다. 결국 그 당시 모든 사람들은 하나의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ㅡㅡ반드시 배에 남아야 한다.



선원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음으로 인해 얼굴이 한결 평화로워졌다.


선원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빙빙 돌면서 대수롭지 않은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구먼. 네가 듣고 싶은 건 그게 아니지?


선원

밤도 깊었으니 오늘 밤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지.




(2-2)

(악룡 이야기를 나누다.) 

(선원 이야기를 나누다.) ← 선택


이 해역을 통과하기만 하면 이 여행의 종착지에 도달한다.


선원

암초, 폭풍우...아니면 용만 만나지 않는다면 단 하루도 안돼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몸집이 큰 선원이 뱃전 위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2-2-1)

(육지가 아닌 바닷길에서 용을 만날 수 있나요?) ← 선택

(당신...낮에 입을 연 적 있나요?)


선원

물론, 육지보다는 확률이 훨씬 낮지.


선원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원은 당신을 보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른 말을 꺼냈다.



(2-2-2)

(육지가 아닌 바닷길에서 용을 만날 수 있나요?) 

(당신...낮에 입을 연 적 있나요?) ← 선택


선원

하하하.


선원

관찰하고 규칙을 찾아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구만. 당신...


선원은 당신을 보고 잠시 멈추었다가 다른 말을 꺼냈다.



선원

처음에 나는 결코 선원이 아니었어. 나는 앞서 말했듯이 수많은 피난민 중 한 명일 뿐이었지.


선원

처음에는 악룡이 들판에 나타났다가 변두리 마을을 부숴 버리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도망쳤었어.


선원

나는 사람들을 따라 마을에서 성도까지 도망쳤는데, 이미 무엇이 우리를 쫓고 있는지 알 수 없었어. 그것은 용일 수도, 마물일 수도, 굶주림일 수도, 지친 몸일 수도, 사라진 희망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마치 물결처럼 사람들을 자갈마냥 걸러냈어.


선원

우리는 왕의 도성 아래에 이르렀고 도성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선원

우리는 성벽 발치에서 며칠을 지켰는데, 이미 건조된 양식이 얼마 남지 않았었어. 근위병은 길가에 널려 있는 돌멩이처럼 우리를 바라보았고, 어떤 이는 다른 곳으로, 또 어떤 이는 악룡의 메시지를 담아 황송히 성 아래로 내려갔지만 역시 문전박대를 당했다네.


선원

악룡은 허리케인처럼 마을을 휩쓸고 서서히 이곳으로 다가왔다.


선원

그 후 적은 수의 군인들이 소대를 이뤄 성을 나섰는데, 나는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어.


선원

이후 군대가 대거 포진해 어떤 사람이나 물건을 호송하는 듯해 난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네.


선원

왜냐하면 그 당시 나는 성난 경비병을 틈타 인솔자에게 허리를 굽혀 도시로 몰래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지.


선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안에 웅크리고 앉아 가끔 길가에서 드문드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하늘을 흘끔거리며 무언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어.


선원

그 후, 어떤 사람들은 바다에서 용의 공격을 받을 확률이 육지에서보다 훨씬 낮고, 마물도 육지에서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선원

사람들이 종말의 방주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바다 위를 떠돌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 중의 하나였어.


선원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 웃음으로 인해 얼굴이 한결 평화로워졌다.


선원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빙빙 돌면서 대수롭지 않은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구먼. 네가 듣고 싶은 건 그게 아니지?


선원

밤도 깊었으니 오늘 밤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지.



(3)

(바람을 쐬고 싶다고 표현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표시하다.) 

(선실로 돌아가 휴식하다.) ← 선택


당신은 선원에게 인사를 했다. 취기오른 바닷바람은 당신이 선실로 돌아가 옷과 함께 잠들게 하고, 기나긴 꿈을 꾸었다.




[옛 이야기를 하다]




바닷 바람은 잔잔하고, 당신은 매일 밤 이야기를 나누는 선원을 우연히 만났다. 그는 지금과는 다른 옛날 이야기를 하고, 귀향하는 뱃노래를 들려주고, 용이 가져다주는 재앙을 이야기한다.


선원

지난번에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악룡의 이야기) ← 선택

(선원의 이야기) ← 선택

(자신은 이야기에 관심이 없음을 나타낸다)


아마도 나이가 많은 탓일지도 모른다. 빙빙 둘러대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 일들을 수다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계속 듣고 싶다는 뜻을 나타내다)


선원의 수다스러운 이야기 속에서, 당신은 당시의 정경을 짜맞추었다.


돛단배는 정해진 궤적대로 움직이고 있었고, 밤이 깊어지자 해무가 서서히 덮여 동료들의 낯빛마저 희미해졌다.


그 종말의 방주가 달리기 시작한 이틀 동안, 배의 모든 승객들은 자신의 몸을 최대한 구부려 공간을 최대한 압축했다.


그들은 악룡의 습격을 피했다. 항구 거점은 연기와 불빛으로 뒤덮였고, 추악한 연기가 계속 하늘로 치솟았다. 그들은 배 위에서 군대가 왔을지도, 혹독한 싸움이 있었을지도, 혹은 육지 생물에 대한 악룡의 단순한 사망선고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그들은 재난을 피하고 닷새가 지나서야 사람들은 뒤늦게 종착지가 없고 앞으로도 배가 이렇게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여전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고난은 항상 함께 온다. 공간뿐만 아니라 음식, 담수,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자원은 시간의 무자비한 흐름 속에서 소모되고 폐의 공기처럼 압축되었다.


사람들은 매서운 겨울을 앞둔 나약한 동물처럼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지키며 작은 기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선원

그때서야 나는 배에 어린아이, 더 나아가 갓난아이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이런 어린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과 변고는 남겨진 사람들이 어찌할 바 모르게 만든다.


어린아이의 억눌린 흐느낌, 천진한 울음소리가 이를 뒷받침하지만, 그 어떤 작은 소리조차 표적이 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원과 마찬가지로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


선원

근데 아이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선원은 자신이 할 말을 곰곰히 생각했다.


선원

...여행자였어.


선원

7일째가 되던 날이었지.


많은 사람들이 식량의 양과 회항의 방위를 계산하기 시작했었다.


선원

간단한 상처 치료 정도는 스스로 처리했지만, 그때는 치료보다 상처를 숨기는 것이 더 중요했었지.


선원은 멈칫했다.


선원

사람들이 정확하고 현실적인 계산을 하는 동안 여행자는 최대한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이야기를 퍼뜨렸어.


선원

그녀는 남을 위로하며 밤중에 훌쩍이는 아이에게 악룡과 용사의 이야기를 속삭였지.


선원

쌀 한 조각이면 사흘을 살 수 있고, 고기 한 조각이면 닷새를 살 수 있어.


선원

옛날 이야기? 옛날 이야기로는 며칠을 살 수 있지?


선원

시와 희곡ㅡㅡ그래, 그 당시의 나는 머리를 싸매고 마침내 이 두 개의 까마득한 명사를 떠올렸지.


선원

그것은 배불리 먹은 귀족만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일 뿐이었어.


선원

그리고 그때 귀족들은 거대하고 튼튼한 성채에 웅크리고 세 겹으로 둘러싼 갑옷을 입은 군 병사들의 비호 아래 지루하게 저녁식사 메뉴를 고민할 뿐이었지.


선원

그들 중 누가 여기에 있었겠는가?


선원

단지 우리만이, 우리 아이들만이 여기 있을 뿐이었어.


선원

그런데


선원

분명 그것은 유치하고 순진하고 위선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였어.


위장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입술은 갈라지며 상처는 부어올라 아팠고, 선실 안의 사람들은 숨죽여 주위가 일말의 기척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마치 숲속에 있는 약한 동물들은 항상 바람이 부는 것을 경계하고 어두운 곳에서 호시탐탐 눈을 조심하는 것처럼.


바람이 잘 통하는 문짝이 내는 소리, 한밤중에 마른 기침, 갑자기 숨이 막히고 간간이 꾸짖는 소리, 맑은 샘처럼 속삭이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은 주목했다.


정글의 법칙은 여행자에게서 잠시 효력을 잃는 듯하며, 마법 같은 잠자리 이야기는 짜증스럽고 불안한 사람들과 때아닌 울음 사이에 가로놓여 밤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엮어 놓았다.


'태양은 지평선에서 솟아올랐고, 어두운 밤에는 별들이 하늘에 가득히 뿌려졌다.'


이야기가 유지하는 섬세한 균형에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카타르시스의 출구를 잃어버리고 안절부절 못하는 그도 혹시 이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귀를 가득 기울였다.


구구절절 희망, 용기, 승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가 본 젊은이들 대부분은 광채를 잃고 모험을 주저했다.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 떠돌아다니다가 돌아오게 될 고향의 땅은 초토화된 지 오래다.


마법의 강력한 위력을 본 적도 없고, 자신의 힘으로 마물에 대항할 사람도 없다.


악룡이 도시와 마을을 연거푸 무너뜨리는 와중에 용사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사기꾼.


그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낮과 밤이 바뀌고, 사계절이 번갈아 가자, 용은 죽고 대륙은 생기를 되찾고 사람들은 평화롭고 평온한 삶을 살게 되었다.'


사기꾼.


이야기가 원만한 결말을 맞자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감각이 잠깐의 평온한 환경 속에서 느려졌고, 피로감이 그의 힘겨운 거동을 휩쓸어, 그는 모처럼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꿈속의 미래에도 악룡이 존재해 여전히 세계를 향해 재앙을 뿌리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조금은 유치하고 순진하며 위선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비바람을 겪지 못한 아이들은 콤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들의 눈에는 빛나는 희망이 가득했다. 그들은 평온한 갑판 위에서 쫓고 쫓기며 소리를 지르고, 밤에는 편히 잠에 빠졌다.


그는 변방에 주둔한 전사처럼 선등 아래 머물렀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부랑자가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배의 조타수의 노랫소리가 나지막히 평화롭게 멀리 떨어진 고향을 노래하여 배를 탄 사람들의 마음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한다.


여행자는 항구에서 돛이 올리가길 기다렸고, 그들은 모두 용사로서 여정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밤, 젊은 선원은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선원이 꿈에서 깨어난 지금, 과거의 꿈은 물의 그림자처럼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현실을 비추고 있었다.


선원의 눈빛이 해수면에서 거두어져 당신에게로 떨어졌다. 그는 당신을 훑어보았다.


한참 동안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당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선원

너도 여행자 중 한명인가?


(...)

(기억이 나지 않아요)


선원

너의 눈은 내가 만난 첫 번째 여행자와 흡사하군.


(첫 번째 여행자?)


그러나 선원은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추운 밤에 흰 안개를 내뿜으며 하늘에 가득 찬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아득히 멀고, 은하수는 언젠가 보았던 한 쌍의 눈동자처럼 밝았다.


선원

어쩌면 용사가 될 수도 있겠지.


말문이 떨어지자 선원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내 웃음을 거두며 어깨를 두드렸다.


선원

오늘 밤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충분한가?


(여행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싶다는 뜻을 나타낸다) ← 선택

(먼저 선실로 돌아가 쉬고 싶다는 뜻을 나타낸다)


선원

나는 때때로 그 여행자가 과연 실재하는지 의심할 때가 있었다네.


선원

내가 그 여행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노래 때문이었지.


선원

'세이렌의 노래'


선원

네가 살아오면서 가장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무엇이었나? 어디서 들었나?


뱃사람의 상념은 멀리 떠 있는 것 같고, 밀려오는 파도 사이에서 흔들거리는 유구한 바다의 환상 같았다.


배 위에 서서 노래하는 소녀의 공허한 노랫소리는 마치 신령의 속삭임, 영구불변의 베이네뫼이넨*의 현신과도 같았다.


*핀란드의 민족 서사시 '칼레발라'에 등장하는 주인공, 노래의 주문의 신.


그것은 드넓은 바다에 어울리는 노래이자, 잔잔한 아리아의 후반부였고, 깊은 바다에 빠진 외로운 고래떼의 무리, 드넓은 바다를 처음 조우했을 때 바치는 가장 부드러운 찬가였다.


모든 것이 거짓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답고, 소녀는 기적에 싸인 외딴 섬처럼 홀로 서 있었다.


아직도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말의 판도라는 분명 열려 있었고, 상자 안에는 세상이 인간에게 드러내든, 혹은 그 반대가 되었든, 온갖 추악한 악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


바다의 광활함을 찬미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색빛 파도는 늘 치명적인 살의를 품고 있다.


별빛을 향해 미소지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기만 할 뿐, 어쩌면 이미 지워진 우주의 먼지일지도 모른다.


???

ㅡㅡ참으로 아름답워요.


???

여태 본 적 없는 풍경이에요.


두 눈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면모를 주시하고 있었다.


순진하기 때문에?


소녀의 말투는 진지하고 눈빛은 확고했다.


???

저는 악룡을 죽일 마법을 찾고 싶어요.


그녀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가리고 나서서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있을 때였다.


그녀가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훔친 고아들과 음식을 나눠 먹던 때였다.


그녀는 새로운 표적이 되어갔다.


선원

이것은 순전한 미련함일까?


지혜와 이성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배에는 두려움에 가득 찬 생존자들만 있었고 바다에는 외로운 돛단배만 있었다.


어떤 자들은 넋이 나가고, 어떤 자들은 화를 내며, 어떤 자들은 운명을 하늘에 맡겼다.


젊은 여행자는 서고에 있는 항해에 관한 책 내용을 떠올리며 간단한 형식의 기구를 만지작거리며 바다의 방위를 재었다.


승산이 없는 도박꾼이 운명의 키를 잡고 소녀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룰렛을 돌렸다.


황금 까마귀는 서쪽으로 가라앉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시선 아래 미지의 먼 곳에 육지의 흔적이 조금씩 드러났다.


선원

...오늘 밤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지.



(1)

(선원에게 '세이렌의 노래'의 가락 선율을 기억하는지 묻는다.) ← 선택

(선원이 자신에게 '세이렌의 노래'를 가르쳐 줄 수 있는지 묻는다.)


선원

바닷 노래에 관심이 있나?


선원

네가 오늘 밤에 들은 선원이 부르는 귀향의 노래는 바로 세이렌의 노래의 변주였다네.


선원

노랫소리가 전해져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시켰지.




(2)

(선원에게 '세이렌의 노래'의 가락 선율을 기억하는지 묻는다.) 

(선원이 자신에게 '세이렌의 노래'를 가르쳐 줄 수 있는지 묻는다.) ← 선택


선원

하하, 물론이지.


선원

네가 오늘 밤에 들은 선원이 부르는 귀향의 노래는 바로 세이렌의 노래의 변주였다네.


선원

노랫소리가 전해져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시켰지.


소품 획득 【세이렌의 노래 악보】





선원

암초, 폭풍우...아니면 용만 만나지 않는다면 단 하루도 안돼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몸집이 큰 선원이 밤새도록 지켜봤지만, 그의 누런 피부에는 별로 위축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뱃전 위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바다에서 용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선원

단지 육상보다 확률은 훨씬 낮을 뿐이다.


선원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다새는 낮게 날아가 갑판을 지나쳤고, 새벽 안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아이들은 여전히 꿈나라에 잠겨 있었다.


선장은 제이콥의 낚싯대를 만지작거리며 조타수에게 항해 방향을 조정하도록 안내했다.


선원들도 저마다 정신을 가다듬고 경각심을 더하기 시작했다.


이 해역을 통과하기만 하면 이 여행의 종착지이다.



탑 모양의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공기가 무거워질 조짐이 보였다. 조타수가 눈썹을 찌푸리자 선원들은 두세 번 돛대 아래에 모였고, 선두 주자들은 밧줄을 움켜쥐고 언제든지 돛을 내릴 준비를 했다.


공기 중에 폭풍우가 다가오는 기운으로 가득 차서 갑판 위에 있는 어린아이들도 한곳에 모였다. 그들은 약간 불안하게 동료의 손을 잡았지만, 이미 응급훈련을 받은 것처럼 한 줄로 이어져 당신의 안내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선실 안으로 들어왔다.


밤을 지킨 선원은 당신이 아이들과 함께 선실로 들어가 대피하라는 뜻을 나타내며 선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선원

폭풍우가 올 것 같구나.




(1)

(돛을 내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닻을 내릴 건가요?) ← 선택

(갑판 위의 물건을 고정해야 합니다)

(근처에 잠시 정차할 수 있는 육지가 있습니까?)


선원은 당신을 한 번 깊이 바라보더니 선내 사람들에게 선실 안의 물건을 고정시키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당부한 뒤 선실 문을 닫아걸고 선원들의 행동에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허락했다.


닻도 내릴 채비를 했다.


(2)

(돛을 내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닻을 내릴 건가요?)

(갑판 위의 물건을 고정해야 합니다) ← 선택

(근처에 잠시 정차할 수 있는 육지가 있습니까?)


선원은 당신을 한 번 깊이 바라보더니 선내 사람들에게 선실 안의 물건을 고정시키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당부한 뒤 선실 문을 닫아걸고 선원들의 행동에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허락했다.


또한 갑판 위의 물건들을 고정하라고 분부를 내렸다.


(3)

(돛을 내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닻을 내릴 건가요?)

(갑판 위의 물건을 고정해야 합니다)

(근처에 잠시 정차할 수 있는 육지가 있습니까?) ← 선택


선원은 당신을 한 번 깊이 바라보더니 선내 사람들에게 선실 안의 물건을 고정시키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당부한 뒤 선실 문을 닫아걸고 선원들의 행동에 동참할 것을 암묵적으로 허락했다.


해무가 너무 심해서 가까운 섬의 육지에 단시간에 도달할 수 없었다.




선원

우리는 잠시 항해를 멈추기로 했다.  용을 만나지 않고 살아남는 한에서 말이야ㅡㅡ


바다의 변덕스러운 모습은 단 한순간이었다. 첫번째로 떨어지는 소리, 과연 용의 포효일까, 천둥일까?


미처 분별할 겨를이 없었다.


처음엔 남쪽 바다에서 치솟은 허리케인이 몰아쳤다.


물결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거대한 짐승처럼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일으켰고, 온 힘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육상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던 모든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폭풍의 소리였다. 모든 호령과 울부짖음을 휘파람처럼 불렀다.


회색빛 물결이 마치 외로운 구렁이처럼 넘실거리며 끝없이 치명적인 사랑을 안고 튀어오른다ㅡㅡ


우리는 이야기의 소용돌이 속에 있고,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바다가 하늘에 솟구치자 옷이 구렁이처럼 몸에 찰싹 달라붙었고, 일종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같은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콩알만 한 빗방울이 위에서부터 내리꽂히면서 마치 불규칙하고 잔혹한 처형을 하는 것처럼 눈꼬리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고 시선은 흐려진다.


당신은 주변에서 잡을 수 있는 것들을 잡고 천천히 메인 돛대 옆으로 움직였고, 귓가에 맴도는 명령은 바람에 휩쓸려 가고, 머릿 속은 부조리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로브를 입은 대마법사의 복수가 몰고 온 비바람일까, 자유를 얻으려는 요정의 마법이었을까?


그렇다면 배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기적을 빌 수 있을까? 이 세상의 창조자는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선원

…나는 일찍이 폭풍우를 만난 적이 있었네. 용이 불러온 폭풍우였지.


선원

...


선원

악룡을 끌어내야만 폭풍우가 그칠 것이다.


이게 용이 일으킨 풍파일까?


세계는 언제나 재난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저주를 창조한다.


선원A

ㅡㅡ용!


선원B

ㅡㅡ용이다!


선원A

선실로 돌아ㅡㅡ! 배ㅡㅡ일으켜ㅡ!


용의 등줄기의 오목한 곳에는 물웅덩이로 가득 차 있었고, 수증기는 김을 내었다. 배를 끌고 출항하려 할 때 용은 몸을 일으켜 고인 물을 갑판 위에 쏟아 부어 거의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는 몸을 홱 돌려 갑판을 박차고 선실 앞을 향해 달려갔다.


거대한 그림자가 한순간 진공지대로 들어가는 듯 스쳐 지나갔다.


얼굴의 빗물을 급히 닦아내며 대화를 나누던 선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선실 앞을 지키고 있었고, 당신은 즉시 벽의 가느다란 노를 떼어낼 것이다.


찰나의 순간, 악룡은 꼬리를 물고 왔다. 비에 젖은 바닥과 기울어진 선체의 각도에 맞춰 노를 든 당신은 용의 눈을 겨냥하고 악룡의 방향으로 급강하한다ㅡㅡ


악룡이 몸을 뒤척이자 거센 파도가 하늘을 찔렀다.



무인도를 떠돌아 다니다



눈을 뜨자 맑은 하늘이 보이고, 공기 중에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당신은 높은 파도에 의해 당신이 떠 있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신은 외치고 있었다. 시야의 마지막은 용의 높은 머리와 거대한 두 발톱이었다. 당신은 비켜섰고, 그리고 작은 배를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이것은 당신이 표류중에 가라앉지 않게 만들었다.


(여긴 어디지?)

아래는 가늘고 부드러운 모래알이 있었다. 당신은 천천히 상반신을 곧추세웠고, 시야에는 해수면이 있었다. 물결은 더 이상 사나워지지 않았으며, 땅에 닿자마자 조수가 두 발을 긁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당신은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비록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당신은 자신이 어떤 섬 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무인도일까?




(1)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다.) ← 선택

(생명체의 흔적을 찾다.)

(해안을 따라 걷다) 


햇빛이 마침 좋아 꿈에서 깨어났다. 당신의 옷가지가 바짝 말라 있었다.



(2)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다.)

(생명체의 흔적을 찾다.) ← 선택

(해안을 따라 걷다) 


당신은 움직이는 무언가를 보고 그것을 쫓았다. 칼리반*일까, 아니면 프라이데이**일까? 당신은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중 무인도의 유일한 원주민

**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중 로빈슨에 의해 구출된 야만인 죄수


전투 개시



(3)

(모래사장에 누워 햇볕을 쬐다.) 

(생명체의 흔적을 찾다.)

(해안을 따라 걷다)  ← 선택 


'그녀'는 이 파도가 해안을 때리며 읊조리는 영원한 애도의 음악이 연주하는 여신이 아니다.


'그녀'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수많은 윤회 속에서 그녀는 영세에 속박되어 외딴 섬에 갇혔고, 굴레는 영혼 위에 놓여 있었다.


밀물이 지나고 뒤집히는 사이에 잊혀진 것이 고요히 사라졌다.


누군가 애절한 시선으로 오래도록 '그녀'를 바라본 적이 있었다.


누군가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적이 있다.


누군가 일찍이 '그녀'를 위해 법을 시행한 적이 있다.


누군가 또 '그녀'의 일부를 가져갔었다.


'그녀'는 한때 완전했지만 시간에 의해 벗겨지고 해체되었으며, 그녀가 백년 동안 겪었던 끔찍한 악몽, 지금까지 시간은 의미가 없다.


무엇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것일까, 지금의 '그녀'는 존재하는 것일까?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없었다.


결국 오랜 불변 속에 변수가 하나 생겼다.


ㅡㅡ누가 이 외딴 섬에 살고 있을까?



외딴 섬을 유랑한 페르난디 왕자도 아니며, 섬에는 추악한 외모의 칼리반도 없었고 표류하는 로빈슨도, 우둔한 충성을 바치는 프라이데이도 구하지 못했다.


반복되는 상황은 절망적인 구조를 기다리며 먼 곳을 바라보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물짜기, 고기잡이, 생활…. 윤회의 기억은 황무지에 대한 모든 예기치 못한 처리와 생존의 기교를 모두 만족시킨다.


당신은 돌벽에 흔적을 새기고 마음속에서 시간을 세었다.


용은 결코 예정대로 오지 않았다. 이야기의 줄거리에 약간의 변동이 생겼다. 당신은 확실히 세계의 경계에 와 닿았다.



그때 당신은 악룡의 눈을 맞이했다.


일격은 적중했다. 용은 통증으로 몸을 뒤척이며 예전의 유연함과 균형을 잃었다. 배는 그 순간 뱃머리를 젖히고 앞으로 나아갔다. 선체는 흔들리고, 용은 관성에 의해 바다로 떨어졌고, 당신도 노를 안고 함께 물에 빠졌다.


바닷물이 머리 위를 지나고, 틈새 하나 없이 코를 파고들었다. 머리를 위로 젖히고, 노를 꼭 껴안자, 악룡이 바다에서 휘젓는 파도가 당신을 멀리 밀어냈다.


질식감, 무중력감, 감각이 박탈되기 시작하고 당신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간다.



ㅡㅡ당신은 모래사장에서 깨어나 같은 풍경을 보고 천천히 몸을 추스른다.


세계의 변화와 이야기의 전개는 캐릭터를 움직이고, 캐릭터의 마음과 행동은 이야기에 영향을 미친다.


마치 긴밀하게 연결된 거미줄처럼, 머리카락 하나가 온몸을 움직이게 한다.


스토리텔링은 사라지지 않으며, 당신은 이미 대처할 준비가 되어있다.







Chapter 4. 시골 마을


ㅡㅡ당신은 날아올랐다.


그 장대한 서사시에서의 진정한 용살자 영웅 지그프리드도 용을 다스리고 갔을까?


혈관은 확장되고, 심장은 고동쳤다. 당신은 악룡의 손톱을 한사코 움켜쥐자 손바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팔뚝이 시큰거리고, 펄럭이는 광풍이 휙휙 지나가서 거의 눈을 뜰 수 없었다.


당신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


두 다리에 힘이 빠지고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급급해 힘겹게 눈꺼풀을 들썩였다.


하얗고 광활한 천지가 눈에 들어왔다.


발 아래 산천과 구릉, 임야와 황량한 사막을 이미 넘어갔다.


멀리 밥 짓는 연기가 나부끼고, 작은 마을이 산과 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피리 소리가 갑자기 급박하게 변하고, 용이 포효 소리를 내며 아래로 내려앉기 시작하고, 예상치 못한 변동으로 가슴이 뛰었다. 용은 구릉의 장벽을 스치고, 마을 쪽으로 빠르게 달아나고, 눈앞의 그림은 흐릿하게 빛깔이 변하고, 강렬한 현기증이 밀려오고, 손가락에 힘이 빠지고, 손바닥은 미끄러졌다.


당신은 허공에서 떨어지고 거대한 용은 맴돌다가 돌아갔다. 다행히 당신은 천장 위에 떨어져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마을




마을에 거대한 용이 나타나 소동을 빚었다. 마을 사람들은 농기구와 무기를 들고 왔고, 무장한 채 달려갔으나 당신만이 천장에서 천천히 기어내려와 마을 사람들과 눈이 휘둥그레졌다.




(1)

(자기소개를 하다) ← 선택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다)

(잠시 머물고 곧 떠날 것임을 설명한다)


설명에도 마을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풀리지 않았고, 철벽처럼 당신 앞을 가로막았다.


농부

우리는 외래인을 환영하지 않아.



(2)

(자기소개를 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다) ← 선택

(잠시 머물고 곧 떠날 것임을 설명한다)


청년A

너는 그 피리를 부는 녀석과 한패냐?


청년B

용이 데려왔다고?


중년A

재앙이다! 재앙이야! 재앙이 우리 마을에 온다!


중년B

물러가라! 물러가라!


전투 개시





마을 입구



당신은 마을 입구를 배회하다 목적지와 방향을 잃었고, 여성의 애타는 외침이 당신의 눈길을 끌었다.


부인

미이! 미이!


부인

너 어디갔니!



(1)

(무시하다) ← 선택

(앞으로 나아가 물어보다)


당신은 부인이 앞서 당신을 쫓아낸 마을 사람들 중의 한 사람임을 알아보고, 쓸데없는 일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당신은 이곳을 떠났다.


부인

흑흑...


(2)

(무시하다) 

(앞으로 나아가 물어보다) ← 선택


당신은 앞으로 나서서 그녀에게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았다.


부인

미이가 없어졌어요… 제 미이가 사라졌어요.


부인

온 마을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어요!


부인

용과 마물이 있다고 모두 마을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부인

설마 미이가 설마 용의 동굴로 간 거 아닐까요? 그 이상한 피리 소리에 넘어가버린 걸까요?


부인

다 제 탓이에요! 전부 제 탓이라고요!


(2-1)

(당신은 그녀를 도와 미이를 찾겠다고 말한다) ← 선택

(당신은 자신에게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먼저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어디서부터 찾을 것인가?


(2-1-1)

(몰래 마을에 잠입하여 실마리를 찾는다) ← 선택

(아낙네들 사이에서 말하는 '용의 동굴'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전투 개시


(2-1-2)

(몰래 마을에 잠입하여 실마리를 찾는다)  

(아낙네들 사이에서 말하는 '용의 동굴'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 선택


그녀는 수많은 윤회를 거치며 시간의 긴 강을 거슬러 올라가 인간 세상의 소란 위에 떠돌았다.


그녀는 아첨하는 미소, 흐느끼는 얼굴, 열정적이고 냉철한 태도를 두 눈에 담았다.


그녀는 그녀는 한때 화려한 궁전, 아름다운 정원, 우아한 향기를 뽐내는 인공 호수를 거닐었다.


그녀는 경작되지 않은 마른 들판, 산책로가 흩어져 있는 들쭉날쭉한 바위, 세상의 가장자리까지 뻗어 있는 불모의 둔덕, 어두워지는 수평선을 보았다.


악룡의 긴 날개 아래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래서 그녀는 마술피리를 불었다.


영혼은 떠돌기 시작했고 그녀는 목소리로 그림자를 자르자 몸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는 무수한 아픔을 느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경멸하는 소리는 그녀의 몸에서 벗겨졌고, 악의와 오해는 허무해졌고, 그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고, 그녀는 자신의 소망을 보았다.


그녀는 곡식을 가득 심은 기름진 논밭, 양떼가 노닐고 있는 언덕을 보았다.


그녀는 풀로 덮인 평원, 꽃이 만발한 제방을 보았다.


그녀는 용솟음치는 낭만적인 해변, 폭풍우 뒤의 무지개 노을을 보았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위대하고 낭만적인 진경을 보았다.


평화롭고 생기가 넘쳐 흐른다.


그것들은 실재한다.


악룡이 소멸한 후의 세계, 그녀가 사라진 후의 세계.







Chatper 5. 황무지



[길 잃은 사람]




당신은 황무지를 걸어가면서 용의 소굴이 이곳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갔고, 이 땅 가장자리에 펼쳐진 황무지의 지평선은 새카맣고 발 밑의 돌덩어리는 들쭉날쭉했다. 당신은 앞쪽에서 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


(앞으로 나아가다) ← 선택

(길을 돌아가다)


당신은 한 어린 소년이 마물과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돌멩이를 들어 마물을 향해 던지려 하고 있다.


소년

난 네가 무섭지 않아!


(말린다) ← 선택

(구출한다)

(먼저 떠난다)


당신은 어린 소년을 막았고, 그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뛰어갔다.


소년

너, 너는 용사야?


소년

너도 악룡을 토벌하러 왔니?


소년

나?


소년

나도 용사야!



[부인]




당신은 마을 쪽으로 향하고 있다. 애타는 부인은 여전히 마을 어귀에서 배회하고 있으며, 당신은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향했다ㅡㅡ




(1)

(어디에서 어린 소년을 만났는지에 대한 정보를 부인에게 알려준다.) ← 선택

(구한 어린 남자아이를 부인 앞으로 인도한다.)


부인

감사합니다! 친절하신 분!


부인

미이를 꼭 찾아야 해요…. 애기 아빠…. 애기 아빠…. 미이 소식을 들었어요!


부인은 당신에게 인사를 하고 황급히 마을로 달려갔고 당신은 그 뒤를 따랐다.



(2)

(어디에서 어린 소년을 만났는지에 대한 정보를 부인에게 알려준다.) 

(구한 어린 남자아이를 부인 앞으로 인도한다.) ← 선택


부인은 뺨에 손찌검을 했으나 손바닥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한 울음소리로 변했고, 그녀는 몸을 숙여 자신의 아이를 꼭 껴안고, 아이의 이름을 되뇌었다. 마치 그것으로부터 어떤 힘을 얻기라도 하듯이.


부인

흑흑...


부인

미이...미이...우리 미이...


부인

괜찮아...괜찮아...


미이

괜찮아요, 전 멀쩡해요!


미이

진정한 용사님께서 절 구해주셨어요!


부인

당신은 정말로 용사님인가요?


(악룡을 찾고 있음을 나타낸다) ← 선택

(용사가 아님을 나타낸다)


당신은 부인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부인

부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말아주세요!


부인

왕도는 며칠 전에 군대를 용의 소굴에 보냈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어요.


부인

듣자하니 왕국의 공주가 일찍 실종되었다고 하던데, 저는 당신이 용에게 잡혀가거나 아니면 이미 그 사악한 피리부는 사람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어요!


(2-1)

(자신은 이미 결정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 선택

(먼저 상황을 알아보고 행동하겠다는 뜻을 나타낸다)


부인

거대한 용은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랍니다.


부인

무기도 없이 당신은 맨주먹으로 건너갈 생각인가요?


부인

절 따라오세요.


부인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더 이상 당신을 방해하지 않고, 당신이 먼저 그녀와 함께 마을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2-2)

(자신은 이미 결정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먼저 상황을 알아보고 행동하겠다는 뜻을 나타낸다) ← 선택


부인

그럼 좋습니다, 젊은이!


부인

무턱대고 악룡을 찾아가지 마세요!


당신은 부인의 안내를 받아 마을로 들어갔다.





[대장장이]




이번에는 당신에게 욕설을 퍼붓는 마을 주민이 없었다. 부인의 안내에 따라 대장간에 들렀는데, 초라한 환경에 각양각색의 농기구들이 널려 있었다.


대장장이

너 미이인가 하는 그놈 구한 동네 사람 맞지?




(1)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한다) ← 선택

(자기는 보잘것없는 일을 도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대장장이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어디선가 낡은 철검을 발견하고 건네주었다.


대장장이

듣자니 용사라고 하더군.


대장장이

용사가 검이 없어서야 되겠나.


(2)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한다) 

(자기는 보잘것없는 일을 도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 선택


대장장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자기 수중에 있는 일에 몰두했다.



ㅡㅡ피리부는 자는 악룡을 조종해 죽음과 절망을 땅에 뿌린다.


ㅡㅡ용사는 기필코 험난한 고비를 헤치고 대지의 저편으로 가서 악용을 토벌할 것이다.


ㅡㅡ대망의 끝에서 용사는 사악한 피리부는 자를 물리치고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


이런 사연일까?


재앙의 소리는 오히려 이토록 온화했다.


마력이 깃든 피리 소리는 마치 홀로 황무지를 누비며 세상 끝으로 떠나는 음유시인이 길에서 부르는 악장 같았다.


왜 피리 소리와 함께 재앙이 오고, 왜 피리 부는 사람은 그치려 하지 않는가? 그것은 경고인가, 아니면 구조요청인가?


진실과 거짓은 지금 이 순간에 겹친다.


현실의 고래소리와 환상의 피리소리도...그렇게 애절하게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이런 물음에는 답이 없지만, 용과 동행하는 피리부는 사람이 곧 모든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투 개시



???

ㅡㅡ이길 수 없는 악룡, 고난을 버티는 용사.


???

ㅡㅡ피리부는 사람은 운명에 도전하는 망상을 품는다.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더욱 암울한 결말이 아닐까?



피리부는 사람

당신은 이미 마술피리의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악룡을 죽이는 방법 또한 알아야겠지요.


피리부는 사람

우리에겐 오직 단 한번의 기회뿐입니다. 저와 악룡의 생명이 소진될 때, 비로소 모든 것을 구할 수 있습니다.



피리부는 사람

역시 소용없군요... 우리가 악룡을 격파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피리부는 사람

이 마지막 방법밖에는...



???

ㅡㅡ피리 부는 사람의 마술피리는 그녀를 악룡의 운명과 연결시켰다.


???

ㅡㅡ이것이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악룡을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ㅡㅡ사악하기 그지없는 피리부는 자! 웃기기 그지없는 피리부는 자! 헛수고를 하는 피리부는 자...


???

ㅡㅡ그녀는 너의 검 아래서, 거역할 수 없는 운명 아래 쓰러질 것이다.



전투 종료







Chapter 6. 왕국의 도시




[성문]




악룡은 마지막 숨결을 내뿜기 직전 하늘로 날아갔고, 당신은 악룡의 자취를 추적하여 성문으로 향했다. 성문은 이미 파괴되었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으며, 군대는 피와 살로 성문과 배후에 있는 백성을 호위하며 마물의 침입에 저항했다.


(군대를 도와 전세에 합류한다) ← 선택

(악룡의 종적을 추적하는 데 전념한다)


공주의 초상화 획득



테라스




불빛과 화약 연기가 온 성을 가득 메우고, 악룡은 보이지 않는 죽음의 날개를 펴 성채 쪽으로 날아갔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고, 울부짖었다. 모든 것이 처음과 다를 바 없었다. 울부짖음이 귓전을 가득 채웠고, 당신은 사람들이 도망치는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당신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꿈속에서 소녀가 서 있는 테라스가 있었고, 악룡이 그 위에 도사리고 있었다. 궁궐 안으로 침입하여 궁궐이 텅 비어있었고, 마물이 횡행하고 있었다. 당신은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마물의 주의를 끌다) ← 선택

(앞으로 나서서 구조한다)

(곧장 테라스 쪽으로 간다)


'공주'의 처음 소원은 간단했다.


동화책과 이야기에 묘사된 세계는 매우 아름다웠다.


세계는 겹겹이 늘어선 궁전의 집합체가 아니었다. 물결은 온화한 모습만 있는 게 아니었으며, 해가 뜨고 달이 지는 것은 정원에만 갇혀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직접 보고 싶어한다.


악룡이 으르렁거리며 마을과 성읍을 파괴할 때, 귀족은 높고 견고한 성벽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공주'는 성을 떠나 '여행자'가 되었다.



'여행자'는 태양이 땅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보았고, 뭇별이 하늘에 쏟아지는 것을 보았으며, 천지가 전설처럼 광활한 것을 보았다.


그러나 척박한 땅이 어떻게 되살아나고, 헤어진 사람들이 어떻게 모여들며, 어떻게 재앙이 사라질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여행자'는 높은 산을 넘어 마을을 방문하고 호수를 지나 마녀가 사는 숲에 이르렀다.


'여행자'에 대한 마녀의 축복은 여행 중 타인에게 전해져 이미 약해지고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여행자'의 영혼의 빛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다.


마녀

어떤 마법을 배우고 싶니?


여행자

악룡을 죽이는 마법을 찾고 싶어.


마녀

지금의 난...널 도울 수 없어.


용사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용을 죽이는 용사의 검은 아이리스 꽃의 축복, 끊임없이 윤회하는 소녀의 유골의 결정체, 노래와 추억으로 담금질해야 한다.


마녀가 세 마리의 거미에게 '여행자'의 운명을 물었다.


거미는 거미줄에서 굳은 채 죽었고,  운명의 그물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마녀

우리가 다시 만날 때, 악룡을 무찌를 수 있는 마법을 줄게.


'여행자'는 아쉬워하며 떠났다.



그녀는 먼 소문을 따라 바다 위로, 이름 모를 섬으로 세계의 재난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 떠났다.


그녀는 아이에게 희망을 퍼뜨리고, 노래로 불안을 달래고, 어른에게 지식을 가르쳤다.


혹은 이런 이유로 그녀는 주목을 받으면서도 대중의 은근한 비호를 받았다.


여행자는 그들에게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주고, 배는 해안에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그들은 여행과 미래로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나 프로스페로 공작의 강력한 마법도 언젠가는 효용을 잃게 되어, 기적과 행운이 함께하지 않게 된다.



악룡은 폭풍우를 따라 오며, 이 순간 누군가는 마주해야 한다.


그것은 첫 번째 공주가 죽은 후였다.


그것은 첫 번째 여행자가 죽은 후였다.



마녀가 섬에 왔다.


그녀는 마녀의 눈물, 영혼을 불멸시키는 빛, 새하얀 유골로 마술피리를 만들었다.


첫 번째 피리 부는 사람이 나타났다.


영원한 용사도 나타났다.


수많은 피리부는 사람이 죽었다.


세상은 돌고 돌며, 소녀는 한순간을 기다린다.



'용사는 악룡을 향하고 등뒤의 집을 지키며 정의와 용기를 상징하는 용사의 검을 높이 쳐들었다.'


그녀는 꿈을 꾸는가? 그녀는 깨어있는가?


그녀는 도대체 누구인가?


공주, 여행자, 피리부는 사람이었다. 까마득한 잿더미였다.



바닷가의 유골, 바람이었다.



길을 인도하는 꽃, 용사의 검, 마술피리였다.


그녀는 극 중의 인물...인가?


그녀는 자신이 죽임을 당하는 광경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녀는 자신을 응시하고, 다시 되돌아와 응시했다.



긴 윤회 속에서도 보랏빛 눈동자는 한결같았다.


그녀의 눈은 후회의 흔적도 없이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아는 눈이다.


용사의 행동과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

...용사는 악룡을 향해 등뒤의 집을 지키며 정의와 용기를 상징하는 용사의 검을 치켜든다.


???

대륙의 꽃망울은 다시 피어나고 공주는 왕국으로 돌아가고, 악룡은 용사의 검 아래 죽는다.


???

세상은 하나의 무대다.


???

극 중 등장인물의 성품은 그들의 성격에 따라 결정되지만, 이들의 행복과 불행은 행동에 달려 있다.


???

...에 달려 있는 게 아니다....


그녀는 극 외부의 인물...인가?


모든 것이 낯설지만 익숙하다.


——▅▂——▃▇▅——!!


누가 계속…그녀를 부르는 건가?



전투 개시



???

ㅡㅡ그대의 삶은 곧 연극일지니, 막을 내릴 시간이 다가왔도다.


???

ㅡㅡ세상의 진실을 보라, 이 운명의 끝을 받아들여, 연극의 막을 내린다.


???

ㅡㅡ제 아무리 허약해진 용일지라도, 여전히 무적의 존재.


???

마침내 악룡의 발톱이 용사의 가슴을 관통한다. 모든 것은 숙명, 아아! 비극은 이처럼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구나.


악룡 처치




"나는 호두껍데기 속에 갇혀서도

나 자신을 무한한 공간의 왕으로 여길 수 있네"



"햄릿"

슬프도다! 너희들은 진정한 예술의 탄생을 가로막았구나. 악룡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할진대...


"햄릿"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이는 무대 위의 배우일 뿐이다.


"햄릿"

이 모든 것이 완벽과 슬픔으로 환원되도록, 본인이 직접 막을 내릴 수밖에 없겠구나.


"햄릿"

피리 소리라니...어찌하여 아직도 마술피리가 속삭이는 건가!


"햄릿"

틀림없어, 그 마녀다...! 또 그 마녀인가!


"햄릿"

피리부는 사람의 결말은 오직 아름다운 파멸뿐이라는 것을 어찌하여 모르는 건가.


"햄릿"

이야기의 결말…반드시 제대로 돌려놔야 한다!


"햄릿"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전투 종료




케레스, 풍요의 여신이여, 나는 하늘의 무지개, 하늘의 사관이다.


하늘의 여왕이 구름 속에 계시니, 밀, 보리, 호밀, 들콩, 완두콩이 무성한 그대의 기름 밭을 떠나라는 명령을 내릴지어다.


양들이 노닐고 있는 그대의 무성한 산비탈과, 그것들을 길러내는 초목이 가득한 평원을 떠나자.


도랑과 이랑이 나고 갈대가 우거진 그대의 둑에서 떠나자, 4월이 그대의 명을 받아 만발시킨 꽃밭은;


순결한 님프들에게 화환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으니, 그곳을 떠나자.


실연당한 연인들이 배회하는 산하의 금작화 숲에서 떠나자.


그대의 덩굴진 포도밭, 그대의 척박한 바닷가, 그대가 거닐고 머무르던 장소를 떠나라.


그곳을 떠나, 이 풀밭으로 오거라, 거룩한 하늘의 여왕과 함께 유희를 즐기자꾸나.


그녀의 공작은 이미 힘차게 날아올랐다.


ㅡㅡ함께 가자, 풍요로운 케레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中 이리스의 대사



???

마녀는 마지막 순간에 피리 부는 사람을 구했고, 용사는 악룡 토벌에 성공했다.


???

어린 시절의 친구인 그들은 보이지 않는 운명의 이끌림 속에서 서로를 알아보았다.


???

작약과 아이리스꽃이 만발한 호숫가에서.


???

그녀들은 서로 지난날의 처지와 모든 인연의 일치, 그리고 해후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이라

ㅡㅡ셀레나!


아이라

넌 천재야.


셀레나

...어, 어째서?


아이라

틀림없어, 넌 천재라구!


아이라

진짜 최고야. 이 이야기 엄청 마음에 들어.


아이라

《템페스트》에서 그랬던 것처럼 글로 적어서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 위에 올려보는 건 어때>


아이라

네가 직접 쓴 오리지널 연극 말이야, 반드시 아주 멋질 거야. 난 이미 글렀어!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미래의 가능성에 들떠 잔뜩 긴장했다.


셀레나

이 이야기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셀레나는 슬며시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환상의 조각으로 구축된 이야기 세계.


그녀는 서사의 규범에 대한 이해가 짧았고, 각종 서사 테크닉에 대한 이해도 매우 미숙하며, 심지어 이 판타지 이야기는 무의식적으로 읊조리는 시와 같았었다...


셀레나는 불안했다.


아이라

하지만 난 너가 얘기한게 너무 마음에 들어.


아이라

참 아름답다구.


아이라

전부 아름다워. 너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 머릿속에 이미 장면이 떠올랐어. 지금 바로 머리에 떠오르는 광경을 그리고 싶을 지경이라고!


셀레나

하지만...


셀레나는 입을 딱 벌렸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이 이야기의 줄거리가 너무 빈약한가? 이야기의 생각이 순진해서 너무 현실에 맞지 않는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에 집착하다 보니 영감과 심상의 조각이 너무 많이 들어가 직설적이고 힘있는 언사가 부족했던가?


ㅡㅡ처음부터 그녀는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었다.


입 밖에 내지 못했던 말들이 도중에 끊겼고, 아이라는 손을 뻗어 셀레나에게 급작스러운 포옹을 건넸다.


아이라

...그래서 셀레나의 창작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몸에서 전해오는 체온은 뜨거웠고 심장 박동까지 이글거려 힘이 솟구쳤다.


아이라

...그때가 되면, 이 연극의 무대 세트 디자인을 내가 맡아도 될까?


핑크빛 눈동자에는 가장 순수하고 진지한 색상이 담겨 있다.


셀레나

...응.


셀레나

고마워, 아이라.


마음 속이 떠들썩했다.


순진한 판타지일지라도, 아무런 기법이 없어도, 그녀의 이야기가 유치하고 미숙할지라도.


모든 것은 언제나 시작이 있다.


그녀는 쓰고 싶어하고, 그녀는 시도하고 싶어한다.



셀레나는 우주정거장 임무 출격에 앞서 앨런 예술협회장과 한 차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앨런

너의 오페라는 한때 공중 정원 전체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었어. 예술 협회의 모든 사람들은 너의 장래를 유망하게 보았었지. 너의 천재성과 이미 있는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앨런

넌 유복한 배경을 지녔었다. 너의 앞길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야 해. 네가 구조체가 되어야 할 그 어떤 이유도 존재하지 않아.


앨런

너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구조체가 되어 고고학 소대에 입단한 거지?


앨런

오해는 하지 말아 줘. 고고학 소대원이라 할지라도 이전의 취미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어. 다만 정기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이러한 고고학적 작업 때문에 오페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 거야.


앨런

나는 네가 오페라를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너는 결코 딴마음을 품을 만한 위인은 아니야.


그녀는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으나 대답하지 않고 되레 화제를 돌렸다.


그녀는 앨런 회장과 그녀의 첫 번째 창작 오페라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실을 소재로 한 《아카디아 대퇴각》이 아닌, 이름도 없고, 확정된 결말도 없는, 진정한 완성이라고 할 수 없는 판타지 스토리 작품이었다.


시작 시점만 따지면 그것은 셀레나의 첫 번째 오리지널 희곡이자 진정한 오리지널 희곡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완성도, 분량, 명성을 따지고 보면 《아카디아 대퇴각》에 비해 미완성의 사전 습작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아카디아 대퇴각》의 흥행 이후 극장의 메인 디렉터, 출판업자들이 찾아와 셀레나에 있는 다른 극작품의 예약과 출판을 요청했다.


셀레나는 《아카디아 대퇴각》을 제외하면 미완성하고 미숙한 데뷔작 단 한 편뿐이라고 밝혔지만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내던 사람들은 흥미를 잃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초창기 작품의 상업적 가치를 이야기하고, 어떤 이들은 출판과 포장에 대한 방안서를 보내주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이 작품에 대한 일부 편집 디자인을 이야기한 뒤 "저작물을 출간하지 못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좀 읽어보고 싶다"며 절찬을 보내기도 했다.


셀레나는 하나하나 완곡히 거절했다.



앨런

작품에 대한 추가적인 인정과 관심 때문에 고민하시는 거니?


셀레나는 고개를 저었다.



셀레나

《아카디아 대퇴각》이 상연된 뒤, 저는 전쟁을 실제로 경험한 한 군인의 입에서 깊고 뼈저린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군인의 말은 반복적으로 그녀를 비난하며 심판하고 있었다.


그녀는 전혀 낯선 실제 시대를 오만하게 그려내며, 극중 사람들의 처지와 심정을 제멋대로 헤아리며, 성대함과 화려함으로 전쟁의 쓰라린 기억을 연기했다.


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가. 부끄러움, 현혹, 불안감 등 복잡한 감정이 유혼처럼 감돌며 그녀가 저지른 범죄에 직면하도록 몰아붙이고, 더할 나위 없이 나쁜 창작물을 비난한다.


그녀는 사면을 받을 수 없었고, 그녀는 자신에게 사면을 줄 수 없었다.


그녀는 제자리에 머물고, 그녀의 창작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셀레나

그동안 저는 어떤 줄거리도, 어떤 의미 있는 이야기도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글은 펜 끝에서 반복적으로 그녀를 힐문했다.


진실된 전달인가? 정확한 설명인가? 모든 것이 단지 일방적인 순진한 억측에 지나지 않는가?


어떻게 진실을 묘사할 수 있을까? 그녀가 해 온 창작은 이다지도 형펀없지 않은가?


셀레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맨 처음 창작한 초고를 찾았다. 공상이 적힌 종이였다.


셀레나

저는 처음으로 작은 로봇을 이용해 《템페스트》를 공연했던 가상 전시관으로 돌아왔었습니다.


전시관의 기술은 세대교체가 됐고, 전시관의 책임자조차 최근 인물이 바뀌었다.


전쟁을 소재로 한 홀로그램 게임이 여전히 유행하고 있고, 해당 전시장은 레저 관련 구역들을 통폐합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온 뒤 셀레나는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셀레나

저는 새로운 전시관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가상 연극 부스를 신청했어요.


그녀는 공중정원의 인기 극작가인 셀레나가 아닌 가명으로 이메일에 서명했다.


처음처럼 이름도 자원도 없이 그저 창작의 열정만을 가진 혈기왕성한 젊은 창작자는 표현의 기회를 기다렸다.



그러나 셀레나의 이메일은 마치 바다위의 쪽배처럼 아무런 회답도 받지 못했다.


사흘을 기다린 끝에 다시 한 통의 메일을 써 작품을 첨부했고, 그녀는 자신의 희망과 전시 계획을 간절히 밝혔다.


그리고 이틀 후 드디어 답장이 왔고 담당자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지원을 거부했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는 담당자와 만나서 간청을 전하기로 했다.



전시관 온라인 시스템에 면담 신청을 한 셀레나는 일찌감치 면회관에 들렀지만 폐관에 가까워져서야 신임 책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셀레나

담당자가 저를 알아보지 못해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습니다.


담당자는 셀레나의 집요함에 어쩔 수 없이 셀레나가 준비한 자료와 작업을 받은 후 서둘러 스캔했다.


전시관 책임자

전시관의 각 구역은 선별을 거쳐야 할 만큼 중요한 가치가 있는 장소인데, 부스를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는 거짓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시관 구석은 어디에도 내줄 수 없습니다.


담당자가 '무료'라는 글자에 악센트를 물고 늘어졌다.


셀레나는 곧바로 부스를 임대할 의사를 밝혔고 부스 제공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관 책임자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손을 흔들고 고개를 돌려 통신을 받았다.


셀레나는 멀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끈질기게 기다렸다.


아마 셀레나의 행동과 결심은 담당자로 하여금 납득할 만한 대답을 주지 않으면 귀찮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그는 통신을 끊은 뒤 마치 큰 결정을 내린 듯 잠시 읊조렸다.


전시관 책임자

저는 당신에게 독립 부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쓴 이야기는 용사와 사악한 용이 다투는 내용이죠? 비록 평범하고 상투적이지만...


전시관 책임자

...최소한 전투의 이유를 제공할 수 있다면, 단 하루의 전시로 당신은 참가자가 보내온 게임 샘플로 포장해 게임의 로딩 완료를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짧은 결합 연극 공연을 할 수는 있습니다.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귓가에 담당자의 발뒤꿈치 소리가 사라지는 순간 그녀는 심장을 꾹꾹 누르며 천천히 쪼그려 앉았다.


복잡한 감정이 가슴에서 터져 나온 그녀는 《아카디아 대퇴각》이 열리기 전 백스테이지에서 대기하는 순간보다 더 핏줄 세우며 마치 피를 흘릴 정도의 흥분과 설렘을 느꼈다.


혈액순환이 빨라져서 그런지 심장박동이 더욱 고조되었다ㅡㅡ그녀는 마치 밀물처럼 밀려오는 숨이 막히는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질식감은 곧 자신을 지나갔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녀는 조용히 입을 벌리고 숨을 쉬었다.



셀레나

그제서야 비로소 기초적인 첫 무대를 올릴 수 있던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ㅡㅡ그리고 공연을 즐기는 관객,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단짝 친구를 만난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 뒤로는 숨가쁜 준비의 연속이었다.


셀레나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당시 마음과 생각을 누구에게도 공유하지 않았다.


관객이 없는 1대1, 자기경쟁, 자기와의 싸움처럼 그녀는 아무런 협조도 받지 않은 채 묵묵히 준비하였고,  담당자가 정해준 제약과 요구를 준수하며 연극을 쪼개고 줄이고 줄거리를 삭제하고 대화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로 바꾸고…. 게임 본체를 연극과 융합시키려 노력하였다.


'융합', 어쩌면 이 표현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출품업체에서 제공하는 게임 샘플은 순수한 전투 경험을 기반으로 하며 서사가 합류하기 위한 공백을 남겨두지 않았다.


단순하고 억지로 연극을 집어넣는 것은 관객이 되어 전투를 체험하려는 사람들을 조급하게 만들며, 과도한 첨삭과 분할은 연극의 서사적 리듬을 깨뜨려 흥미 있는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 모든 어려운 문제들이 그녀를 조금도 주저하게 하거나 움츠러들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표현하고 싶었고, 그녀의 처음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것이 그녀의 유일한 기회였다.


도입, 발단, 전개, 마무리, 무엇보다 사람을 연극의 세계로 끌어들여 몰입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연기를 지나치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


셀레나는 레치타티보(Recitativo) 방식으로 전투의 틈바구니에서 까마득하고 긴 환상곡을 읊는 것을 생각했다.


게임 샘플의 여백에 색을 입혀 모든 것이 빛나기를 바랐다.



전시 당일까지 그녀는 연극 소프트웨어를 전시관 관계자에게 보내 일찌감치 전시관을 찾아 대기했다.


스태프들이 전시를 시작했고, 게임 샘플의 첫 전시인 만큼 부스 옆에는 리뷰 시스템이 설치돼 관람객들이 체험 후 언제든지 리뷰 피드백에 참여할 수 있었다.


부스 기계에 불이 켜지는 순간 셀레나는 자신의 심장이 가슴으로 뛰어오를 것만 같았다.



앨런

연극 디자인의 발전에 따라 당신의 실력으로 이 참신한 작품은 전시회에서 빛을 발했었겠지?


셀레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ㅡㅡ결과는 엉망이었다.


즉각적인 체험에 치중한 전투설계와 읽어야 할 연극의 내레이션은 엄청난 균열을 만들어내어 관객으로 하여금 조바심을 일으켰다.


가히 재앙과 같은 결합이었다.


부스는 외면받았고, 어떤 이들은 처음 시작하자마자 멋진 디자인의 다른 게임에 매료되기도 했다.



'드럽게 기네'


'처음에 그 노래 뭐냐? 존나 짜증나네'


'씹망작'


'시간 낭비다'


'난 호쾌한 전투를 즐기러 왔는데, 이건 도대체 뭐냐?'


'졷노잼'


'포장은 잘 된...쓰레기'


'도대체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 알아쳐먹지도 못하는 노래 가사로 뭘 말하고 싶은 거야? 자의식 과잉이냐?'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알 수 있었지만, 너무 딱딱해서 전혀 몰입감이 없었어요.'



...


누군가가 기계에 발길질을 했다.


시대에 뒤처졌다.


실패 부산물.


자아도취.


낭만적이지도 비극적이지도 않아.


일말의 가치도 없다.



셀레나

이런 평가를 받은 전...


셀레나

...처음에는 괴로웠습니다.


바늘에 찔린 것처럼 미묘한 고통이 느껴졌다.


이 말을 하는 셀레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한 눈빛을 보였다.


직설적이고 매서운 말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순전히 무리한 의혹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꾸밈없는 시청자들의 솔직한 평가였다.


전시가 끝난 뒤 담당자에게 다시 한 번 간청해 부스 리뷰 시스템의 데이터 기록을 받아 관람객이 남긴 리뷰를 빠짐없이 수집해 하나하나 열람했다.


그것은 그녀가 원했던 사실적인 평가, 그녀가 당연히 견뎌야 할 폭풍우였다.


셀레나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뼈를 깎고 평론 아래 숨어 있는 관객의 진의를 알아보고, 자신의 작품을 들여다보며 창작의 단점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거칠고 직설적인 말들도 존중하고 소중히 여겨, 그곳에 숨겨진 진정한 의미에 그녀가 항상 추구해 왔던 진실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아이라

네가 직접 쓴 오리지널 연극 말이야, 반드시 아주 멋질 거야. 난 이미 글렀어!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미래의 가능성에 들떠 잔뜩 긴장했다.


셀레나

이 이야기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ㅡㅡ처음부터 그녀는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었다.


또 한 번 그녀의 독선으로 작품을 망친 것일까.


그녀가 '나'를 잊고 아득히 낭만적인 환몽을 짜고, 지칠 줄도 모르고 글귀 하나하나를 다듬는 것은 그렇기에 과유불급인가?


자신과의 대결에서 그녀는 판단력을 잃었다.


모든 청중이 그녀를 안내하지만, 궁극적으로 아무도 그녀를 안내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심판'은 내려졌고, 그녀가 생각했던 '증명'은 다시 '심판'으로서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셀레나는 부스 앞에 섰다.


그녀의 캐릭터는 수많은 잘못된 조작 끝에 죽었다.


용사는 피에 질식되지 않고, 자신의 죽음과 맞서 싸운다.


그녀가 노래한 선율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저리치게 만드는 맹목적인 소리가 되어 귓가에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한 가지 의문이 그녀의 뇌리에 떠올랐다.


애당초 처음에 전시관에서 그렇게 되었다면 창작의 길을 걷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아이라를 만나 고무되지 않았다면 연극을 계속 썼을까?


그녀는 오랫동안 생각했다.


답은 없었다.


그 순간 그녀는 어떤 단호하고 명확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셀레나는 연극 1차 초안의 대본 데이터를 '햄릿'에 업로드했고, 더 이상 수정을 가하지 않고 엔딩을 차례로 추가했다.


그녀는 구조체 개조 수술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고고학 소대 구조체의 생활은 파란만장하지 않았고, 생각과는 달리 밋밋했다.


적어도 이번 대형 우주정거장 작전까지는.


셀레나

오늘 사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셀레나

저는 그 판타지 연극의 마지막 결말을 완성했습니다.


셀레나

새 기체의 의식도 결국 튜닝에 성공했구요.


셀레나는 웃었다.


새로운 기체는 아이라의 강력한 요청으로 개발을 추진했으며, 아이라가 신체의 외형 주체를 설계했다.


그녀는 많은 의견을 내었으며, 모두 일일이 채택되어 세대별로 반복적으로 최적화되었다.


의식의 바다 공간에서 셀레나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체는 고고학적 임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표준적인 형태로 편향되어 있었기에 많이 달랐다.


새 기체는 무도장과 연회 사이를 넘나드는 예복처럼 생겼는데, 몸 전체가 아주 세련되어 보였다.



아이라

난 최상의 자태를 뽐내는 셀레나를 복원하고 싶어!


아이라는 메일에 이렇게 말하였다.



셀레나

최상의 자태...


셀레나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옛날의 저 자신을 포함해서 제가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비쳐졌었습니다.


막막한 상황일지라도 그녀는 여전히 선택과 행동을 취할 것이다.


그녀는 속죄의 기회를 찾아 영원히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새로운 기체에 적응하는 순간, 비현실적인 의식의 바다 공간에서 자신을 거울 삼아 셀레나는 마음 속의 '짐승'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ㅡㅡ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이었을까?


정교하고 연약하며 순진하고 아름다워 마치 환상 속의 소나타 같았다.


오만한 자신, 에덴의 행운아,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 그녀의 원죄, 그녀의 마음속의 짐승.


그러나 가슴의 울부짖음을 간과할 생각은 없었다.



셀레나

그 판타지 연극이 얼마나 미숙한 작품인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셀레나

그렇다고 완전히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지요.


그녀의 오만함은 결코 진실을 그리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순진함을 되새길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처음 만들어낸 창작물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처음의 자신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때의 자신은 진실한 마음으로 환상 속의 세계를 실감 나게 그리고 싶어한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독선 또한 진실이었다.


그녀의 천진난만함, 유치함도 진실이다.


순진하고 유치한 것을 '잘못'으로 여기고, 자신의 최초의 창작물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철저하고도 진정한 오만이다.


그녀의 오만함이 만일 그것이 늑대, 사자, 치타이자, 그녀의 마음속의 짐승이라면, 그녀가 버릴 수 없는 원죄라면, 그녀는 그것들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셀레나

'진보'와 '전진'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인식과 행동도 결코 이전의 것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을 바탕으로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셀레나

저는 그 판타지 스토리를 정말로 좋아해요.


연극을 좋아하고, 작품을 해보는 자신을 좋아하고, 성숙하지 못한 판타지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녀의 모든 유치한 상상을 담아내어, 그녀가 과유불급일지라도 최선을 다해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비록 그녀가 모든 부족함과 한계를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의심하고 부정당한다 하더라도.


그녀의 발 아래 길은 그녀를 여기로 데려왔고, 험난한 길이든 평탄한 길이든 그녀의 모든 환경이 그녀를 있게 만들었다.


유치찬란한 모습, 영원히 전진하는 모습, 잘못을 저지르는 것, 속죄하는 것, 인간 시절의 모습, 구조체가 된 모습, 창작을 하는 것, 무기를 드는 것, 이 모든 것은 그녀의 것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녀가 좋든 싫든 그녀는 그녀 자신이며 모든 과거의 편린이 그녀를 구성하고 모든 옳고 그름의 결정, 모든 행동과 모든 생각이 지금의 셀레나를 만들었다.


셀레나

이번 행동이 성공적으로 수행된 후에 저는 두 가지 일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셀레나

다음 예술협회의 무도회에 저는 새로운 기체의 모습으로 참가할 예정입니다.


셀레나

'햄릿'을 통해 새로 쓴 결말을 포함해 원래의 이야기를 다시 온전히 담아낸 뒤 대중 앞에 선보일 것입니다.


앨런

증명하기 위해서? 아니면 새로운 평가를 받기 위해서?


셀레나

전달하기 위해, 그리고 되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전진하기 위해.


앨런

와전될 수 있더라도?


셀레나

와전은 없습니다, 앨런 회장님.


셀레나

당신이 당시 연극 기계를 '햄릿'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무엇 때문이었나요?


셀레나

천 명의 눈에는 천 개의 햄릿이 보입니다.


앨런

천 명의 눈에는 천 개의 햄릿이 보인다.


앨런은 멈칫했다.


앨런

이 말은 원작자가 연극에 대한 평론에 응답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어. 황금시대 문예에 대한 연구자들은 이 말이 후대의 평론가들에 의해 와전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지.




이것은 재회에 대한 결말이다.


???

...【지휘관 이름】, ...【지휘관 이름】.



지휘관

(깼어)

(그 선율을 적어놨어)


안절부절 못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라가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떤 기분을 느꼈을 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만일 자신이 실종됐다면 아이라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귀환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을까?


머릿속의 생각이 안개처럼 걷히자, 눈앞에 더욱 중요한 일이 보였다.


지휘관

(그게 바로 '고래노래'의 후반부라는 걸 확인했어)

(선율을 기록했으니까, 기계에 맡겨 비교할 수 있어) ← 선택


아이라

...좋아요.


시스템 비교 결과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검증했다.


아이라

...이 의미는...


지휘관

셀레나가 '살아있다'는 뜻이야.


지휘관

(네가 전에 했던 말 기억나?)

(원격 링크 기술보다 후유증이 심하다고 한 거 기억나?)



아이라

지휘관과 구조체가 공감할 수 있는 원격링크 기술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라

연극 체험은 사실 감정적인 연결이기도 하고, 심지어 대상적인 측면에서도 훨씬 더 넓은 차원의 연결이기도 합니다. 연극의 링크는 배역과 배역뿐 아니라 배역과 관객, 관객과 창작자, 배우와 연결하는 것이니까요.


아이라

(저는 단지...예시를 들은 거예요.)

(...원격 링크 기술요?)


지휘관

만약 이들이 실제로 같은 기술을 사용한다면?


아이라

셀레나가 '햄릿'을 통해 당신과 원격 접속했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지휘관

(그럴 가능성은 충분해)

(여전히 의문점이 많지만 말이야)


아이라

셀레나가 살아있다면, 당신과 그녀의 연결링크가 이어진다면...


지휘관

이건 단지 가능성일 뿐이야.


지휘관

하지만 이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아.


지휘관

다시 연극 속으로 들어갈게.


지휘관

너는 두 가지 일을 하길 바라, 아이라.


아이라

...


아이라

연결 상태를 유지하면서 지상에서 일치하는 신호를 검색하는 동안 '햄릿'에서 '고래노래'를 감지하고 찾는 것 말인가요?


아이라

알겠습니다.








ㅗㅂㅈㄷ러ㅏㅈㄷ로ㅓ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