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3일 뒤


노안은 잠시 쉬러 온 손님 몇 명을 막 떠나보낸 후, 바 안에 서서 그들이 사용한 컵을 씻고 있었다.


물방울이 컵에 떨어져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를 내자 그는 넋을 잃고 손놀림을 멈추었다.


공중정원에 머무른 지 꽤 오래되었는데, 시몬은 과학이사회에 적극 협조하는 것 또한 모두를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노안은 여전히 지상의 전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노안

...


그런 생각을 해도 소용없다. 수도꼭지를 닫고 반쯤 씻은 커피 스푼을 집어 컵에 넣자 금속 스푼이 유리컵과 부딪쳐 맑은 소리를 내며 좁은 못에서 울려 퍼졌다.


노안 

이 소리...


인간일 때 노안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면서 이런 소리의 선율을 들은 적이 있다.


온 바다를 떠도는 황무지의 부랑자들은 악기를 들고 다니지 못하지만, 가지고 다니던 컵과 그릇이 빗물과 어우러져 가장 단순한 음악을 연주하곤 했다.


이런 소리는 마치 그들 특유의 친숙함을 전해주면서 그의 생각을 머나먼 곳으로 끌어당기는 듯 했다.


노안

...지상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어. 다른 소대들처럼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아름다운 추억을 이어가듯 숟가락을 들고 싱크대 안의 컵을 가볍게 두드리며 아삭한 음계를 계속 울렸다.


그리고 바로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노안

어서오세요.


방금 방문한 그 손님을 돌아보니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노안

안녕, 지휘관.


지휘관

안녕.


노안

책이나 음료수 내올까?


지휘관

아니, 물컵으로 치는 음악 소리가 들려서 좀 궁금했어.


지휘관

와서 보니 너가 있을 줄 몰랐었지.


노안

...잔을 씻다가 문득 예전에 배웠던 노래가 생각났어.


지휘관

옛날 노래?


노안

죄다 시시콜콜한 얘기인데 들어보고 싶어?


지휘관

원하는 대로 해.


노안

그래.


노안은 웃으며 컵을 들어 차례대로 놓고, 적당한 믹서 막대기 두 개를 골랐다.


노안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엄마가 가르쳐준 자장가였지.


그는 부드러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잔 사이로 단순하지만 여운이 남는 선율을 연주했다.


그 가락은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비 오는 밤과 처마 밑 특유의 편안함을 띠고 있었다.


노안

물컵 소리로 이 곡을 작곡하는 법을 배운건 꽤 오래전 일이었어.


노안

그 당시 우리 팀에 한 아이가 있었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잠을 못잤었어.


노안

이건 그의 아버지가 그를 재우는 방식이었는데, 나는 불침번을 서야 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물컵으로 노래 한 곡을 치는 법을 배웠었지.


노안

그러고는 '수업료'라고 하며 아이들을 재우는 책임을 나에게 맡겼어.


노안이 잔을 말끔히 씻어 소독장치에 넣고 손을 닦은 뒤 다가왔다.


노안

되게 소소하고 지루한 옛날 얘기였지?




[1]

지휘관

(1)아주 흥미로운 옛날 이야기였어. ← 선택

(2)아주 평범한 옛날 이야기였어.


노안

당신은 이런 이야기도 재미있어 하나 보구나?


지휘관

(1)아주 흥미로운 옛날 이야기였어.

(2)아주 일상적인 옛날 이야기였어. ← 선택


노안

맞아, 지상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고생 속에서 즐기는 데 익숙해져 있었지.




노안

혹시 다른 일 있어? 도서관에 남아서 좀 쉴래?


지휘관

또 다른 스케줄이 있어.


노안

응, 그럼 먼저 하러가.


지휘관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지휘관

잠시 여기에 머물러도 돼.


그는 여전히 피곤한 인간 지휘관의 얼굴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지휘관

잠깐 얘기 좀 할까?


지휘관

네가 공중정원에 온 이후로 나는 아직 너와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잖아.


노안

물론이야. 말해 봐.


노안은 고개를 돌려 인간의 두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지휘관

음...




[1]

지휘관

(1)구조체가 안경을 쓸 필요 있어? ← 선택

(2)전에 있던 안경은 잃어버렸니?


노안

시력의 문제라면 구조체가 됐을 때 안경은 이미 필요 없게 되었어.


노안

단지 어릴때부터 안경이나 고글을 끼고 있었는데 갑자기 빼니까 오히려 옛날 생각이 나서... 그때 길이 잘 안 보이던 기억이 있어서 영 적응이 안되네.



[2]

지휘관

(1)구조체가 안경을 쓸 필요 있어? 

(2)전에 있던 안경은 잃어버렸니? ← 선택


노안

응, 다치거나 개조당했을 때 아마 잃어버렸던 것 같아.


노안

깨어났을 때 몇 년 전에 쓰던 안경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적응이 안 되더라고.



노안

아시모프 씨도 익숙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의식의 바다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착용하게 되었어.


지휘관

...그랬구나.


지휘관

요즘 뭔가 하느라 바빠?


노안

이전과 마찬가지로 실험과 검사에 협력하기도 하고, 훈련실을 찾기도 해.


그는 몸을 숙여 바 아래쪽에서 깨끗한 새 컵을 꺼내어 새 음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노안

때로는 여기에 있지.


지휘관

자기가 만든 음료수 마셔본 적 있어?


노안

없어. 연습할 때도 이곳 서빙로봇이 품질 관리를 해줬어. 구조체는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잖아. 그건 나에게 있어 낭비야.


지휘관

과자는?


노안

그건 먹어버렸는데 엄청 맛있었어. 고마워.


지휘관

앞으로 도서관에 남아 있을 거야?


노안

음, 한양소대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러고 있겠지.


지휘관

임무를 수행하고 싶어?


노안

물론이야.


노안

공중정원에 오기 전부터 지상의 상황은 심각했고, 아직 밖에 있는 사람들과 망각자들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몰라...


노안

꼭 가서 도와주고 싶은데, 다른 한편으로는 승격자 문제까지 뒤따라올까 봐 걱정이 들어.


노안

...


ㅡㅡ이처럼 숨은 목적 없이 주변 사람들과 소소한 일상과 소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건 얼마만일까?


사람들 틈에 남아 여러 사람과 서로 믿고 도와주던 날들을 생각하며 눈을 내리깔고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노안

지휘관은? 요즘 잘 쉬고 있어?


답이 이미 오래전에 다 나왔는데도 그는 이 문제를 물었다.


그것은 굳이 화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것이다.




[1]

지휘관

(1)전부 괜찮아. ← 선택

(2)약간 불면증이 있어.


노안

알았어.


그는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시몬의 말처럼 지나친 걱정도 불신이며, 더구나 그는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해 전혀 모른다.


앞에 있는 지휘관이 자신이 모든 게 다 괜찮다 생각하든, 아니면 그에게 자신의 말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든지 간에 더 이상 물을 권리가 없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다른 말 없이 침묵을 지켰다.



[2]

지휘관

(1)모두 괜찮아. 

(2)약간 불면증이 있어. ← 선택


노안

의사에게는 가 봤어?


지휘관

아직 임무가 있어.


노안

슈퍼맨도 쉬어야지. 모든 것을 자신에게 쌓아두려 하지 마.


지휘관

하지만...


노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지휘관

맞아.


노안

최근에 일어난 일들이 확실히 한 사람을 무너뜨릴 만한 것이겠지. 그런 느낌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어.


노안

하지만 괴롭다고 해서 이렇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지 않아도 돼.


노안

그레이 레이븐 소대 사람들도 그렇고, 시몬 지휘관도 그렇고...그들은 모두 당신을 걱정하고 있어.


노안

만약 지휘관이 그들을 믿고 모두와 함께 부담을 나눈다면 그들도 틀림없이 기뻐할 거야.


노안

적어도 시몬 지휘관은 그러겠지.


지휘관

너도 그래?


노안

...


이 질문에 노안은 다소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노안

그게 신경 쓰여?


지휘관

(끄덕)


그게 신경 쓰인다고?


그는 고개를 숙이고 웃기 시작했다.



노안

그래, 지휘관이 나를 믿고 일을 나눠준다면 나도 기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