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성은 하늘을 뚫고 천천히 땅을 향해 떨어졌다. 이것이 그녀의 귀환 궤적이었다.



루나

언니! 그럼 이야기 마지막에 토끼는 어떻게 됐어?



루시아

달 위에 머물렀대.


루나

그럼 달 위에 남아서 뭐 했대?


루시아

어...뭘 했을까...당근을 엄청 좋아하니까 달에도 당근을 심었겠지?


루나

응응! 그리고?


루시아

그리고....그리고 달 위에 당근을 심기 위해 땅을 파다가 땅속에서 당근귀신을 발견했대! 먹힌 당근의 원망으로 만들어진 괴물이래!


루나

귀신!!! 그 다음에는? 그 토끼들은 어떻게 됐어...당근귀신한테 먹혔어?


루시아

어...그러니까...그래, 토끼들은 당근귀신과 싸우기 위해 힘을 합쳐 강철토끼라는 로봇을 만들어 당근귀신에게 반격할 준비를 했어.


루나

토끼들 대단해!...그리고!


루시아

어...또 있었나...아, 맞아! 루나 이제 자야할 시간이야. 안 그러면 내일 이야기 안 해줄 거야.


루나

내일도 언니가 이야기 들려줄 거야?


루시아

당연하지...하지만 잠은 꼬옥 자야 해.


루나

응, 루나는 착한 아이니까, 언니 잘 자!


루시아

응...잘 자, 루나... 좋은 꿈 꾸고 내일을 맞이해야 돼.



격렬한 중력파는 이 작은 실험실을 끊임없이 갈기갈기 찢고 있고, 빈도가 갈수록 빨라져서 폭발 임계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거의 다 왔음을 예고하고 있다.


붕괴된 건축물이 계속 떨어지자, 그 거대한 오메가 무기도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점점 쌓인 잔해에 매장되었다.


ㅡㅡ오랫동한 갇혀 있던 그 대행자는 이제 여기에 없다.



파손된 영점 에너지 엔진은 중력파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눈부신 푸른 빛을 발하는데, 그 곁에는 중력파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듯한 하얀 그림자가 떠 있다.


영점 에너지 엔진 근처에 붙어 있는 창백한 살점이 꿈틀꿈틀거리며 마치 순백의 소녀의 몸을 휘감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루나

너도 누군가에게 만들어진 불쌍한 생물이야. 태어날때부터 뒤틀린 존재...


루나는 그것이 자신을 감싸도록 내버려 두었지만, 루나와 접촉한 순간부터 그것은 붉은 재로 변해 서서히 풀려나간다.


영점 에너지 엔진의 푸른 빛은 점점 더 순백에 가까워졌고 중력파는 곧 폭발해 지상의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루나

이게 과학이 준 순수한 파괴의 힘인가…그럼 이 힘을 이용하도록 해 줘.


루나는 오른손을 들어 온 월면기지의 퍼니싱 바이러스를 자신의 곁으로 모았다.


두터운 퍼니싱 바이러스는 점점 더 단단하고 더할 나위 없는 공 모양의 껍데기로 변모해 망가진 영점 에너지 엔진이 루나 자신을 감싸게 하고, 무질서하게 퍼지며 파괴되는 중력파를 루나에게 집중시켰다.


루나

언니가 있는 곳으로...돌아갈래.


루나는 개구리 펜던트를 상처투성이 오른손에 살짝 쥐고는 가장 안전한 가슴 위에 놓았다.


모여든 중력파가 퍼니싱 구체를 서서히 띄우더니 눈부신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황야를 외롭게 행진하던 백발 소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황야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녀는 무슨 말을 들은 듯, 고개를 약간 들어, 거의 동이 트기 직전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예고도 없이, 별똥별 하나가 이 하늘에 침입하여, 천천히 지상을 향해 내려왔다.


알파

루나...


알파라는 이름의 승격자는 멍하니 두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해가 뜨는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