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베어

카레니나, 여보세요, 카레니나, 여보세요...들려?


테디베어의 목소리가 월면기지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동시에 카레니나의 통신기로도 전해졌다.


카레니나

들린다고! 진짜 시끄러워 죽겠네...난 지금 바쁘거든.


흰색의 이형 괴물의 빠른 도약 공격을 피한 카레니나는 그것을 향해 포를 쏘았다. 포격을 가하는 반작용의 힘으로 그 순간과 거리를 벌리며 이어지는 발톱 공격을 피했다.


테디베어

야...도대체 뭐랑 싸우고 있는 거야?


카레니나

영점 에너지 엔진과...어, 하얀 살점?같은 걸로 결합된 괴물이야...


테디베어

너의 빈약한 표현력으로 상황을 설명해줄거라 기대했던 내가 등신이지......


발광한 이형 괴물이 지상의 바위를 부수고 부서진 바위가 월암과 함께 카레니나로 날아갔지만, 카레니나는 진작에 대비하여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라 이형 괴물의 머리, 즉 영점 에너지 엔진을 공중에서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괴물이 갑자기 중력파를 방출해 바위가 날아가던 방향이 수직으로 올라가게 됐다.


카레니나

뭐야!?


카레니나가 제때 포격을 가해 이 암석들을 모두 격추시키지 않았다면 중상을 입지 않았더라도 암석의 운동에너지에 실려 우주로 날아갔을 것이다.


테디베어

여보세요...카레니나!?


카레니나

괜찮아...단지...


눈앞의 이 괴물은 공중에서 공격할 수 없을 것 같고, 머리에 달린 영점 에너지 엔진까지 공격하려면 얇고 약한 부위를 먼저 공격해 움직임을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복구력이 무한에 가까운 이 괴물에게 어떻게 해야 행동을 제한시킬 수 있을까...



카레니나

됐어, 너무 많은 걸 고려하지 마. 한번 파괴해서 안 되면 두 번, 두 번으로 안 되면 세 번!


테디베어

흥...이런 미련한 방법은 너만 생각해 낼 수 있는 방법이겠지...하지만 너에게 가장 어울리는 전법이야.


카레니나는 다시 창백한 이형 괴물을 향해 돌진했고, 돌격 중 벌떡 뛰어올라 손에 들고 있던 해머를 바닥에 내리치며 부서진 달의 먼지로 상대의 시선을 가렸다.


물론 그것은 광범위한 중력파를 방출하여 순식간에 달의 먼지 연기를 날려버릴 정도로 똑똑하고, 카레니나가 공중으로 뛰어올라도 중력파에 휘말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의 관심이 공중으로 쏠렸을 때, 카레니나가 연기 속에서 튀어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카레니나는 포효하며 이형 생명체가 뿜어내는 중력파를 곧바로 들이받아 기체 자체의 중력제어장치로 일부 충격을 상쇄시켰다.


중력파의 범위가 넓을수록 그것의 강도는 약해질 수밖에 없고, 카레니나는 이를 노려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창백한 이형 생명체

크아아ㅡㅡ!??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조차 이형 괴물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카레니나의 해머 추진 엔진이 폭음을 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카레니나

부서져라!!


중력 파괴 망치는 카레니나와 추진 엔진력에 더해 순간적으로 가속되었다. 둔기이지만 높은 속도에서도 칼날에 버금가는 절삭력을 자랑했다.


이형 괴물의 오른쪽 다리가 순식간에 절단되며 땅으로 날아갔지만, 날아가는 와중에도 날카로운 발톱을 휘갈기며 카레니나를 밀어냈다.


카레니나

【삐ㅡㅡ!】, 반응이 너무 빨라...


중력파의 방어에 의해 카레니나는 다시 다가가지 못하고 그것이 재생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끊임없이 몸을 떨었고, 부러진 오른쪽 다리는 재생에 성공하지 못했다.


카레니나

저 자식...단시간에 빠르게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은 것 같은데...


테디베어

음, 우리가 조사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영점 에너지 전원에 변화가 발생해서 에너지 일부가 이상한 곳에 분배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바로 그 대행자가 있는 오메가 무기의 전원이야.


테디베어

더 이상한 점은 아까까지 우리를 계속 습격하고있던 감염체들이 갑자기 현저하게 약해졌어...


카레니나는 구조체 실험실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카레니나

그녀는...결국 살아가는 걸 택한 거야?


창백한 이형 생명체는 느린 속도를 거쳐 이미 오른쪽 다리가 다 자랐음에도 바로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전쟁터 한가운데로 달려가 먼 거리를 거쳐 영점 에너지를 스스로 챙겼다.


테디베어

카레니나, 중력파 폭발 임계점에 도달하기까지 12분 21초 남았어! 서둘러야 해...


카레니나

에너지를 전부 흡수하기 전에 파괴해야 돼!



전투 개시





전투 종료




창백한 이형 괴물이 궁지에 몰리면서 몸의 재생 속도는 이미 파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고, 이합생명체 세포와 뒤죽박죽인 잔해들로 구성된 몸뚱이가 와해되기 시작했다.


창백한 이형 생명체

...!?!?


그것은 몸을 일으키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망가진 몸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또 한 번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마찬가지로 이미 상처투성이가 된 카레니나는 해머를 들고 다시 일어나 한 걸음씩 이형 괴물을 향해 걸어갔다.


이형 괴물은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영점 에너지 엔진의 힘으로 중력을 바꿔 몸을 띄우고 공중 탈출을 시도했다.



카레니나

할아버지는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고 하셨어...너도 살고 싶어하는 것일지도 몰라...


카레니나

하지만 생명에 적개심을 가지고 살아갈 줄만 아는, 영락없는 괴물일 뿐이야!


카레니나는 해머를 중력압축포 형태로 전개해 그것의 발바닥을 향해 압축된 중력을 발사했고, 엄청난 중력이 양력마저 상쇄하며 이형 괴물을 다시 월면으로 끌어당겼다.


그것이 힘겹게 고개를 들은 순간, 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체 내 중력제어장치는 과부하가 걸려 중력에 의해 왜곡된 빛이 카레니나의 곁을 휘감으며 해돋이의 태양보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휘효라는 이름에 손색없는 휘광으로 변모했다. 


창백한 이형 생명체

아아아아아...!!


이형 괴물도 영점 에너지 엔진에 모든 힘을 집중해 최강의 중력파를 발산하여 눈앞의 소녀를 갈기갈기 찢으려 했다.


카레니나

전부ㅡㅡ


해머에서는 추진엔진을 폭파시키는 불길이 일었고, 이 순간 모든 빛을 발하며 난공불락의 일격을 가했다.


카레니나

빛으로 변해라!!!!



격렬한 섬광 이후, 심하게 파손된 영점 에너지 엔진에서 강력한 중력파가 끊임없이 새어나오며 이형 괴물의 남은 몸뚱이를 모조리 와해시켜 창백한 피와 살로 되돌렸다.


카레니나는 폭발하는 중력파에 의해 수십 미터 밖으로 날아가 월면 위를 나뒹굴다가 결국 멈췄다.


카레니나

크윽...


다시 눈을 가다듬은 카레니나는 중력파가 폭주하는 바람에 부서진 영점 에너지 엔진이 계속 월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고, 중력파가 달 표면 바위 사이에 직접 작용해 주변 지면을 물결처럼 출렁이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단단한 바위가 바닥에서 날카로운 검처럼 솟아오르고 부드러운 달의 땅이 모래처럼 무너져 내렸다.


카레니나는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고, 곧바로 뒤로 날아올라 아슬아슬하게 발 밑의 붕괴를 피했다.


테디베어

여보세요...카레니나...아직 안 죽었지?


카레니나

일단은...그런 셈이야!


카레니나는 대답하면서 계속 솟아오르는 바위를 피해 질주했다.


테디베어

그럼 빨리 이 좌표로 와. 영점 에너지 엔진에 축적된 중력파는 3분 있으면 폭발할 거야.


카레니나

뭐? 거기도 중격파 범위 안에 있잖아!? 왜, 죽기 전에 쓰레기라도 옮기라는 거냐?


테디베어

오, 그렇다면...우리 모두 돈을 모아서 떳떳한 장례식을 준비해줄 테니까 안심...아니, 편히 잠들라고.


이어 통신이 예고도 없이 끊겼고 카레니나는 더 이상 테디베어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카레니나

【삐ㅡㅡ!】


카레니나도 어리둥절했지만 테디베어가 보낸 좌표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