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정원 사령부 앞에서 리와 리브는 암묵적으로 우연한 만남을 가졌고, 리는 양 손에 든 문서를 들어 올렸다.



리브, 너도 신청서를 제출하러 왔어?


리브는 멍하니 있다가 살짝 웃으며 리와 똑같은 신청서를 꺼냈다.



리브

리 씨, 우리 둘이 함께라면 설득력이 한층 더 강해질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최대한 해 보자...조금이나마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충분하니까.


이들은 며칠 동안 지상의 전투를 지켜보았었다. 지휘관과 루시아가 보내온 메시지에 따르면 이합생명체의 공격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아 간신히 방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엄청난 재앙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생과 사의 전쟁터를 거치면서 리브와 리는 불길한 예감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이고 사령부 초인종을 누르고 방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손님이 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카레니나는 허리를 펴고 겁도 없는 모습으로 니콜라 사무실 앞에 섰다.


카레니나

오메가 무기의 양산과 개조는 이미 마무리했어. 우리 엔지니어 부대도 전투에 참가할 수 있다고!



퍼펫베어

저희보다 오메가 무기의 특성을 잘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그 지휘관의 말대로 오메가 무기를 이렇게 많이 투입해야 한다면, 저희 쪽에서 모니터링을 해 줄 수 있다면 성공률이 훨씬 높아질 겁니다.


카레니나

비앙카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실종됐어… 만약 우리가 바다에 들어온 적조를 치우지 않는다면, 수색은 전혀 전개될 수 없어. 사령관! 우리를 출격하게 해줘!


니콜라는 한숨을 내쉬며 몇 번을 뛰어넘어 직접 손에 든 신청서를 바라보며 세리카를 향해 날카롭게 쳐다봤다.



세리카

저도 만류했지만...소용없어요.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니콜라의 노기를 감지한 세리카는 슬쩍 물러서면서도 눈빛으로 카레니나를 응원했다.



니콜라

안 돼...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사령부의 전략 배치가 끝나기 전까지 대기하고 있으라고 말이야.


니콜라

게다가 너희 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않나.


카레니나는 한동안 반박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저 싫다는 표정으로 니콜라를 바라보았다.



그럼 저희 둘도 더해주시죠.


리와 리브는 문밖에서 들어와 카레니나의 곁에 섰다.


리브

저희도 이번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지상으로의 이동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니콜라

너희 둘을 전투에 참가시키지 않는 것은 너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신형 특화기체의 적응자에게 그런 위험을 감수하도록 놔둘 수 없는 노릇이다….


니콜라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이것은 또한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의 의견을 참작한 결론이다.


리는 막 입을 열려고 했지만 리브가 한 발 앞서서 할 말을 했다.


리브

하지만...신형 특화기체의 측면에서도 지휘관은 매우 중요한 일환이고, 지휘관이 없었다면 저희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릅니다…아니, 어쩌면 죽음보다 더 슬픈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리브는 신형 특화기체가 의미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파멸에 가까운 도박이었고, 어쩌면 운명의 룰렛이 한 번 더 돌았다면 모든 것을 잃은 자는 자신이었을 것이다.


리브

어쩌면 미래에…저와 리 씨뿐만 아니라 새로운 특화 기체가 될 만한 구조체도 있을지도 모릅니다…지휘관의 능력은 그들을 돕는 데 가장 중요한 힘이 될 것입니다.


리는 리브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브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과 리브는…. 신형 특화기체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는 할 수 없다. 실패는 죽음을 의미하며, 그러면 인류의 미래는 오로지 지휘관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가 없다면 더더욱 미래를 논할 수 없지 않습니까?


니콜라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모두가 니콜라의 표정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결정을 조용히 기다려야 했다.




니콜라

세리카...


갑자기 불려온 세리카는 멍하니 달려와 니콜라에게 다가갔다.


세리카

사령관님...?


니콜라

가서 성갑충 소대 녀석들을 불러와.


세리카는 니콜라가 왜 갑자기 성갑충 소대를 언급했는지 모른 채 작전 기록표를 뒤졌다.


세리카

하지만 성갑충 소대 중 현재 공중정원에 남아있는 인물은 팔지 대원뿐입니다...그녀는 임시 파트너였던 지휘관 해리조와 함께 공중정원 내부에서 활동 중입니다.


니콜라

상관 없어. 수송기 조종 경험도 있고 전력도 뛰어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해리조는 지상군 작전 경험이 있어 그를 불러들이려는 거다.


니콜라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보충했다.


니콜라

케르베로스 소대에게도 출격 명령을 내려라. 다만 지휘관 모리는 지상에 착륙하기 적합하지 않으니 원격 연결 방식으로 지원하도록 하지.


모리...


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동생이 소대장이 되었고, 공중정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세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카레니나

사령관? 그럼 출격에 동의한 거지?


니콜라는 언짢게 웃으며 카레니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니콜라

동의를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애당초 사령부가 작성한 작전계획상 동원권한이 있는 모든 가용 전력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지.


무슨 문제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니콜라

시간이 많지 않으니 상황설명은 최대한 간략하게 하지.


니콜라는 코퍼필드 해양박물관 부근의 각종 자료를 보여주는 전술 스크린을 펼쳤고, 그 중심에는 적을 표시하는 주홍색 점 모양의 표시가 상당수 나타났다.


니콜라

해저로 방류되는 적조가 모여드는 곳을 중심으로 이합생명체들이 다량 포진해 있는데…. 이전과 같은 전 지구적 범위는 아니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밀집되어 있다.


카레니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크린의 분포도를 바라보며 턱을 괴고 생각했다.


카레니나

그렇다면 새로운 수송 엔진이 있다고 해도 쉽게 뚫을 방법이 없잖아…. 우회할 수밖에 없을까.


퍼펫베어

앞서 그레이 소대 지휘관에 따르면 핵심 지역에 거대한 인간형 이합생명체가 출현하고 다량의 이합생명체가 발생하는 것 같았는데…. 육상에서 우회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아보여.


퍼펫베어

하지만 너의 그런 성질머리로 정면돌파 이외의 수단을 생각하려고 하다니, 정말 대단한 발전인걸.


카레니나

흥, 니가 알 바야!


아니, 이럴 때일수록 정면 돌파를 감행해야 합니다...우리가 충분한 인원을 모을수만 있다면, 한점돌파 방식으로 비행하는 이합생명체의 봉쇄를 동시에 돌파하는 것이 오히려 안전할지도….


리는 전술지도를 국소적으로 확대해서 특정 좌표를 집중적으로 찾으려 했다….



???

IR-22……lR-22……



IR-22…lR-22…바로 저기입니다…!


이 공중구역을 돌파하면 신형 엔진의 가속성능을 최대한 발휘해 비행 이합생명체 대부분을 따돌리고 적조 방류 지점 입구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지상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보입니까? 바다 입구로 바로 연결되는 협곡이 있는데…. 상대가 인간이라면 분명 매복하겠지만, 이합생명체는 그런 사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넓은 지역의 이점을 활용하여 다수의 이합생명체와의 교전을 최대한 회피할 수 있습니다….


리는 문득 모두가 그의 분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순간 정신을 차렸다.


리브

...리 씨?


니콜라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하게.


니콜라는 개의치 않겠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만약… 음, 그러니까 저는 비행 이합생명체를 뚫고 두 조로 갈라 1조는 오메가 무기를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전달하고, 2조는 지상으로 가 가능한 한 많은 지원 세력을 찾아간다고 가정하여 설명한 겁니다.


니콜라

현재 공중정원 인력만으로는 이번 재앙을 막기 역부족이라는 의미인가...?


네...가능한 한 최대의 역량을 동원해야 합니다.


리는 왜 이런 '예감'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몇 시간 뒤면 전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니콜라

확실히 사령부 측도 한점돌파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너희들을 배치한 것 같은데….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좌표와 방안은 우리가 참고하도록 하지.


퍼펫베어

그럼 남은 문제는 우리가 진입할 수 있는 충분한 부대를 찾을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가급적 실전 경험이 있어야 해…. 지금 인력이 그리 충분하지 않아.


카레니나

로제타가 잠시 엔지니어 부대에 머무르는 동안 작전 참가를 희망해서 포함시켜놨어.


그렇다면 엔지니어 부대는 소대 표준에 부합하게 되지만…. 적어도 1개 대대 단위의 구조체가 필요합니다.


니콜라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쓸 만한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다.


니콜라

한양소대는 아직 정비 중이고 불안정한 요소가 많다만...흥, 의회 쪽은 하산이 알아서 고민하라고 하지.


마음을 정하자 니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군중들을 마주했다.


니콜라

우리는 수없이 많은 돌발적인 재난을 겪었지만 이번에는 최선을 다했다. 반드시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하고, 구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구하고, 막을 수 있는 모든 재앙을 막아야 한다.


니콜라는 군중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전술지도의 붉은 중심부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니콜라

각자 준비! 120분 후 수송기 계류장에 집합하라...!



적조의 중심에서 솟구친 첫 번째 이합생명체의 공격은 막아냈고, 오메가 무기 설치도 완료되었으나….


지휘관

이합생명체의 수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어!


진짜 '파도'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이합생명체들이 바다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오메가 무기로 구성된 방어선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었다.



베라

이봐, 현재의 오메가 무기 소모량으로는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게 될 거야. 너희 몇 명, 더 많은 오메가 무기를 어서 가져와!


베라는 손에 든 태도로 고립된 몇몇 정화부대원들을 향한 이합생명체의 공격을 막아줬고, 역으로 그 중 한 마리의 허리를 직접 끊었다.


정화부대원들은 베라의 뜻에 따를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이살레스

그녀의 말을 들어, 아니면 너희들이 그녀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나?


몇 명의 정화부대원들이 눈짓을 하고 손에 쥔 무기를 거두어 자신이 잘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운반작업으로 투입되었다.


베라

허...꽤 센스 있잖아.


이살레스

역량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음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베라

그럼 너도 오메가 무기를 운반해 줘. 여기는 나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거든...


베라는 무거운 갑각으로 싸인 이합생명체에 태도를 찔러 넣었지만, 그 갑각에 태도가 꽉 끼어 한순간에 뽑을 수 없게 되었다.


지휘관

베라, 바위 뒤를 조심해!


한 이합생명체가 암초 뒤에 숨어 있다가 큰 파도에 해안 위로 떨어지자 허점을 드러낸 베라를 보고 재빨리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베라

쳇...


베라는 태도를 포기하고 나머지 손으로 접이식 칼날을 이용해 공격을 막았지만 그 틈을 타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베라의 신체에 침식도가 상승하자, 그 이합생명체의 몸은 순간 던져진 태도에 의해 암초에 깊숙이 박혀버렸다. 그것은 바로 방금 전에 이살레스라는 이름의 정화부대원이 던진 것이었다.


이살레스

나는 그들보다 조금 더 강해. 그래서 물건을 옮기지 않은 거다...그리고 이런 것에만 뛰어나기도 하지.


이살레스는 여전히 몸부림치고 있는 이합생명체를 밟고 베라의 태도로 반으로 쪼갠 뒤 무기를 돌려주었다.



베라

허...그럼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한번 지켜보겠어.


(당분간은 이쪽 해안선 방어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크롬

지휘관님, 반즈가 관찰한 결과 그 거대한 인간형체가…. 느릿느릿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휘관

맞아, 상륙이 목적인 것 같아.


그 목적과 발생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추측에 의하면…. 바다를 떠나 상륙하는 데 성공하면 연안의 모든 생명을 집어삼키고 지상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킬 것이다.


크롬

지휘관님...눈치채셨습니까?


지휘관

그래, 바람이 불고 있어...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이윽고 바람도 점점 거세지면서 찬 비와 섞인 강한 바람이 끊임없이 해안을 향해 불어와 폭풍이 곧 닥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ㅡㅡ이번 자연기상은 인류의 편이 아니다.


폭풍우가 붉은 파도를 일으키며 오메가 무기로 구성된 방어선을 향해 내리치면 수많은 이합생명체들이 파도를 타고 방어선을 넘어 인류를 향해 돌진할 것이다.


지휘관

어서 산개해 오메가 무기를 보호하라!


해안선 한복판에 거센 파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이 지역 수비를 담당하던 정화부대원들이 명령에 응할 틈도 없이 갑자기 몰려든 이합생명체의 습격을 받았다.


순식간에 해안 방어선에 구멍이 뚫렸고, 그 틈으로 드러난 것은 중앙의 수많은 오메가 무기가 배치된 임시지휘센터였다. 봉쇄를 뚫은 수십 마리의 이합생명체들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철수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루시아

ㅡㅡ지휘관!!!


???

지휘관님, 엎드리세요!


뒤에서 들려온 다급한 외침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가능한 한 엎드려 있다가 1초 만에 총알로 구성된 폭풍이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가면서 앞에 서 있던 몇 마리 이합생명체들이 벌집으로 돌변했다.


지휘관

리!



곁을 질주하며 지나친 리는 짧게 이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구하러 온 루시아를 향해 합류해 이합생명체들의 포위망을 몰아냈다.


가냘프지만 강인한 팔뚝에 몸이 부축되는 것을 문득 느꼈다.



리브

지휘관님, 다치셨나요!?


지휘관

(고개를 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브는 재빨리 몸을 꼼꼼히 스캔했고, 이윽고 팽팽하던 미간이 풀어졌다.


지휘관

나는 다치지 않았지만 정화부대원들은...


리브

네, 알겠습니다. 저에게 맡겨주세요…. 이번에는 절대로 아무도 죽게 하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리브는 의료용 가방을 들고 이미 조준 태세에 들어간 부유포와 함께 전선으로 돌진했다.


거센 파도에 비해 인류는 한없이 보잘것없어 보였지만, 지휘 중심에 서서 본 뒷모습 하나하나는 거센 파도에 비해 훨씬 더 웅장했다.


살육의 광기에 물든 이합생명체에 비하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세 사람은 보잘것없어 보였지만, 지금 이 순간 서로 얽힌 날개를 펴고 전장 위에 서 있으면 더 이상 그들을 가로막을 난관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전투 개시




루시아

리, 예전과 동일해. 내가 돌격할테니 엄호해줘!


알았어. 리브는 우리 뒤에서 지원해줘.


리브

저한테 맡겨주세요... 이렇게 여러분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건 오랜만인 것 같네요.


루시아

응, 그리 반가운 일로 마주하진 않은 것 같지만...너희들과 지휘관님과 함께 싸울 수 있게 되어 정말 안심이 돼.


협동전술 전부 기억하고 있겠지...그럼 다 같이 가자!



정화부대-자하

대규모의 적이 소멸되었다. 다음 공격에 주의하라.


정화부대-제인

더 이상 새로운 적이 나타나지 않아. 한 숨 돌릴 수 있겠어!




정화부대-자하

그레이 레이븐 소대...역시 엘리트 소대는 막강하군.


흥...정화부대 사람들은 고맙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규칙이라도 있습니까?


리브

리 씨!


루시아

신경 쓸 필요 없어...다 같이 싸웁시다.



정화부대-제인

적이 소멸되었다. 순조롭군.


정화부대-프리

계속 공격해!




이 녀석이 그놈들의 우두머리인가...정말 역겹게 생겼군.


리브

조심하세요!


정화부대-자하

윽...신경 쓰지 마. 찰과상일 뿐이야.


루시아

저 녀석을 격파하기만 하면 남은 적들은 각자 격파할 수 있을 거야.




정화부대-자하

우리가 더욱 강해진 느낌이 드는군!



전투 종료




루시아

리, 엄호해줘!



말하지 않아도 진작에 준비해놨어!


리는 한 손으로 사격 태세를 유지하고 다른 손에는 고성능 폭약 탄창을 재빠르게 교체해 이합생명체가 밀집한 곳을 향해 바닷물을 증발시킬 정도의 고온의 작열탄을 격발했다.


그 틈을 타 루시아는 오메가 무기 중 하나를 향해 발사했고, 온몸에 둘러싸인 극저온 한기가 방금 불에 탄 이합생명체를 순식간에 얼음조각으로 만들었다.


지휘관

리브, 지금 당장 오메가 무기를 설치해!



리브

저에게 맡기세요. 좌표는 이미 기록해놨습니다.


오메가 무기를 품은 리브는 재빨리 방위지점을 향해 달려가 파괴된 이합생명체 포위망을 향해 깔끔하게 세팅해 해안선의 방어선을 다시 복원하였다.


지휘관

하지만 오메가 무기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방금 전 사용한 오메가 무기 비축분은 거의 다 떨어졌고, 보충이 없다면 이곳의 방어선도 아마 오래 버티지 못 할 것이다.


리브

지휘관님,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왜냐하면...


멀리서 한 소녀가 엔지니어 부대의 수송차를 몰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지휘관

엔지니어 부대의 카레니나?



카레니나

여어!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오메가 무기 보급이 도착했어!


카레니나는 차를 급정거시킨 뒤, 뒷좌석에서 만난 적이 없는 소녀와 함께 쏜살같이 뛰어 내렸다.



퍼펫베어

처음 뵙겠습니다,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카레니나

퍼펫베어라고 해. 오메가 무기 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얘한테 맡겨.


퍼펫베어

그리고 막무가내로 해야 할 문제는 카레니나에게 맡기세요...


지휘관

참...믿을만하네.


퍼펫베어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이쪽을 훑어보았다.


퍼펫베어

전에 카레니나를 도와서 의회에서 목소리를 냈다고 하던데…. 카레니나는 매우 고마운 나머지 기회를 봐서라도 보답해야겠다고 늘 생각해왔었죠.


카레니나

무슨!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하지만 확실히 다른 사람에게 신세지는 건 익숙하지 않거든. 이번 걸로 너에게 신세를 갚는 걸로 여기라고. 우리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명령해.


퍼펫베어

왜 날 끼워놓는 건데...


지휘관

그럼 일단 이 망가진 오메가 무기들을 수리해줄래.


퍼펫베어

이렇게나 많이...정말 대단히 실례가 많네요.


그러던 중 외곽에서 경계를 서던 카무에게 통신요청이 왔다.



카무

이봐...너희들이 바다에 배치한 오메가 무기가 이합생명체에 의해 공격당하고 있어. 상당수가 파괴된 것 같은데, 이러면 별로 안 좋은 거 아냐?


카무가 단말기의 카메라를 먼바다에 들이대자 실제로 해상에 배치된 오메가 무기 포위권에 목숨을 건 적지 않은 수의 이합생명체들이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지휘관

베라, 너희들이 타고 온 경비정은 어디에 뒀어?



베라

야, 21호! 우리 함정 어쨌어?



21호

야, 녹티! 우리 함정 어쨌어?



녹티

뭐?? 니가 배를 조종하는 걸 방해하는 바람에 좌초당했잖아!


21호

21호 안 그랬어. 녹티는 핑계를 대고 있어. 21호가 일찍 배를 몰게 했으면 그렇게 되지 않았어.


베라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들었지? 한마디로 배는 이제 없어.


지휘관

아이고 머리야...


이쪽 대화를 듣던 카레니나는 문득 뭔가 생각이 났는지 미소를 지었다.



카레니나

걱정 마, 우리와 헤어진 후 로제타가 북극항로와 합류했어. 우리를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면 지금쯤이면 거의 다 왔을 거야.



로제타

다들 고마워...나는 숲을 지키는 자로서...죄인인 나의 부탁이 단번에 거절당할지도 모른다고 여겼었어.


선장

허허, 이 녀석이 공중정원에 가서 그 사람들의 예의범절을 배울 줄이야.



다이아나

그래...로제타, 그렇게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돼. 이 바다가 결국 미래에 적조의 온상이 되어버린다면 전적으로 어업에 의존하는 북극 항로 연합은 붕괴되고 말 거야.


선장

결국 우리는 단지 자신을 돕고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너희들도 마찬가지로 망설일 필요 없어. 얼마든지 우리를 이끌으라고.


선원

그래, 이제 무슨 죄인같은 건 따지지 마....한 배에 타고 있는 우리는 모두 대어를 쫓는 동료이니까!


선장은 먼 곳을 바라보았다. 멀지 않은 해역에서, 그 거대한 형상은 여전히 끊임없이 육지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선장

흥...하지만 이번 물고기는 너무 커서 우리 작은 배 몇 척으로는 택도 없을 거야. 하지만...


선장이 손을 들어 앞을 향해 휘두르자 거대한 작살이 쏜살같이 헤엄치는 이합생명체들을 그대로 꿰뚫었다.


선장

작은 물고기라도 낚는다면, 그런대로 나쁘지 않겠지!


로제타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들어 뱃머리에 내려앉았고, 마주한 적들에게 창을 겨누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로제타

지휘관...이번에는 나 자신을 위한 싸움이지만, 나뿐만이 아니야...북극 항로 연합 모두가 자신을 위해, 내일을 위해 싸울 거야!





녹티zzz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