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편지 한 통이 떠들썩한 성전의 막을 미리 열었다.



크롬

여기는 합동수사본부, 숙소 근처에 아이라의 모습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반즈

그런데 진짜 그 이름으로 불러야 돼? 너무 길면 읽기가 귀찮아지는데.



나나미

하지만 그 이름 어울리는걸. 너무 길다고 생각되면...잠깐, 본부, 카드를 회수하고 있는 예술협회원을 발견했어.


나나미

나나미가 저 녀석들을 일망타진할게!


나나미

실례합니다. 혹시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나요? 실례지만...


나나미 측은 마치 모든 화력을 총동원하듯이 그 자리에 있던 예술협회원들을 한꺼번에 막아섰다.


크롬

상황은 어떻지?


나나미

보고,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음!


크롬

그렇다면...계속 목표를 수색해. 나는 우선 다른 사람에게 연락할게.


나나미

알겠어!


크롬

여기는 합동수사본부, 5번 조사관 카무이 응답하라.



카무이

대장...아, 아니, 본부, 5번 조사관, 라져.


크롬

5번 조사관, 보고할 사항은 있나?


카무이

음...사실인지 모르겠지만...그전부터 누군가가 계속 내 뒤를 따라오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크롬

너의 뒤를 따라온다고?


카무이가 뒤를 돌아보았고, 비록 단 한 순간이었지만, 그는 흰색 형상을 어렴풋이 보았다.



21

쉿...


벽 모퉁이에서 서브머신과 쭈그리고 앉아 있던 21호는 검지를 입술에 대고 입을 다무는 동작을 취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고개를 내밀고 계속해서 카무이의 뒤를 계속 미행했다.


카무이

...어이!


카무이가 시간을 쪼개어 다시 돌아섰지만, 눈 깜짝할 순간에 흰색 빛만이 포착될 뿐이었다.


카무이

...어이! ...이봐! ...어이! ....


21호

(회피!) (들여다보기...) (회피!) (들여다보기...)


시선 속에서 양쪽의 오가는 동작은 마치 회로 속 스위치와 전구처럼 반복되었다.


카무이가 고개를 돌리면 21호는 벽 모서리로 움츠러들고, 카무이가 다시 고개를 돌리면 21호는 고개를 내밀고 들여다본다.


카무이

...어이! ...이봐! 야!


갑자기 카무이가 순간적으로 두 번 연속 고개를 돌려 녹음기와 같았던 순환을 먼저 깨뜨렸다.


예상대로 21호를 잡지는 못했지만, 그곳에 서브머신이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쪽 손이 담 모퉁이에서 튀어나와 그것을 잡아당길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


카무이

케르베로스 소대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편지를 노린 듯한 정황이 느껴졌어.


카무이

도대체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크롬

누군가가 고의로 이 정보를 퍼뜨렸을지도 몰라.


크롬

다시 말해, 다른 이들보다 먼저 찾아내는 것이 좋아보여. 카무이, 이 다음부터는 아마 뛰어다녀야 할 거야...



나나미

합동수사본부에 가입한 것을 환영해! 그쪽 구역은 너희들에게 맡길게!



쿠로노 구조체

문제 없어.


쿠로노 구조체

그나저나, 너 또 다른 사람을 찾았니?


나나미

물론이지. 도우미는 아무래도 많을 수록 좋으니까.


나나미

그리고 명절 덕분인지 가는 길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어. 베라, 팔지, 시몬...


나나미

너도 만약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들도 와서 도와 달라고 해줄래?


쿠로노 구조체

그거야 쉽지.


나나미

그럼 나나미는 다음 구역으로 갈게.


나나미

아참, 찾았으면 나나미한테 맡기는 거 잊지 말고, 직접 뜯어보면 안 돼.


쿠로노 구조체

...


상대방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파워가 나나미를 태우고 멀리 간 것을 확인한 뒤, 이 쿠로노 구조체는 자신의 개인 단말기를 열었다.


쿠로노 구조체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은 여러 소대를 동원해 편지 한 통을 은밀히 수색하고 있고,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어떠한 문제의 가능성이 있어 이제 곧 조사를 시작하고자 합니...


쿠로노 구조체

...왜 돌아왔어?


나나미

큰, 일, 났, 어. 본부에서 누군가 정보를 누설해버리는 바람에 지휘관의 편지가 불친절한 사람들의 눈에 띈 모양이야.


나나미

정비 통로, 정비 통로...여기서 가장 가까운 정비 통로가 어디있는지 알고 있어?



드넓은 우주, 공중정원의 외곽에는 엔지니어링 부대가 떠다니며 각종 도구로 자신의 집을 지키고 있었다.


구성원 중 한 명이 틈틈이 우주를 바라보았고, 한가위 탓인지 오늘따라 세상은 좀 더 평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을 틈타 커피가 담긴 병을 돌리며 깊은 허공을 마주했다.



엔지니어링 부대원

너무나 고요해. 지상과 달리 눈앞에 퍼니싱 바이러스가 보이지도 않아.


나나미

휙휙ㅡㅡ


커다란 덩치가 한 소녀를 태우고 휙 지나갔다.


엔지니어링 부대원은 잠시 굳어 있다가 아까의 그 광경을 잊으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엔지니어링 부대원

다들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대장도 마찬가지니까 나도 힘을 보태야지.


나나미

휙휙ㅡㅡ


커다란 덩치가 한 소녀를 태우고 휙 지나갔다.


엔지니어링 부대원

...


엔지니어링 부대원

실례지만 무슨 비행연습이라도 하고 계십니까?


나나미

어? 아니, 나나미가 여기 근처 계류장 입구를 찾고 있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봤어?


그 엔지니어링 부대원은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나나미

아, 비행체에 가려졌구나. 어쩐지 안 보이더라구.


나나미

파워, 속도를 내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덩치는 소녀를 태우고 자신의 곁을 휙 지나갔다.


엔지니어링 부대원이 천천히 병을 들고 끝의 장치를 만지작거리며 무중력 상태의 커피를 입구에 밀어 넣으려는 순간….


콰과광! 통신에서 왁자지껄한 잡다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커피가 그대로 얼굴에 닿았다.


나나미

미안미안! 실수로 장비와 부딪혀서 넘어뜨렸어...


나나미

여기에 두면 되는 거지? 파워, 올라가자...


이 엔지니어링 부대원은 커피를 옆으로 치우고 허공을 응시하며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결국 병을 닫고 미리 일에 착수하게 되었다.



나나미

먼저 도착!


문이 열리기도 전에 파워는 열려있는 천장을 통해 착륙했다.



루시아

나나미?! 엄청 빨라, 어떻게 한 거야?


나나미

헤헤, 나나미는 모든 출력을 동원해 공중정원의 외곽을 통해 들어왔어.


곧이어 다른 방향의 문이 하나둘 열렸다.


상황은 어떻지?


리브

지휘관님의 편지는 찾았나요?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잇따라 도착하면서 최초 수사팀은 다시 한 번 집결했다.



예술협회원

여러분 이거 말인가요?


나나미

합동수사본부!


파워가 달려들 기세를 보이자 예술협회원은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치켜들었다.


예술협회원

??


루시아와 리브는 곧바로 나나미를 파워에서 내려놓았다.


나나미

어? 루시아가 말한 게 아닌데...


예술협회원

...


예술협회원이 유지하던 자세는 어느덧 어떤 물건을 찬미하는 듯한 모습으로 바뀌면서 비로소 세 사람의 속삭임이 일단락됐다.


리브

아, 저기, 선생님, 그냥 장난이었어요.


리브

하나 여쭤보려고 여기에 온 거랍니다. 혹시 아이라 양이 여기 다녀온 적 있었나요?


예술협회원

아이라 양은...음...오늘 프론트 데스크의 일은 제가 담당하고 있었지만 제 기억에 그녀가 돌아온 적은 없었어요.


그럼 그녀가 받은 연하장은 어디에 맡길 예정인가요?


예술협회원

임시문서실에 넣어두었죠.....아참,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아이라 양의 소대원이 지상으로 가는 수송기를 신청했던 것 같아요.


예술협회원

너무 바빠서였는지 아이라 양은 카드를 가지고 지상으로 향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가는 도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수송기 번호를 좀 여쭤봐도 될까요?


프론트 데스크의 예술협회원이 단말기에서 조작을 하고 번호를 리에게 보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가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이착륙 담당자에게 유의해 줄 것을 요청해 주신다면, 회항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다시 가보겠습니다.


리브

그럼 이제 가서 월병 재료를 준비할까요?


나나미

그건 말이지, 나나미가 이미 가져왔지만, 합동수사본부의 임무 때문에 일단 어딘가에 숨겨놨어.


나나미

일단 보물지도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볼게...


예술협회원

...


음? 실례지만, 저희에게 더 할 말씀이 있으신가요?


예술협회원

특별한 건 아니에요.


예술협회원

다만 이전에도 한 남성 구조체가 저에게 아이라 양과 연하장에 대해 물어봤었거든요.


남성 구조체? 그 구조체의 대략적인 특징을 묘사해 주시겠습니까?


예술협회원

음...분홍색 머리에 비교적 근육질의 실루엣이었어요.


예술협회원

아 참, 그 분이 웃는 모습도 특이했는데...백상아리가 저를 보고 웃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일동

...


일동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