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역/오역 O

 

*요약

   



겹겹이 엮인 것을 숨기는 수많은 벽이 흐르는 안개처럼 두 사람을 조금씩 떼어놓으며, 말의 진의를 흐리게 한다. 

 


과학 이사회를 떠난 리와 머레이는 바깥으로 통하는 통로를 나란히 걷는다. 예전 같았으면 머레이의 최근 업무나 몸 상태에 관해 말을 꺼냈지만, 이번에는 ‘나와 함께 걷자’라고만 말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는 리를 머레이는 순순히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머레이: 뭐 필요해……형?

 


머레이가 시험 삼아 던진 말은 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않았고, 그는 그저 앞을 보고 머레이가 계속 걷도록 신호를 보낸다. 

 


...

 


평온한 옆얼굴을 보며 머레이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릴 적 자신이 몰래 시내를 뛰쳐나와 ‘명의’를 찾고 약을 샀지만, 속아서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처마 밑에 웅크려 울 수밖에 없었는데, 우산을 쓰고 자신을 찾아온 형이 있었다. 형은 온통 진흙탕과 빗물에 젖어 있었고, 우산을 들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는 아무런 질책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머레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소년은 앞길을 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어린 머레이는 형의 긴장된 얼굴을 보아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았다. 

 


...

 

 

지금 이렇게 형과 걸으니 자신이 형보다 조금 더 키가 컸다는 걸 깨닫게 된다. 

 


머레이: ……

 


한적한 모퉁이에 가까이 와서야 비로소 걸음을 멈추었다. 

 


리: 우리 오랫동안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네.

 


머레이는 주위를 둘러보며 이곳이 함교 구역의 몇 안 되는 감시 사각지대라는 걸 알고 놀란다. 설마 형이 뭘 알게 된 걸까? 그의 두뇌는 빠르게 회전하여 최근에 한 모든 뒷수습 중에 실수가 생긴 곳이 있는지 자세히 찾는다. 이렇게 생각하며 그는 형의 표정을 살피며 반가우면서도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한다. 

 


머레이: ……그러니까. 확실히……옛날얘기 하는 것도 오랜만이네. 형은 요즘 특화 기체 일로 바쁘잖아. 

리: 근데, 너에게 물어볼 게 있어. 

 


리가 손을 펴자, 그의 손바닥 안에 작은 칩이 하나 놓여 있었다. 

 


머레이: 이건……


리: 이걸 알고 있나 보지?


 

머레이는 즉시 부인하고 싶었으나, 리의 눈빛을 보고 아무리 변명해도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머레이: 단지……내가 임무 거점을 조사할 때 빌린 도구일 뿐이야. 어쨌든 나는 형이나 다른 지휘관들처럼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잖아. ……형은 그걸 어떻게 찾았어? 

 


모든 전화 전달용 원격 로봇은 임무를 끝낸 후, 형이 그 안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한 예외 없이 스스로를 파괴할 것이다……. 

 


리: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난 이 데이터를 복원했고, 안에 있는 걸 봤어. 그것의 암호화 수단은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지. 하지만 나는 그 ‘모든 사람’에 포함되지 않아. 어쨌든……나는 네 형이니까.


머레이: ……

 


머레이의 침묵은 리의 마음을 완전히 가라앉힌다. 그는 머레이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이것은 그가 의도적으로 숨긴 표현이지만, 또한 그 출처가 불분명한 좌표 메모도 머레이의 손에서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그는 여전히 정보의 발신자와 목적을 확정할 수 없었지만, 지금 직면하고 있는 건 더욱 중요한 일이다. 

 


리: 그래서. 언제부터……이런 위험한 일을 한 거야?

 


언제부터 머레이도 가면을 쓰고 그에게 말을 건 것인가? 머레이의 얼굴에는 한결같이 온화한 미소가 담겨 있었으나, 그는 훈계받는 듯 눈을 내리깔고 잠시 리의 시선을 피한 뒤 다시 고개를 든다. 리에게는 이 모습이 굉장히 익숙하다. ――머레이를 향해 ‘선의의 거짓말’을 내뱉던 과거가, 동생의 맑은 눈동자에 거꾸로 비추어 자신을 떠올리게 한다. 

 


...

 


모리안: 단지 기계를 만지다가 약간의 상처를 입은 것뿐이야……괜찮아. 이건 우리 같은 기계 엔지니어에게 있어서 아주 흔한 일이니까. 

 


...

 


모리안: 내 말을 들어봐, 머레이. 앞으로 한동안은 내가 널 떠날지도 몰라. 하지만 걱정 마, 다 괜찮아질 거야. 

 


...

 


리: 응, 다 괜찮아. 안심해. 내 상황은 네가 제일 잘 알지 않아?

 


...

 


머레이: 그건 임무의 일부일 뿐이야. 그 임무에서 얻은 자료도 이미 니콜라 총사령관에게 넘어갔어. 모든 게 총사령관의 권한을 거쳤어. 형도 니콜라 총사령관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잖아.


리: 승격자와의 접촉도?


머레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형.

 


머레이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그의 미소는 순식간에 깨질 것 같았다. 

 


리: 075번 도시에 있었을 때……라미아가 네 모습을 흉내 낼 수 있다고 해도 통신 봉쇄 상황에서 너의 통신 식별 코드를 그렇게 빨리 가로챌 수는 없어. 그녀는 원래 마음대로 위장할 수 있었지만, 아마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네 코드를 사용했겠지. 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그 전에 네가 그녀와 통신하는 방식으로 연락한 적이 있다는 거야. 

 


역시 형이야……이렇게 몇 년을 보내도 나는 형을 뛰어넘을 수 없다. 머레이는 이렇게 생각하며 웃음 속에 어쩔 수 없는 슬픔이 물든다. 


 

머레이: 정말 형 스타일의 추리네. 하지만……형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자신이 이미 들킨 것을 알지만, 그에게 진실을 말하고 싶지 않다. 머레이가 이렇게 슬픈 표정을 짓는 걸 본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또 그 두 눈에는 리가 읽을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

 


일찍이 머레이는 자신을 볼 때 늘 기대하고, 위로하고, 갈망하고, 동경하는 표정이었다. 머레이가 눈물을 흘리는 걸 본 건 쿠로노 지하 실험실의 유리창 안에서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공중화원에 도착한 머레이는 더 이상 어리광을 부리지 않았고, 자신에게 그런 천마행공의 질문을 퍼붓지 않았으며, 그를 최신 미술 전람회에도 초대하지 않았다. 리는 끝없는 사움에 뛰어들면서도, 모든 통신은 ‘나 괜찮아’, ‘걱정하지 마.’였다. 겹겹이 엮인 것을 숨기는 수많은 벽이 흐르는 안개처럼 두 사람을 조금씩 떼어놓으며, 말의 진의를 흐리게 한다. 

 


리: 머레이, 나는 항상 널 믿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난 항상 네 편이야. 나는 단지 네가 나에게 숨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그 많은 일들을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어. 어쩌면 아주 중요한 것들을 침묵 속에서 놓쳤을지도 몰라.’

 


머레이: ……그러면 형은 왜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과 나에게 기체 적응의 진실을 숨긴 걸까?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질문에 리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는다. 

 


리: 그건――


머레이: 왜냐하면 형은 우리가 진정으로 형을 도울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겠지?


리: 내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걸 분명히 알잖아. 


머레이: 왜 항상 혼자 감당해? 우리는 분명 가족인데…… 형이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말해준다면, 나는 조금이라도――윽……!

 


말을 다 하지 못한 머레이는 짧게 숨을 내쉬며 현기증 속에서 비틀거린다. 



리: 머레이!!

 


리는 재빨리 머레이의 몸을 받쳐주었고, 동생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는 걸 본다. 

 


리: 너 왜 그래!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오랫동안 증세를 보이지도 않았잖아!

 


머레이는 말을 하지 않고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손바닥을 관자놀이에 대고 누르는 것을 보아 걷잡을 수 없는 두통을 참는 것 같다. 

 


리: 아니, 이건……마인드 표식 오염……?!


머레이: 나 아무 일 없어……형. 


리: 아직도 이런 말이나 하고……!

 


머레이는 위로하는 듯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얼굴빛은 아까처럼 창백하지 않다. 그는 심호흡을 두 번 한 후 벽을 짚고 일어선다. 

 


머레이: 그냥 갑자기 이래. 지금은 회복됐어. 형, 내가 원격 링크 테스트를 통과한 지휘관이라는 걸 잊은 거 아니야? 아마……형의 지휘관보다 조금 약할 테지만. 

 


방금의 통제 불능과 슬픔은 마치 착각인 것 같았다. 잠시 후 머레이는 다시 태평스러움에 가까운 미소를 되찾을 뿐이다. 리는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으나, 지금은 어떤 말도 효용이 없다는 걸 알았다. 

 


방송: 임무 대기 중인 모든 구조체는 임무 준비 구역으로 바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임무 대기 중인 모든 구조체는 임무 준비 구역으로 바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알 수 없는 전자파 교란이 감지되었으니 모든 주민은 안내에 따라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훈련이 아닙니다. 반복합니다. 이것은 훈련이 아닙니다. 

 


두 사람 사이에 번진 침묵을 애써 깨려는 듯, 거의 동시에 리와 머레이의 단말기도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한다. 

 


리: ‘지상에 고밀도 퍼니싱 반응 감지……’


머레이: ‘즉각 작전 준비에 돌입……’ 알 수 없는 전자기 복사를 발견했으며, 새로운 공격 수단으로 의심……설마 방금 그 마인드 표식 오염이 이거랑 관련 있는 게 아닐까?


리: 모든 구조체는 지상으로 내려가기 위해 즉시 활주로로 이동할 준비를 해라……뭔가 이상한 지령이네. 


머레이: 케로베로스 소대도 출격 명령을 받았으니, 난 원격 링크를 준비하러 갈게. 


리: 너……꼭 조심해. 

 


위기가 닥쳤을 때 결국 내뱉은 말은 이런 것뿐이었다. 

 


머레이: 알겠어, 형. 원격 링크를 하면 지상으로 내려갈 필요가 없으니까 아무 문제 없을 거야. 

 


군령 앞에 그들은 모두 각자의 책임을 지고 있다. 이 순간에는 개인의 감정을 삼키고 전쟁터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리: 돌아오면, 내가 널 찾아갈게. 


머레이: ……알겠어. 기다릴게, 형. 


 

...

 


20분 전, 공중화원 의회 로비. 상임위원회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의회 로비는 분위기가 굳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벌써 작은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의웜 A: 이전 의제에 대하여…………풀리아 삼림 공원 전투 이래 공중정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받아 만원 직전입니다. 여러분들은 구조된 자들이 결코 보고 속의 숫자가 아니라, 실재한 사람들이며 생활 자원을 점용한다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자원 비축량이 가속 소모하고 있지만, 생산 라인 확장은 오히려 더뎌지고 있습니다. 지난번 몇 차례 전투로 인한 자원 부족은 지금까지도 보충되지 않았습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우리는 생활 지역의 자원 공급을 점차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의원 B: 이 생산 규격……고생이 많겠군……


리스트: 이민함의 자원배치 자체가 도중에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더라도 이는 장기적인 대책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의원 B: 아직 자급자족 능력을 갖추지 못한 보육 구역은 말할 것도 없고, 공중정원의 물자 지원도 필요합니다. 지상의 보육 구역 재건에 박차를 가해 지상의 생산 능력을 점차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의원 C: 보육 구역 관련 보고서는 최근 지표면에 여러 차례의 지진이 발생했음을 나타냅니다. 왜 제때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아직 더 자세한 손상 보고는 듣지 못했는데……


니콜라: 대퇴각 이후 지금까지 공중정원은 이미 지상의 대다수 측량대와 연락이 두절 됐습니다. 그곳들은 이미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은 데다, 더욱이 대부분의 지진은 모두 아직 수복되지 않은 무인구에서 발생했습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위성으로 탐지한 우주 전자파 이상 현상의 극소수에 불과하며, 각 진원의 구체적인 위치와 깊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습니다. 


하산: 만약 우리가 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지상에는 적시에 접수하여 대응할 수 있는 보육 구역이 많지 않습니다. 하물며, 많은 지진이 지상 시각으로 한밤중에 발생합니다. 현재 우리는 대부분의 보육 구역과 연락을 취했고, 지표면의 정비 부대는 이미 복구에 착수했습니다. 


니콜라: 지휘부는 대부분의 집행 부대와 지원 부대를 파견하여 현지답사를 하게 하였으니, 곧 결과를 보고할 것입니다. 

하산: 다음 의제는 여러 의원이 연명으로 제출한 새 구조체 규제 법안으로, 구조체 의식의 바다 모니터링, 대화 감청 등 구조체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 수단을 요구하는 의제입니다. 


 

의회 중앙의 옅은 푸른색 투영에 구조체에 대한 일련의 규제 조치가 조목조목 나열되어 있는 완전히 새로운 문서가 등장한다. 

 


하산: ……이 의제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십니까?


의원 B: 전면전과 접하고 있는 군데인데도, 적과의 접촉을 제한하는 건 모순 아닙니까?


의원 K: 불과 두 달 사이에 이미 수많은 구조체 탈주 사건이 발생했고, 그중 상당수는 아직도 행방이 묘연하지 않습니까. 구조체 병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승격자 모집’이 공공연한 비밀로 자리 잡았습니다. 


의원 S: 의식의 바다 모니터링 제안도 군부에 승격자가 끼어든 것으로 의심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더 일찍 조사했다면 우리가 그렇게 심각한 손실을 입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니콜라 총사령관, 제가 무엇을 말하는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니콜라: ……


하산: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는 전투는 사람의 의지를 마모시킵니다. 하물며 우리는 최근에 참혹한 전투를 너무 많이 겪었기 때문에 전사들의 사기 저조가 불가피하다는 건 어느 시대에나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사들은 여전히 신념을 갖고 전장으로 달려가 목숨으로 승리를 안겨주는데,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야 할 때 과연 우리가 이런 믿음 없는 법안으로 그들을 규제해야 합니까?


의원 K: 하산 의장, 당신이 항상 구조체의 ‘인권’을 옹호하는 건 압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탈주하려는 구조체를 지키는 건 좀 부적절하지 않나? 설마 넌 그들이 공중정원을 습격하여 우리의 중요한 기밀을 가로채어 수송기를 타고 승격자에게 가길 기다리고 있는 건가?!


 

그 의원은 흥분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앞 테이블을 세게 내려쳤고, 마이크의 왜곡된 전자음은 그의 동작과 함께 증폭되어 텅 빈 홀에서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의원 S: 뭐 하는 거야! 여긴 세계 정부의 의회다! 빨리 앉아!

 


옆에 앉은 의원은 급히 일어나 막으려다 주먹을 맞아 바닥에 구른다. 

 


의원 S: 너……! 너 미쳤어?!


???: 반역……자다……

 


실랑이로 떠들썩한 로비에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중얼거리는 속삭임이 갑자기 울려 퍼진다. 

 


니콜라: 조용히 해!

 


니콜라가 경비를 부르기 위해 손을 들었을 때, 의회 통신에 혼란스러운 긴급 전화가 강제로 연결된다. 

 


세리카: 죄송합니다! [직――]긴급 상황입니다! 여러분 즉시 [직――]회의를 중지하십시오! 피난[지직――]!


니콜라: 무슨 일이야? 상황부터 보고해!


세리카: 총사령관님! 다행이다, 여러분들은 아직[지직――]……

 


세리카는 통신과 함께 계속 달리는 듯했고, 애써 침착을 유지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드물게도 떨리고 있다. 배경음에서는 요란한 고함과 끊임없이 무거운 물건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산: 세리카? 무슨 일이야!

 


세리카: 바로[지직――] 지표면에 고농도 퍼니싱 반응이 나타난 걸 감지하였고, 공중정원은 강력한 전자기 복사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후 많은 [지직――]들이 정신 이상 현상을 보입니다! 현재 [지직――] 현상의 구체적인 원인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지직――] 이미 혼란스러우니, 어쨌든 즉시 현장을 떠나세요! 여기[지직――] 실성한 사람은 극도의 공격성을 표출합니다! 안전을 위해 무기를 소지 [지직――]로부터 멀리 떨어지세요. 


 

세리카의 경고는 방해되는 전자음에 파묻혔다가 뚝 그친다. 


 

하산: 설마, 이 사람들 때문에……


???: 반역……


니콜라: 정신 이상……좋지 않군, 경비병이 있는 곳을 주목해!


경비: 이 배신자들!!


 

방금 구석에서 중얼거리던 경비가 갑자기 분노에 차 소리 지르며 호위해야 할 장관을 향해 총을 든다. 칠흑 같은 총구가 이미 하산의 가슴을 겨누고 있었고, 다음 초에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가 의회 로비 전체에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