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개시




나는 적이 아니야.


손님이다, 어서 와!


썩 꺼져라! 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


배고파...



엄마는 나를 먹고 아빠는 엄마를 먹네~ 엄마는 소화를 못 해, 나는 안에서 배부르다네, 깔깔~


살려줘, 내보내줘, 내보내 달라고!


인형아, 인형아, 슬퍼하지 마~




우는 모습이 예쁘네, 자르는 거 도와줄게...



반은 나에게 주고 나머지 반은 그녀에게 주면...위아래로 나눌까? 좌우로 나눌까?



위아래로 나눌까? 좌우로 나눌까? 어느 쪽으로 나누고 싶어?



비앙카

(추적장치의 영향 때문인가?)





비앙카

(이 말들은 그저 환상일까, 아니면...)


비앙카

(아니야, 그들이 부르는 상대는 여기에 없는 다른 사람이야...)


???

자~ 우리와 함께하자~



연약함과 결핍을 모두 버리리라~


다시는 아프지도, 방황하지도 않으리~


자~ 우리와 함께하자~ 완전한 개체로 거듭나리라~



???

자~ 우리와 함께하자~


비앙카

당신들이 묻는 대상이 만일 저였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비앙카

허나 거절합니다!


???

진정한 신의 계시자가 되는 것을 거절할 셈이야?


???

그레이스...



의식 집합 숙성체

그렇다면 우리가 되어라!




우리가 되어라!


비앙카

젠장...몸을 움직일 수 없어!



함께...우리가 되자.



우리가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했어



육신의 멍에를 버리고, 다시는 영혼과 떨어지지 않는 거야.



...눈을...떠...



....눈을 떠....



어서....눈을 떠....



어서 눈을 떠!



비앙카

너는 이전에...?


비앙카

...이곳은 추적장치가 구축한 데이터 공간인가? 분명히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비앙카

빨리 벗어나야겠어.



비앙카

이런 때에 추적장치가 반응을 하고 있어?



세 개의 환영이 눈앞에 나타났다.



파란색 환영

살려줘, 내보내줘, 내보내 달라고!



붉은색 환영

썩 꺼져라! 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



파란색 환영

배고파...



비앙카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어? 추적장치가 무언가를 흡수하는 모양이야.


비앙카

아직 뭔가 부족해...



비앙카

흡수가 멈췄어, 다시 가동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변했니?



너의 발버둥은 헛수고에 불과해.




더욱...깊숙한 곳으로 가야 되는 건가?



어둠 속 속삭임이 점점 요원해지고, 시선은 점점 맑아진다.



식량을 도둑맞았다! 식량을 도둑맞았다!



잘했다...그 쥐새끼를 반드시 죽여!



부숴버릴 거야, 널 죽이고, 구하고, 애도할 거야!



'자, 종말의 빛을 목도하십시오.'


빌어먹을...고마워...




'이것으로, 악몽의 붕괴를 선언합니다!'



벗어나고 싶어...죽고 싶지 않아...



비앙카

의식의 바다의 부하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나?



(딥링크 요청 수락, M.I.N.D 도킹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휘관님...


당신의 도움이 있다면, 저는 결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비앙카

적을 철저히 처리해야겠어.




너를 저주하겠어!


해방시켜줘서 고마워...



나는 분명히 도망치려 할 거야...날 도망치게 두지 마!


아직 못다한 일이 있지만...어서 전부 끝내버려...


날 구해줘...죽여줘...





전투 종료





해양박물관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건물 구조를 지탱하는 고강도 건축물들이 쩍 하는 소리를 냈다.


더욱 불안한 것은 수압을 지탱하는 유리 표면에 이미 수많은 균열이 생겼다는 점이다.



비앙카

곧 무너질 것 같습니다!


지휘관

전원 즉시 철수한다.



대원A

지하 3층과 서관을 조사하는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위험하다고 느끼신다면 먼저 서관으로 가십시오. 그쪽과 여기는 서로 통하지 않으니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대원A

저희가 침수될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통신기는 물속에서도 정상적으로 동작할 수 있어 계속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지휘관

안 돼.


대원A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상대방이 반박할 시간을 주지 않자 자신은 빠르게 해명했다.


'너희들은 수중작전에 강화된 모듈을 가지고 있지 않아 수중에서 전투력이 급격히 하락할 거야.'


'적의 전력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만전을 기하지 않은 채 적을 상대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커.'


이를 들은 정화부대원들은 반론도, 고개도 끄덕이지 않고 비앙카에게 눈길을 돌렸다.


비앙카

정찰 드론을 배치해 지하 3층으로 보낸 뒤, 전원 철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정화부대원 한 명이 갑각류 모양의 드론을 던지고 터미널에 진행경로를 설정하자 드론은 얇은 날개를 펼쳐 지하 3층을 향해 나아갔다.



대원B

먼저 여러분께 말씀드리자면, 이 드론은 본래 탈주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설계되었는데, 그것이 고농도의 퍼니싱 환경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원B

필요한 정보를 돌려받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런 주요 영상을 돌려받지 못하고 완전히 침식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원B

이런 믿을 수 없는 물건에게, 우리는 모든 운에 맡겨야 합니다...


'아그작...'


맑고 청량한 음성이 갑자기 모든 사람의 귀에 들어가자, 즉시 소리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다...


대원B

그리고 우리의 운은 썩 좋지 않은 듯 하군요.


마치 첫 번째 나팔 소리처럼 여기저기서 깨지는 소리가 귓가에 계속 울려 퍼졌고, 세월의 세례와 방금 전의 전투의 여파를 거쳐 그간 공기와 바닷물 사이를 차단해왔던 강화유리는 마침내 지탱할 수 없게 되었다.


비앙카

후퇴합니다!


모두가 빠른 걸음으로 뛰었고,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바닷물이 유리 차단을 뚫고 2층 공간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라디오 방송

경고, 돌고래 쇼룸에서 침수 사건 발생, 즉시 폐관하고 보수 작업을 진행하겠습니다.


라디오 방송

관광객들께서는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빠른 속도로 질서 정연하게 철수하여 주십시오.


라디오 방송

경고, D2-A~D2-K배수구 오프라인 상태. 담당자께서는 빠른 시일 내에 고장을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밀려들면서 돌고래 쇼룸의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고, 곧 무릎까지 올라갔으며, 이 또한 많은 사람들의 이동을 크게 지연시켰다.


라디오 방송

돌고래 쇼룸 내부에 생명신호가 탐지되지 않아 폐관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원C

이봐, 니가 무슨 최신형 구조체라도 되는 거야?


출구의 수문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굳건한 속도로 아래로 내려갔는데, 그 두께의 정도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이 완전히 닫혀버린다면 자기 손에 있는 무장으로는 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정화부대원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휘관

...


비앙카

이곳의 설비는 분명 누군가에 의해 조정되었을 것입니다.


바로 그때, 모든 사람의 단말기에 하나의 그래픽 메시지가 수신되었고 달리는 와중에 한 번 훑어보았는데...


지하공간을 가득 채운 적조때문에 자신의 발걸음이 멈출 뻔했다.


대원B

이번에는 운이 좋았군요.


끝까지 줄 맨 뒤에 처져 있던 그 대원은 담담하게 말했다.


대원B

몇몇 이합생명체들을 피해 드론이 완전히 무력화되기 이전에 이것을 포착했습니다.


상대방은 철수 과정 내내 고개를 숙였었다. 그동안 드론을 조작해 촬영을 시도했을 것이다.


지휘관

(커맨드 센터에 이미지 업로드)


대원B

그러나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상대방은 완전히 닫히기 직전인 출구를 가리켰다. 가능한 한 빨리 외골격의 출력을 최대한 구조체들의 속도에 따라 맞추었는데,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출구에서 한참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나쁜 일이 결코 한 곳에서만 일어나라는 법은 없다.



루시아

지휘관님, 신속히 모두와 함께 대피해야 합니다. 현 장소에 누수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쑥덕거리는 소리

적의 습격이다!


루시아

뭐야, 하필 이런 때에!


지휘관

루시아, 우선 난민과 정화부대를 조직해서 철수시켜.


지휘관

그리고 수송기 안에 있는 공사절단기를 가지고 와.


루시아

공사절단기 말입니까? 지휘관님, 혹시 그쪽에...


루시아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모두 철수하도록 조직하겠습니다. 부디 버티세요.


이미 허리까지 차오른 수위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문이 닫히기 전까지 입구를 통과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자 걸음을 멈췄고, 자신은 전투복에 들고 다니던 소형 산소통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대원A

받으세요.


그때, 앞서 임무를 이어갈 것을 제안했던 정화부대원이 통을 던져줬다.


지휘관

(받다)


지휘관

산소통?


유성펜으로 알록달록한 어린 아이 그림이 그려진 산소통으로, 약간 녹이 슬었지만 위의 간략한 스케치는 잘 보존되어 있으며, 공중정원의 제식 장비가 아니었다.


대원A

과거 부랑자였던 시절에 남겨뒀던 물건입니다. 가지고 있던 산소통이 고갈되면 이것을 사용하시고, 나중에 다시 돌려주는 거 잊지 마세요.


상대방은 이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지휘관

고마워.


그 대원은 응답을 받지 못한 채 묵묵히 한쪽에 기대어 있을 뿐이었다. 현장에는 물소리와 수문의 마찰음만이 들려왔다.


대원C

엄청 시끄럽네...어? 저 수문의 폐쇄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거 아냐?


이 말을 듣고는 모두가 눈을 돌렸다.


원래는 두꺼운 철문이 멈출 수 없는 기세로 수면을 절개하여 마루 쪽으로 내려오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 위에 있는 표시등이 붉은색으로 바뀐 채 계속 깜빡이고 있었다.


귀에 거슬리는 경보음과 함께 내려가던 수문이 멈추었다.


이것이 적들의 또 다른 함정인지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헤아리고 있을 때, 방송에서는 다소 허약해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스

공중정원 여러분, 그레이스입니다. 저와 단원들이 수문 폐쇄를 멈추었습니다.


그레이스

현재 저희는 지하 2층 통제실에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한 상태라 당신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비앙카

그레이스?


그 이름의 주인 역시 이번 조사 대상 중 하나였지만, 그간의 경험을 통해 비앙카는 마음속으로 상대방 역시 적조의 일부가 된 지 오래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상대방이 살아있는 이상, 그렇다면...



비앙카

치코도 당신 옆에 있습니까?


그레이스

...죄송합니다. 그녀는 팀을 이끌어 그 승격자 앞을 가로막았습니다...우리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앙카

...


그레이스

후퇴하는 길도 괴물로 가득해서 통제실 안으로 숨어야만 했습니다...음식도 며칠 새 바닥이 났고요.


그레이스

부탁입니다, 저희를 살려주세요...적어도 아이들만큼은 살려주세요...


비앙카

곧 구조하러 가겠습니다.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그레이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라디오 내부 소리가 잠잠해졌다.


대원A

쳇.


늘 비앙카와 엇박자를 내던 정화부대원은 불쾌하게 혀를 찬 뒤 지도를 꺼내 통제실 쪽으로 향했다.



비앙카

당신은 반대할 줄 알았습니다.


대원A

부대장도 여기서 같은 판단을 내렸을 겁니다. 물론 그 유약한 연민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죠.


대원A

그 여자가 문 앞에서 우리가 공중정원측 인원임을 알아본 것은 아마도 CCTV를 통해 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원A

지금에서야 말을 하는 이유는 우리로 하여금 그 괴물들을 완전히 정리하기 위함이었겠죠.


대원A

아이만큼은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우리가 믿지 않더라도 그것을 거부한다면 상대방은 수문을 다시 닫는 것으로 협박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원A

아마 우리 중에 물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이런 맞수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대원A

승격자에게 현혹될 수 있을 만한 자들의 한계를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통제실로 향하는 길에 루시아에게 상황의 변화를 빠르게 설명했다.


루시아

알겠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여러분이 돌아올 때까지 지키고 있겠습니다. 이곳의 난민들도 대피하는 데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입니다.


루시아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갇혀있어서 기력이 허약한 상태입니다.


통제실로 가는 길에 흩어져 있던 몇몇 이합생명체들을 치운 후 많은 사람들이 통제실 문 앞에 다다랐다. 라디오에서도 그레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스

곧 문을 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비앙카

지휘관님, 여기서부터 아무래도 당신이 교섭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휘관

(끄덕)


뒤에서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정화부대원들은 모두 작전태세에 돌입하고 있었다.


대원A

만일의 사태를 위한 것입니다.


상대방이 어깨를 으쓱였다.


철제 베어링의 회전음과 함께 앞에 있던 수문은 천천히 양쪽을 향해 미끄러져 나갔다.



임무 브리핑과 다를 바 없는 얼굴이 등장했다.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지금의 상대방은 많이 초췌해 보였다. 입술이 갈라지고 광대뼈가 도드라져 있었으며 눈가가 깊게 패여 있었다.


그녀 뒤에는 그녀처럼 허약해 보이는 노인 몇 명이 있었고, 어떤 이들은 이미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휘관

당신이 언급한 아이들은 어디에 있죠?


그레이스

...죄송합니다, 제가...


대원A

됐어, 연극은 여기까지야.


상대방이 미안하다는 말을 거칠게 끊었다.


대원A

부축이 필요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지?


그레이스

...여기에 있습니다.


정화부대원들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업어주려고 했지만, 그 순간 박물관 전체가 심한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문 밖 통로에서 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랑자

그들이야...그 녀석들이 또 왔어.



루시아

지휘관님, 서두르세요. 박물관 전체가 붕괴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앙카

전원 즉시 철수합니다. 제가 이합생명체를 막고 있겠습니다.


비앙카

지휘관님, 당신도 가세요.


지휘관

응, 너도 최대한 빨리 와야 돼.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은 노인을 업고 가슴에 닿기 직전인 물을 헤쳐나가며 다른 대원들을 따라 출구 위치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