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누구지?


하얀 소녀가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니 자신이 알던 '인간'과 다른 것 같았고, 그녀가 읽은 이야기에 나오는 '로봇'과 같은 기계적인 몸인 것 같았다.


???

나 로봇이야? 인간이 아니구나...


소녀는 자신이 왜 인간에 집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소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에 일단 소녀는 실망한 듯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캄캄한 세상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갑자기 앞쪽 멀리서 빛의 점이 나타나 마치 그녀를 인도하는 듯했다.


소녀도 이야기 속에서 봤지만, 인간이 임종 직전에 다음 생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는 빛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ㅡㅡ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로봇이기에 이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었다.


???

이건...내가 죽었기 때문일까?...


그리고…도대체 누군가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 그녀가 달콤한 꿈에 빠져들 때까지 수많은 이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누구야...그 사람은...도대체 누구지....


???

어...? 이건 뭐야...


소녀는 손을 들어 얼굴을 닦았고, 눈가에서 작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ㅡㅡ그것은 분명히 눈물이었다.


???

나...울었어?


그녀는 자신이 왜 눈물을 흘렸는지…머릿속에서 도통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단지 멍한 채로 밝은 곳을 향해 걸어가갔다. 그곳에 모든 답이 있으리라 여기면서.




전투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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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루나...루나...


???

루나...그게 내 이름이야?



루시아

내 옆에 있어, 절대 떠나면 안 돼.


루나

언니, 응....당신은 내 언니구나.


루시아

어서 숨어!



루나

언니....


루시아

루나...다친 데는 없지..


루시아

걱정 마, 언니는 괜찮아...그냥...잠깐 쉬고 싶어서 그래...


루시아

내가 적합한 구조체로 선정되면 너와 함께 공중정원으로 갈 수 있을 거야...


루시아

루나랑 예전처럼 쭉...언제나...


루나

그만해......이제 그만해! 언니는 더 이상 이런 싸움을 하지 않아도 돼...



루나

언니...언니...


루나

어떻게 하면 언니를 도울 수 있을까...



루나

성공한 거야? 나는...언니를 지킬 수 있어.


니콜라

미안하지만, 이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


그린스

어서 움직여! 감염체와 잠재적 위협을 모조리 없애라!




노이즈

인류...선별을 받아들여...피할 수도, 살아남을 수도 없어...

인류는...비열해...누구나...배신하고, 무엇이든...희생시켜.

루나...넌 이미...언니를...영원히...볼 수 없어...

인류...인류를...인류를 위해...소멸...

승격...진화...종점...탄생...





루시아(?)

루나...


루시아(?)

난 무엇을 해야 돼?


루나

...


루나

언니...





가브리엘

루나 양, 승격 네트워크를 위해, 그만 물러나십시오!



루나

끝인가...


경보음

경고, 실험 개체 기능 이상 발생.


루나

이제 그만할래. 이 모든 건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어.


경보음

경고, 건물 상당수가 파손됨, 이하 구역 긴급 폐쇄...


루나

시끄러워...


경보음

경고, 실험 개체 기능 80% 상실...

경고, 활동 신호 검출 불가, 재시도....

경고, 실험 개체의 생명...


루나

날...그만 혼자 있게 해줘...


경보음

경고, ...


시스템 음성

치지직ㅡㅡ



???

루나...


루나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이게 내 마지막 그리움일까?



나는 승격자가 된 후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심했고…. 지울 수 없는 증오와 고통만이 남았어.


하지만 사실 잊지 못한 게 하나 더 있었어ㅡㅡ바로 너의 생일이야. 너가 탄생했다는 증명은 항상 기억하고 있었어.


너의 탄생으로 나를 한 명의 '언니'로 만들어 준 것은 나에게 찾아온...행운이었어.


이 세상에 나와줘서 고마워, 루나.




전투 종료




(녹음)

...매년 루나의 생일마다...예전처럼 언제나 생일선물을 준비해왔어. '알파'라고 불리지 않은 시절에도, 언제나 그래왔듯이 말야.


(녹음)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건 잘 알고 있어…. 내가 아무리 많은 선물을 준비해도 내 앞에 닥친 현실은 달라지지 않아, 루나…. 그 시절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녹음)

네가 또다시 내 앞에 섰던 그 날, 난 맹세했어ㅡㅡ앞으로 몇 년 동안, 너의 생일이 올 때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네 옆에 있을거라고...


(녹음)

올해도 나는 너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지만, 너의 생일날 그것을 너에게 줄 수 없었어...


(녹음)

만약 이 메시지를 듣게 된다면, 나는 루나가 너만의 미래의 길을 찾기를 바랄 뿐이야. 너가 어디로 가든 난 네 곁에 있을 거야.


(녹음)

그리고...


(녹음)

루나...생일 축하해.



구조체 실험실은 중력파의 충격으로 끊임없이 붕괴되어 우주 공간의 음압 아래 강력한 폭풍을 형성하여 실험실 내부의 모든 것을 우주 바깥으로 휩쓸어냈다.


무의식 중에 흘린 눈물이 순백의 소녀의 얼굴을 스쳐 폭풍 속에서 갈기갈기 찢겨져 우주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이미 아픔을 느낄 수도,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 눈물은 몸에서 오는 아픔이 아니라 기억 속 깊은 곳에서 오는 미련에서 나온다.



루나

나의 멸망은 당연한 결과야…. 하지만….


왜 아직도 멸망의 운명에 저항해야 하는지, 왜 아직도 저열한 인간들처럼 기억의 가장 중요한 것을 떼놓지 못하고 추하게 생을 향해 허우적거리는 것일까.


루나

언니...


승격자로서 인간보다 더욱 진보하다고 자부했지만, 결국에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낸 것은 바로 이 인간의 감정이었다.


기류의 폭풍이 거세지자 루나 앞쪽 콘솔의 잡동사니들, 이곳에서 밤낮을 보낸 연구자들의 흔적을 상징하는 수많은 설계도와 부품들이 치솟았다.


갑자기 관제탑에 있던 물건 하나가 기류에 실려 허공으로 날아갔는데, 그것은 녹색의 작은 물체였다. 이것은 결코 이 재미없는 실험실에는 나타날 수 없는 사물이었다.


루나

개구리...!


바람에 휘날리는 작은 개구리 장식이 콘솔에 꽂힌 메모리 셀에 걸려 있었다.


루나는 이 작은 펜던트가 어떤 경험을 거쳐 그녀에게 다가왔는지 알 리 없지만, 그것이 알파의 선물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셀에 매달려 있던 끈이 점점 느슨해져 조금만 있으면 아득한 우주 속으로 말려들어가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루나

안 돼...안 돼...


루나는 손을 뻗어 그것을 잡고 싶었지만 그녀의 손은 묶여있었고, 펜던트의 끈이 천천히 풀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마치 그것이 세상과 연결된 루나의 가는 선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완전히 끊어졌을 때, 그녀는 이 세상의 모든 것과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없어진다.


루나는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운명의 가는 실을 붙잡고, 구속된 전자 자물쇠에 경보를 울리기 시작하는데, 이미 퍼니싱의 힘은 거의 없어졌기에 단순히 온몸의 힘으로 가냘픈 오른손을 움직였다.


전자감금장치가 그녀의 팔을 태우고 순환액이 터져나와 그녀의 인공근육 속으로 깊이 박혀 들어가서야 마침내 그녀를 가둔 이 굴레에서 벗어나 마지막 순간에 그 개구리 펜던트에 걸려있는 가느다란 실을 움켜쥐었다.


작은 펜던트 장식을 가슴에 꼭 끌어안은 루나는 온도를 감지하지 못했음에도 따스한 포근함을 느꼈다.


루나

다행이야...


루나는 그 상처투성이 오른손에 오랜만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ㅡㅡ 아무리 아파도 중요한 무언가를 붙잡으려 하는 그런 손은, 루나는 여러번 보았었다.



비가 쏟아지던 밤, 백발의 언니와 처음 만났던 날, 그녀는 숱한 고난을 겪은 손을 뻗어 통곡하며 여동생을 꼭 껴안았다.



파멸의 빛 속에서 흑발의 언니는 부서진 두 손으로 태도를 움켜쥐고 지켜내야 할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절망의 끝에서, 일개 지휘관은 인간과 소중한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적에게 상처입은 손을 내미는 것을 택했다.



루나

승격자...구조체...인류는...어쩌면 그렇게 다르지 않을지도 몰라.


바로 그때 구조체 실험실에서 월면 기지 내부 방송 소리가 울렸다.


테디베어

어이~어이~~ 카레니나! 들려?...


테디베어

우리가 데이터를 기록하면서 '겸사겸사' 가장 낙후되었지만, 일시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임시 전파 송신대를 만들어서 마침내 공중정원에 연결했고,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테디베어

혹시 이미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혹시 눈이 안좋아서 미처 못봤을까봐 너에게 다시 한 번 알려줄게.


테디베어

세계정부회의는 엔지니어 부대의 현장판단에 따라, 카레니나가 영점 에너지 엔진을 파괴하는 것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


그 사람들의 환호를 들으며 루나는 인간도 사실은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나

인류는 그들을 포기하지 않았어...이번에는 인류가 정말로 그들을 믿기로 한 거야.


그 억척스러운 카레니나라는 여자는 인간이 과학을 통해 파괴의 힘을 새로운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루나

나도 가질 수 있을까…나만의 새로운 희망을...


어쩌면… 희망의 형태, 미래의 답이 하나뿐이 아니라면, 중립의 입장에서 인류와 공존하는 미래를 모색할 수 있다면 루나도 그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ㅡㅡ그리고 언니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낙원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승격 네트워크가 그런 존재를 허용할 수 있을까…. 그러나 승격 네트워크는 변화를 염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루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개구리 펜던트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인류처럼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서라도 요원한 희망을 건드려야 하고, 그 지휘관처럼 모든 것을 걸고 승리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이 목소리가 정말 닿을 수 있다면 마지막 기도를 들어줘.


(노이즈)

미래의 길...구상...인류...희망...


(노이즈)

승격 네트워크...승화...구조...기원...


(노이즈)

연결 승인...수용...루나...대행자...


루나의 가슴에서 격렬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온 월면 기지를 가득 메운 퍼니싱 바이러스는 루나의 곁으로 서서히 모여들어 하얀 외피가 루나의 몸을 덮기 시작했다.


다량의 퍼니싱 바이러스가 감지되어 오메가 장치가 자동으로 영점 에너지의 출력 파워를 높이기 시작했지만, 퍼니싱이 소멸하는 속도는 이들이 모이는 것을 따라잡지 못했다.


루나는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이때의 그녀는 이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루나

승격 네트워크가 다시 한 번 나를...새로운 가능성을 인정했어.


루나가 당연히 가져야 할 권능과 힘을 되찾았다. 승격 네트워크가 상상도 못했던 길을 개척한 인물로 다시 한 번 인정했다는 의미다.


그녀는 이대로 떠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주위의 퍼니싱 바이러스를 더 모으면서, 끊임없이 오메가 무기의 영점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있었다.



루나

인류...너희들이 만들어갈 미래를...내게 보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