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사이먼 지휘관이랑 계획한 일이 나를 위해 '생일' 을 축하할 줄은 전혀 몰랐어.

나의 기체는 승격자가 다른 구조체의 잔해를 이용해 짜집기한 것이라서 구체적으로는 하루 동안 개조된 이야기를 해도 기억이 나질 않아. 자료를 등록할때, 직원이 생일이나 기타로 기념하고 싶은 날을 기입할 수 있다고 했었고, 나는 생일을 썼거든.

이렇게 규정대로 작성되지 않은 날짜도 너희들이 기억하고 축복해주다니, 나는 좀 의외스러워.

다시 한번, 고마워.

이 말은 원래 너를 그레이레이븐 소대의 휴게실로 데려다 줄 때 너한테 말했어야 했었는데, 그때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어.

이제서야, 나는 어떤 일이 이미 오래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러다 보니까 나 자신이나 타인의 생일을 잊어버리는 습관이 생겼고, 만약에 너희들이 일깨워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 일을 반드시 잊어버렸을지도 몰라.

너희는 내가 아직도 위험하고 번거로운 일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에게 생일을 축하한다는 것을 말해줬어.

고마워, 이날을 기억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 죄인이 탄생한 날도 기쁘게 생각해.

이게 너희들한테 점점 다가가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건가?

여행을 떠나면서 상인이랑 교환하는 습관 때문에 이럴 때 뭔가 선물해주는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게 맞을지도.

그런데 사이먼 지휘관과 팔루마 대장, 그리고 릴리안에게 답례품을 고른 뒤에야 내가 너의 취향에 대해 아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걸 알게됐어.

비록 실용적인 선물을 보내는건 언제나 틀리지 않지만, 이전에 알고 지내던 선배들은 서로가 빚지지 않은 우정은 거짓이고 연약하다고 늘 말씀하셨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때때로 적당한 빚이 필요할지도 몰라, 좋은 친구는 늘 말다툼을 해 서로 피해를 끼친 후에 다시 한번 화해를 해야 비로소 경계를 내려놓고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어.

나는 이미 더 이상 여행의 교환 상인이 아니고, 더욱 여기에 머무르고 싶기 때문에 이것을 일회성 결제 거래로 간주하지 않을 생각이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을까?

내가 너를 알고 싶은 것은 타인의 입에서가 아니라 네 앞에서 보고 싶어.

그때가 된다면, 반드시 더 좋은 답례인---동반자로서 보낼게.

물론 이런 기회를 남기고 싶다면 이 노트도 아니고, 별처럼 그려진 이 그림이 아니어도 돼

그것을 그린 이유는, 나는 여전히 네가 그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걸 말하고 싶을 뿐이야.

추가: 말은 그렇게 해도 쓸모없는 그림 몇 장만 드릴 수는 없어서, 잠깐 멀티비타민 캔디 두 개를 사고 왔는데, 사이먼 지휘관은 지휘관들이 항상 이걸 사서 영양을 보충한다고 했어.

그동안 너는 줄곧 매우 힘들었으니까, 비타민을 보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니 너무 무리하지 마. 그럼 잘 자.

추신: 노안의 메일 중 두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