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역, 오역 다수




지면의 날씨는 모처럼 맑고 산들바람이 분다. 손가락 사이로 햇빛이 황금 자갈처럼 흘러내려 흙에 얼룩덜룩한 무늬를 남긴다. 


전투는 잠시 멈추고, 대부분의 엘리트 구조체 소대는 휴식 단계에 들어가 구역 청소 임무를 완수하기만 하면 되었다. 일 년 내내 높은 강도의 전투를 수행했던 그레이 레이븐으로서는 휴가 같은 임무라고 할 수 있다. 



루시아 : 보육 구역 초소 후방의 침식체 처리가 완료되었고, 아직 탐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리브 : 오늘 저녁 같이 식사하러 갈 수 있을 것 같네요.. 참, 리 씨는요? 



저깄다. <- 선택



이곳은 초기에 세워진 보육 구역으로, 공중 화원에서는 주기적으로 물자를 보내 점검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손이 부족해 문제가 생겼다. 


루시아 : 그러면 남은 일을 빨리 끝내죠. 


리브 : 지휘관님. 언제든지 연락하겠습니다. 



이 말을 남기고, 루시아와 리브는 다른 방향으로 떠났다. 


오후의 태양이 잎사귀를 뚫고 쏟아져 따스하게 몸에 비춰졌다. 모처럼의 휴식에 머리속이 잡다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다 처리하지 못한 서류, 출발하기 전에 흘린 커피, 그리고 리의 새 기체... 



'쿵'



무겁고, 무엇인가 넘어지는 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리? <- 선택



잰걸음으로 풀숲을 해치고 들어가 감시 시설 쪽으로 향하자, 지저분하게 자란 풀숲 사이에서 리가 창백한 얼굴로 울타리에 힘없이 기대 있었다. 


리가 자신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나도 모르게 살짝 당황했다. 


순환 시스템 안정성 확인, 단말기 작동 상태 확인, 의식의 바다 링크 상태 확인...

기체는 정상이고 의식해에는 약간의 파동이 있으나 큰 문제는 없었다. 이건 도대체...


기대어 있는 리의 집게손가락은 약간 구부러져 있었고, 이내 회청색 눈동자가 서서히 열렸다. 햇빛 아래의 한 가닥 눈빛에서 막막함이 비추고 있었다...

...막막하다고?



지휘관 : 내 손가락 봐, 이거 몇 개인지 알겠어? 


리 : ...?


깨어난 리의 눈빛은 현재 상황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이전의 냉철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당황스러움으로 가득했다. 



리 : 여긴 어디... 다, 당신은 누구죠?


나는 네 지휘관이야. <- 선택


리 : 지휘관? 저는... 이건... 



자신의 몸이 지극히 어색한 듯 나무줄기를 잡고 비틀비틀 일어서 주변을 훑어보는 모습이, 꼭 방금 공중정원 기초교육학교에서 데려온 초등학생 같았다. 


분명히 그가 맞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리의 모습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이상한 위화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리 : 저는 방금까지 학교 실험실에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황량한 시골로 오게 된 거죠?


리 : 그리고 이 몸은...


그는 힘겹게 왼 발을 내딛어보았지만, 지나치게 큰 신발을 신은 것처럼 휘청거리더니 이내 다시 땅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리 : 으윽...


리 : 제 몸이... 어떻게 된 거죠? 저는...



리는 낯선 듯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리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았으므로 빨리 공중 정원에 데려가야 했다. 



너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대원이고, 구조체이자 군인이야. <- 선택


리 : 구조체요? 말도 안 됩니다. 그런 기술이 저 같은 학생한테 적용될 리 없어요.



루시아와 리브에게 연락하면서 한편으로는 여전히 걷는 연습을 하는 리를 설득했지만, 그는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지휘관 : 공중 정원에서 부여한 지휘관 신분증이야. 


리 :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서류와 사진 한 장만으로는 믿을 수 없어요, 자칭 지휘관 씨. 


리 : 사진과 증명서는 위조할 수 있잖아요, 기억만은 위조할 수 없는 것이고요. 제 기억 속에 당신은 없습니다.


리 : 제 이름조차 잘못 알고 계시잖아요- 전 '리' 라고 불리지 않아요.



경계하는 얼굴로 뒷걸음질치는 리에게 더 이상 접근한다면, 더 멀리 도망갈 게 뻔했다. 


곧 보육 구역 초소를 떠날 것 같았다. 그를 안전하게 통제해야 했다. 



더 가면 침식체가 있을 거야. <- 선택


리:침식체? 그건 무슨 괴물이죠?


리 : 동화에 나오는 늑대 할머니나 귀신처럼, 저를 속이려고 만든 건가요?



어린아이... 리의 지금 행동은 정말 어린아이 같았다. 


기체에 이상이 생겨서 의식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의식은 결코 끊어지지 않았다. 그의 의식의 바다 안에는 약간의 파동만 있을 뿐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리는 여전히 비틀거리며 여기서 멀어지려고 했다. 



자, 가만히 있어. <- 선택


엄한 말투가 그럭저럭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았다. 


이미 그는 초소 가장자리에 거의 근접했다. 루시아와 리브만 돌아오면 바로 공중정원으로 돌아갈 텐데... 



리 : 학교에서는 신분을 알 수 없는 성인은, 상대방이 어떤 방식으로 신분을 증명하든 직접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어요.


리는 안전 보육 시설 뒷부분 울타리 뒤에 숨어서 힘겹게 바닥에 있는 무기를 주웠다. 



차라리 루시아가 기절시키는 게 낫겠어... <- 선택



리 : 뭘 하고 싶던 간에 포기하는 게 좋을 거에요. 어린아이를 유괴하는 건 중범죄라고요! ...이게 무슨 소리지?


주의력을 전부 리에게 쏟으며 루시아가 어떻게 후방으로 접근할 지 계획을 세우는 동안, 뒤의 침식체를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



침식체 : 삐익-



리 : 조심하세요!!



리가 눈을 부릅뜨며 이 쪽을 향해 간신히 총을 쐈지만, 총알은 곧장 내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거의 동시에 루시아와 리브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아, 리브 : 지휘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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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진 리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기고


얘 무슨 다중인격처럼 신기체에 적응하면서 여러 인격이 등장하던데 번역하면서 ㄹㅇ 재미있었음

다음장도 최대한 빨리 올려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