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의역 O

 


위장한 푸른 기운조차 접근할 수 없는 듯, 지상은 물론이고 깊은 우주에서도 모든 인간에게 오싹한 위험을 분명히 보여준다. 

 


경보음이 땅속 깊은 곳에서 나는 굉음과 함께 울렸고, 보육 구역에서는 공포에 질린 주민들의 외침이 들린다. 멀리서는 수복되지 않은 폐건물이 강한 진동과 함께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고, 철골은 흔들리는 가운데,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시야의 모든 게 동요한다. 그 속에 있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첫 번째로 발견한 지지대를 꽉 쥐고 가능한 한 몸을 낮추어 떨림이 멈추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천재지변을 겪으면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공포를 어떤 교과서나 자료 영상도 이처럼 직관적으로 묘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깊은 인식이다. 대지가 흔들리며 압도적인 무력감이 의지를 움켜쥔다. 인지하는 난공불락의 물건은 눈앞에서 쉽게 부서지고 본능은 몸을 도망치게 하지만, 천재지변 앞에서 전혀 도망갈 곳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세상은 넓으나, 더 이상 진정으로 안전한 곳이 없다.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인간은 이렇게 보잘것없다. 하지만――

 


지원 부대 구조체: 모든 사람들은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훈련 순서에 따라 넓은 곳으로 피난합니다! 밀지 마세요! 


정비 부대 구조체: 의료 구역에 있는 사람은 제자리에서 엄호하고 부상자의 안전에 주의하세요! 그쪽의 피난 시설은 우리가 이미 보강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집행 부대 구조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있는 한 다시는 아무도 다치지 않을 겁니다!


 

재난에 직면하면 어떠한 병사도 멈추는 일이 없으며, 모든 사람은 자신의 직책을 확고히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어떠한 일도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제 사명을 완수하는 걸 막을 수 없다. 잠깐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모두는 다음 순간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루시아는 브리이타를 부축해 장도를 땅 깊숙이 꽂아 몸을 안정시키고, 이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눈빛은 한결같이 차분하고 굳건하다. 리브는 부유포를 조작하여 저수지로 쓰러지려는 콘크리트 기둥을 재빨리 명중시켰고, 무거운 콘크리트는 곧 와르르 무너져 아무도 없는 텅 빈 땅에 부서진다. 

 



지휘관: (외골격 작동)


 


시험장 옆에 서 있던 주민들을 안전한 위치로 끌어당긴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아까 측정기를 들고 있던 구조체에게 거의 최대 음량으로 묻는다. 

 



지휘관: 이번 지진에 대한 구체적인 모니터링 결과가 나왔어?


구조체: 진원지는 여기에서 10~15km의 거리밖에 확정할 수 없고, 다른 것은 지휘 센터의 측량 단말기에 가서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지휘관: 리브, 통신 상태는 어때?


리브: 범용 노선이 모두 일시 중단되었습니다!

 

지휘관: 진앙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네. 먼저 그쪽을 공중정원이랑 접촉하게 해야 해. 브리이타, 지원을 부탁해! 


브리이타: 나에게 맡겨!


지휘관: 비상 지휘 센터의 위치는?


브리이타: 저기 있어! 저 신호탑 3시 방향!

 


브리이타는 손가락을 들어 보육 구역 내의 한 방향으로 열쇠 카드 한 꾸러미를 던진다. 

 


브리이타: 저쪽에 24시간 경비원이 있지만, 만약 유사시라면 지휘 센터 안전 통로로 나가서 지하 차고로 가!

 


...

 


지휘 센터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바람 소리와 함께 보육 구역의 시끄러움이 귓속으로 들어온다. 가장 강한 진동이 지나갔고 여전히 통곡과 울음이 존재하지만, 도움의 손길과 이에 응답하는 손길도 있다. 얼핏 보면 구조체들이 드는 들것에 중상을 입은 채 떠는 가운데 상처투성이의 손을 뻗어 엄지를 치켜올리는 자가 있다.

 


보조형 구조체: 너도 참……하지만 끈기 하나는 대단한데!

 


문제없다. 모두가 있다면 어떤 난관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

 



 

지휘 센터의 문을 밀쳐내자 실내는 마치 광풍에 휩쓸린 듯 어수선했고, 두 명의 구조체는 중앙의 거대한 중추 시스템 사이에 앉아 긴장한 기색을 보인다. 그들의 두 손은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콘솔을 두들긴다. 그중 한 구조체의 팔에는 무거운 물건에 눌린 듯한 움푹 패인 자국이 뚜렷하게 있었으나, 그녀는 이것을 알지 못한 것 같다.

 


정비 부대 구조체: 시공간 분포와 특징……지자기 측정 파라미터……어떻게 된 거야! 이건 전혀 말도 안 된다고!


연락관: 비상 통신 가동 98%……99%……가동 완료! 미친, 27번 구역은 여전히 응답이 없어!


선택 1

지휘관: 집행 부대의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지원하러 왔다!


연락관: 마침 잘 오셨어요!

 


좌석에 있던 연락관 구조체는 거의 펄쩍 뛰었다.


선택 2

지휘관: 아직 사람이 있어……


정비 부대 구조체: 하늘이 무너지면 우린 모두 끝장이야!

 


정비 부대 구조체는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게 바쁜 듯하다. 


지휘관: 상황은 어때?


연락관: 매우 낙관적이지 않고, 통신이 두절되어 공중정원으로 보내는 메시지는 계속 응답이 없습니다. 


정비 부대 구조체: 정말 상황이 나빠요. 이번 지진의 이상 전자기 신호는 진짜 이상하고, 게다가……


지휘관: 진원지를 특정했어?


정비 부대 구조체: 네. 바로 27호 보육 구역 부근에서 17km 떨어져 있습니다만, 이번 진원의 깊이는 매우 비정상적입니다. 이게 정말 보통 지진일까요?


지휘관: 그 이상이라는 게 뭔데?


정비 부대 구조체: 측정 결과에 오류가 없다면 이번 진원의 깊이는 지하 2000m 정도입니다. 말이 안 돼요……이런 깊이에서 17km 떨어진 곳이 입은 피해는 어마어마했을 것입니다! 27번 보육 구역은 말할 것도 없고……저쪽은 고출력 필터탑 가동으로 우리보다 인구가 훨씬 많을 텐데……


지휘관: 진정해. 먼저 구체적인 데이터를 우리에게 한 부 보내줘. 그쪽에서 응답이 없는 건 통신 수단을 모두 잃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커. 우리가 먼저 갈게. 


연락관: 잠깐만요, 지하에 차가 있으니 타고 가세요! 안에는 비상 기동 지휘 통신 설비가 탑재되어 있고, 저희의 모든 데이터는 그 안에 백업되어 있어요. 그게 있으면 노드 간의 통신을 받을 수 있어요. 전에 이미 외부에 십여 개의 노드를 설치했거든요. 저희는 계속 다른 지역으로 연락을 보낼게요. 


선택 1

지휘관: 정말 고마워!


선택 2

지휘관: 몸조심해. 


 

지휘관은 루시아랑 리브와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상구 쪽으로 달려간다. 뒤에서 구조체는 계속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

 


루시아: 흔들릴 수 있으니, 지휘관은 안전 벨트를 매주세요. 

 


군용 오프로드는 갈라진 길을 질주하고, 리브는 통신 설비의 송수신 주파수 대역을 조정한다. 수십 분 후 공백이 반복되던 전류 잡음 속에서 통신 수신 안내음이 울린다. 

 


???: 이쪽은 [지직――]소대 지휘관, 주변의 모든 공중정원 부대에 지원 요청을 보낸다. 반복한다. 여기는 [지직――]소대 지휘관이다. 상황이 급박하니, 주위의 모든 공중정원 부대에 [지직――]신청한다. 이합 생물[지직――] 습격, 미확인 전자기 복사 [지직――] 이상……

 


리브: 지휘관, 구조 신호입니다!

 

지휘관: 위치 파악할 수 있겠어?


리브: 확인 완료했습니다. 구조 신호를 보낸 건 집행 부대 산하의 스위프트 소대입니다. 마지막 임무 보고 시간은 3시간 25분 전으로, 27호 보육 구역 인근과 정비 부대가 합동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브리이타가 말했던 그 소대인 것 같다. 

 


지휘관: 응답을 보내. 그레이 레이븐 소대가 지원 신청을 받았다고. 


루시아: 알겠습니다. 그레이 레이븐은 지원 신청을 받고 목표 지점을 향해 전진합니다!

 


...

 


목적지로 향할수록 퍼니싱 감지 반응은 더욱 강렬해진다. 또 여진이 발생할지 확실하지 않으며, 만약 진앙에서 적과 정면으로 접촉한다면 매우 수동적인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경로인 도시의 변두리를 선택했다. 그리고 날씨 상황이 더 나빠진 것 같다. 가시거리가 빠르게 줄어들어 짙은 음운(陰雲)이 지평선을 압도한다. 멀리 회색빛 강철 산림은 검은 구름에 휩싸여 마치 뒤틀린 산줄기 같다. 변하지 않는 회색 위에 붉은 그림자가 스쳐가는 것 같다. 

 


지휘관: ……!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봤을 때는 아무것도 포착되지 않았다. 

 


루시아: 지휘관, 우리는 이미 구조 신호가 보내는 좌표 범위에 들어왔습니다. 

 

지휘관: 범위 내에서 아군 신호를 수색해.


루시아: ……찾았습니다! 2시 방향 923m에 아군 신호와 이합 생물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지휘관: 전투 준비!


 

...

 


지휘관: 왼쪽 틈을 주의해!


루시아: ――! 지휘관님, 목표가 지정된 장소로 향했습니다!

 

지휘관: 거기서 나와!


리브: 우측에 레이저 베리어 설치 완료!

 

지휘관: 리브, 지금이야!


리브: 알겠습니다!

 


부유포의 레이저포가 다른 방향에서 빠르게 사출되어 자신이 표시한 건물 한구석을 정확히 명중시킨다. 가뜩이나 지진으로 무너질 듯 흔들리던 벽체가 굉음과 함께 무너졌고, 추락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이합 생물의 출구를 막았다. 뒤이어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는 연쇄가 이어지며 바닥이 썩은 파이처럼 뭉개진다. 위로 올라가려던 수십 마리의 이합 생물이 순식간에 끝없이 묻히면서 잔해 사이에 주홍색 진흙이 낀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와 먼지 속에서 몇 마리의 이합 생물이 슬레이트의 틈새로 기어 나온다. 그중 한 마리는 콘크리트 사이에 깔린 팔을 잡아당겨 부러뜨리고, 미친 듯이 나를 향해 돌진해 온다. 

 


루시아: 지휘관!!

 

지휘관: (총을 들어 사격한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왼쪽 뒤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고, 한차례의 고열이 허공을 스치며 곧장 이합 생물의 방향으로 날아간다. 바로 몸을 굴려 회피하니, 눈꺼풀을 태울 듯한 백색광이 터지며 건물 폐허와 나머지 이합 생물은 검은 잔해로 변한다. 단말기에서 위협 해제 안내음이 들렸고, 주위는 다시 적막으로 찬다. 

 


리브: 지휘관! 괜찮은가요!

 

지휘관: 난 괜찮아. 근데……


 


 

뒤를 보니 지휘관 제식 복장을 한 소녀가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포통을 들고 있었는데, 결국 체력이 바닥난 채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시카: ……하아……하아……

 


그녀는 팔을 꽉 부여잡고 있다. 팔을 감싼 손가락 사이로는 피가 흘러넘친다. 

 


지휘관: 여기, 의사가 필요한 사람이 있어. 


리브: 알겠습니다. 바로 응급 치료를 진행합니다!

 


...

 


리브: 간단하게 처리가 끝났으니, 이렇게 하면 감염되지 않을 거예요. 아……먼저 함부로 움직이지 마세요. 제가 혈청을 주사해드릴게요. 


시카: 감사합니다……아니, 그거, 아아, 정말 죄송합니다!!

 


붕대로 감긴 한 손은 여전히 리브에게 잡혀있는데, 소녀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아 소리친다. 눈가의 잔광은 통제되지 않아 멀지 않은 곳에서 타고 있는 고철을 향한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이 검은 연기를 내뿜는 것은 우리의 이동 수단이었다. 

 


지휘관: ……


지휘관: ……괜찮아. 


선택 1

지휘관: (브리이타가 날 죽여버릴 거야……)


선택 2

지휘관: (다행히 비상 통신 장비를 미리 가지고 내렸어……)



건물을 관통할 그 유탄 한 발이 완벽한 호를 그리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차체에 떨어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다행히 이로 인해 다친 사람은 없었다. 

 


지휘관: 그것보다 몸 상태는 어때?


시카: 일반적인 찰과상일 뿐이고, 행동에 지장은 없습니다……!

 

지휘관: 방금은 네가 보낸 구조 신호야?


시카: 네……네. 그렇습니다!

 


소녀가 몸을 꼿꼿이 세우고 이쪽으로 돌아섰는데, 그녀는 보기에 긴장한 것 같다. 아까의 위험에서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걸까?

 


지휘관: 이제 안전해. 방금 상황이 급박해서 편대를 보고할 겨를이 없었어. 여기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 나는 [kuroName]이야. 


 

시카: 전 당신을 알아요……! 당신은 우리 학기에……아니, 매 학기마다……

 


그녀는 더 긴장한 것처럼 보인다. 

 


지휘관: ?


 

시카: 아아죄송해요! 자기소개를 먼저 하는 걸 깜빡했어요! 시카 르블랑,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 금번……졸업생, 현 스위프트 소대 지휘관,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녀가 손을 들어 표준적이고 정중한 군례를 하여, 자신도 같은 군례로 대꾸한다. 졸업하자마자 편대를 얻어 출전을 선택한 지휘관이라니. 

 


리브: (르블랑……이란 성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

 


시카의 환한 눈을 바라보다가, 파오스의 연단에서 졸업생들을 상대로 연설을 할 때 불빛에 비친 맑은 눈빛들이 문득 떠오른다. 

 


선택 1

지휘관: 조금 늦었지만……졸업 축하해.


시카: 감, 감사합니다, 선배…… 


선택 2

지휘관: 요즘 신입은 벌써 이렇게 젊구나……


리브: 지휘관도 그렇게 나이 많으신 건 아닌데……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루시아: 하지만 지휘관도 이미 선배의 위엄이 있어요. 


시카: 구조 신호를 받은 사람이 [kuroName] 선배이실 줄은 몰랐어요……

 


시카는 고개를 숙이고 암암리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는데, 목소리에 약간의 번뇌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지휘관: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지휘관이니까, 내 이름으로 부르면 돼. 


시카: 아……네! [kuroName] 선배!

 


그녀는 말을 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나 잡담보다는 현황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 

 


선택 1

지휘관: 여기에 너 한 명밖에 없니?


선택 2

지휘관: 네 대원은?


 

시카: 여기에는 저 혼자예요……제 대원들은 다른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전 그들과 연락이 끊겼어요.

 


시카는 그간의 경과를 간단히 말한다. 그녀는 원래 정비 부대에 새로운 통신 설비를 설치하는 걸 돕는 임무를 맡았으나, 도중에 엄청난 수의 감염체와 이합 생물을 만났다.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정비 부대원과 중요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세 대원이 먼저 인근 27호 보육 구역으로 호송하고, 자신은 후방에 남아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원래 모든 게 계획적으로 진행되었으나, 갑작스런 지진으로 그녀는 팀원과의 연락 수단을 잃었고, 그 전에 팀원이 그녀에게 보낸 마지막 통신은 그들이 출처를 알 수 없는 전자기 복사를 감지했다는 내용이었다. 

 


시카: 이후 27번 보육 구역을 향해 계속 전진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오랫동안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주도면밀하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조금만 더 신중했다면……

 

지휘관: 그 누구도 실무에 바로 참가해서 완벽한 성적을 낼 수는 없어. 반성하고 검토하는 건 임무를 완료한 다음에 하면 돼. 너는 아직 전쟁터에 있으니, 다음 결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시카: ……알겠습니다. 

 


스위프트 소대의 대원이 보낸 마지막 통신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전자기 복사를 모니터링했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아마도 감염체나 이합 생물의 새로운 공격 수단일 것이며, 상황은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 가장 시급한 건 가능한 한 빨리 그곳에 도착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 때, 갑자기 통신 단말기에서 급한 통신 신청이 들어온다. 

 


지휘관: (연결)


 


 

방금 전의 연락관인데, 그녀의 표정이 굳어 있다. 

 


연락관: 긴급 상황입니다. 저희는 방금 27번 보육 구역 근처의 병사들이 보낸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지휘관: 통신 문제가 해결됐어?


연락관: 점차 복구되고 있으며, 지원 신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통신 문제 해결에 능한 지휘관과 소대가 지원하러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현장에서의 정보를 받았으나, 현 상황은 완전히……저희의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직접 보세요. 

 


연락관이 보내온 첨부 파일에는 영상과 좌표가 각각 하나씩 들어있다. 

 


루시아: 이게 뭔가요……

 


...

 



 

투영 중인 이 영상은 현장에서 보내온 실록이 아니면 자신의 눈을 거의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것은 하늘을 똑바로 가리키는 나선형 탑이다. 진홍색의 외관과 화면에 표시된 퍼니싱 농도 판독치는, 가장 빈틈없는 방호를 한 인간이라도 그 안에서 1분도 버티지 못할 정도이다. 더욱이 무서운 건 그 모습이다. 그것은 거의 말로 묘사하기 어렵다.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조물이 지표면의 모든 건축군을 넘어, 탑의 뿌리는 견고하게 지계(地界)를 부수고, 첨탑은 하늘을 뚫었다. 창세기에서 바빌로니아인들이 하늘을 향해 신들을 가리키는 탑을 쌓으려는 헛된 시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이 되는 걸까? 다만, 그것이 주는 느낌은 결코 우러러보는 경외와 충격에서 오는 게 아니라 적나라한, 즉, 위협에서 오는 것이다. 일찍이 어떤 사람은 고대 유인원이 인간과 유인원으로 분화하는 데 수백만 년이 걸렸다고 말했으나, 퍼니싱이 무질서에서 인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그에 비하면 단지 경각에 불과하다. 이후, 모체에서 탄생한 인간형 생물체는 출현 후 두 시간 동안 인류 전체에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안겼다. 풀리아 삼림 공원에 서 있는 이합 식물에 휘감긴 여과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나선의 탑은 위장으로 사용한 푸른 생명조차 걸칠 가치가 없다는 듯, 지상은 물론이고 깊은 우주에서도 모든 인간에게 오싹한 위험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것들은 일찍이 ‘에덴동산’과 ‘생명의 나무’에서 벗어나, 인류에 속하는 모든 것을 모방하고 흡수했는데, 그렇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또 어디로 나아갈 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 것인가? 아무도 감히 이것에 대해 예측하지 못하지만, 눈앞의 상황을 보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 마음에 이미 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문명을 향해 나아가려고 시도한다. 사방이 고요하여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표정에서 같은 뜻을 읽어낸다. 

 


연락관: 아직도 듣고 계십니까?!

 

지휘관: 보육 구역의 현장 상황은 어때?


연락관: 현재 보육 구역은 아직 이합 생물의 공격을 받지 않았지만, 지난번 풀리아 삼림 공원의 상황을 참고하여 우리는 사태가 커지기 전에 모든 주민을 철수시켜야 합니다. 

 

지휘관: 탑 자체에는 아무런 동태가 없는 건가? 예를 들어 신종 이합 생물이 출현하거나, 이합체 모체 반응이라던가……


연락관: 확실한 건 그 퍼니싱 농도는 완전 면역이 없는 이상 들어가면 즉사한다는 겁니다. 


루시아: 이렇게 높은 퍼니싱 농도인데도, 우리는 오는 길에 어떠한 경고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리브: 공중정원과 우리가 동기화한 위성 사진은 40분 전에 멈췄습니다. 

 


40분……바로 지난 지진이 시작된 시간이다. 

 


시카: 그러니까 그때 이미 탑이 세워졌다는 건데……왜 우리는 전혀 못 봤을까요?!

 


문득 도중에 먼 곳을 바라보다가 본 뒤틀린 환영이 떠오른다. 난 그것이 단지 시각에 남아있는 환각인 줄 알았다……

 


지휘관: 이 탑은 아마 위장을 할 수 있어. 아마 어느 정도 다가가야만 보이는 것 같아. 


시카: 저는 여전히 제 대원들과 연락할 방법이 없어요……

 


시카는 손에 든 단말기를 꼭 쥔다. 

 


시카: 저는 서둘러야 해요!

 

선택 1

지휘관: 스위프트 소대원에 대한 소식은 없어?


선택 2

지휘관: 지상에 있는 다른 소대한테 연락이 온 건 없어?


연락관: 전자기 교란으로 인해 당분간 그들의 구체적인 위치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이미 도착한 소대에는 도요새 소대와 맨드릴 소대가 있고, 부근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다른 대열들도 이미 속속 지원하러 갔습니다. 

 

지휘관: 알았어. 그러면 그레이 레이븐 소대……


시카: 잠깐만요, 저, 저도 갈게요! 선배와 함께 행동하게 해주세요! 방금 만들어진 소대라고 해도 제 동료들이니까……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 정말 걱정이에요. 죄송해요…… 지휘관으로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매우 미숙하다는 걸 알지만, 저는……참, 제 상처도 큰 문제가 없으니, 여러분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거예요!

 

지휘관: 별 문제없어. 나도 내 대원들이 위험에 처했다면 어떻게든 달려갔을 거야. 



루시아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그녀는 즉시 나의 뜻을 깨달았다. 

 


루시아: 목적지 좌표는 27호 보육 구역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지휘관: 그레이 레이븐 소대와 스위프트 소대 지휘관은 이미 준비했어. 즉시 지원하러 가자.