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이다.

과거 인류가 무지몽매한 시절, 어두운 밤하늘에 대한 인류의 거진 환상을 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달에 신이 살고 있어, 머나먼 공중에서 지상 인류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변함없이 싸늘한 푸른 빛을 발하고 있다.

달 위에 발자국을 남긴 최초의 인류가 이 밤하늘에서,

신화와 환상에 속하는 은의 시대의 종말을 알리고, 인류의 황금시대를 선언할 때까지는.



카레니나와 테디베어가 이전의 부탁에 동의하고 월면 기지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오메가 무기의 테스트 모델을 완성한 후 카레니나는 다른 일에 착수했다.


테디베어

의식의 바다 정합도 체크 완료, 기체 안정도 수치는... 야, 오른손 좀 움직여볼래?


카레니나

이렇게...?


테디베어

음, 문제없어. 이 기체의 각 기초성능의 지표는 통상적인 기체의 수치를 훨씬 뛰어넘어...그놈들이 제공하는 소체들에 도대체 어떤 기술이 사용된건지...


카레니나

저기요 아가씨, 움직여도 되냐고?


테디베어

잠시만 기다려…면책 성명서를 낭독하고 녹음해야 해.


카레니나

뭐? 그게 뭔데...


테디베어

내가 널 위해 강제로 기체를 조정했다는 것을 설명하는 데 쓰일 거야. 만약 너의 새로운 기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폭파되고, 카레니나 대장이 공무 중 순직하면 우주 기사 노동조합에서 나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면제하는 데 쓰이기도 하겠지.


카레니나

【삐ㅡㅡ! 삐삐ㅡㅡ!!!】, 뒤질래!


몸에 연결된 데이터 케이블을 조심스럽게 떼어낸 카레니나는 정비대에서 벌떡 일어나 몸의 관절을 크게 움직였다.

 


카레니나

음, 기체 성능은 확실히 훌륭해...기동성, 화력, 균형... 모두 내가 요구한 것보다 높아!


테디베어

이 기체 개조는 너가 요구한 거잖아. 그런데 너도 왜 이렇게 놀라는 거야...


카레니나

개조 초안은 내가 직접 설계했지만 이 기체의 소체는 그 아저씨가 제공해줘서 이렇게 빨리 완성될 수 있었어.


테디베어

정말 괜찮을까…… 그 아저씨와 월면기지의 사람들 말이야.


어쨌든 카레니나를 따라 월면으로 왔지만, 테디베어는 그린스라는 남자를 믿지 않는 게 분명했다.


카레니나

글쎄,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과 충돌되진 않고, 지상에 있는 녀석들을 도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카레니나는 손에 든 가변형 해머를 무기로 연달아 공중에서 휘두르려 했고, 옆에 있는 테디베어는 계속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카레니나

어때, 이 무기 엄청 멋있지!


테디베어

확실히 잘 어울리네.


카레니나는 의외로 테디베어가 자신을 칭찬하자 살짝 쑥스러워졌다.


카레니나

흥…그야 내가 직접 설계한 무기니까, 화력도 강하고 각종 전투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테디베어

...세밀한 조작이 필요없다는 점은 확실히 발포키만 누르는 화력에 미친 바보에게 잘 어울려.


카레니나

기체 테스트의 표적이 되는 데 관심이 있다는 뜻이지? 화력은 분명 충분하거든!


두 사람이 다시 다툼을 시작하려 할 때, 연구자 복장을 한 중년 남자가 정비실 문을 열었고, 고양이가 그 사이로 몸을 가누고 들어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

아하하… 하하, 그게 사실 우리 쪽에는 테스트를 위한 실험물이 있으니까 너희들끼리 준비할 필요는 없단다.


눈앞에 보이는 이 쇠잔한 얼굴을 한 녀석은 아합으로, 월면 기지의 연구주임이라고 하지만 어째 설설기는 기질은 아무리 봐도 그런 자리에 있을 인물처럼 보이지 않았다.


카레니나

아합 주임, 사실 우리끼리 그냥 장난 좀 치는 거였어...


아합

아하하하....사실 나도 농담이었어.


분위기가 썰렁해지기 전에 테디베어는 한숨을 내쉬며 디버깅 단말기 뒤에서 일어섰다.


테디베어

신 기체에 대한 테스트가 시작되는 겁니까, 아합 주임님, 테스트 장소로 우리를 데려가 주시겠습니까?


아합

아 맞아, 여기 있어. 근데 나 아까는 진짜 농담이었어...


테디베어

네네, 잘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아합과 함께 정비실을 빠져나와 테스트 장소로 향했고, 다른 한쪽 구석에서는 두 사람이 내색하지 않고 이쪽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리스트

이 기체가 바로 그 소녀의 '제2의 요구'인가, 그런데 당신은 왜 그녀에게 우리가 개발한 기체를 소체로서 제공한 거지? 그 기체는 우리가 천신만고 끝에 '그녀'의 몸에서 연구한 것이 아니었나….


그린스

아이고, 리스트, 자네 그것도 모르나. 예전에 내가 지구 극지방에서 재직할 때 그곳 어민들이 '대어를 낚으려면 미끼에 인색하지 말라'고 알려줬지. 미끼가 비쌀수록 낚을 수 있는 물고기도 커지거든.


그린스는 리스트의 어깨를 툭툭 치고 돌아서서 시험장 향해 걸어가다가 고개를 돌려 한마디 덧붙였다.


그린스

결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인류의 지혜를 우습게 여기지 말라고.


리스트는 멀어지는 그린스의 뒷모습을 보며 양복의 넥타이를 고쳐맸다.


리스트

물론...명심하고 있지.


전투 개시




카레니나

Test, Test, 1, 2, 3... OK, 설비는 정상인 것 같군. 그러면 비디오 녹화를 시작해 볼까?


카레니나

음성 명령어 입력... 흠흠, 녹화를 시작하고 적절한 위치를 찾아.



카레니나

잠깐, 너무 멀잖아! 가까이 와!



카레니나

멈춰! 바로 이 거리야, 잘 지켜고 있어. 진짜... 이 AI 왜 이렇게 멍청한 거야?



카레니나

가상 전투프로그램 작동, 난이도 선택… 레벨1, 손맛부터 익혀보자고.


아합

응, 카레니나 양. 여기서 서로 다른 다양한 스트레스 조건에서 기체가 작동하는 상황을 단계별로 시험해봐야 해.


아합

원격조절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할 테니까 준비가 됐으면 소리 한번 지르면 된단다.


카레니나

OK, 그럼, 기체 능률 설정ㅡㅡ1단계.


카레니나

밥은 한입씩 먹고, 피래미는 한 무리씩 처리해야겠지.


카레니나

먼저 기본 성능으로 간다.




카레니나

좋아 나쁘지 않아! 기체 능률 설정ㅡㅡ2단계!



카레니나

이 기세로 간다ㅡㅡ3단계 해금!



카레니나

휴... 워밍업으로 나쁘지 않네.


카레니나

초안을 설계 할 때부터 이런 출력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카레니나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튜닝할 줄 몰랐어.


카레니나

이럴 땐 쇠뿔도 단김에 빼야 겠지… 드론, 이리 와.


카레니나

끙끙~ 이 기체에 탑재된 새로운 시스템을 테스트해보자.


카레니나

흠... 수동 디버깅 인터페이스가 어디에 있더라...


카레니나

찾았다! 테스트 시스템 업그레이드, 오버클럭 모드 활성화. 전투 프로그램 난이도 선택... 내가 까다롭게 느낄 난이도가 어디있나.


카레니나

기체 능률 설정ㅡㅡ4단계!



카레니나

큰 거 온다, 똑똑히 보라고! 최종단계 제한 해제! 전력으로 출격!


아합

잠깐만, 카레니나 양! 이런 공간에서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면ㅡㅡ


카레니나

하? 뭐라고? 바람소리가 너무 심해서 안 들리는걸!




카레니나

망했다...실수로 힘조절을 못했어.


카레니나

뭐 어쨌든 테스트는 순조롭게 끝났어. 녹화 파일도 바로 업로드 되었을 거야.


카레니나

화내지 마, 나중에 시간 내서 고쳐줄게.



전투 종료




새로운 기체의 시험은 빠르게 끝났고, '휘효'라는 기체의 저중력 환경에서의 성능은 충분히 검증되었다.


아합

수고했어...카레니나 양. 실험 결과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했어.


카레니나

쳇, 너무 빨리 끝났잖아. 아직 부족해.


테디베어

그만 해, 달 전체를 부술 셈이야?



그린스

어때, 카렌, 이 기체 성능 괜찮지?


카레니나는 팔을 벌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린스를 곁눈질로 흘겨봤다. 그녀는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카레니나

아저씨였구나...한가한가 보네?


그린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이 기체의 성능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카레니나

당신들이 어떤 수단을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이 기체의 성능은 확실히 통상 기체보다 훨씬 우수해….


그린스

구조체 기술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지. 너의 할아버지 캐논 박사의 구조체 개조 기술부터 과학은 발효된 빵처럼 팽창하듯이 발전해 왔단다.


카레니나는 그린스가 할아버지의 이름을 언급한 것을 듣고 놀랐다.



카레니나

...어이, 아저씨. 우리 할아버지 알고 있었어?


카레니나의 할아버지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으며, 그녀 역시 일부 자료와 서류에 담긴 할아버지와 관련된 연구 자료에서 그것의 편린을 겨우 알게 되었었다.


하지만 각 자료마다 카레니나는 무언가 중요한 정보가 자료에서 지워져있어, 누군가 캐논에 대한 과거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린스

캐논 박사님은 정말로 당신의 소중한 손녀에게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건가? 진짜 미치겠네, 천재의 두뇌를 이렇게 아깝게...


과거 카레니나가 자란 빈민가에서 모두가 기이한 행동을 하는 캐논을 미치광이라고 불렀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린스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ㅡㅡ나도 구조체 실험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미친놈까진 아니더라도 괴팍하기 짝이 없는 놈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지.


그린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내가 존경하는 몇 안되는 사람이었는데…. 그가 지금도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울음이 터질 것 같던 그린스는 무언가 생각나는 듯 갑자기 흥분하며 머리를 툭툭 쳤다.


그린스

참, 캐논 박사의 실험실로 안내해 주마.


아합

그린스 씨...! 거긴...


그린스는 아합이 계속 말을 하지 못하도록 손을 휘저었다.


카레니나

내 할아버지도 예전에 이 월면 기지에 온 적 있었어?


그린스

하하하하, 오히려 이 월면기지의 절반은 캐논 박사와 그의 구조체 실험을 위해 지어졌다고 봐야겠지.


리스트는 그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낮은 목소리로 일깨워줬다.


리스트

우리의 최고 기밀을 그들에게 알려줄 셈이냐...이것은 우리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어.


그린스

상관없어, 우리가 숙원을 이루려면 조만간 이 비밀을 밝혀야 할 거고, 우리가 모르는 '보물상자'를 하루라도 빨리 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지.


그린스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고 카레니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린스를 따라잡으려 했지만, 테디베어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테디베어

야...이 사람들 수상하지 않아?


카레니나

의심스러워 죽겠는데…. 그 녀석들은 우리 할아버지에 관해서는 확실히 공중정원에서도 몰랐던 비밀들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카레니나

할아버지의 과거는 신경쓰지 않지만, 아무래도 할아버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결국 할아버지는 나의 유일한 가족인 셈이거든, 너 같은 부잣집 아가씨는 아마 모를 거야.


테디베어

가족...됐어. 나도 같이 가.


테디베어는 고개를 저으며 카레니나를 따라 그린스의 뒤를 따랐다.



촘촘한 보안경계 속에 그린스는 두 사람을 데리고 수 개의 검문소를 지나갔고, 검문소마다 수 개의 부대 소속이 불분명한 구조체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카레니나

한 실험실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경계를 서는게 맞아...?


그린스

흐흐...도망치면 안되는 작은 천사가 살고 있으니까ㅡㅡ물론 정말 떠나려고 한다면 이 정도 사람으론 택도 없겠지만 말이야.


그린스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마지막 검문소를 지나 구조체 실험실 문을 밀쳤다.



어두운 환경은 문 밖의 눈부시게 빛나는 불빛을 모조리 집어삼키는 듯했고, 정중앙에 남은 장치들은 그윽한 푸른 빛을 발했다.


테디베어

이봐, 그 장치는 우리가 전에 만든 실험용 오메가 무기...


그것은 기존의 설계보다 크기가 훨씬 큰 대형 오메가 무기로, 실제 작용 현상을 실험적으로 탐지하고 쉽게 관찰하기 위해 제작되었으며, 영점 원자로의 역할에 의존해야 작동할 수 있다.



덧없는 푸른 빛 가운데 창백한 소녀가 있었다 ㅡㅡ 깊은 잠에 빠진 듯 고요했다.


그녀는 인류가 처음으로 인지한 승격자이자, 공중 정원을 거의 무너뜨릴 뻔한 원흉이며, 동시에 인류와 직접 접촉한 최초의 승격자이기도 하다.


카레니나

루나...!


카레니나는 거의 본능적인 반응으로 순식간에 무기를 꺼내 루나를 겨누었지만, 뜻밖에도 실험실 주변에 주둔하고 있던 구조체 병사들이 거의 동시에 총을 들어 자신을 겨누었다.


카레니나

너희들...뭐하는 거야!? 이게 뭔지 알아?!


그린스

물론 알고 있지...여기 이 모든 게 그녀를 위해 존재한단다.


그린스는 가볍게 손을 내저으며 주위의 병사들에게 총을 내려놓게 하고 루나의 앞으로 다가갔고, 그윽한 푸른 빛을 맞으며 루나라는 소녀를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카레니나

넌 쥐뿔도 몰라! 빨리 비켜! 그녀는 승격자...온 인류의 적이잖아!


그린스

승격자는 인류를 죽일 수 있고, 그녀가 조종하는 퍼니싱도 마찬가지지.


그린스는 웃으며 돌아서서 두려움 없이 카레니나를 바라보았다.


그린스

하지만 구조체도 인간을 죽일 수 있고, 네가 쥐고 있는 무기도 마찬가지야.


그린스

승격자는 결코 인류의 절대적인 적이 아니야. 그리고 '약함'이야말로… 우리를 과학으로 무장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게 하지.


그린스

언젠가 승격자의 비밀을 풀고 승격 네트워크의 힘을 얻을 수 있을 때, 인간을 위협하는 이 존재들도 인류 진화를 선도하는 빛으로 변할 거란다.



그린스가 손을 흔들자 실험실 안의 램프가 그가 있는 곳으로 초점을 맞췄다.


그린스

과거 인류가 구조체 개조 기술 개발에 성공했듯이 이 실험실은… 이 달은… 인류 제2의 진화인 승격자가 되는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어.


카레니나

인류를 승격자로 만든다고?! 너 어디 머리 아픈거 아니지...?


그린스

나는 '루나'의 탄생을 지켜봤고, 075번 도시에서 벌어진 사건에서 그녀가 행한 자기희생에 가까운 행동은 인간과 승격자 사이에는 결코 넘지 못할 갭이 존재하는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지.


그린스

영원에 가까운 생명, 더할 나위 없이 강한 힘, 심지어 퍼니싱을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 없이 도리어 이용할 수 있어….


그린스

물론 이건 가장 이상적인 상태에 불과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대형 오메가 무기를 보험으로 이용하고 루나를 깨워 기술로는 알 수 없는 비밀인 승격 네트워크에 대한 비밀을 그녀의 입에서 물어보는 것뿐이야.


미치기는 했지만 멍청한 놈은 아니었던 그린스의 이상은 필연적으로 모든 준비를 끝낸 자리 위에 세워졌다.


카레니나

이런 식이면 루나가 깨어나서 탈출하고 싶어도 퍼니싱 바이러스를 흡수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이 우리는 그녀를 제한하거나 심지어 죽일 수도 있겠지....하지만 이 장치에 영점 에너지의 지원이 없으면 장식에 불과하다고.


테디베어

그래서 우리가 영점 원자로를 재가동해야 되는 건 분명한데… 그게 진짜 당신들의 목적이지만, 이것이 의회 의결을 통과하는 건 불가능해요. 당신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죠?


그린스는 거리낌없이 껄껄 웃으며 실험실 한복판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린스

으하하하하,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미치광이란다. 혹시 우리가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조직 이름ㅡㅡ쿠로노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으려나?








드디어 엄동계획의 실체가 드러났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