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밤비나타는 거울 속의 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이 연못의 고인 물을 휘젓지 못했다.


끊어진 추억만이 줄줄이 내던져져 더 이상 연결될 길이 없었다.


바닷속에 먼지가 쌓여 있는 진주처럼, 잘못된 우연의 일치로 그것들의 소유자는 그것들을 잠시 집어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발레선생님

자, 여러분, 구령을 듣고 다시 따라 하세요. 준비, 음악에 맞춰서ㅡㅡ


발레선생님

노아, 여기는 곧게 펴야 해! 아니야, 아직 부드러워, 힘줘.


발레선생님

제니, 너도 틀렸어. 자, 일단 그만해요.


발레선생님

밤비나타, 서서 한번 보여주렴.


밤비나타

네, 선생님.


바네사

...


발레선생님

다들 잘 보세요. 밤비나타가 가장 표준에 가까운 동작을 보여주고 있어요, 특히 손목 부분의 디테일에 신경 써요!


의식의 바다에 물든 음악이 다시 울려 퍼지자 밤비나타는 눈을 감고 음악에 맞춰 몸을 우아하게 찰랑거렸다.


비록 이 '춤'은 12개의 기본 동작을 하나로 묶은 것이지만 밤비나타는 이를 마치 세밀하게 짜여진 것처럼 표현했다.


노래가 끝나자 밤비나타의 자태는 마지막 음표를 따라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소녀가 눈을 뜨니 마치 생명을 불어넣은 정교한 인형과 같았다.


발레선생님

잘했어, 밤비나타. 돌아가렴.


선생님은 밤비나타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렸고, 눈에는 인정과 총애가 가득했다.


그녀가 교편을 잡은 이래 가르친 첫 구조체 학생이었다.


밤비나타가 실제 무도회장에 오기 전 페트라라는 이름의 여성은 아이의 특수성을 일부러 털어놓았었다.


하지만 선생인 자신조차도 밤비나타를 기이함에서 인정으로, 그리고 발레에서 그녀의 '천부적 능력'을 발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밤비나타에 대한 다른 아이들의 호기심과 사적인 논의는 고사하고 때로는 춤 이외에 아이들을 이끌어갈 아이디어까지 더 신경 써야 할 때가 있다.


발레선생님

선생님은 첫 수업부터 여러분이 보는 훌륭한 발레리나는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것 외에도 몸에 배어있는 분위기와 기질이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발레선생님

이번 학기의 마지막 수업입니다. 선생님은 여러분이 규칙대로 연습할 수 있는 것 외에도 음악을 더 잘 익히고, 디테일한 부분들을 스스로 어떻게 더 아름답게 만드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해 보길 바랍니다.


발레선생님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따라하고 수업을 마칠게요. 집중하고, 준비...


연습이 끝난 후 선생은 각자 떠나기 전에 더 많은 연습을 해야 할 점을 당부했다. 아이들은 하나둘씩 교실을 떠났고 마지막은 버네사와 밤비나타의 차례였다.


발레선생님

바네사, 매 수업마다 진도가 일취월장하는구나. 널 볼때마다 선생님이 뿌듯해.


발레선생님

넌 반에서 기본기가 탄탄한 편이야. 하지만 선생님은 너에게 춤을 추지 않을 때도 음악을 많이 듣기를 권할게. 멜로디를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음악을 느끼고 춤으로 표현하고 싶은 느낌을 찾는 거란다.


발레선생님

그리고 밤비나타, 선생님은 네가 약간...몸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밖에도 여전히 네가 발레를 하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해. 여건이 된다면 끝까지 해보렴.


발레선생님

좋아, 너희들도 옷을 갈아입고 집에 가자. 연습실 문 닫는 거 잊지 말고.


선생님은 손을 흔들며 자료를 들고 교실을 나섰다.


바네사

...



밤비나타

바네사 언니, 오늘도 두 시간 더 연습하고 가나요?


바네사

연습이 끝나면 너에게 알려줄게.


선생님에게 인정받았지만 바네사는 그것으로 결코 느슨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가장 가치 있는 단 하나가 되겠다'ㅡㅡ현재로서는 자신이 얼마나 발전했든 선생님의 마음속에서는 밤비나타를 능가할 수 없다.


한숨을 내쉬며 바네사는 폴을 잡고 첫 동작부터 연습했다.


예전처럼 밤비나타는 바네사가 손과 다리를 들어올릴 때마다 지켜봤다.


바네사

저기...물어볼 게 있어.


밤비나타

네?


바네사

...너, 그 무슨 비결이라도 있어?


밤비나타

비결?


밤비나타는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 뒤 고개를 저었다.


바네사

그... 항상 더 잘 하는 방법 같은 거 있잖아?


밤비나타

음...밤비나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바네사

밤비나타! 나한테 말 안 하려고 일부러 쉬쉬하는 거 아니야?


바네사

내가 무너져버리고 너에게 묻는 꼴이 우스운 거지! 분명히 처음부터 내가 너에게 시범을 보여줘야 했는데, 지금은 거꾸로 됐어!


밤비나타

아니에요! 밤비나타는 뭐든지 다 바네사 언니에게 말해요. 하지만 성장의 방향은...누구도 밤비나타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지 않았어요...


밤비나타

밤, 밤비나타가 구조체라서 그럴 수도 있는 거죠?


바네사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너보다 기본기를 더 많이 연습하는 거야. 근데 아까 선생님이 몸 말고도 원래 발레를 '잘 어울린다'고 하셨는데...


바네사

그럼 춤출 때, 아까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달라고 했을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어? 음악의 리듬?


밤비나타

음...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기교를 부릴 생각은 없이 음악의 부침에 따라 빛에 물든 모습을 쫓았다.


바네사

하?


바네사

차례대로 동작을 기억하지 못한 거야?


밤비나타

못해요...


바네사

왜 이런 너가 나보다 잘 할 수 있는 거야, 정말 화나게 만드네.


바네사

잠깐...너 설마 원래 발레 추는 걸 좋아했던 거야?


밤비나타의 반응이 나오기도 전에 바네사는 마치 이 답이 맞아야 하는 듯 밤비나타를 대신해 결론을 내렸다.


바네사

그렇겠지, 그렇지 않으면 네가 왜 나보다 뛰어난지 완전히 설명할 수 없어.


바네사

네가 발레를 좋아했구나, 어쩐지 싫어하는 나보다 조금 잘하더라니…흥.



바네사는 말을 잇지 않고 다시 연습에 들어갔다.


그런가? 원래 밤비나타는...발레를 좋아하는 걸까?


그런데...어떤 행동이 좋을까? 또 누가 밤비나타가 발레를 좋아하게 만들었을까?


생소한 단어는 아니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단어였다.


빔비나타는 의식의 바다가 갖고 있는 기억 데이터에서 '좋아하다'에 대한 내용을 찾고 있었지만, 이 추출된 관찰은 그녀에게 이 단어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것을 좋아하라는 명령을 받은 기억이 없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어찌할 바 모르겠다.


밤비나타는 거울에 비친 바네사를 바라보았고, 그녀 뒤로 꼼짝도 하지 않는 <//자신>이 서 있었다.


처음으로 밤비나타는 거울 속의 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좋아함이란,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을 의미할까?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명령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인가?


모른다.


발레를 좋아한다면 시야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밤비나타는 대답할 수 없었다.



3일 뒤.



페트라

이런 아마추어 취미 수업에서는 1등도 못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더 대단한 사람과 경쟁하겠어?



바네사

앞으로 발레리나가 되고 싶지 않아요.


페트라

지금의 환경이라면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있잖아.


페트라

발레는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 한 가지 장점을 더 늘리게 하는 거지만, 공중정원 안에 명망있는 사람들의 아이들은 모두 크고 작은 카드를 손에 쥐고 있어.


페트라

나와 아빠가 너의 미래를 위해 애쓰는 시간과 노력은 너의 손에 더욱 큰 가치를 거머쥐게 하기 위해서야. 바네사, 넌 이제 어린 애도 아니잖니, 도대체 언제 철이 들 거야?


바네사

...


페트라

그때 밤비나타에게 너와 같이 가라고 했는데 오히려 반에서 가장 재능 있는 사람이 밤비나타라고 하더라.


페트라는 여기까지 말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밤비나타는 마치 잘못했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페트라

이렇게 많은 노력을 쏟아부은 의미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건지 모르겠어.


바네사

지난 시간에 선생님께서 분명히 제가 많이 늘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엄마에게 얘기하지 않았나요?


페트라

많이 성장한게 무슨 소용인데? 이런 것들은 모두 열등생에게 주는 심리적 위안일 뿐이야.


페트라

훌륭한 사람은 결국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해. 위로만 받는다면 그만큼 내세운 것이 뛰어나지 않다는 얘기라고.


바네사

분명히 선생님께서도 저를 인정하셨고 엄마도 그냥 취미라고 말씀하셨잖아요...


페트라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구나, 바네사. 참 속 편하게 살고 있네.


페트라

바깥이 어떤 상황인지 알긴 하니? 운 좋은 사람은 기계로 개조돼 전쟁터로 나가고 불운한 사람은 몇 초를 더 살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어.


페트라

네가 공중 정원에서 자랄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 가족의 가치 덕분이야.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인생은 비교적 안전해야 하고, 너도 우대받을 만한 자격을 보여야 해.


페트라

너의 아버지와 내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과학 연구의 길을 가는 것이 가장 온당한 것 같아. 위험을 무릅쓸 필요 없이 연구 성과로도 명예와 이익을 모두 얻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페트라

사교 무대에서 힘껏 더 높은 지위의 사람들을 만나고, 필요할 때 그들이 가져올 수 있는 이점을 자신에게로 옮기렴.


페트라

즉, 좋은 결과가 과정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기회비용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


바네사는 어머니의 엄중한 사실을 반박할 더 강력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을 삼켜야 했다.


문을 여는 소리에 방안의 침묵이 깨졌고, 요즘 연구에 몰두하느라 한동안 집에 오지 않았던 레이몬드가 마침내 하루의 휴가를 얻었다.



레이몬드

아빠왔다ㅡㅡ응?


페트라는 레이몬드에게 바네사와 밤비나타 발레의 평가 결과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레이몬드

바니ㅡㅡ


바네사

아빠, 저번에는 별명으로 부르지 않기로 했잖아요. 아직도 절 어린애 취급하는 것 같다고요.


바네사가 성장하는 동안 레이몬드는 자신의 일에 몰두한 나머지 많은 순간을 놓치곤 했다. 딸아이가 갑자기 별명을 붙이는 것을 꺼리는 이유를 그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웠을지 모르지만, 과학 분야의 퍼즐을 푸는 데 더 열심인 박사에게는 이런 문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경우, 그는 이 분업의 주역인 페트라에게 가족의 문제를 맡기곤 했다.


레이몬드

어, 아빠가 깜빡했구나. 이유는 알고 있단다.


레이몬드

바네사, 예전에 엄마아빠가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했었지. 그럼 발레가 싫다면 그냥 차라리 가지 마렴.


페트라

그럼 한 학기 그냥 낭비하는 거잖아?


레이몬드

실험 방향이 틀리면 제때에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발레 말고도 취미로 삼을 만한 건 많잖아.


바네사

...그럼 밤비나타는요?


레이몬드

밤비나타? 너희 둘은 당연히 같은 취미 수업을 들어야지.


바네사

근데 분명히 선생님은 밤비나타가 재능이 있다고 했어요! 밤비나타가 1등을 했는데 엄마아빠는 밤비나타에게 기뻐해야 하지 않아요?


바네사는 2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댄스룸에 있던 밤비나타의 모습을 떠올리며 속삭였다.


바네사

그리고...밤비나타도 발레를 좋아하구요.


페트라

밤비나타처럼 말을 잘 듣는 아이는 부모의 조언을 잘 따르는 게 틀림없어.


페트라의 말은 견해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밤비나타를 바라보며 복종하는 자의 순종적인 결심을 기다렸다.


밤비나타는 집안의 주인이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바네사 언니의 바람은 '물론'과 어긋났다.


밤비나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했다.



밤비나타

...맞아요, 엄마.


레이몬드

그럼 그렇게 결정하자. 얘들은 모두 쉬러 가렴. 페트라, 자, 실험모형 좀 봐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토론하며 실험실로 향했다. 그러나 거실 안은 어른들이 떠난다고 해서 바로 흩어지지 않았다.



바네사

아까 왜 발레 좋아한다고 안 했어?


밤비나타

밤비나타는 확실하지 않았어요...


바네사를 화나게 할 각오가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밤비나타는 이 말에 몸서리를 치고 싶었다.


바네사

...아직도 난 너가 짜증나.


밤비나타

뭔가 잘못됐어요...


바네사

잘못은 잘못일 뿐이야ㅡㅡ너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고.


밤비나타

...?


밤비나타는 바네사의 말을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옳은 일을 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


바네사

이제 됐어, 너는 계속 춤을 출 수 없어. 만약 네가 방금 좋다고 말했다면, 아마도 부모님께서 너를 계속 공부하게 했을 거야.


바네사

결국 선생님이 너를 천재라고 했었는데.


밤비나타

그럼 바네사 언니는요?


바네사

나?...나는 없어. 그러니까 방향을 바꾸는 거야. 아무튼 다음 번에는 내가 꼭 최고가 될 수 있을 거야.


밤비나타

그럼 밤비나타는 다음에도...


바네사

또 시작이네. 나랑 같이 있고 싶은 거야? 아니면 엄마 아빠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나랑 같이 있는 거야?


...이 두 가지 같은 결과 사이에 차이가 있을까?


하지만 바네사가 화가 날 것 같은 모습에 밤비나타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밤비나타

네, 밤비나타는 언니 옆에 있고 싶어요.


바네사

...정말 이해가 안 되네, 그것 때문에 네가 좋아하는 일을 희생킨다고?


바네사

에휴. 하지만 다음번에는 너한테 지지 않을 거야! 기억할 거지?


밤비나타

네!


바네사 주변을 감싼 스트레스가 점차 사라지자 밤비나타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