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휴...이 돌덩이도 이제 끝이네요!


지휘관

돌덩이?


시몬

아까 당신이 한 강연 말이에요. 인상이 깊어서 이렇게 이어서 인용해봤죠.


시몬은 마치 산에서 방금 내려왔고 다시는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될 것처럼 기지개를 켰다.


지휘관

사실 나름 괜찮았는데...


시몬

'그 돌이 마침내 산악을 평평하게 밀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영웅이라는 의미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고, 시몬은 자신의 연설을 진지하게 되새겼다ㅡㅡ


'시시포스는 몸과 마음을 바쳐 헛된 일에 몰두하도록 강요받았지만, 그 돌은 대지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였습니다.'


'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과 운명의 징벌에 맞섰습니다.'


'우리의 과업도 시시포스처럼 시시각각 운명에 의해 고난으로 가득 찬 과거와 불확실한 미래에게 뒤집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어제의 우리가 수복한 영토는 어쩌면 내일의 적조에 의해 매몰될 것입니다. 내일의 소망은 어쩌면 오늘의 퍼니싱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피할 수 없는 회복과 순환 속에서 항쟁을 거듭하여 오늘날 우리의 존재 가치를 쟁취할 것입니다.'


'그 돌이 마침내 산악을 평평하게 밀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영웅이라는 의미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지휘관

하지만 우리는 아직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


시몬

저는 영웅 같은 게 되고 싶지 않아요...그 다음 단계는 죽어서 교과서에 실리는 거잖아요.


시몬

그리고 영웅이 되는 것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을 듣는 편이 더 즐거울 것 같고요.


시몬

과거와 미래가 어떻게 되든, 그런 것들은 피할 수 없고, 차라리 그것의 사실을 말해주는 게 나아요. 사람은 진실을 말해줘야 열심히 살 수 있으니까요.


시몬

하지만 진실의 위에서, 당신은 그들에게 희망을 주었죠. 이건 매우 중요해요.


그렇게 유유자적하다 시몬은 한양소대의 대기실로 돌아갔고, 자신도 다시 청정백로 대기실 앞에 멈춰 섰다.


며칠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도 자신은 시몬과 함께 학교에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요 며칠의 경험도 마치 괴이한 꿈과 같아서, 본래의 생활이 반복되던 궤도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 작고 깨지기 쉬운 꿈의 시작은 언제나 의문이다ㅡㅡ


지휘관

밤비나타?


밤비나타가 청정백로의 문을 열었을 때, 예전과 같은 머뭇거림과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때 그녀는 마치 일찍부터 기다리기 시작한 고양이처럼 얌전하게 문 앞에 서 있었다.



밤비나타

안녕...하세요?


밤비나타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


지휘관

기억하고 있니?


밤비나타는 애써 고개를 끄덕였고, 하늘빛 눈동자에는 희미한 빛이 반짝였고, 그 빛은 어딘가에서 그녀의 맑은 눈으로 뛰어든 것 같았다.


밤비나타

밤비나타는 당신의 이름과 모습, 그리고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밤비나타

밤비나타는 어제 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신의 인상은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 꿈에서 본 적 없는 빛이었고, 그 빛 속에서 분명히 시간을 초월한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밤비나타

밤비나타는 당신의 이름을 통해 어제 일을 기억하려고 노력했지만...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밤비나타

하지만 밤비나타는 일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당신을 다시 찾았습니다.


밤비나타

여기에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내일...그러니까 오늘 밤비나타를 보러 온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밤비나타는 줄곧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밤비나타는 어제 자신이 써준 메모를 보여 줬고, 그녀는 그 메모를 어제 일기에 붙여 놓았다.


그것은 시간을 초월해 더 멀리 기억 속에 새겨진 변치 않는 약속이라 할 수 있다.


지휘관

가자.


밤비나타

네, 【지휘관 이름】.


밤비나타는 요즘 첫날부터 일기장을 매일 다시 확인하기 때문에,


그래서 어느 정도 매일매일 그녀를 만난 날부터의 모든 경험을 다시 익히게 된다.


단지 그녀는 그 경험들을 걸러내지 않고, 머릿속에 전부를 기억한 다음, 그것이 모두 잊혀지는 때를 기다릴 뿐이다.


그래서 바네사가 자신에게 한 조롱과 그 순찰대원의 이야기가 다시 익숙해지는 것만 같다.


그리고 이 세심한 기록과 관련된 장점은 그녀가 스스로 잊어버리기 쉬운 세부 사항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밤비나타

도미니카 기념공원...이전에도 주인님이 밤비나타를 데리고 왔었습니다.


이곳 말고는 공중정원 어디에도 조용한 휴식을 취할 곳이 없어, 어제 시몬과 함께 휴식을 취한 도미니카 기념공원으로 밤비나타를 데리고 왔다.


아이들은 어제의 약속을 이행했고, 오늘도 여전히 함께 모여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벤치에 소풍하러 온 부부가 보였다.

 

밤비나타

【지휘관 이름】은 왜 밤비나타를 이곳에 데리고 왔습니까? 밤비나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휘관

특별한 이유는 없어.


확실히 그렇다. 자신에겐 특별한 이유는 딱히 없었고, 그냥 여기가 편하다고 여겨 밤비나타를 데리고 온 것이다.


밤비나타

알겠습니다.


밤비나타

그렇다면 밤비나타는 당신과 함께 있겠습니다.


밤비나타는 조용히 앉아 자신처럼 먼 곳의 인파와 공원 안을 바라보았다.


황금시대 이전의 공원 구도를 본떠 만든 도미니카 기념공원은 기념비를 관람할 수 있는 것 외에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아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기념공원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웬만한 보통 공원과 비슷하고 공원이 무덤처럼 죽어 있다면 도미니카 본인도 기뻐하지 않을 것임을 의회도 잘 알고 있다.


기념은 산 자들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무거운 과거에 얽매여 있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후세에게 경고하는 각인된 기호이자, 후세에게 축복을 내리는 응집된 소망이다.


아마 자기 옆에 있던 밤비나타도 초대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겨 그 아이들 무리가 어린 소녀를 보내 우리에게 다가온 것 같다.


니아

안녕, 나는 니아라고 해. 이름이 뭐니?


니아

안녕? 에이...못 들었나...


대답을 듣지 못한 어린 소녀는 아까의 인사에 의구심을 품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밤비나타

안녕...무슨 일이야?


밤비나타는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며 그녀 옆에 있는 그녀처럼 귀여운 치마를 입은 소녀에게로 옮겼다.


니아

우리 저쪽에서 놀고 있는데 너도 우리랑 같이 갈래?


밤비나타

놀이? 음...


밤비나타는 또 무언가 잘못할까 봐 자신을 탐색하는 눈빛을 보냈다.



지휘관

네가 스스로 결정하면 돼.


자신에게 전혀 답이 아닌 대답을 들은 밤비나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니아의 요청을 거절했다.


밤비나타

초대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밤비나타는 너와 놀 수 없어...


니아

그래...괜찮아.


니아

하지만 너 엄청 귀여워!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해!


밤비나타

귀여워?


니아는 밤비나타를 향해 환하게 웃었지만 밤비나타는 자신 때문인지 그들과 함께 놀 수 없었고, 떠나면서 몰래 자신을 향해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지휘관

(음...뭔가 오해했나 보네...)


밤비나타

【지휘관 이름】, 귀엽다고 밤비나타에게 말하는 게...


밤비나타

밤비나타를 비판하는 건가요?


지휘관

밤비나타를 칭찬하는 거야.


밤비나타

칭찬이요? 하지만 밤비나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왜 칭찬을 받습니까?


밤비나타는 진지하게 자신에게 물었다. 그 아이들은 이미 조금 먼 곳으로 갔고, 관목 위에 떠 있는 풍선만이 그들이 아직도 쫓으며 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휘관

밤비나타는 왜 아이들의 초대를 거절했니?


밤비나타

왜냐하면...당신이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밤비나타

게다가 밤비나타는 구조체, 그녀들은...인간입니다.


밤비나타가 구조체로 개조되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이들처럼 즐겁게 살다가 어른이 되었을까.


그러나 그녀의 파란 눈 뒤에 어떤 과거가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런 추측을 할 수 없다.


시간과 역사 모두 만약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지만, 아무도 만약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다.


지휘관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밤비나타

네, 밤비나타는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밤비나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아 조용히 먼 곳을 응시했다.




아이들이 노는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료 풍선을 나눠주는 스마트 로봇이 서 있었다. 아이들이 들고 있는 풍선은 모두 이 로봇으로부터 받았을 것이다.


풍선로봇

안녕하세요. 무료 풍선 필요하신가요?


지휘관

몇 개 더 주시겠어요?


풍선로봇

물론입니다. 놀 때 안전에 주의하세요.


'몇 개 더'라는 자신의 묘사를 오해한 탓인지 로봇은 풍선을 한 움큼 집어 넣었다.


풍선로봇

놀 때 안전에 유의하시고, 친구들과 함께 나누면 더욱 좋답니다.


풍선을 잔뜩 움켜쥔 수석의 모습이 바네사에 눈에 띄었다면 아마 1년 내내 이것으로 자신을 비웃었을 것이다.


아이들조차 풍선을 잔뜩 끌고 공원을 누비는 자신의 모습이 신기한 듯 따라왔다.



밤비나타 곁으로 돌아온 뒤에야 아이들은 다시 멀리 숨어 놀이를 즐겼다.



밤비나타

음...【지휘관 이름】? 이건 대체...


지휘관

풍선이야.


밤비나타

그런데 왜 이렇게 풍선을 많이 들고 오셨습니까...


지휘관

너를 위해서야.


밤비나타

왜 밤비나타에게 주시는 겁니까?


밤비나타

밤비나타는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었고 당신이 그런 명령을 내린 것도 아니었는데...


지휘관

난 너에게 명령한 적 없어, 밤비나타.


지휘관

너는 명령 없이도 나를 기억할 수 있어.


지휘관

그래서 너는 명령 없이도 이 풍선을 받을 수 있는 거야.


밤비나타

이상한 논리예요...


밤비나타

당신은...밤비나타가 이 풍선을 받아주길 바라고 있습니까?


지휘관

아니, 네가 이 풍선을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게 아니야.


구조체일지라도, 망각의 악순환에 빠진다 해도, 과거의 고난을 잊으면 미래의 희망 또한 가질 수 없다.



그녀를 묶었던 모든 것을 떨쳐내고, 되돌려, 상상했던 그 시간 속에서 그녀는 그 아이들처럼 되어야 한다.


밤비나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정말 예쁘네요.


밤비나타

손에 쥐면 어떤 느낌일지...밤비나타...원합니다.


아이 하나, 풍선 하나.


그녀의 눈에 비치는 아쿠아 블루의 풍선은 만지면 부서지는 물거품처럼 몽환적이다.


밤비나타

감사합니다...주인님...


소녀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 곁에 있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다.







귀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